사라진 군사주권, 길 잃은 균형외교

김종대 2014.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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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JPG 또 물 건너간 군사주권 


외교․안보는 장기적 안목에서 국가 생존의 방향을 설정하고 원대한 비전, 다양하고 유연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국가의 창의적 역량이다. 국제정치의 양상이 시대와 역사에 따라 변화무쌍하다면 당연히 국가 생존의 방책도 여러 선택의 조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동맹이란 것도 양자 간의 동맹도 있지만 다자동맹, 복합동맹 등 국가의 안보상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되고 응용될 수 있는 정책이다. 한미동맹 역시 한반도 안보 상황에 따라 현재와 같은 대북 방위동맹일 수도 있고 미래에는 동북아 지역안정 동맹, 한반도 평화유지 동맹 등으로 그 성격을 달리해 가며 시대에 맞는 현실적인 조정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생존전략이 우리가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는데 유리한 여건을 보장해주느냐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국가 자율성’의 기반이 조성되었느냐가 핵심적인 문제이다. 그렇지 않고 당장의 북한 위협에 대한 공포에 질린 나머지 우리가 무엇을 주도해보지 못하고 주변 상황에 수동적으로 끌려 다닌다면 그것은 외교․안보 정책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다양한 생존전략에 대한 고민도 없이 오직 지금과 같은 한미동맹만이 한국 외교․안보의 이데올로기로, 또는 도그마로 작동한다면 이는 반드시 뼈아픈 대가를 치러야하는 어리석음이 될 것이다. 냉전 이후 한국의 지정학은 과거와 달리 한반도 정세를 한국이 주도해야 할 필요성을 강력히 요구하는 21세기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리가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정치적 결의, 그리고 세련된 외교․안보 전략, 국제정세에 밝은 유능한 관료집단을 필요로 한다. 이를 기초로 동북아에서 국가 간 ‘지략(智略)의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과업이 국가에 부여된 소명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지난 10월초에 열린 한미 양국 국방장관의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은 기존에 논의되던 전시작전권에 대해 “조건에 기초한 접근”이라며 그 전환을 무기한 연기했다. 단순히 몇 년 더 검토하여 합리적으로 동맹을 조정하는 차원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조건은 ▲ 한미연합방위능력을 한국이 주도하는 능력을 확보하고 ▲ 한국군이 북한 핵 미사일 공격에 초기대응능력을 확보하며 ▲ 동북아 역내 안보환경과 북한 핵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라고 했다. 이 세 가지 조건은 너무도 포괄적인 데다가 사실상의 안보문제의 완전해결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서 사실상 전작권 전환은 무기한 연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대다수 언론의 전언이다. 그 이면에는 국가의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는 수준으로 동맹을 활용한다는 것이 아니고, 아예 우리의 운명을 미국의 선의에 맡기자는 의존적 사고, 자발적인 예속의 사고가 깔려 있다. 이렇게 되면 장차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시점에 도달해서도 우리는 계속 강대국에 우리의 운명을 맡겨야 한다. 특히 ‘역내(域內) 안보환경’이란 용어에 그 위험성은 크게 내포되어 있다. 동북아 지역의 안보환경이란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은 ‘전시작전권이 한반도라는 한계를 초월하여 왜 동북아시아라는 국제정치의 한 복판으로 들어가는 의제가 되었는가’라는 점이다. 이제껏 한미동맹은 한반도 방위를 위한 대북 억제 동맹이라고 이해되어 왔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누구라도 이 대목을 보면 한미동맹이 대중국 견제를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가까워진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라는 공간이 미국의 패권전략과 이를 거부하는 중국의 반패권 전략이 충돌하는 국제정치의 열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우리는 이러한 패권 경쟁으로부터 언제든 희생될 수 있는 수동적 위치로 전락될 수 있다. 이를 동맹을 강화함으로써 방어할 수도 있겠으나 반대로 그 동맹 때문에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 즉 동맹은 언제든 국가 생존의 자산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짐이 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하여 동맹을 유지하되 또 다른 한 축으로 중립권(中立權)을 수호할 수 있는 국가 주권의 기반도 착실히 다져 놔야 한다. 그런데 이번 공동성명은 한미동맹을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도록 하는 방향으로만 진행되고 한국의 자율적 역량을 강화하고 보장하는 데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 즉 군사주권의 핵심인 전시작전통제권과 한미연합방위체제에서 한국의 주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일체의 언급이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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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송환하려다 낭패 당한 국방부


