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국부유출 막을 수 있을까

김동규 2012. 12. 24
조회수 16215 추천수 0

평행선 달리는 국방부-MS 저작권 분쟁

지난 5월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는 국방부에 무려 2,100억 원에 이르는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 내역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이 사실은 한미자유무역협정 문제와 결부돼 다수의 언론에 알려져 한동안 국방부는 해명에 진땀을 뺐다. 그러나 한 해가 끝나가는 지금도 이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MS측은 연간 130억 원어치의 정부기관용 라이선스인 GA(Government Agreement)를 맺는 조건으로 합의를 요청했지만 국방부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라며 응하지 않고 있다. 사태 초반 MS의 문제제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 했던 국방부는 “우리도 지금은 나름대로 대응책을 철저히 세웠다”며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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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국내 주요 언론에 보도된 국방부와 MS의 2,100억 원 규모 저작권 분쟁은 7개월이 지난 지금도 합의를 봤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언론 보도가 나간 후 ‘MS가 한미자유무역협정의 투자자국가소송(ISD)을 통해 국방부를 제소할 것이다’, ‘국방부는 원래 불법 소프트웨어 천국이다’, ‘경영이 어려운 MS가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다’ 등 사태와 관련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국방부와 MS 양측은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MS는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MS의 한 관계자는 지난 5월 상황에 대해 “공문 내용은 국방부가 명시된 규모의 소프트웨어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 불과”하다며 “법적으로 뭔가를 해보겠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국방부 또한 “MS의 주장이 과도한 면이 있어 확인절차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조용히 협상에 임하고 있다. 

국방부의 IT 주무부서인 정보화기획관실 담당자들과 MS의 공공사업부문 담당자들은 지난 5월 이후 수차례 만나 저작권 침해 문제를 논의했다. 이용걸 국방차관도 MS 관계자를 직접 만나 이 문제를 협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7개월에 걸친 협의에도 불구하고 현재 어떤 합의점도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이들의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MS가 요구하는 GA(Government Agreement)계약을 국방부가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MS는 연간 130억 원, 6년 간 총 780억 원의 GA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연간 130억 원만 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제품과 서버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이전의 저작권 침해도 모두 없던 일로 해주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그러나 연간 130억 원은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가 요구하는 금액 규모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협상 중이라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디펜스21 >의 취재 결과 조용한 것처럼 보이는 이들의 협상 과정 이면에는 몇 가지 급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수개월이 지나도록 협상에 진전이 없자 주한미대사관, 주한미군,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KOREA) , 미합동군사업무단(JUSMAG-K), MS 미국본사까지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 내부 허위보고로 의심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MS 사장은 사과했을까?

사건의 발단은 MS 미국 본사의 법률담당회사 커빙턴&벌링(Covington&Burling, 이하 커빙턴)이 김관진 국방장관 앞으로 보낸 공문이다. 2012년 9월 17일, 워싱턴에 본사를 둔 커빙턴사는 다니엘 슈피겔 사장 명의로 김관진 장관에게 MS의 저작권 분쟁에 관한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 내용은 MS와 국방부의 저작권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어 국방부의 정확한 입장을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커빙턴은 한국MS 법률자문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법적 분석도 언급하며 국방부의 라이선스 계약위반은 민사소송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저작권 침해에 따른 형사적 책임에도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커빙턴은 공문을 마무리하며 MS가 형사고발, 민사소송, 한미자유무역협정 관련 소송 등의 행동을 취하기를 원하는 것인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한 마디로 저작권 침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을 할 생각이 없으면 세 방법 중 하나를 골라 법정으로 가자는 말이었다. 이 공문은 성 김 주한미대사와 웬디 커틀러 미국무역대표부 대표보에게도 참조로 전달됐다. 

