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반대당론 안 정하고 국방위에 맡겨놓았는데도 표결처리 시도조차 못해
이번 국회내 처리 전망엔 16명 중 11명 "어렵다", 5명은 "좀 더 지켜보자"
국회에선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이해하지 못 할 일들이 왕왕 벌어지지만 국방개혁안의 18대 국회 처리가 사실상 무산된 과정은 극히 비정상적이다.
조선일보가 8일 국회 국방위원 17명 중 16명(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제외)을 대상으로 한 전수(全數) 조사에서 11명의 국방위원이 찬성 입장을 나타냈지만 18대 국회 내 처리 전망에 대해서는 11명이 "어렵다"고 답했다. 여야 지도부는 당론을 정하지 않고 국방위에 맡겨놓았는데 여야 국방위원들은 다수가 찬성하면서도 처리를 못 하고 있는 희한한 상황이다.
국방개혁안은 각군 참모총장이 합참의장의 지시를 받아 작전지휘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상부 지휘구조 개편과 육·해·공군 간의 합동성(合同性) 강화를 위한 방안들이 담겨 있다.
◇국방위원 대다수가 찬성하는 국방개혁안
새누리당 소속 국방위원 8명과 자유선진당 국방위원 2명 등 10명(조건부 2명 포함)은 국방개혁안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동성 의원은 "지휘체계가 일원화되면 군 작전의 효율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했고, 김옥이 의원은 "각군 총장은 해당 군의 최고 전문가인데 작전에는 참여하지 않고 사무실에 앉아 인사와 군수 같은 군정(軍政)만 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그동안 유보적 입장을 보였던 국방장관 출신의 김장수 의원도 "각군 작전사령부 해체를 전작권 전환 이후로 연기하면 찬성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소속 국방위원은 5명 중 3명이 반대 입장이었고 유보와 찬성이 1명씩이었다. 육군 대장 출신의 서종표 의원은 "현 합참 편제로는 개혁안대로 해도 작전권을 제대로 운용하기 어려운 만큼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보완하는 게 맞다"고 했고, 안규백 의원은 "합참의장이 각군 총장을 작전 지휘하고 제한적 군정권까지 갖는 것은 과도한 권한 집중"이라며 반대했다. 박상천 의원은 민주당 의원 중 유일하게 찬성했다.
◇"그래도 18대 국회 땐 어렵다"
국방위원의 70% 가까이 국방개혁안에 찬성한 셈이지만 18대 국회 내 처리 전망에 대해서는 11명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좀 더 지켜보자"며 유보 입장을 보인 원유철·김동성·정미경·신학용·안규백 의원 등 5명도 "여야 간에 극적인 타협이 있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당의 반대'를, 민주당 의원들은 '개혁안 자체에 대한 논란'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새누리당 김옥이 의원은 "국방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인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법안 상정에 결사반대하는 상황에서 개혁안이 법안소위 문턱을 넘을 수가 없다"고 한 반면 민주당 서종표 의원은 "국방부의 개혁안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아 처리가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의원들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여겼다. 자유선진당 심대평 의원은 "표부터 생각하는 정치 구도에서 타협이 이뤄질 리 없다"고 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18대 국회 중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추진 동력이 떨어진 건 사실"이라고 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당 소속 국방위원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