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1962년 10월 소련이 미국의 바로 턱밑인 쿠바 해안에 중장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하면서 자칫 핵전쟁이 벌어질 뻔 했다. 미 군부 강경파가 집요하게 쿠바 폭격과 침공을 관철하려 했지만, 케네디 대통령은 평화와 국익을 앞세워 3차 세계대전을 막았다. 쿠바 미사일 사태다. 영화 ‘Thirteen Days’(D-13)는 긴장감 넘치는 당시 상황을 실감 나게 재현했다. 냉전 시대 최대의 위기였지만, ‘가장 비싼 외교가 가장 싼 전쟁보다 남는 장사’라는 교훈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당시 국방장관은 로버트 맥나마라다. 포드자동차 사장이자 정치인 출신이었던 맥나마라는 군부의 돌발적 행동을 견제하기 위해 상황실을 지키며 통제했다. 만일 해군 작전을 통제하지 못했다면 실제 핵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맥나마라는 1961년 발탁돼 존슨 대통령 시기인 1968년까지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 국방장관직에 머물렀다. 재임 중 베트남전에 발목을 잡혀 ‘실패한 장관’이란 평가도 받았지만, 그가 도입한 ‘계획예산제도’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국방 예산 편성의 모범이 됐다.


세계 최고 군사 강국임에도 미국은 이처럼 문민통제를 중요히 여긴다. 국방장관은 민간인을 임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민주주의 힘의 원천이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200년 동안 쿠테타 한 번 없었다. 1947년 국가안보법 제정 후 26명의 국방장관이 임명됐지만, 이중 장성 출신은 3대 조지 마셜과 26대 제임스 메티스뿐이다. 딕 체니 등 우리에 익숙했던 국방장관들 모두 정치인이나 교수, 사업가 출신이었다. 마셜이나 트럼프가 임명한 메티스도 퇴역 후 7년 이내 국방장관에 임명될 수 없다는 국방부 재조직법에 따라 모두 상원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했다.


미국뿐이 아니다. 유럽과 중남미 등 대부분 국가는 ‘국방 문민화’가 정착됐다. 군인이 국방정책을 수립하는 곳은 거의 없다. 심지어 독일, 스페인, 노르웨이, 일본 등에선 여성 국방장관이 나왔다.


쿠바 미사일 사태에서 보듯 군은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으로부터 통제받아야 할 집단이다. 위기의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군의 속성은 전쟁에서 이기는 거다. 이에 따른 국가와 국민의 피해는 부차적인 문제다. 특히 우리의 국방부는 국민을 대리한 장관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군을 대리해 국민을 통제해 왔다. 국군사이버사령부와 기무사령부가 대표적이다. 특히 기무사는 한국 현대사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민주주의·인권과는 대척점에 서 있었다. ‘계엄 문건’ 사태는 그 연장선이다.


2004년 7월 참여정부에서 벌어졌던 합동참모본부의 연평도 교전 허위보고도 있었다. 단지 진보 정권이어서 군과 긴장 관계에 놓인 걸까. 이명박 정부도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겪으며 군에 대한 불신이 상당했다. 군은 ‘우리만이 안보를 안다’고 여긴다. 강력한 문민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런 군과 정치권력의 대립은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6일 기무사를 폐지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신설하는 안이 입법 예고됐다. 하지만 기무사를 포함한 국방 개혁은 조직 개편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 역대 정권 모두 수차례 국방 개혁을 시도했지만, 군의 정치 개입은 여전하다. 강력한 문민통제가 필요하다. 근본 해법 없이는 정치상황에 따라 언제든 제2의 기무사가 출현할 수 있다.


물론 우리도 민간 출신 국방장관이 없던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신성모, 이기붕 등 5명이 있었다. 하지만 국군이 창설된 지 얼마 안 돼 마땅한 군 출신이 없어 임명됐을 뿐 주요 선진국처럼 군사·안보에 정통한 이들은 아니었다.


상황은 달라졌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성숙한 민주 역량을 보여준 국민들은 스스로의 합의와 협력으로 세상을 바꿨다. 좁은 인재풀 타령은 그만하자. 진영 논리를 떠나 방산, 안보뿐 아니라 군 장악력과 이해도가 높은 민간 전문가를 찾으면 된다. 전역한 지 하루밖에 안 된 군인이 공무원으로 옷을 바꿔 입고 국방장관에 임명되는 악순환은 그만둘 때도 됐다. 미국처럼 법으로 규정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 이젠 국방 문민화를 위해 민간인 출신 장관 임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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