그러나 현재 정부는 한미동맹에 “주권의 문제는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다음 사실을 보자. 올 3월말 우리가 한국전쟁 당시 중국군 유해를 중국에 송환하여 중국 전역에서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외국으로부터 유해를 송환받고 감격하여 어찌할 바 몰랐다. 4월의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방부가 모처럼 대박을 터트렸는데, 그 내막을 알고 보면 뜻밖의 사실이 드러난다. 올해 초부터 유해송환을 준비하던 국방부는 3월에 주한미군으로부터 “유해송환은 정전협정 사항으로 유엔사령부와 협의해야 한다”며 제동이 걸렸다. 한국은 정전협정 서명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접 중국에 유해를 송환할 수 없게 된 사실을 안 국방부는 북한과 비밀접촉을 해서 “북한군과 중국군 유해를 몽땅 송환해 줄 테니 북한이 중국군 유해를 대신 중국에 송환해주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이를 북한이 일언지하에 거절하자 방법이 궁색해진 국방부가 다시 주한미군에 사정을 설명해서 겨우 승낙을 받아냈다. 법적으로 한국은 현재 한반도 위기관리 기본 틀인 정전협정으로부터도 소외되어 있다. 

여기에다가 전시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부여된 근거는 “유엔사령부의 위임에 의해서”라고 되어 있다. 한미연합사 작전계획의 첫 페이지에 항상 나오는 말이 바로 “유엔사의 위임에 의해 본 계획을 작성한다”는 구절이다. 즉 한미 양국의 국군통수권자와 한미군사위원회 지침에 의해서가 아니라 유엔 결의에 의해 만들어진 유엔사령부라고 그 권한 주체를 명기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남북 철도․도로가 연결되어 육로를 통한 교류가 성사되었을 때도 제동을 건 당사자는 유엔사령부였다. 그래서 철도와 도로가 개통되었음에도 금강산 육로 관광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주한미군 사령관은 연합사령관의 자격이 아니라 유엔사령관의 자격으로 한국의 외교안보에 개입한다. 그래서 미군 대장 한 명이 유엔군사령관, 연합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 주한미군 선임 장교라는 여러 개의 모자를 쓰고 있다. 그런데 유엔사령부의 관점에서 볼 때 남북한은 서로 별개의 주권국가다. 한국정부의 주권의 범위는 현재 군사분계선 이남에서만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것이고 북한에 대해서 한국은 아무런 권한이 없다. 오직 그 권한은 1950년 7월 7일 유엔의 기치 아래 미국이 통솔하는 통합사령부 설치에 관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 같은 해 10월 7일 유엔총회가 한국의 통일을 천명하는 결의에 근거하여 한국군이 아닌 유엔군이 38선을 넘어 북한에서 작전을 하는 유일한 주체로 인정된 것이다.

여기에다가 1953년 7월 27일의 정전협정에서도 한국은 또 빠져 있다. 그 이후에도 우리는 유엔 결의라는 법적 위상을 갖고 있는 유엔사령부, 그리고 그 유엔사의 권한을 위임받은 한미연합사령부의 통제를 수시로 받아왔다. 2005년에 한미연합사령부가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 일명 ‘작전계획 5029’를 수립할 때, 이것이 “한국 정부의 주권을 침해한다”며 우리가 반대했다. 그러자 미 국방부의 리처드 롤리스 차관보는 이종석 NSC 사무차장을 만나 “한국정부가 북한 지역에 대해 아무런 주권이 없는데 우리가 무슨 한국정부의 주권을 침해했다는 거냐”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국이 주도하여 한반도를 통일하는 것을 주한미군과 한미연합사, 유엔사는 단 한 번도 문서로 보장한 적이 없다. 지난 한미동맹 60년의 역사에서 미국은 단 한 번도 “한국이 한반도 통일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게다가 통일 한국이 중국에 경도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은 절대 한국 정부 주도로 통일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정전협정 당사자도 아니고, 작전통제권도 미국이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통일과 안보의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말할 근거는 충분하다. 이처럼 군사 주권의 실종은 외교의 실종으로까지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우리 안보․보수 세력들은 북한은 오래가지 않아 붕괴될 것이며, 한국 주도로 북한을 흡수통일을 할 가능성을 점친다. 그렇다면 한시라도 서둘러 군사주권의 기틀을 만들어 우리가 통일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시켜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이상하게 그들은 “주권의 문제는 없다”며 주변국이 다 우리를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상하게 우리 보수․안보 세력들은 “한미동맹에 주권의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한미연합사가 과연 ‘연합’ 사령부인가?


