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 시급 459원, 기껏해야 껌 한 통 값

김동규 2011.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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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역특례자는 월 100만 원 이상, 형평성에도 어긋나
 “100번 삽질해도 100원, 10번 삽질해도 100원” 자조
 

 
 지난해 8월 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2년 최저 임금은 시간당 4,580원이다. 4,580원으로는 서울 시내에서 짜장면 한 그릇 사먹기 힘들다. 한 시간 뼈 빠지게 일해도 밥 한 그릇 제대로 먹을 수 없는 현실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이보다 더한 현실은 최저임금의 절반도 못 받고 복무하는 병사들이 시급으로 짜장면은커녕 라면 한 봉지 살 수 없다는 점이다.
 
 육군 모 부대에서 근무 중인 김 상병은 군 복무의 대가로 매달 93,700원을 받는다. 노동계에서 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에 따라 주당 44시간을 일한다고 계산했을 때 시급은 415원, 일급은 3,317원 꼴이다. 음료수값, 과자값, 생필품값, 담뱃값 등 김 상병이 한 달간 지출하는 비용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김 상병은 가끔 돈이 부족해 집에 손을 벌리기도 한다. 군대까지 와서 집에 의지하는 것이 부끄러워 어떻게든 소비를 줄여보려는 김 상병은 외출이 두렵다. 소대 단합 차원에서 당구 한 판 치고 소주 한 잔 하다 보면 한 번 나갈 때마다 2만 원씩은 쓰고 돌아온다. 월급의 약 20%가 하루만에 날아가는 셈이다. 게다가 요즘 군 생활을 열심히 하는 후임들이 기특해 매점에서 과자를 몇 번 사줬더니 잔고가 빠른 속도로 0에 가까워진다.

사진1.JPG

  
 바깥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창구인 전화비라도 남기려면 어쩔 수 없이 집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요즘은 수신자 부담으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면 욕부터 나오기 때문에 반드시 나라사랑카드를 긁어야 한다. 수년 전 군대를 다녀온 선배들은 수신자 부담으로 잘만 걸던데, 군인을 대우해주지 않는 세상이 야속하기만 하다.
 
 당구 한 판 치고 소주 한 잔 하면 월급의 20%, 외출이 두려워
 
 김 상병은 처음으로 나간 9박 10일짜리 일병 휴가 때 친구 만나는 데 쓰라며 용돈 10만 원을 건네는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요즘 일병 월급이 8만 원이 넘는다며? 군대 좋아졌다. 나는 4천 원도 못 받았는데 말이다. 그 돈이면 먹고 싶은 과자 못 사먹는 일은 없겠다. 군대 좋아졌네.”
 
 김 상병은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좋아졌다는 군대에서, 아버지보다 20배나 많은 월급을 받는 자신은 왜 항상 부족한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입대 전에는 학교 수업을 들으며 아르바이트를 해도 적게나마 용돈은 벌었다. 고깃집 불판 닦는 아르바이트를 하루 네 시간씩 5일만 하면 지금 월급보다 많이 벌 수 있었다.
 짧은 22년 인생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 지금, 김 상병은 3만 원만 입금해달라며 집에 전화를 걸고 있다.
 
 2011년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공무원 봉급표’에 나와 있는 병사 월급은 이등병 78,300원, 일등병 84,700원, 상등병 93,700원, 병장 103,800원이다. 병장은 시급 459원, 일급 3,674원을 받고 일하는 셈이다. 시급 459원으로는 기껏해야 껌이나 막대 사탕 몇 개만 살 수 있다. 군대 밖에서는 최저 시급으로 밥 한 끼 못 사먹는다고 아우성인데, 병사들 시급으로는 라면 한 봉지도 사먹을 수 없다.
 
 앞서 소개된 김 상병의 아버지가 복무하던 1981년 국군 일병은 월급으로 3,000원을 받았다. 당시 서울 지하철 1호선 요금은 100원, 짜장면 한 그릇은 500원 정도였다. 짜장면 값과 비교해 봤을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10년 뒤인 1991년 국군 일병은 약 두 배 정도 오른 6,500원을 받았다. 이때 짜장면 한 그릇은 1,200원. 액수는 올랐지만 짜장면 값과 비교해 보면 외려 월급이 줄어든 셈이다.
 
