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기지가 남긴 지워지지 않는 흉터

김동규 2013. 0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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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유발한 환경오염 피해에 시달리는 필리핀 

영화 <괴물>은 미군이 무단으로 버린 독성 화학물질로 인해 돌연변이 괴물이 된 물고기가 주인공이다. 봉준호 감독은 2006년 7월 영화개봉 당시 한 영화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영화의 배경에 대해 “2000년에 벌어진 맥팔랜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혔다. 맥팔랜드 사건은 2000년 7월 13일 환경보호단체 녹색연합이 “2000년 2월 9일 미군이 용산 미군부대 영안실에서 시체를 방부 처리하는 데 쓰는 포름알데히드 수용액 20상자를 한강으로 방류했다”고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영안실의 부책임자였던 미국인 맥팔랜드는 한국인 군무원에게 막말까지 하며 방류를 지시했다고 한다. 이 군무원이 세 달 뒤 상부에 방류 사실을 보고했을 때 미군 측은 “물에 희석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포름알데히드는 성인 남자가 7그램 정도만 섭취해도 목숨이 위태로운 독극물이다. 이를 동맹국 수도의 강물에 대량으로 방류하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미군의 환경의식으로 인해 한반도 곳곳은 오염으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주한미군기지에서 발생한 환경오염사고는 총 47건이고 그중 29건은 기름유출이다. 미군이 사용하는 지하유류탱크가 낡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용산과 군산 기지는 2회 이상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심각한 오염이 발생해도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는 미군에 적극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 주둔군지위협정(SOFA)에도 오염원인 제공자에 대한 명확한 책임 규정이 없다. 같은 기지에서 사고가 재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군기지가 위치한 지역 곳곳은 환경오염에 시달리고 있고 주민들의 저항도 끊이질 않는다. 지난 9월 평택시가 수행한 환경오염 조사에 따르면 평택 미군기지 이전지역에서 반출된 토양에 기준치를 초과한 카드뮴과 니켈이 검출됐다고 한다. 2011년에는 한 퇴역 미군의 증언으로 미군기지 내 고엽제 매립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부평 미군기지 맹독성 폐기물 처리 진상조사 인천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중금속과 다이옥신이 검출된 기지 주변 지역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정화를 촉구하고 있다. 최근 강원도 원주시는 2008년 3월 발생한 캠프 롱 기름유출 사건에 대한 복원비용 청구소송에서 최종 승소하기도 했다. 


해외주둔 미군기지에는 미국 본토의 엄격한 환경오염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미군들은 독성 폐기물 등을 적절한 처리과정 없이 버리는 경향이 있다. 1901년부터 미군기지가 들어서기 시작한 필리핀은 미군의 오랜 주둔으로 인해 발생한 광범위한 환경오염으로 미군기지가 철수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각종 오염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1월 29일 오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에서 만난 코라존 파브로스 전쟁중단동맹 필리핀 공동의장은 미군기지가 철수한 자리에 남은 흉터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차분히 설명해줬다. 코라존 씨가 알려준 필리핀의 현실은 미군기지가 국토 곳곳에 자리 잡은 한국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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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한강에 독성물질을 무단 방류한 
맥팔랜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괴물>
 
세계 최대 해외 미군기지 철수하다

고된 일정으로 피곤할 텐데 이른 아침부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인터뷰에 앞서 코라존 씨 소개를 부탁드린다. 

내 이름은 코라존 파브로스(Corazon Fabros)이고 필리핀에서 왔다. 현재 전쟁중단동맹 필리핀(Stop the War Coalition Philippines)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핵 없는 필리핀의 공동의장도 겸하는 등 여러 비정부기구에 관여하고 있다. 내가 속한 단체들은 군사기지문제, 핵문제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전쟁중단동맹은 필리핀의 미군기지와 사법 이슈들에 많은 관심이 있는데 팔레스타인, 오키나와, 괌, 강정 등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세계 여러 지역의 평화 문제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꼭 필리핀 문제가 아니라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여성 인권에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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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라존 파브로스(Corazon Fabros) 

핵 없는 필리핀 연대(Nuclear Free Philippines Coalition) 전 사무총장으로 필리핀에 핵발전소 건설을 막는 성공적인 캠페인을 이끌었으며 필리핀 미군 기지 폐쇄를 요구하는 캠페인 주도.