국방부는 이 공문을 상당히 무례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국방부 정보화기획관실의 한 담당자는 “MS도 아니고 일반 법률자문사가 장관에게 어떻게 이런 내용의 공문을 보낼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국방부는 곧 국장급 인사인 정보화기획관 명의로 회신을 보내 “커빙턴의 주장에 많은 오류가 있다”며 “대한민국 국방부는 각종 소프트웨어를 대한민국 국내법에 근거한 사업절차에 의거 구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MS의 법정행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 커빙턴사가 MS 미국본사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것을 증명하는 자료와 ▲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검토한 법률자문 자료를 회신하라고 요구했다. 이 공문에도 마찬가지로 성김 대사와 웬디 커틀러 대표보가 참조로 들어갔다. 

문제는 커빙턴이 국방부에 ‘무례한’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해 제임스 김 한국MS 사장이 국방부에 찾아가 직접 사과했다는 소문이 돌면서부터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취재 결과 밝혀진 상황은 다음과 같다. 커빙턴이 보낸 공문에는 성 김 대사가 참조로 들어가 있어 주한미대사관도 이 문제의 해결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자 미 대사관이 소속된 미 국무부에서는 주미한국대사관에 공문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질문했다. 주미한국대사관은 다시 국방부에 상황을 알아봤는데, 이때 국방부는 9월 29일 제임스 김 한국MS 사장이 직접 찾아와 무례한 공문에 대해 사과했다고 말했다. 주미한국대사관은 이 소식을 미 국무부에 전달하며 상황이 종결됐다고 전했다. 의아한 미 국무부는 이 사실을 다시 주한미대사관에 전달했다. 그러나 국방부와 MS를 모두 취재한 결과 제임스 김 사장이 국방부에 사과를 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MS 관계자가 연합사령관을 만난 이유는?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국방부와 MS 양측에 상황 설명을 요구했다. 주한미대사관으로부터 제임스 김 사장의 사과 여부에 대한 확인 요구 받은 MS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MS의 한 관계자는 “할 필요가 없는 사과를 사장이 직접 했을 리가 있나”며 잘못된 정보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정보화기획관실 담당자도 “제임스 김 사장의 얼굴도 모른다”며 사과 사실을 부인했다. 이 담당자는 “어디선가 오해가 있었을 것”이라며 잘못된 정보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제임스 김 사장이 사과를 했다는 사실은 미 국무부, 주미한국대사관, 주한미대사관 등을 통해 분명히 돌았고 정보의 최초 출처가 국방부로 의심된다는 점에서 국방부 내부의 누군가가 허위보고를 했을 개연성이 높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국MS는 커빙턴 문서가 자기들과 무관하다고 말했다”며 관련 내용을 재차 부인했다. 이에 대해 MS측은 “MS미국 본사에서 법집행을 하는 관계로 커빙턴이 공문을 보내는 것은 본사의 의지라는 설명을 했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수개월째 이어진 저작권 분쟁으로 양측 모두 민감해진 상황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건 MS와 국방부 중 한 곳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11월 중순에는 MS의 핵심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해 암참 코리아, JUSMAG-K, 주한미군, 연합사 등을 방문한 사실도 확인됐다. MS에서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이 인사는 지난 11월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한국에 머물며 주요 인물들을 만났는데 이중에는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도 포함돼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관계자이긴 하지만 민간인이 서먼 사령관까지 만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이 관계자는 태평양 주둔 미육군(USARPAC)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장교 출신으로 군과 끈끈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미 정부의 대외군사판매(FMS)와 수출승인(EL)업무를 담당하며 한국 국방부의 정책 고위직 및 조달 담당자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는 JUSMAG-K까지 방문한 사실에 비춰볼 때 이번 한국 방문이 저작권 분쟁과 무관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JUSMAG-K에 근무하는 한국인 관계자는 “JUSMAG-K는 주한미대사관 소속으로 한-미간 국방협력과 관련한 정책이 결정되면 그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는 연락관실 성격의 부서일 뿐 저작권 분쟁과는 관련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MS 관계자의 방문을 “일상적인 만남에 불과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MS는 이 관계자의 방문 목적에 대해 “영업 비밀이므로 아무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조용한 협상의 이면에 이러한 급박한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지만 양측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방부와 MS를 수차례 드나들며 양측의 입장을 들어본 결과 이들의 협상이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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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은 MS를 비롯한 다수 민간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계약을 맺어
군 시스템에는 언제나 최신 버전 소프트웨어를 유지하고 있다. © US ARMY

