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軍에 대한 文民 통제 보여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일(현지 시각) 국가안보회의(NSC) 기밀 유출 책임을 물어 개빈 윌리엄슨 국방장관을 경질하고 후임으로 페니 모던트 국제개발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유럽 5대 국가인 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페인에서 국방장관을 모두 여성이 차지하게 됐다. 미국에서는 여성 국방장관 전례가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독일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6년째 장수 중이다. 프랑스의 플로랑스 파를리와 이탈리아의 엘리자베타 트렌타는 둘 다 전임자에 이어 2대째 연속 여성 장관으로서 국가 방위를 책임지고 있다. 스페인의 마르가리타 로블레스는 스페인에서 역대 3번째 여성 국방장관이다.
이 외에 스위스·네덜란드·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알바니아·북마케도니아까지, 여성 국방장관을 둔 유럽 국가는 현재 총 10개국이다. 노르웨이에 여성 국방장관이 여섯 차례 탄생한 것을 비롯해 한 번이라도 여성 국방장관을 배출한 유럽 국가는 20여개국에 이른다.
여성이 국가 방위 책임자가 된다는 것은 군에 대한 문민(文民) 통제가 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성 국방장관들은 대부분 민간 출신이다. 독일의 폰데어라이엔은 산부인과 의사였고, 스페인의 로블레스는 판사였다. 프랑스의 파를리는 예산부 장관을 지냈다. 2008년 임신 7개월 때 스페인의 첫 여성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카르메 차콘(당시 37세)은 만삭의 몸으로 사열을 했다. '만삭 사열'은 군에 대한 문민 통제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자주 언급된다.
유럽에서 여성 국방장관이 많은 이유는 내각을 구성할 때 남녀 성비를 대등하게 구성하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핵심 부처에도 여성을 기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현대 국방 분야에서는 사이버 전투를 비롯해 비전통적 싸움이 자주 발생한다"며 "합의점을 찾고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해진 것이 여성의 역할이 확대된 배경"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