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중심 문화가 한국군 진화를 멈추게 했다!

김종대 201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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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군 국방개혁의 변화와 지속>의 저자 권영근 박사

사진2.JPG » 권영근 박사 (예비역 공군 대령)

<한국군 국방개혁의 변화와 지속-818계획, 국방개혁 2020, 국방개혁 307을 중심으로>(연경문화사, 2만5천원)은 세 번의 한국군 국방개혁을 비교분석하여 우리나라 국방개혁의 성공과 좌절을 다룬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의 818 군제개혁,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국방개혁 2020, 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국방개혁 307이다. 주요 국방개혁이 있을 때마다 개혁을 주도한 핵심인물들이 있다. 권영근 박사는 이들을 일일이 인터뷰하여 국방개혁의 큰 밑그림을 파헤치며 시대에 따라 달라진 국방개혁의 속살을 헤집는다. 본지는 권 박사의 저서 출판에 즈음하여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jdkim2010@naver.com)

52명의 키 플레이어를 인터뷰

사진1.jpg » <한국군 국방개혁의 변화와 지속>은 세 번의 한국군의 국방개혁을 비교부석하여 우리 국방개혁의 성공과 좌절을 다룬다.

- 국방개혁에 관한 책은 많지만 이렇게 여러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각 시대별로 국방개혁의 원형(prototype)을 비교분석한 책은 드문 형편이다. 매우 어려운 작업으로 보이는데 어떤 동기로 집필을 하게 되었는가? 

= 연세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논문으로 국방개혁을 선택했다. 이미 1999년에 문정인 교수로부터 내가 국방개혁 문제를 연구한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논문을 써 보라고 조언을 해주더라. 그 때부터 시작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내가 가진 문제의식은 818 군제개혁, 국방개혁 2020, 국방개혁 307 등 역대 정권이 국방개혁 할 때마다 꼭 나타나는 현상, 즉 국방개혁의 결과 왜 육군의 몸집이 커지느냐는 것이다.

국방개혁을 처음 시작할 때는 그렇지 않지만 추진 과정에서는 꼭 육군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다보니 처음 국방개혁을 시작한 대통령의 의도와는 다르게 국방개혁이 진행되더라는 점이다. 그 이유가 뭐냐? 이걸 파헤치고 싶었다. 

- 많은 인물들을 인터뷰하여 발로 쓴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몇 명이나 인터뷰하였는가?

= 핵심 키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는 인사가 52명이다. 실제로 접촉은 100명 이상했으나 상당수가 인터뷰 거부하거나 꺼렸다. 그 중 동의한 사람만 했다. 818의 경우 노태우 대통령 청와대의 김희상 장군, 윤일영 장군이 있고, 각 군의 대표로 해군은 이기정, 윤광웅 제독, 육군은 이석복, 용영일, 조영길, 김관진 장군, 공군은 조건원, 이선희 장군 등이 있다. 2020은 국방부에서 자문을 했던 황병무 교수, 청와대의 이종석 NSC 사무차장, 임춘택 행정관, 박선원 비서관, 국방부 차원에서 김경덕 장군, 공군 진호영 장군 등이 있다. 307의 경우 선진화위 이상우 위원장, 김태우 박사, 공군의 조원건 장군 등 핵심 멤버들이다. 

307에서 참여는 했으나 이름을 노출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인터뷰를 안 하려는 사람들은 주로 육군이 많았다. 주로 “인터뷰하면 문제가 있다, 통합군으로 가야 하는데. 하려면 조용히 해야지 외부로 알려지면 혼란이 우려된다”는 입장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익명으로 인터뷰한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반대로 이름을 꼭 내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름을 밝혀달라는 분은 통합군 문제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분들이다. 그런가 하면 818 당시 통합군 주장자가 지금에 와서는 입장을 바꾼 사람도 있다.

미국 이론 베끼는 데서 군제가 시작

-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각주만 모아서 읽어도 재미가 있었다. 결국 통합군과 그에 대한 반대로 여론이 양분되는 게 가장 뚜렷한 현상인 것 같다.