 병사 월급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때는 참여정부가 들어서고 난 후부터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병사 월급은 상병 기준 20,900원에서 88,000원으로 한 정권 안에서만 4배가 넘게 올랐다. 참여 정부 이전 10년 동안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올랐다고 볼 수 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참여정부의 이러한 병사 월급 인상에 대해 “대한민국 최초로 병사 출신 대통령이 나온 덕분에 병사들 월급이 대폭 오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 정부에서는 지난 4년간 상병 기준 88,000원에서 93,700원으로 올라 인상폭이 만 원도 되지 않는다. 
  
 2020년 상병 기준 152,000원까지 인상 계획, 그땐 물가도 덩달아…
 
 국방부는 병사 처우 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월급을 인상할 계획을 갖고 있다. ‘11-’15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병사 월급을 매년 5%씩 인상해 2020년까지 상병 기준 152,000원까지 인상할 계획이라고 한다. 1970년 800원에 불과했던 상병 월급이 50년 만에 무려 190배나 오르는 셈. 5% 인상률은 지난 10년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인 3.2%를 훌쩍 넘는 수치다.
 
 

계급별 사병봉급추이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봉급

병장

19.6

21.9

23.1

34.0

44.2

72.0

88.6

97.5

97.5

97.5

103.8

상병

17.7

19.8

20.9

30.7

39.9

65.0

80.0

88.0

88.0

88.0

93.7

일병

16.0

17.9

18.9

27.8

36.1

58.8

72.3

79.5

79.5

79.5

84.7

이병

14.8

16.5

17.4

25.6

33.3

54.3

66.8

73.5

73.5

73.5

78.3

인상률,%

46

12

5

47

30

63

23

10

0

0

6

                                                                                                                                                                                                                        

출처 : e-나라지표 계급별 사병봉급 추이[단위 : 천원]

 

   그러나 월급이 수십 배 오른다고 해도 애초에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힘든 수준의 금액을 받아왔기 때문에 현역병들이 월급 인상을 피부로 느끼기는 힘들 듯하다. 육군 모 부대에 근무 중인 현역 일병에게 상병 월급 152,000원이 충분한 액수라고 보는지 묻자 “2020년이면 물가도 그만큼 오를 텐데 152,000원은 지금 받아도 모자란 금액”이라며 “충분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e-나라지표(http://www.index.go.kr)’에 공시된 ‘계급별 사병 봉급 추이’ 자료에 따르면 국방중기계획에서 152,000원이란 금액을 산정한 이유는 ‘병영생활에서 필수적으로 쓰이는 최소한의 비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자료에는 또 2008 군인복지실태조사에 나온 병사들의 월 지출액 평균이 나와 있는데, 상병 기준 평균 지출액은 126,097원으로 국방부가 인상하고자 하는 월급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동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월급이 지급돼 온 원인이 여기에 있다. 일정한 산정 기준에 따른 게 아니라 그동안 병사들이 적은 월급에 맞춰 근근이 써왔던 최소비용이라는 기준에 맞춰 월급을 책정하다보니 한 시간 일해도 껌 한 통밖에 사먹을 수 없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사실상 군에서 지급하는 월급은 일을 한 대가로 받는 임금이 아니라 군것질하라며 주는 용돈에 가깝다.
 
 국방부가 2009년 6월 발행한 <군인복지기본계획>에도 병사 월급 인상에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계획서에는 “현실에 맞게 단계적으로 인상 하겠다”며 병사 월급 인상을 약속하고 있지만 세부 계획은 없다. 구체적인 계획을 알기 위해 국방부 측에 ‘현실에 맞게’란 어느 정도 금액을 말하며, ‘단계적’으로 인상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얼마 정도로 보고 있는지 질의했지만 답변은 없었다.
 
 ‘작업 장려금’ 받는 교도소 수형자도 군대보다 훨씬 많아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병사 월급의 문제점 중 하나로 형평성을 지적했다.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한 청년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손해를 본다는 것.
 
