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인터뷰>를 리뷰하다

이규정 2015. 01. 30
조회수 17568 추천수 0
  역사에 남을 ‘표현의 자유’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소니픽쳐스사의 <더 인터뷰> 해킹 사건과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엡도> 테러 사건이다. 프랑스에서는 이 테러사건을 규탄하기 위해 무려 370만 명이 가두시위를 벌였다. <더 인터뷰>는 소니픽쳐스 온라인영화 사상 최고액인 3천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북한이 소니를 해킹했다’고 발표하면서 <더 인터뷰>는 ‘표현의 자유’의 상징이 됐다.
그런데 숭고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기 위해 영화를 보려다가는 실망할 수도 있다. 억압받는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B급’이라기에도 민망한 작품성 때문이다. 영화는 김정은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리는지, 그가 얼마나 자격 없는 최고지도자인지 밝히는 데 열중하기 보다는 어떡하면 억지로라도 사람들을 웃기려는 데 더 혈안이 돼 있다. 제작진의 빈곤한 창작력은 김정은이 인터뷰 도중 대변을 보는 바보로 만드는 데까지 간다. <더 인터뷰>는 미국내 널리 퍼진 우스꽝스러운 독재자 김정은의 이미지를 코메디로 만들어 팔아먹으려는 상업 영화다. 이것이 오바마 행정부가 <더 인터뷰>를 통해 쟁취하려는 ‘표현의 자유’ 다.
 
 북한 군인들이 봉기를 결심한 이유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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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큰 일 사건’을 계기로 북한 정부는 붕괴 된다
 
  김정은 암살의 명분? 간단하다. 김정은을 인터뷰하는 데이브(제임스 프랭코 분)가 말하듯이 “김정은은 빈 라덴, 히틀러와 같”기 때문이다. 사상 최악의 테러리스트와 독재자의 결합, 김정은에게 덧씌워진 무시무시한 이미지다. 김정은 암살 지령을 내린 CIA 요원의 발언에는 디테일이 있다. CIA 요원은 “김정은은 자국민을 고문하고 굶어 죽이는 사람이다. 그는 미국 서부를 날릴 핵무기를 갖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대외적으로 ‘악의 축’이건만 데이브 일행을 따라 북한 내부를 들여다보니 허점이 많다. 우선 김정은의 ‘똥’이다.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이 항문이 없는 줄 안다. “위대한 영도자님은 대소변을 보지 않아요. 열심히 일해서 에너지를 내부적으로 소모하기 때문이죠. 항문도 없습니다” 데이브 일행의 평양 안내를 맡은 박숙인 대외연락부 직원의 어처구니없는 전언이다.
  게다가 알고보니 김정은은 ‘미 제국주의’의 유명 여가수 케이티 페리의 팬이며 농구를 사랑한다. 실제로 유년시절 스위스에서 공부한 김정은은 서양 대중문화에 익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데이브 일행은 김정은과 가까워지는데 문화적으로 이질감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이런 취향은 유년시절의 상처였다. 독특한 문화적 취향 때문에 김정은은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그는 가족들 몰래 케이티 페리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달랬다.
  데이브가 아버지에 대한 김정은의 복합한 감정을 건드리고 김정은 유년기의 주제가라 할 수 있는 케이티 페리의 노래를 부른다. 김정은은 그만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흘리고 아이처럼 엉엉 운다. 그리고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울던 김정은은 갑자기 바지에 ‘거사’를 치른다. 김정은 인터뷰를 시청하고 있던 전국의 북한 주민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김정은을 보고 패닉상태가 된다. 판문점의 북한군인은 “우리하고 똑같지 않습네까!”라고 소리를 지르고 상관과 동료들을 밀친다. 결국 이들은 김정은 우상화의 허상을 깨닫고 봉기하기에 이른다. 훗날 역사는 이를 ‘똥 혁명’으로 기록할 것이다.
 
마이클 무어까지 ‘영화 보고 ‘표현의 자유’ 수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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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 트위터 갈무리(@MMFlint)
 
  매진! 사람들은 뭘 볼 수 있는지, 볼 수 없는 지 검열 받는 걸 싫어한다.
 
  <더 인터뷰> 흥행의 일등공신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와 오바마 대통령이다. 소니픽쳐스가 극장테러 위험 때문에 ‘개봉 무기한 연기’를 결정한 다음날, FBI는 소니 해킹이 북한소행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몇 시간 뒤 오바마 대통령은 ‘비례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가기관과 대통령까지 나서면서 이 영화는 거대한 상징성을 얻었다. B급 코미디 영화가 갑자기 ‘표현의 자유’ 상징이 됐다.
<화씨9.11> 등 비판적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 온 마이클 무어 감독은 지난해 12월26일 자신의 트위터에 “매진! 사람들은 뭘 볼 수 있는지, 볼 수 없는 지 검열 받는 걸 싫어한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그가 트윗과 함께 올린 극장 전경 사진을 보면 ‘검열은 없다(No Censorship)’이라는 홍보문구가 있다. 미국에서 이 영화가 소비되는 방식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에릭 슐츠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영화를 상영하기로 한 소니의 결정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대통령이 명시했듯이, 미국은 자유로운 발언과 예술에 있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 소니의 이번 결정과 그에 따른 극장들의 참여는 국민들에게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줄 것이다. 우리는 상영을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선택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다는 비판도 있다. 2012년 미국 영화제작사 콘트라필름은 영화 <레드 던>을 제작하며 중국을 미국의 적국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중국 측의 항의에 제작사는 부랴부랴 북한으로 적국을 바꿨다. 미국 게임 개발사 카오스 스튜디오가 2013년 제작한 게임 <홈프론트>도 같은 이유로 북한이 주적이 됐다. ‘표현의 자유’보다 무시할 수 없는 중국의 시장성 때문이다.
미국 내 평단도 이 영화가 ‘표현의 자유’ 상징이 될 만큼 훌륭한 영화인지에 의문을 던졌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평론가 베스티 샤키는 ‘인터뷰’에 대해 “거칠고 무례한 영화”라면서 “적당히 재미있지만 대단한 영화는 아니다”라고 평했다. <뉴욕포스트>의 새라 스튜어트는 “이렇게 이야기해서 유감이지만 풍자 영화로서 이 영화는 기대했던 것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이규정 디펜스21+ 기자 okeygun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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