이 책은 통합군, 단일군, 합동군이라는 걸 외국의 문헌을 통해 정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개념이 대부분 정리되었으므로 앞으로 군의 상부구조 논쟁은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런 면에서 나의 책이 기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통합군은 육군 중심 단일군을 의미했다. 육군 중심 비대칭 구조로 가게 된 배경은 1954년 한미합의의사록이다. 여기에서 국군 72만 중 육군 66만, 해군 1만6천, 해병대 5천, 공군 1천600명으로 상한선을 정해버렸다. 

1955년에 개교한 국방대 안보과정 1기생들은 당시 우리사회 최고 엘리트들로 영어도 잘했는데, 그 사람들이 그 즈음 미국에서 진행되던 군 구조논쟁을 주목했다. 미국 잡지도 보고. 우리가 어떤 조직을 가질 것인가를 고민했다. 1957년도 그 사람들 논문이 3개 나왔다. 그 중 2개가 통합군 주장이고, 1개가 통제형 합참의장제였다. 그런 것들이 나왔는데 이게 군제 이론이 없는 상황에서 나오다보니 후에 육군 기득권 유지 방향으로 전개된다. 

그렇게 한번 육군 중심 개념이 형성되면 흔히 말하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이 형성되어 바꾸기가 어렵다. 이 때 육군이 보기에는 공군은 1만 명밖에 되지 않아 군대도 아니었다. 같이 대등하게 대화할 상대가 안 된다는 인식이다. 해군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우리 군 내부에서 1950년대 이후 장교들이 군제 개편과 관련해 50여편 논문을 썼고 10여 차례 논쟁이 있었다. 그러면서 계속 육군 중심 문화가 형성되어 갔다. 

사진4.jpg » 육군은 전쟁은 육군이 수행하고 해군과 공군은 지원한다는 생각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미군의 이라크 침공 모습

- 각 시대별 국방개혁의 차이를 말해 달라.

= 서구 사회에서 여러 전쟁을 통해 얻은 결론이 있다. 군 구조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단일군이라는 점이다. 미 해병대의 예를 보자. 미 해병대는 한국 공군보다 막강한 항공력, 지상전력, 함정을 다 갖고 있다. 그러나 해병대 밑에 육해공군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한국의 육해공군이 미 해병대처럼 단일의 목적을 향해 움직이는 군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것이 단일군이다. 가장 극단적인 형태다.

반면에 각 군을 따로 두고 잘 협조해야 한다는 합동군 생각도 있다. 노태우 대통령의 경우 818에서 최초에는 단일군으로 가려 했다가 추진 과정에서 뒤로 처져 통합절충형이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반대로 3군 균형을 표방한 합동 쪽으로 가다가 뒤로 후퇴한 합동절충형, 이명박 대통령은 통합군을 주장했는데, 많은 반대가 있었으나 그대로 국무회의 상정했다가 무산되었다. 

- 왜 그렇게 변질되었나? 유니폼 문화, 정서적인 이유는 없는가? 

= 한국군의 단일군 논쟁, 통합군 논쟁은 문화와 관련 있다. 육군은 자신들이 전쟁에 자신이 하고 해공군은 지원한다고 말한다. 그게 국방개혁에서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미 육군의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미국 의회는 예산으로 군을 통제하는데, 각 군에서는 공히 예산을 많이 따기 위해 나름대로 논리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공중전은 주로 공군이 하고 해전은 해군 혼자 한다. 그런데 육군은 혼자 하는 작전이 없다. 원정을 하려면 해공군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게 바로 육군이 전쟁을 하고 해공군이 지원한다는 육군의 예산확보 논리인데 이걸 한국 육군이 수용했다.

그런데 한국은 육군이 절대 다수이기 때문에 먹혀 든다. 그래서 지난 60년간 모든 문서체계는 전쟁은 육군이 하고 해공군이 지원하는 것으로 하고, 군제도 단일군 주장으로 갔다. 군의 조직문화가 육군 위주로 비대칭구조를 이루면서 한국군 문화를 형성한 것이다. 