 “현역 병사의 월급은 방위산업체 등에서 일하는 병역특례자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 특례자와 현역병은 국방의 의무를 동일하게 수행하고 있지만 월 100만 원 이상을 받는 특례자와 월 10만 원을 받는 현역병을 비교해보면 누가 봐도 현역병이 손해를 보고 있다. 헌법 39조 2항에는 ‘누구든지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현역병이 과연 형평성에 맞는 대우를 받고 있는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병역 특례자뿐만 아니라 군 면제자들과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다. 학업이나 경제활동을 중단하지 않고 이어나가는 면제자들과 달리 현역 복무자들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입대해야 한다. 월급 10만 원은 이들이 잃은 기회비용을 보상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사진2. 대만군.jpg
징병제인 대만군은 월급이 4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수형자도 경우에 따라 현역병보다 월급을 받는다.
 
 형이 확정된 수형자는 교도소 내에서 반드시 노동을 해야 한다. 노동의 형태는 교도소 내 쓰레기 정리부터 민간기업에 나가 외부작업을 하는 것까지 다양한데, 모든 작업에는 ‘교도작업특별회계 운영지침’에 따라 일정 금액의 ‘작업 장려금’이 지급된다. 청소를 하거나 교육을 받는 비생산작업은 장려금이 하루 최대 1,100원으로 적은 편이지만 생산작업은 등급에 따라 하루 최대 15,000원까지 지급된다. 외부 통근을 하며 민간에 나가 작업을 하는 경우 최소 일급이 1만 원으로 가장 많은 일급을 받는 병장에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간 청년들이 범죄자보다 적은 월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휴가 나오면 답 없어 집에 손 벌려…발열팩 등 개인 훈련용품도 벅차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행한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외)는 병사들의 월급에 관한 다양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설문 항목 중 현역병을 대상으로 현재의 월급으로 군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1316명 중 67.2%가 당시 월급으로는 군 생활을 하기 힘들다고 답변했다. 불편하지 않다고 응답한 병사는 11.8%에 불과했다. 2005년 병사 월급은 상병 기준 39,900원이었다.
 
 6년이 지나 상병 월급이 두 배가 넘은 지금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예비역들을 상대로 조사해 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비교적 최근 전역한 예비역 20명을 대상으로 군 복무 중 월급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는지 질문하니 16명이 불편했다고 답변했다. 이들은 주로 간식비와 휴가비에 월급을 지출했다고 한다. 특히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더욱 쪼들리는 생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2009년부터 정부의 금연정책에 따라 면세담배 보급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흡연자가 한 달에 한 보루만 피워도 월급의 최소 25%에 이르는 돈이 담뱃값으로 지출되기 때문에 비흡연자에 비해 더욱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
 
 조사에 응한 예비역 20명 중 12명은 부대에서 집으로부터 돈을 받아쓴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부대 내에서는 따로 돈을 받지 않았다는 8명 중 4명도 휴가 기간에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받았다고 밝혔다.
 
 “부대 안에서 아껴 쓰며 버틴다고 해도 휴가를 나오면 답이 없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도 풀어야 하고 애인과 친구들도 만나야 하는데 모아 놓은 월급은 거의 없다. 결국 집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한 번에 적어도 10만 원 이상 받은 것 같다.”
 
 훈련 때 사용하는 발열팩이나 손전등, 깔창 등을 사비로 구입하느라 돈이 부족했던 경험을 털어놓는 예비역도 있었다. 지난 1월 육군 이기자부대를 전역한 이모 씨(23)는 “남들은 담뱃값도 모자라다고 하는데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발열팩, 손전등, 깔창 등 훈련에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도 벅찼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보급 물량이 부족해 개당 2,000원이 넘는 발열팩을 스스로 구입해 사용한 것.
 
