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행동반경 확대, 공중급유가 유일한 방안?

김동규 2013. 04.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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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행동반경 확대, 공중급유가 유일한 방안?
전투기 작전 효율성 증대 위해 가용 방안 모두 동원해야

앞서 살펴본 공중급유기 도입의 필요성과는 별도로 전투기의 행동반경을 넓히는 방법으로 외부연료탱크 확장이 있다. 특히 소형 전투기의 특성상 주익에 많은 연료를 탑재하기 어려워 주익에 장착하는 370갤런(1,400리터)짜리 외부연료탱크에 의존하는 KF-16은 연료탱크를 600갤런(2,200리터)으로 확장해 체공시간을 대폭 증가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한국 공군도 2011년경 외부연료탱크 확장을 검토했지만 도입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공군이 공중급유기 도입에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계획을 포기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군은 논의를 중단한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투기의 전투행동반경이나 체공시간을 늘리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하늘에서 직접 급유하는 공중급유기가 가장 좋겠지만 이것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외부연료탱크를 달아 연료탑재량을 늘릴 수도 있고 무장을 적게 달아 연료 소모량을 최소화 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어느 방법이든 공중급유기보다는 효율성이 떨어진다. 외부연료탱크는 연료탑재량을 획기적으로 늘려주지만 지상에서 전투기가 부담해야할 최대이륙중량에 포함돼 이륙 시 극심한 연료소모를 유발하고 비행 중인 전투기를 뒤로 미는 힘인 항력도 증가한다. 무장을 적게 다는 방법은 한 번 출격으로 최대한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전투기의 작전효율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다. 동체에 컨포멀탱크(CFT)를 장착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항력을 증가시키고 개조에 어려움이 있다. 역시 공중급유기가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그 동안 공군은 공중급유기가 필요한 여러 가지 이유를 제시해왔는데 다른 효과도 있지만 전투기의 전투행동반경과 체공시간 증가가 가장 큰 목적이었다. 언론에 알려진 전투기의 전투행동반경은 최대치일 뿐 임무 형태, 장착 무장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공중급유기를 이용하면 공중에서 얼마든지 연료를 재보급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한반도 전장에서는 전투행동반경에 구애받지 않고 작전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그러나 공중급유기 도입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차선책이라도 고려해 외부연료탱크 확장과 같은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독도 작전이 10분도 어렵다는 KF-16은 현재 양 날개에 370갤런 외부연료탱크를 장착하고 있는데 이를 600갤런으로 확장하면 공중급유기만큼의 효과는 없지만 체공시간을 두 배 가까이 늘릴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공군도 이러한 사항을 충분히 검토했지만 도입은 추진하지 않았다.

사진2. 이스라엘.jpg

▲ 600갤런 외부연료탱크 동체 컨포멀 탱크를 장착하고 비행 중인 이스라엘 공군의 F-16


엘빗 시스템즈, “작전 효율성과 비용을 동시에 절약”

F-16 계열 전투기에 장착하는 600갤런 외부연료탱크는 이스라엘 공군의 작전 요구에 따라 최초로 개발됐다. 이스라엘 방산업체 엘빗 시스템즈가 개발한 600갤런 탱크‘사이클론’은 F-16 블록 10, 15, 30, 40, 52에 장착할 수 있다. KF-16은 블록52에 속해 확장이 가능하다. 주요 운용 국가로는 미국, 일본, 태국, 그리스, 포르투갈, 싱가포르가 있다. 엘빗 시스템즈는 이들 국가가 외부연료탱크를 확장해 전투행동반경이 35%~45% 정도 늘었고 초계시간도 최고 40% 이상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600갤런으로 확장한 전투기는 전투초계비행(CAP)임무에서 두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투초계비행은 적의 공중침투가 예상되거나 공중활동이 증가하는 경우 전투기를 공중 대기시켜 침투해오는 적기를 요격하는 임무로 이륙한 전투기는 최대한 오래 공중에 머무르며 전방을 감시해야 한다. 연료탑재량이 많아야 유리한 임무인 셈이다. 또한 연료탑재량이 늘면 전투기 출격 횟수도 줄어들기 때문에 비용이나 작전 효율성 측면에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엘빗 시스템즈 측에 KF-16 외부연료탱크를 600갤런으로 확장했을 경우 기대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수치 자료를 요구하자 이들은 독도 전투초계비행 임무를 기준으로 직접 시뮬레이션한 자료를 보내왔다. 시뮬레이션에 사용된 항공기는 F-16 블록 50이고 초계 시 저공비행으로 시속 480노트(시속 약 889km)를 유지했으며 공대공 무장 2500파운드(약 1,100kg)를 장착하고 출격했다. 이를 근거로 엘빗 시스템즈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KF-16도 체공시간은 35~45%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대지 임무 반경도 50% 증가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들은 또 이렇게 확장된 능력을 통해 한국 공군이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엘빗 시스템즈가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충주에서 출격할 경우 독도 초계는 370갤런 탱크로 15분이 가능하고 600갤런 탱크로는 38분이 가능했다. 서산에서는 370갤런 탱크로 18분, 600갤런 탱크로는 41분이 산출됐다. 만약 24시간 동안 독도를 초계할 경우를 보면 충주는 370갤런 탱크로 192대의 전투기가 필요하고 600갤런 탱크로는 76대가 요구된다. 서산에서는 각각 160대, 70대라고 한다. 엘빗 시스템즈는 F-16의 시간당 비행 비용을 15,000달러로 잡았는데 600갤런 탱크를 사용했을 경우 충주 출격 시 하루 125시간의 임무 시간이 절약돼 180만 달러, 서산 출격 시 96시간을 절약해 144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놨다. 