칼도 저작권법 적용 VS 적용되지 않아

양측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칼(CAL)이다. 칼은 ‘Client Access License'의 약자로 MS의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서버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한다. MS의 서버 소프트웨어 판매정책에 따르면 서버에 접속하는 사람 수만큼 칼을 구매해야 서버 이용이 가능하며 구매한 칼 이상의 인원이 서버를 이용하면 계약 위반으로 본다. 양측은 칼에 대한 해석으로 극렬히 대립 중인데, 이번 분쟁에서 배상 금액이 가장 큰 부분이기 때문이다. MS는 국방부가 칼을 무단으로 사용해 640억 원 어치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칼은 물리적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 일종의 논리적 권한이다. 이 때문에 현재 국방부는 칼이 저작권법에 명시된 복제, 전송, 배포 등의 행위에 걸리는 것이 없어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MS는 “칼도 칼 나름대로 전송, 복제 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며 공군이 사용 중인 ‘링크’ 오피스 커뮤니케이션 서버(OCS)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공군이 사용 중인 링크는 OCS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로 화상통화, 휴대전화 연결 등이 가능하도록 기능이 광범위하게 확장된 메신저의 일종이다. 링크도 MS의 서버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구매정책에 따라 칼을 구매해야 하는데 현재 공군은 640여 개의 칼만 도입한 채 하루 1만여 명 이상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링크는 복제나 전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국방부의 주장과 달리 메신저 소프트웨어를 클라이언트PC에 설치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복제나 전송이 이뤄진다. 국방부 정보화기획관실 관계자는 “OCS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는 MS 공식 홈페이지에도 무료로 받아갈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며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허락해 놓고는 이제 와서 저작권법으로 걸고넘어지는 건 본사 정책에도 위배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MS의 홈페이지를 확인하니 실제로 다운로드는 무료로 제공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MS에 해명을 들었다.

“물론 홈페이지에 무료로 받을 수 있는 OCS 관련 소프트웨어들이 많다. 그러나 자세히 확인해보면 알겠지만 그 소프트웨어들은 업데이트 프로그램이나 추가 툴 정도지 링크 구동 소프트웨어 자체는 없다. 구동 소프트웨어는 서버를 구매할 때 일부 패키지를 제공하거나 파일로 전달해 주는데 공군은 이걸 구매한 칼 숫자 이상 복제해서 쓰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OCS와 관련해 국방부는 MS와의 협상에서 불리해진 탓인지 공군에 OCS 폐기 명령까지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정보화기획관실 관계자는 “운용 현황을 파악하고 불법인 경우 폐기하라고 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공군은 OCS를 폐기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공군은 2012년 초 OCS 칼을 적법한 규모 내에서 구매하기 위해 MS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예산 문제로 한꺼번에 전체 사용자에 해당하는 칼을 구매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먼저 1,000개 정도만 구매한 후 점차 늘려나가겠다는 의견을 MS측에 전달했으나 현재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MS 관계자에게 논의가 중단된 이유를 묻자 “공군이 국방부로 칼 구매예산 승인을 요청했는데 위에서 거부한 것 같다”고 밝혔다. MS측 주장에 따르면 공군이 무단 사용한 OCS 칼은 27억 원어치다. 다른 저작권 침해 부분에 비하면 매우 적은 금액으로 공군은 소규모 구매를 시작으로 차차 개선할 의지가 있지만 국방부는 이를 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보화기획관실 담당자는 용어를 정확히 써 달라며 “칼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 주장대로라면 민사상 배상 책임은 인정되는 것이고 MS가 주장하는 배상액을 지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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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와 국방부의 분쟁은 한-미 간의 통상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백신 서버, 누구 말이 맞나?