한국 대통령이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해도 될까? 물론 해도 된다. 법적 지위는 한국과 미국 양국의 ‘연합(combined)’ 사령관이기 때문에 미군 대장이라도 한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 공동의 부하다. 부하에게 뭔 지시인들 못하겠는가? 일일이 지시하기 귀찮다면 우리 합참의장에게 “연합사령관에게 이것 조치하라고 전달해라”라고 해도 된다. 연합사령관은 미 합참과 태평양사령부의 지시를 받는 예하부대 사령관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 우리 합참의장도 똑같이 지침을 준다고 해서 문제될 것이 없다. 우리 국회의장이 연합사령관에게 “국회에 출석하여 보고하라”고 해도 될까? 아무 문제가 없다. 연합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 자격으로 매년 미 상원에 출석하고 미 국방부와 미 의회 감사를 받는다. 우리가 방위비분담금을 주한미군에 주고 있으니까 회계 감사를 하겠다고 하면 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래야 비로소 한국 대통령의 국군통수권이 보장되는 동등한 주권 행사이다. 이런 모든 게 법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의미의 그 ‘연합사령부’라는 명칭을 근거로 우리 보수·안보세력들은 “동등한 주권이 행사되는 연합사령부에 주권의 문제는 없다”고 주장한다. 참으로 억지주장이 아닐 수 없다.

연합사령관은 항상 미 본토로부터 작전지침을 받지만, 우리 합참으로부터 지시를 받는 일은 단 한 번도 없다. 연합사는 “불필요한 간섭”이라며 우리 합참으로부터 작전지침을 받지 않았고, 방위비분담금에 대한 회계감사도 허용하지 않았으며, 한국 국회에는 한 번도 출석한 일이 없다. 미 본토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걸 통제받으면서도 한국 정부에 대해서만 성역이다. 한미연합사령관은 미국 50명의 대장 중 한 명에 불과하고 태평양사령부 예하 부대장에 불과하다. 그러나 남의 나라에 와서 하는 말은 영락없는 ‘총독’이다. 그걸 보고도 연합사령부에 주권의 문제는 없다고 하니 참으로 이해되지 않는 주장이다. 말 안 듣는 연합사령관이 어떻게 연합사령관인가? 그런데 앞으로 우리가 연합사령부에 감사(監査)를 하겠다, 국회에 출석해라, 우리 합참의 작전지침을 받으라고 이야기하면 어떻게 될까? “당장 미군 빼겠다”고 나올 것이다. 그러면 한국 대통령은 기절을 한다. 그렇게 수동적이며 공포에 질린 동맹국처럼 미국이 다루기 쉬운 상대는 없다.

이렇게 주권이 실종되면 한반도의 운명은 여전히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 정치의 양상으로 흐를 것이고, 그들의 선의에 우리의 생존을 맡겨야 한다. 게다가 북한 핵 위협 증가는 전작권 전환과 관계없이 미국이 비확산․반확산 정책에 의해 최우선적으로 대비가 되는 사안이다. 어쩌면 북한 핵무기의 실전배치가 기정사실화 되면 미국이 더 적극적으로 군사력을 사용하여 북한에 강압적인 정책을 구사할 것이다. 그런데 마치 미국이 한국을 방기할 런지 모른다는 근거 없는 두려움 때문에 재래식 군사작전까지 미국에 의존한다는 국방정책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 언제는 한미동맹이 범지구적․동북아 차원에서 모두 공조하는 ‘전략동맹’이라고 자랑하지 않았던가?
 