-전쟁중단동맹 필리핀 공동의장 
-아시아유럽민중포럼 평화안보 실무그룹 아시아 담당 
-시민평화감시단 공동의장 
-핵 없는 필리핀 공동의장 


필리핀에 미군기지가 들어서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필리핀과 미군기지의 역사에 대해 알려 달라. 

먼저 2012년은 미국이 필리핀에서 모든 군사기지를 철수하겠다고 밝힌 지 20년이 되는 해라는 걸 밝힌다. 1947년에 체결한 미-필리핀 군사기지협정이 만료된 해인 1991년 9월 16일 필리핀 상원은 새로운 협정 체결을 거부했는데 일년 뒤인 1992년 모든 미군이 철수하며 군사기지도 폐쇄됐다. 1901년부터 필리핀에 있던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주둔 미 해군기지와 공군기지가 폐쇄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우리는 1898년 6월 12일 독립하기 전까지 350여 년간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다. 조상들은 독립을 위해 오랜 시간 힘겹게 싸워왔는데 미국이 필리핀 땅을 밟은 후에야 스페인을 몰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독립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우리는 다시 미국의 식민지가 됐다. 미국은 필리핀은 물론 괌, 푸에르토리코, 하와이 등도 침략했다. 미국은 스페인이 만든 군사기지를 다시 자신들의 기지로 고쳐 썼고 규모는 더 확장됐으며, 필리핀은 곧 미국이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군사 요충지가 됐다. 그때부터 많은 군사기지들이 필리핀 곳곳에 생기기 시작했다. 

가장 큰 기지는 수빅만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다. 이외에도 여러 기지들이 있는데 작은 주둔지 규모의 기지를 뺀 주요 기지는 총 7개였다. 거의 한 세기 동안 필리핀에 주둔하던 미군기지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미군의 군사활동 중심지였으며 각 기지마다 고유 기능을 보유하고 있었다. 

7개 기지마다 고유 기능이 있다는 말인가? 

앞서 말한 수빅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부터 설명하겠다. 클라크 공군기지는 총면적이 4,440헥타르로 싱가포르와 맞먹는 넓이의 땅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미군기지로도 이름을 떨쳤다. 이 기지는 미 공군이 사용하는 250만 갤런에 달하는 석유, 윤활유 등을 저장하고 있었다. 또한 200,000㎡에 달하는 거대한 무기고를 보유하고 있는 기지이기도 했다. 수빅 해군기지는 1884년 스페인이 처음으로 만들었는데 1904년 미국이 이곳을 빼앗았다. 수빅 해군기지의 가동률이 최고조일 당시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보급창이었으며 매달 백만 배럴에 달하는 연료를 취급했다. 

또한 아시아 지역에 배치된 모든 미국 함정을 수리할 수 있는 주요 선박 수리시설로도 활용됐다. 베트남전, 한국전쟁, 이라크전 등에 참가했던 배들이 모두 이곳에서 기항하며 수리나 보급을 지원 받았다. 수빅에도 300여 개의 무기고가 있다. 다른 기지들도 고유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존헤이 공군기지의 경우 통신, 훈련뿐만 아니라 휴식과 오락에 특화된 곳이다. 캠프 월레스 공군기지는 훈련과 통신을, 산 미구엘 해군 통신기지국은 이름처럼 통신에 특화된 기지였다. 그밖에 미 해군 라디오 방송국, 오도넬 전송국 등이 있다.  

존헤이 공군기지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 휴식과 오락 기능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말 그대로 놀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존헤이는 고급 주거 시설과 잘 다듬어진 골프 코스를 가지고 있는데, 북쪽 산악지역에 위치해 풍광도 좋다. 조용한 지역이라 지친 군인들이 쉬기에는 최적의 장소라고 보면 된다. 이밖에도 클럽, 바, 카지노 시설이 들어서 있어 놀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병사들도 가끔 오긴 하지만 주로 간부들을 위해 마련된 시설이다. 존헤이 기지 주변 거리는 군인들이 놀기 위한 시설들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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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20일 필리핀 예인선을 따라 수빅만으로 들어오고 있는 미해군 에식스 상륙함 
© US NAVY, Petty Officer 2ND CLASS MARK R. ALVAREZ 

공해병 앓는 정착민들

조금 방향이 다른 질문일 수도 있지만, 존헤이 기지 주변에 성적 쾌락을 위한 시설들도 있었나? 한국도 예전에는 기지 주변에 ‘기지촌’이 형성돼 많은 여성들이 성매매에 종사했다. 특히 군사정권 시절에는 국가가 개입해 많은 여성을 성매매 종사자로 전락시켰다. 