MS가 주장하는 저작권 침해 금액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것은 백신 업데이트 서버에 관련된 칼이다. 백신 업데이트 서버는 국방부가 보유한 19만 여대의 컴퓨터가 모두 접속하기 때문에 칼도 그만큼 필요하기 때문이다. MS는 백신 업데이트 서버에 사용된 SQL 서버 칼에 대한 배상비용으로만 48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주장하고 있다. SQL 서버는 일종의 데이터베이스로 모든 사용자들의 정보를 담고 있어 백신 업데이트 요청이 들어올 때 사용자를 인증해주는 역할을 한다. 모든 사용자가 인증받아야 하기 때문에 다른 서버와 달리 국방부의 모든 컴퓨터가 접속할 수밖에 없다는 게 MS의 주장이다. 

국방부는 그러나 “백신 업데이트 서버에 모든 컴퓨터가 접속하는 것은 아니다”며 MS의 주장을 일축했다. 국방부 주장에 따르면 클라이언트PC가 바이러스 업데이트 서버에 접속하는 건 맞지만 SQL 서버와 사용자 사이에 걸친 업데이트 서버까지만 접속할 뿐 SQL 서버에 직접 접속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사용자 인증도 업데이트 서버가 대신해 주기 때문에 사용자가 SQL에 접속할 일이 없다는 것. 그러나 MS측은 업데이트 과정에서 사용자 인증을 위해 SQL 서버 접속이 분명히 이뤄지기 때문에 모든 사용자가 SQL 서버에 접속한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은 양쪽의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어 IT전문가 집단이나 다른 백신업체가 검증해주지 않으면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취재 결과 MS는 국방부에 IT전문가 실사를 요구했지만 국방부가 이를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국방부는 현재 이용하는 백신 업데이트 서버는 MS사 제품이 아니라 리눅스 기반 서버이기 때문에 칼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방부의 바이러스 백신사업 제안요청서에서 서버는 반드시 국정원이 보인안증한 제품만 탑재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문제가 있다. 안랩의 V3 등 지금까지 군에서 사용하는 백신은 모두 MS사의 서버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보안인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정보화기획관실 관계자에 질문하니 국방부가 계약을 맺어 전군이 사용 중인 바이로봇 백신도 리눅스 인증을 받은 제품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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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사이버안전센터(service1.nis.go.kr)의 IT보안인증 사무국에 게시된 바이로봇 백신
 리눅스로 인증받은 제품은 2012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관계자가 직접 보여준 국가사이버안전센터 IT보안인증사무국의 인증제품 목록에는 분명 리눅스 인증을 받은 바이로봇 인터넷 시큐리티 소프트웨어가 있었다. MS가 칼 추가구매를 요구할 명목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인증제품목록을 상세히 살펴본 결과 바이로봇의 리눅스 인증은 2012년 1월 4일에 이뤄진 것으로 이전에는 리눅스 인증을 받은 적이 없었다. 적어도 2012년 1월 4일 이전에는 MS 서버를 기반으로 보안인증을 받았고 이를 사용했다는 것을 자인한 셈. 국방부가 굳이 예산을 들여가면서까지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던 MS 서버를 포기한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국방부가 보안을 이유로 MS의 실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리눅스 서버를 쓰는지 안 쓰는지도 확인할 길이 없다. 