미국은 한미동맹을 중국 견제를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고 싶어 하는 속내를 여러 번 내비쳤고, 이번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공동선언에도 그러한 의도가 관철되어 있다. 그렇다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건 한국이 아쉬워서가 아니고 미국이 필요로 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아쉬워서 미국에 전작권 전환 연기를 부탁하고 심지어 사정까지 하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 온 것은 매우 굴욕적인 행태였다. 여기에다 전시에 미군이 한국군을 전략 단위가 아닌 작전단위, 전술단위까지 미군이 통제한다는 건 도대체 무슨 근거인가? 세계 6위권의 군사력을 보유한 한국군이 그처럼 나약한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막연하게 북한의 위협에 대한 공포를 앞세우는 게 작금의 전작권에 대한 정부의 비이성적 접근이다.


더 큰 문제는 길 잃은 한국정부


게다가 전작권이 연합사령관에게 위임된 배경도 의문투성이다. 한미동맹을 보면 몇 가지 불가사의한 특징이 드러난다. 60년 넘게 이렇게 별다른 법적 근거도 없이 장기간 변함없이 이어진 동맹이 어디에 있을까? 작전지휘권은 이승만 대통령이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유엔사령관에게 보낸 서신에서 “귀하의 휘하에 있기를 희망한다”는 말 한마디로 넘어갔다. 맥아더는 “이를 수락한다”는 답장으로 이를 확인했다. 그러다가 1978년에 유엔사가 한미연합사에 그 지휘권을 다시 위임하였는데, 이 당시 한미 합참의장이 공동위원장인 한미 군사위원회(MCM)의 연합사령관에 대한 ‘전략지시 1호’가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게 된 근거이다. 그런데 전략지시라는 것은 조약도 아니고 협정도 아닌 것으로, 굳이 따지자면 행정규칙 정도의 위상 밖에 갖지 못하는 행정문서다. 여기에 연합사령관에게 “한반도 방위 임무”와 “전시 미국에 증원요청 권한”을 주도록 명기되어 있다. 그런데 한반도 방위책임이라는 것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연합사령관의 임무와 권한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도무지 가늠하기 어렵고, 미 증원군 지원요청이라는 것도 미 대통령과 합참, 국방부가 이를 어떻게 검토한다는 것인지, 반드시 증원군을 보내준다는 것인지 도무지 그 실체를 알 길이 없다. 1953년의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도 미국이 한반도 분쟁에 자동 개입하는 조항은 없고 단지 “국내법 절차에 따른다”고만 되어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1994년에 전시와 평시가 분리되는 바람에 하달된 ‘전략지시 2호’ 역시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국방당국이 저희들끼리 쑥덕거리며 제 멋대로 운용해 온 게 연합방위체제”라고 말해도 할 말이 없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체결한 나토 조약이나 일본과 합의한 안보가이드라인은 모두 구체적 전쟁 개입 절차가 정해져 있고 증원군 규모를 명기한 조약의 성격을 갖는다. 그런데 한미동맹에는 그런 권위 있는 법적 문서가 한 건도 없다. 쉽게 말하자면 법적 기초도 없이 상황에 따라 운용하는 체제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그러니 국민들이 뭘 알려고 하면 감추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이렇듯 동맹의 논법에 갇혀 버린 한국의 외교․안보에는 국적이 없다.

중국이 역사 연구에 불과한 동북공정을 했을 때도 이것이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음모 아니냐”고 펄쩍 뛰었던 우리 보수․안보 세력들은 그보다 더한 우리의 법적, 정치적 취약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스스로를 성찰하지 못하는 가운데 지금 우리 정부에는 안보전략만 있고 평화전략, 외교전략은 거의 실종되어 있다. 미국의 특사가 북한을 방문하여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며 물밑 대화를 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 간에 정상회담이 열리며, 북한과 일본 간에도 은밀한 국교 정상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 중국은 이전까지 묵인하였던 한미동맹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10월 SCM 전후에 벌어진 사드(THAAD) 미사일의 한국 배치 문제를 두고 중국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한미동맹 자체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유독 한국 정부만이 전략적 이니셔티브(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주변 상황에 대해 불안해 할 뿐이다. 외교․안보라는 것이 장기적 안목에서 국가의 생존과 번영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상상력의 일환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 우리의 상상력은 감금되어 있다. 우리는 당장의 안보를 넘어 다음 세대를 위한 통일과 번영의 길로 가야하는 위대한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박약한 의지와 취약한 국가의 자율성으로 과연 무엇을 도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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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일했습니다. 또 국무총리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국방부 정책보좌관 등으로 일하며 군 문제에 관여해 왔습니다.
이메일 : jdkim2010@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nd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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