물론이다. 모든 군사기지 주변에는 자동으로 그러한 시설이 따라온다. 왜냐하면 군인들이 그런 시설이 주는 쾌락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즐거움을 통해 그들은 전쟁터에 나갈 힘도 얻고 스트레스도 해소한다. 혈기왕성한 남성 군인들은 대부분 여성과의 하룻밤 관계를 원하는데 이것은 매우 일상적인 일이었다. 누드쇼를 보며 여성의 나체를 탐닉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욕망 때문에 많은 필리핀 여성들이 강간당하고 성적으로 학대당했다. 죄를 저지른 미군이 법정에 선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필리핀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면 미군은 합의금을 주거나 해당 군인을 다른 지역으로 전출시켜버렸다. 한국으로 오키나와로 혹은 본국으로 간 그들을 필리핀 법정에 세우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들이 명백한 유죄라도 말이다. 

필리핀 여성과의 관계를 통해 2세를 낳는 경우도 있다. 한국도 예전에 이런 문제들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태어난 아이들은 그들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필리핀을 떠나기 때문이다. 태어난 아이들은 필리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생김새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차별에 시달리기도 한다. 다른 필리핀인과 달리 피부가 하얗거나 검다. 그래서 이들은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입으며 자란다.  

한국도 예전에는 그런 문제가 많았다. 물론 성폭행과 같은 범죄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필리핀에 주둔하던 미군이 철수한 기지 주변은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들었다. 마찬가지로 한국이 앓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미군 기지가 있던 지역은 심하게 오염돼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군이 철수하기 전까지는 그들이 우리 땅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텐데 미군 기지는 출입이 강력히 통제된다. 심지어 필리핀 정부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곳이 미군 기지였다. 이 때문에 사전에 어떤 조사활동을 벌일 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들이 철수한 후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수빅 해군기지에서 미군이 철수한 후 기지 안팎에 흐르는 강의 지류와 강 주변에 거주하는 마을사람들에게서 희귀질병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클라크 공군기지 통신센터에 정착한 사람들은 식수의 맛이 이상하고 기름이 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병에 걸리기 시작하자 필리핀 비핵동맹 산하 미군기지정화위원회가 해당 지역의 보건 관련 사건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각종 질병의 발병률이 상당히 높은 것이 명확해졌고 독극물 전문가, 전염병 전문가를 포함한 전문가 단체가 환경과 주민들의 건강상태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다. 

수빅 해군기지 주변 강의 지류는 사람들이 목욕도 하고 수영도 하는 삶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그곳에 유독성 폐기물이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려졌다. 클라크 공군기지 주변의 정착민들을 위해서는 203개의 우물 펌프가 설치됐다. 그러나 정착민들은 그곳이 미군이 차량을 운용했던 수송부 근처라는 사실을 몰랐다. 차량을 세척하기 위해서는 강한 독성을 지닌 화학약품을 사용하는데 미군은 약품을 그냥 땅에 버린 뒤 철수할 때는 시멘트로 덮어 은폐했다. 그 결과 미군기지 주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각종 암과 피부병에 시달렸다.  

구체적인 오염 피해 사례들을 알고 싶다.

세계보건기구는 1993년 미군기지내에 수질오염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기지 매립지에 유독성 폐기물을 포함한 다량의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으며 산업 폐수, 오염된 하수 등이 정화 작업을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수빅만으로 흘러들어갔다고 한다. 여기서는 필리핀 국내 기준을 초과한 중금속, 살충제, 납, 수은, 비소, 석면 등이 발견됐다. 이후 필리핀 보건부는 1995년 클라크 지역 내 우물에서 가져온 물 표본에서 다량의 기름성분을 발견했다. 

또한 캐나다 전염병학자인 로잘리 베르텔이 1998년 밝혀낸 바에 따르면 클라크 지역 13개 공동체에서 굉장히 높은 비율로 신장 질환이 발견됐다고 한다. 1992년 필리핀 탐사보도센터는 수빅에 주둔하던 미 해군이 아무런 제재 없이 산업용 유독성 화학물질을 계속 버렸다고 주장하는 한 예비역 해군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렸다. 당시 이 예비역은 배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미국이 독성 물질과 폐기물을 반복적으로 버리고 씻어냈는지 자세히 회상했다. 