모든 사용자의 SQL 서버 접속 여부가 명확히 가려질 때 국방부는 어쩔 수 없이 MS가 요구하는 비용을 배상해야만 할 상황이다. 2012년 1월 4일 이전에는 모든 백신 업데이트가 MS사의 SQL 서버를 기반으로 이뤄졌다는 건 감출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있더라도 칼을 MS판매방침과 다르게 해석하는 국방부가 딱히 배상을 고려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KMA용 칼 구매할 수밖에 없어

또 다른 쟁점은 C4I 단말기의 키관리서버(KMA)다. 등록된 사람만 사용해야 하는 C4I 단말기의 사용자 인증을 받기 위해 접속하는 KMA서버는 현재 모두 MS의 서버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작동된다. 여기에도 반드시 국정원이 보안인증한 제품만을 사용해야 하는데 현재 MS사의 제품만 인증받았기 때문이다. 인증 장비인 KNA-02 규격서에도 서버는 MS 제품만 사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백신 업데이트 서버와 달리 사용 서버가 명백한 KMA서버는 최소 13,000개가 넘는 칼을 모두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국방부 담당자에게 KMA서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묻자 “협의를 통해 해결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담당자는 향후 “KMA서버를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한데 이 작업은 국방부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군이나 정보기관에서 사용하는 보안장비는 모두 국정원에서 제작하는데 C4I에 관련된 장비들도 마찬가지다. 국방부가 KMA서버를 바꾸고 싶어도 국정원이 허락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 국가사이버안전센터가 보안검증한 암호모듈에도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보안 위험성 때문이다. 특히 국정원의 암호 알고리즘인 아리아(ARIA)를 데이터베이스 서버에 탑재할 기술을 가진 소프트웨어 업체가 MS밖에 존재하지 않아 국방부가 KMA서버를 바꿀 방법은 현재로선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국방부는 여러 면에서 불리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칼이 저작권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배상할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MS가 제시한 GA 계약금액인 연간 130억 원도 산정 기준이 부당하다며 거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외교통상부, 문화관광부, 대법원, 대검찰청, 법무부, 방위사업청을 비롯한 다수의 정부기관이나 지자체들도 MS와 GA를 맺고 있는데, 칼과 소프트웨어를 일일이 구매하는 것보다는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서울시청도 MS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바람에 GA계약을 끊어버렸고 경찰청도 버티는 중이다”고 말하며 MS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MS는 “서울시청은 지금도 GA계약을 유지 중이며 내년 재계약에서 예전보다 더 큰 규모로 GA를 연장할 예정이다. 경찰청도 긍정적으로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과연 어느 쪽의 말이 맞을까? 

국부유출 막을 수 있나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현재 국방부가 칼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만 인정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그러나 국방부 담당자는 “칼은 절대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며 완강히 버티고 있다. 또한 계약위반은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MS 관계자는 “국방부 주장이 맞는다면 우리와 GA계약을 맺은 여러 정부기관들은 왜 굳이 저작권법에 저촉되지도 않는 문제를 고려해 계약까지 맺었을까?”라며 반문했다. 국방부와 MS 양측은 모두 이 문제가 지속될 경우 결국 법정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국방부 담당자는 “반드시 소송으로 해결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군인으로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하기 때문에 소송 대응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MS측에 자신 있다면 왜 소송을 걸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는지 묻자 “본사에서 이미 지난 9월 17일에 보낸 커빙턴 공문을 통해 국방부에 소송 의향을 물었는데 회신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답변했다. 만약 양측의 협상이 결렬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법정에서 국방부가 승소한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국방부는 지금까지 써오던 대로 MS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MS가 승소할 경우에는 심각한 수준의 국부 유출이 우려된다. 저작권 침해분에 대한 배상금과 소송 관련 비용을 다 지급하고도 앞으로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할 MS의 소프트웨어와 칼을 또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상금을 뺀 추가 구매 규모만 MS 추산으로 6년 간 최소 1,600억 원에 달한다. MS가 제시한 6년간 GA 계약 금액 780억 원의 두 배가 넘는다. 국방부 정보화기획관실 담당자는 “우리는 국민의 세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이 말이 지켜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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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디펜스21+ 기자
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경상도의 모 대도시에서 20년을 보냈다.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이메일 : ppankku@gmail.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sem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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