 간부들은 초과근무수당이라도 받지만 밤샘하건 주말에도 일하건…
 
 이밖에 월급이 부족해서 힘들었던 이유로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그대로라서’, ‘먹는 거라도 잘 먹고 싶은데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면 항상 부족해서’, ‘휴가 나갔을 때 쓸 돈이 없어서’ 등이 있었다. 의무경찰 출신 예비역 김모 씨(23)는 “의경은 같은 계급의 군인보다 월급을 2만 원 정도 더 받지만 군대와 달리 사회 물가로 물건을 사기 때문에 특히 더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매일 일을 하면서도 먹고 싶은 것조차 원하는 대로 못 먹어 힘들어하는 현상은 마치 군대판 ‘워킹푸어’를 연상시킨다. 물론 군에서는 하루 세 끼를 빠짐없이 제공하고 컵라면, 빵 등의 간식을 정기적으로 지급하지만 신세대 장병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예비역들에게 현재 지급되는 병사 월급이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지도 질문해 봤다. 20명 중 18명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국군기무사령부에서 근무했던 예비역 이모 씨(22)는 “병사 월급이 하는 일에 비해 형편없이 적다”며 “적어도 60만 원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군 이기자부대 출신 정모 씨(23)도 “사회에서 우수한 인력들을 데려다 쓰면서 월급을 이 정도 수준으로 주는 건 너무하다”고 말했다.
 
 월급 수준이 적절치 않다고 답변한 예비역들은 대부분 ‘하는 일에 비해 적게 받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는 예비역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한 채 군 복무를 마쳤다’고 여기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병사들은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도 전혀 받지 못한다. 간부들은 근무시간을 초과한 근로에 대해선 초과근무수당으로 보상받는다. 그러나 병사는 행정 문서를 밤늦게까지 작성하건 주말에도 일하건 정해진 월급만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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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SMC


근무 부대를 밝히길 거부한 예비역 김모 씨(27)는 “간부들이 실제로 근무하지도 않고 위병소 일지에 퇴근시간을 가짜로 적는 방법으로 초과근무수당을 받아가는 광경을 많이 봤다”며 “병사들은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이 한 푼도 없으면서 월급마저 쥐꼬리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낮은 월급은 장병들의 사기 저하에도 일조하고 있다. 군대에는 “백번 삽질해도 100원, 열 번 삽질해도 100원”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 말은 병사들의 사기에 월급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육군 출신 예비역 김모 씨(28)는 “월급이 10만 원도 안 되는데 위에서는 이것저것 시켜대기만 하니 짜증만 늘고 의욕이 떨어진다”며 군 복무시절을 회상했다.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처럼 최저 임금을 적용하는 건 무리” 주장도
 
 이러한 병사들의 처우를 노동계에서는 어떤 시각으로 볼까? 병사들의 일급에 가까운 최저 시급 4,580원도 적다며 인상을 주장하는 노동계에서 볼 때 월급 10만 원은 ‘노동 착취’에 가깝다. 한 노동 운동가는 “매일 일정 시간 결코 가볍지 않은 강도의 노동을 제공하면서도 간식비에 불과한 월급을 받는 병사들의 처우는 두말할 것 없이 부당하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황희남 청년유니온 홍보팀장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병사 월급을 단계적으로 올려서 최저임금은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팀장은 “최저 임금은 노동자가 스스로 이보다 적게 받겠다고 거부할 수조차 없는 법적 권리”라며 “노동 강도가 센 군인은 최저 임금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군인은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와 똑같은 최저 임금을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주장도 있다. 한 의경 출신 예비역은 “군에 돈을 벌러 가는 것이 아니라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최저임금까지 받을 생각은 없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조성주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도 “현재 경제활동 통계에서 군인은 수형자와 함께 생산가능인구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로 못 박는 건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생산가능인구란 노동경제용어로 ‘경제활동이 가능한 연령의 인구’를 뜻한다. 한국에서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대상이 되는 만 15세 이상 인구가 해당한다. 여기에 현역 군인 및 공익근무요원, 전투경찰, 형이 확정된 교도소 수감자, 외국인은 제외된다.
 