한국군, 지식 발전이 봉쇄됐다.

- 어떤 잘못된 문화가 발전을 저해했나?

= 아무리 악기가 좋으면 뭘 하나? 연주를 잘해야지. 소프트웨어, 즉 개념, 교리, 전략이 없으면 무기체계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 모든 게 문화에 기반한다. 그런데 한국군은 새로운 개념, 교리와 같은 지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하드웨어의 문제가 아니다. 80년대 당시부터 북한보다 훨씬 예산을 많이 썼는데 어떻게 하드웨어 문제인가? 한국군의 문제는 문화의 문제, 교리와 전략과 지식의 문제다.

- 교리와 전략개발을 안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 육군 교리만 있으면 되니까 개념적인 건 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2010년에 합동성 토론회가 첫 번째로 개최된 이후 몇 차례 토론회가 있었다. 그 당시 “오늘 이후로 합동의 문제가 나오지 않도록 하자”고 합참의장이 발언한 바 있다. 그런데 이후 토론회에서 다루어진 주제들을 보면 ‘입체고속기동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은 주제, 즉 육군이 싸우는 데 어떻게 해공군이 지원할 것이냐는 문제만 토론했다. 아주 지엽적인 문제들이고 실제로 합동의 문제를 다루는 토론이 아니다. 

북한 특수전 대비는 주로 육군이 하는 것. 그런 건 쟁점이 아니기 때문에 토론할 필요가 없다. 쟁점은 공군과 육군, 육군과 해군 등 각 군 사이에 작전지역 넓히는 게 타당성이 있는지, 중첩을 해소하는 방법이 있는지와 같은 문제여야 한다. 우리의 경우 육군이 작전지역을 넓히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논문이 없다. 합동의 문제를 토론하려면 합동교리가 각 군의 교리와 상충되는 요인이 없는지를 토론해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 육군이 일방적으로 한다. 그래서 발전이 안 된다. 

- 육군 위주의 잘못된 권력관계 때문 아닌가?

= 논의라는 건 논의대상을 선정하는 것이다. 그 선정을 육군이 하지 않나? 최근에는 사이버전, 대특수전, 해상을 통한 침투 등 지엽적인 문제를 주로 토론을 한다. 옛날에는 합동이라면 2개군 이상이 몸을 맞대는 걸 합동이라고 했으나 오늘날 전쟁은 모든 것이 합동이다. 즉 지엽적인 문제를 토론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서해에서 벌어지는 남북의 교전을 보면 해군 혼자 하는 것 같지만 육군과 공군도 비상이 걸린다. 상황이 악화되면 출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투 할 때 외손으로 치더라도 오른 손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합동의 문제다. 이 문제는 바로 권력관계를 바꾸어야 해결이 된다. 국방부와 합참의 각 군 직위는 1:1:1로 가야한다. 국방장관도 문민화해야 한다.  

사진3.jpg » 프랑스 클레망소 수상은 "전쟁의 문제는 너무 중요해 군인들에게만 맡길 수은 없다"라고 말했다.

- 이 책은 누가 읽어야 하나?

= 프랑스의 클레망소 수상은 “전쟁의 문제는 너무나 중요해서 이걸 군인들에게만 맡길 수 없다”고 했다. 국방은 군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치권력과 국가의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군인만이 아니라 청와대와 국회에 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본다.


권영근은?

국방개혁 전문가이다. 연세대학교 정치학 박사, 미 오레건주립대학 전산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공군대령(예), 공군사관학교 교수, 국방대학교 합동교리실장, 국방과학연구소 데이터통신실장, 한국국방연구원 객원연구원을 역임했다, 현재 공군발전협회 연구위원과 국방전문가포럼 회원, 한국국방개혁연구소 소장으로 재임중이다. 『21세기 전략기획』 등 40여 권의 군사 서적을 번역했고, 『합동성 강화 :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본질』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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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월호 표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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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일했습니다. 또 국무총리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국방부 정책보좌관 등으로 일하며 군 문제에 관여해 왔습니다.
이메일 : jdkim2010@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nd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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