미군기지정화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다량의 수은이 수빅만 침전물에서 발견된 것을 밝혔다. 벤젠, 톨루엔, 크실렌 등 가솔린에서 발견된 오염 물질은 큰 문제였다. 벤젠은 백혈병, 재생 불량성 빈혈, 염색체 이상, 골수 퇴화와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 톨루엔은 신장과 간을 손상시키고 태아를 죽인다. 크실렌은 신경계에 장애를 일으키는데 피해자들은 성인이 돼도 마치 갓 태어난 아기처럼 자기 몸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 

그린피스 독성감시단은 마발랏캇 지역에 있는 변압기가 폴리염화비페닐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폴리염화비페닐은 1987년부터 OECD 국가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독성 물질인데 미군은 이를 변압기에 이용해왔다. 폴리염화비페닐에 노출되면 적은 양이든 많은 양이든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 태아의 체중을 줄이고 조산을 유발하며 지적 능력까지 영향을 끼친다.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피부병에 걸리고 각종 암도 유발한다.    

평화 위해 지속적 연대 필요
 
미국 정부가 그러한 환경오염 피해에 대해 보상한 적이 있나?

공식적으로 미국 정부에게는 주민들에게 보상을 제공할 책임이 없다. 왜냐하면 군사기지협정을 통해 법적 책임을 면제받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지를 떠나기 전 정화활동을 성실히 펼쳤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오염지역을 시멘트로 덮는 식으로 눈속임만 하고 떠난 경우가 많았는데도 말이다. 미국의 연방법에는 ‘슈퍼펀드법’이라는 환경법이 존재하는데 이 법에 따른다면 미군은 오염된 필리핀의 땅을 정화하고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은 미국 영토 안에서만 적용되는 법이고 버려진 미군기지는 미국 영토가 아니기 때문에 소용없었다. 

12년 전 클라크와 수빅에 거주하던 수백 명의 주민들이 미국과 필리핀 정부를 상대로 동시에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미군기지정화위원회는 유독성 폐기물 피해자들과 관련해 272개의 사건을 기록했다. 피해자들이 기지 지역 정화를 요구하고 질병과 죽음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필리핀과 미국 정부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피해자들에게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았다. 오늘날 피해자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사이버사진2. 코라존파브로스.JPG

심각한 문제다. 미국에 대한 필리핀인들의 감정이 좋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은 효순이미선이 사건 이후 격렬한 반미 바람이 불었다. 필리핀도 마찬가지인가?

한국과는 다르다. 필리핀인들은 친미성향을 가지고 있다. 우리를 스페인의 지배로부터 구해줬기 때문에 보호자이자 동반자 같은 감정을 갖고 있다. 환경오염과 각종 범죄가 벌어져도 감정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는다. 또한 기지는 철수했지만 소규모 임시 주둔지에 미군들이 많이 머물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임시주둔지라고는 하지만 오랜 시간 여러 부대가 돌아가면서 머무는 경우가 많은 데도 말이다.

평화 운동가들의 국제연대에서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들었다. 코라존 씨는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한국 정부의 최우선 고려사항이 그들의 시민이 아니라는 걸 잘 보여준다. 내가 본 강정마을 사람들과 평화 활동가들은 매우 평화적인 방법으로 저항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을 힘으로 짓누르고 많은 사람들을 체포해간다. 한국인이건 외국인이건 강정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우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놀랍다. 여러 아시아 국가의 평화 운동가들이 강정을 지원하고 지켜보고 있다. 강정마을은 더 이상 한국만의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연대는 매우 중요하다. 제주해군기지가 완성되면 그곳은 한국 해군만을 위한 기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명백하다. 나는 강정마을의 투쟁에 지지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평화운동가로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평화를 위해 한 마디만 부탁드린다.

2012년 1월 미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 전략 가이드는 21세기 미국의 개입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미 국방부의 가장 큰 함대와 군사력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배치될 것이다. 또한 중국을 둘러싸고 중국의 주요 방어 거점으로 군사력을 재배치할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계획을 막기 위해 일본, 필리핀, 미국 사람들이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투쟁을 계속해 나가고 국제 연대를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의 지속적인 연대와 헌신적인 노력이 우리가 가슴 깊이 원하는 진정한 평화를 이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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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디펜스21+ 기자
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경상도의 모 대도시에서 20년을 보냈다.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이메일 : ppankku@gmail.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sem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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