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매년 수십조 원의 세금을 쓰면서도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받지 않은 군의 문제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고질병입니다. 율곡비리 등 무기 도입과 관련한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자 참여정부는 지난 2006년 방위사업청을 신설했습니다. 참여정부는 또 과도기적으로 방사청의 일반 공무원과 군인의 편성 비율을 각각 49%와 51%로 정하고, 점차적으로 군인을 민간 공무원으로 대체하는 ‘문민화’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무기도입과 개발 등 이른바 ‘국방 획득’ 업무를 민간으로 넘겨 전문성을 높이고 ‘방산 비리’ 소지도 줄이겠다는 포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방사청의 문민화 작업은 중단됐습니다. 방사청은 당초 2012년까지 군인의 비율을 30%로 축소할 계획이었지만, 올해 3월 현재 방사청에서 근무하는 군인은 835명으로 민간인 신분의 공무원 821명보다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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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이 문민화 되기는커녕 실제로는 현역 군인들이 장악한 또 하나의 군 조직이 된 겁니다. 이 때문에 방사청이 문민화 됐다면 아낄 수 있었던 수백억 원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같은 직위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데도 군인의 급여가 일반 공무원보다 30% 이상 많기 때문입니다.

 

감사원 감사결과 현재 방사청에서 과장급으로 근무하는 대령의 연봉은 지난해 기준 9,357만 원. 같은 과장급으로 일하는 서기관급 공무원(7,052만 원)보다 2,305만 원을 더 받습니다. 대령의 퇴직연금은 월 390만원으로 공무원보다 73만 원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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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갈수록 격차는 더 큽니다. 중령의 연봉은 8,946만 원으로 동일한 업무를 하는 5급 사무관(5,456만 원)보다 3,490만 원을 더 받습니다. 이들의 임금 격차는 대기업 신입사원의 연봉만큼 됩니다. 퇴직 연금은 중령의 경우 월 350만 원, 사무관은 293만 원으로 월 57만 원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로 인해 방사청은 지난해에만 240여 억 원의 인건비를 더 지출한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박봉으로 알려진 군인들의 보수가 같은 직급의 일반 공무원에 비해 훨씬 많은 것은 군부 독재의 잔재 때문입니다. 1980년 전두환 정권은 군인에 대한 예우를 강화한다며 국무총리 훈령 제 157조를 통해 군의 직급을 일반 공무원보다 두 단계 더 높였습니다. 이에 따라 준장은 3급에서 1급, 대령은 4급에서 2갑으로 직급이 올랐고, 그만큼 월급도 대폭 상승했습니다.

 

방사청이 군인들로 넘쳐나면서 발생하는 세금 낭비는 이뿐 아닙니다.

 

방사청은 지난 3월 현재 재직 군인의 66%인 549명에게 평균 1억5000만 원씩 모두 841억 원의 전세자금을 무이자로 대출해 줬습니다. 이에 따른 이자 보전금으로 36억원이 넘는 세금을 사용했습니다.

 

국장급인 장군의 품위 유지에도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습니다. 같은 직급의 일반직 공무원과는 달리 방사청 소속 장군 10명에게는 전용 승용차가 제공됩니다. 승용차 구입과 유지비로 들어가는 세금이 연간 3억6,000만 원, 승용차를 운전하는 운전병 10명의 인건비는 별도입니다. 방사청의 문민화가 계획대로 이뤄졌더라면 아낄 수 있었던 세금이 매년 300여 억 원 씩 허비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방사청의 업무를 군인이 도맡아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장은 “무기도입사업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군인보다는 민간인이 하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군수품 조달은 평균 사업기간이 5.6년. 그런데 담당 군인들은 2-3년 주기로 바뀌거나, 계급 정년에 따른 조기 전역으로 전문성을 쌓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선진 각국에서는 무기개발과 도입 관련 분야를 민간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미 육군 물자사령부 등 미국의 군수품 조달 기구에서 일하는 민간인 비율은 89%나 됩니다. 영국과 프랑스 역시 민간인 근무 비율이 70%를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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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역시 폐쇄적이고 상명하복에 익숙한 군 문화로 인해 방산 비리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국방 획득 분야에서 군사비밀 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된 18명 중 전·현직 장교가 17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일반 공무원은 단 1명에 불과했습니다.

 

현직 장교 10명은 군사기밀을 수집한 뒤 민간 방산업체에 재직 중인 예비역 장교들에게 그 정보를 제공하고 방사청 퇴직 후 민간업체에 취업을 보장받으려 했습니다.  전역 후 민간 방산업체로 이직한 예비역 장교 7명은 군 관계자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군사기밀을 수집한 혐의로 쇠고랑을 찼습니다.

 

이처럼 여전히 군이 방사청을 장악하면서 군화와 방탄복에서부터, 어뢰와 k-2전차 등 각종 첨단 무기에 이르기까지, 각종 비리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리가 불거져도, 개발된 무기가 성능 미달로 밝혀져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사태가 벌어져도 해당 사업이 중단되기는커녕 국민의 혈세가 계속 투입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뉴스타파 집계 결과 이명박 정부 이후 최근까지 드러난 방산 비리는 모두 35건. 하지만 내년에도 이들 비리에 연루된 사업에 무려 2조 26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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