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문민통제… 모두 민간인 출신
미국에는 국방성(Department of Defense) 예하에 육·해·공군성(省)이 별도로 존재한다. 국방장관과 마찬가지로 이들 육·해·공군성 등 각군성의 책임자도 장관(Secretary)이라고 호칭한다.
언뜻 옥상옥(屋上屋)처럼 보이는 이런 복잡한 조직이 만들어진 것은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원래 미국에는 통합된 국방성이 없었고 육군을 담당하는 전쟁성(Department of War)과 해군을 담당하는 해군성으로 분리돼 있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군 전체를 종합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있는 기구가 없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 결과 1947년부터 49년에 걸쳐 육·해·공군을 모두 지휘·감독할 수 있는 국방성을 새롭게 창설했다. 동시에 전쟁성에서 이름을 바꾼 육군성, 새로 창설된 공군성, 해군성 등 세 개의 각군성을 국방성 예하 조직으로 편입시켰다.
효율성만 따지자면 육군성과 해군성을 해체·통합해 국방성을 창설하는 것이 정공법이지만 기존 조직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육·해군성을 그대로 두고 그 상위 부서로 국방성을 창설했던 것.
창설 초기 국방장관의 권한은 제한적이었다. 58년까지 수 차례 국가안보법 개정을 통해 각군성 장관의 권한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대신 국방장관의 권한이 강화돼 오늘날 국방성의 기틀이 만들어졌다.
현재 각군성은 국방성처럼 정식 행정 각부(Executive Department)의 자격을 갖는 것은 아니다. 각군성은 국방성의 예하 조직이며 각군성 장관은 국방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각군성이 사실상 국방성의 일개 부서에 불과함에도 행정 각부와 동격의 부서 명칭과 장관이라는 직함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각군성 장관의 서열은 국방장관, 국방 부장관(副長官) 다음이며 육·해·공군참모총장보다는 앞선다. 각군성 장관은 각군 참모총장보다 상급자이지만 작전 지휘에 개입하지는 않으며 주로 예산 편성·인력과 인사 운용·무기 획득 등 군정(軍政) 분야 업무를 총괄한다.
미국 내에서도 ‘각군성은 군사 행정 업무의 중복만 초래하는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예산과 부대 편성·연구개발 분야에서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국방장관은 물론이고 각군성 장관에도 현역 군인이 아닌 민간인 출신이 임명되므로 구조적으로 각군 참모총장들은 철저한 문민 통제를 받게 되는 것이 미국식 제도의 특징이다.
역대 각군성 장관의 경력을 보면 무기 개발 전문가, 일반 기업체 출신은 물론 방위산업체 경영자 출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