공군, “효율성 적고 항공기 수명에 영향”

물론 이러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KF-16을 기준으로 수행한 것이 아니고 시간당 운용비용도 한국 공군의 현실과는 달라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제시된 수치들의 비율을 통해 600갤런 외부연료탱크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참고자료로는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군도 전투행동반경을 넓히고 평시 체공시간 증가를 위해 다방면에서 600갤런 탱크를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도입까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먼저 실제로 600갤런 탱크의 장착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이유다. 공군은 600갤런 탱크를 장착하면 연료탑재량이 늘어난 만큼 전투기 중량도 증가해 이륙 시 활주거리가 길어진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륙 시 전투기의 추력을 증가시키기 위한 애프터버너 사용 시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연료소모가 극심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문제는 기존 370갤런 탱크보다 부피가 커진 탓에 공중기동 시 저항력이 커져 더 큰 추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 이 때문에 연료탑재량을 증가시킨 효과가 줄어들게 된다는 의미다. 공군은 긴급한 상황에서 무거운 탱크가 민첩한 전투기동의 제약을 가져오는 점도 강조했다. 공군은 또 무거워진 외부연료탱크가 항공기 수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이를 판단한 근거로 ‘미 공군의 경우 F-16 전체 임무 중 600갤런 탱크를 장착하고 할 수 있는 임무가 5% 정도이고 기골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는 내용이 담긴 F-16 제작사 록히드 마틴의 영향성 평가보고서(2010)를 제시했다. 공군은 “미 공군도 에드워드 기지에서만 시범적으로 운영했으나 현재는 600갤런 탱크 장착임무를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공군이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때 600갤런 탱크는 위급상황 시 투하가 불가능해 확장해선 안 된다는 문제도 제기된 바 있다. 전투기는 초계임무를 수행하다 적기와 조우할 경우 급격한 전투기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외부 연료탱크처럼 당장 전투에 불필요한 것들은 버리고 싸움에 임한다. 만약 투하가 불가능한 외부연료탱크라면 당연히 도입하지 않아야 생존성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1. UAE공군.jpg
▲ 아랍에미리트 공군이 도입한 F-16F는 동체 양쪽에
컨포멀탱크(CFT)를 장착해 항속거리를 40% 이상 늘렸다.

공중급유기와 탱크확장 병행해야

실제로 KF-16을 조종했던 한 예비역을 만나 600갤런 탱크에 대한 의견을 묻자 공군 입장과는 조금 다른 발언을 들을 수 있었다. 우선 기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물론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연료를 가득 채우면 기골에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기골에 무리가 좀 간다고 해서 전투기가 당장 주저앉는 건 아니다. 가뜩이나 체공시간이 짧은 KF-16이 전투초계임무가 많은 실전에서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연료탱크 확장이 필요하다. 평시에는 연료를 가득 채우지 않고 훈련하고 전시에 100% 활용하면 된다고 본다. 그리고 기골 문제는 지상에서 고려할 사항이고 공중에서는 양력을 받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는 애프터버너를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도“전투기 조종 경험으로 볼 때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반론했다.

민첩한 기동에 제한이 된다는 의견에는 “어차피 전투기동 때는 370갤런이든 600갤런이든 긴급 투하부터 실시하기 때문에 적절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문제가 제기된 긴급투하 불가 여부에 대해서는 “투하가 불가능하다면 도입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600갤런 탱크가 투하가 불가능한지 엘빗 시스템즈에 질문하자“긴급 투하는 가능하며 만약 불가능하다면 애초에 이스라엘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도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업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공군이 말한 기동성 제약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일각에서는 공군이 공중급유기 도입논리에 영향을 끼칠까봐 연료탱크 확장을 추진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KF-16 조종사 출신 예비역은 “공중급유기 도입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은 사전에 억제하는 게 공군으로서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이라며 “공군 출신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엘빗 시스템즈의 시뮬레이션대로라면 KF-16의 독도 초계 능력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평양 이북 작전도 원활해지기 때문에 탱크 확장이 공중급유기 도입 논리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엘빗 시스템즈 관계자는 공중급유기 도입과 탱크 확장은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모든 KF-16의 외부연료탱크를 확장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공군이 도입하려는 공중급유기 4대로는 130여대의 KF-16을 모두 지원할 수 없으니 공중급유기 도입과 탱크 확장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한다.”

업체가 제시한 자료들은 대부분 전투초계비행 임무에 집중돼 있었다. 전면전이나 국지도발 발생 시 전투초계비행 임무를 맡는 것으로 계획된 전투기에만 탱크 확장을 적용한다면 공중급유기 도입을 발목잡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감안하면 공군이 KF-16의 외부연료탱크 확장을 다시 한 번 검토할 여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가의 전투기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게 공군에게도 이득이 아닐까. 물론 그들의 최우선 목표는 20년 숙원인 공중급유기 도입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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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디펜스21+ 기자
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경상도의 모 대도시에서 20년을 보냈다.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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