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광우 전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국방부는 내년까지 부사관 2915명을 증원하며, 그중 652명은 연내 조기 충원한다고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 부문 일자리 만들기의 하나이다. 역대 정부의 국방 개혁의 목표는 한마디로 '작지만 강한 군대'였다. 현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군 간부 증원은 공공 일자리 측면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국방 개혁 차원에서 엄밀히 검토해 전투력 향상에 필요한 때만 추진해야 한다.
부사관 증원은 '작지만 강한 군대 만들기'와 거리가 멀다. 우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부사관 증원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비대칭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육군 위주의 부사관 증원은 재고해야 한다. 그리고 부사관 증원은 국방 예산의 경직성을 가중시킨다. 현재 국방 예산의 3분의 1이 인건비로 지출되고 있다. 이는 모병제 국가와 유사한 수준이다. 예산은 충분히 늘지 않는데 인건비가 크게 증가해왔기 때문이다. 예산 증가분의 절반이 인건비에 지출되는 실정이다. 올해 국방 예산 증가율은 4%로 전년 대비 1조5352억원이 증액되었는데 이 중 46%인 7088억원이 인건비 증가분이다. 전형적인 인력 집약형 군대의 모습이다.
군 간부 한 명을 채용하면 전역 후 100세까지 군인연금을 보장해야 한다. 군인연금은 매년 큰 적자를 보이고 있다. 올해 적자도 1조3732억원에 이르는데, 국방 예산에서 전액 보전해주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더욱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부사관 증원과 수명 연장 등이 원인이다. 지금 군인연금제도를 개혁해도 효과는 20년 후에나 나타난다.
그렇다면 부대 개편과 창설에 필요한 군 간부와 첨단 장비를 정비하기 위한 부사관 부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증원이 아니라 군 구조 개편으로 해결해야 한다. 전투력 발휘에 기여하지 못하는 정원을 찾아내 조정해야 한다. 비대하고 허약하며 행정화된 군을 전투형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것이 국방 개혁의 핵심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군 간부 증원은 당장은 편하고 쉽지만 자녀 세대에 국방 예산의 경직성과 엄청난 군인연금 적자를 안겨줄 것이다.
역대 정부의 국방 개혁 작업 모두 이를 추진하려 했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성공을 위한 첫걸음을 잘 내디뎌야 한다. 그 출발은 부사관 증원이 아니라 군 구조조정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