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노컷뉴스 임진수 기자]

2억원짜리 음파탐지기를 41억원에 사들인 통영함 사건을 계기로 군내에 만연한 방산비리에 대한 질타가 뜨겁다. 대통령까지 나서 방산비리 척결을 주문하자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물론 정부 각 기관이 나서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방산비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않은채 나오는 대책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CBS 노컷뉴스는 3차례에 걸쳐 방산비리의 근본원인을 진단하고 방산분야 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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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함 진수식 자료사진 (사진=대한민국 국군 플리커 캡처)

◈ 통영함 기종결정 회의, 위원 7명 중 6명이 현역 군인

지난 2009년 3월 31일 방위사업청 조함정보체계회의실에서 '차기수상함구조함(통영함, ATS-Ⅱ) 관급 일반경쟁장비 구매계획안' 의결을 위한 사업관리실무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당시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으로 실무위원회 위원장이었던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해 이번에 통영함 비리로 구속된 오모 전 상륙함사업팀장 등 모두 7명이 참석했다.

7개월여 뒤인 2009년 11월 25일 열린 기종결정안 실무회의에서는 황 총장을 비롯해 모두 6명의 위원이 참석했고 통영함에 탑재할 음파탐지기 기종을 최종 결정했다.

그런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이 방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무위원회 위원 7명 가운데 일반직 공무원은 1명 뿐이었다.

나머지 6명은 모두 현역 해군 장교였으며 특히 6명의 현역 해군 장교 가운데 황 총장을 비롯해 5명은 모두 해군사관학교 출신 선후배 사이였다.

결국 이로부터 4년 반쯤이 지난 뒤 구조전문함인 통영함은 정작 세월호 참사 구조현장에 투입되지 못했고 감사원 감사결과 2억원짜리 음파탐지기를 41억원에 사온 방산비리가 적발됐다.

◈ 방사청 접수완료한 군피아, 문민화는 말로만

통영함 사건은 전·현직 장교들이 연루된 방산비리의 전형으로 '군피아'(군인+마피아)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방산비리 사건이다.

동시에 '율곡비리', '린다김 사건' 등 끊이지 않는 방산비리를 뿌리뽑겠다며 지난 2006년 개청한 방사청이 8년만에 방산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사건이다.

통영함 음파탐지기 구매를 위한 실무위원회 구성원을 살펴보면 방위산업의 문민화를 기치로 내건 방사청이 실제로는 현역 군인들이 장악한 또 하나의 군 조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방위사업청 소속 직원의 49%는 일반직 공무원이지만 실제 주요 의사결정은 통영함 실무위원회처럼 군인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일반직 공무원은 말그대로 '보조' 역할에 그치고 있다.

현재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건을 제외한 최근 5년간 방사청의 '국방획득사업 관련 비리연루자 형사처벌 현황'에 따르면 모두 11명의 형사처벌자 가운데 9명이 현역 군인이었다.

특히, 각 군에서 엘리트로 통하는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이 끈끈한 인맥을 과시하며 주요 의사결정자 위치에 포진해 방산비리를 주도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이 "통영함 군납비리와 관련해 대형 무기중개업체인 A사를 중심으로 전직 해군참모총장, 방사청 팀장 등 해사 출신 고위 간부들이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한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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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자료사진)

◈ 군피아 능가하는 사피아(사관학교+마피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부각된 '관피아'(관료+마피아), 그런 관피아를 능가하는 것이 '군피아'로 상명하복 관계가 철저한 군피아들은 전역 후에도 그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5년간 민간업체에 취업한 퇴역군인(대령급 이상) 243명 가운데 95명(39.1%)이 방산업체로 직행했고 이들의 상당수는 현역 군인을 대상으로 한 로비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군피아 가운데서도 가장 끈끈한 인맥을 과시하는 것이 바로 사관학교 출신들의 '사피아'다. 통영함 사건으로 구속된 오모 전 대령, 송모·최모 전 중령도 모두 해군사관학교 출신의 '해사피아'다.

또, 지난 2011년 전·현직 영관급 장교는 물론 전직 공군참모총장까지 가세해 2.3급 군사기밀을 방산업체에 유출한 사건 역시 공군사관학교 출신들의 '공사피아'가 주도한 방산비리 사건이었다.

20살 때부터 동고동락하며 군생활 내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사피아들이 전역 후에도 방산업체 등에 취업 기회를 제공하며 서로를 챙긴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사관학교 출신 한 장교는 "생도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선배가 전역하고 방산업체에 취직해 만나자고 하면 쉽게 거절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일반직 공무원처럼 정년이 보장된 것도 아니어서 전역 후에 선배들이 소개시켜주는 일자리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산업체 한 관계자도 "전역한 장교를 선발할 때 간부후보학교 출신 보다는 사관학교 출신들을 더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고위직에도 더 많이 포진해 있어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방사청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방사청은 방산비리를 막기 위한 의사결정 과정을 세부적으로 쪼개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많이 마련해놨지만 이게 무용지물인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적 장치가 잘 돼있는데 왜 방산비리가 발생하느냐? 결국 방산비리가 특정인맥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각 업무마다 각 군 사관학교 출신 인맥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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