 홍원표 진보신당 정책연구위원은 “군인은 사회구성원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무작정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 위원은 이어 “군인이 노동자의 범주에 들지 않더라도 안보라는 공공재를 생산하기 위해 이들이 일정 수준의 노무를 제공하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며 “이들이 군 복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군인의 경우 안보를 수호하는 직업 특성상 법적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를 이유로 ‘노동의 정당한 대가’마저 부정당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안보 위해 노동력 제공하지만 노동가치 산출 기준조차 없어
 
 조성주 팀장도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예로 들며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전업 주부도 재화를 생산하는 경제활동에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지 않지만 이들의 노동 가치를 평가해 일정한 금액으로 산출한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 있는 상태다. 군인도 전업주부와 마찬가지로 재화를 직접 생산하지는 않지만 안보를 제공해 국가의 안정적인 경제활동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2001년 4월 김태홍 여성개발원 수석연구위원이 주도한 ‘여성의 무급노동평가와 정책화 방안’ 연구 보고서는 전업주부 한 명의 가사노동 월 평균 가치를 최저 85만 6천 원에서 최고 102만6천 원으로 산출하고 있다. 일정한 기준을 통해 산출한 전업주부의 노동 가치는 이들의 상해보상, 이혼시 재산분할, 사회보험료 산정 등에 이용된다.
 
 국가 안보를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병사들에 대해선 이런 방식으로 노동 가치를 산출한 시도가 전무하다. 이들의 복무 대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기준이 없는 까닭에 최저 임금이 그 기준을 대신해 왔지만 항상 군인이 노동자냐 아니냐는 문제에 부딪혀 난파되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한홍구 교수는 “한국의 특수한 안보환경 속에서 병사 월급을 노동 문제로만 접근할 경우 자칫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고 복잡해질 수 있다”며 “군 복무를 노동이라 보고 최저 임금을 주장하기 보다는 병사들에게 정당한 복무 대가를 줘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2년 헌신 대가인 군 가산점제도 위헌…‘군대에서 썩는다’ 말 나와
 

 

사진4.jpg


 

국방의 의무는 흔히 ‘신성함’으로 포장되곤 한다. 과연 예비역들은 국방의 의무를 신성한 것으로 여기고 있을까? 예비역들에게 군 가산점 제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공무원 응시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라고 미리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20명 중 3명을 제외하곤 모두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이들에게 군 가산점제가 필요한 이유는 한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보상’이다. 2년 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헌신한 대가를 위헌 결정이 난 가산점 제도를 통해서라도 받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득이 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렇듯 과자값에 불과한 병사 월급은 예비역들이 군 복무를 ‘박탈감’으로 다가가도록 만들고 있다. 병역을 신성한 의무로 포장한다 해도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기피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고위층의 병역 기피로 국민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생활도 불가능한 월급으로 2년을 버티라며 희생을 요구하는 현실은 병역을 도저히 신성한 의무로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든다. 외려 ‘신성함’보다는 예비역들이 장난삼아 말하는 ‘군대에서 썩는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군대에서 썩는다”는 발언을 하자 격노했던 예비역 장성들은 현역 시절 병사들의 월급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을까. 이들은 군인의 사기 증진을 이유로 직업군인의 열악한 복지와 군인연금 등에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적은 월급 때문에 사기가 바닥을 기는 병사 월급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증거는 군 내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병사들의 월급이 물가 상승률조차 반영하지 않은 채 수 십년간 묶여있었다는 점이다.
 
 병장 월급이 처음으로 천원을 넘긴 것은 1971년이다. 이후 1만원대에 이르기까지는 21년, 10만원대에 진입하기까지는 무려 40년이 걸렸다.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썩는다’고 표현했다며 발끈했던 예비역 장성들의 현역 시절, 병사 월급은 논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4성 장군 출신들도 하지 못한 일을 병장 출신 대통령이 해낸 셈이다.
 
 인권 위에 안보가 군림하던 세태도 영향, 군복에도 기본권은 있다
 
 그동안 병사 월급이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유지돼 왔던 데는 인권 위에 안보가 군림하던 세태도 영향을 끼쳐왔다. 특히 군 수뇌부는 헌법학이나 행정법학에서 이미 낡은 이론으로 취급하고 있는 ‘특별권력관계론’에 사로잡혀 병사들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있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0년 ‘군인의 인권 보장을 위한 기본원칙과 방향’ 논문에서 “군은 사회와 달리 명령과 복종을 생명으로 하는 특수한 조직임을 근거로 군인에 대한 포괄적인 인권 침해를 ‘특별권력관계론’으로 정당화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 주장의 근거는 2008년 벌어진 불온서적 사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군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기본권이 무시될 수는 없다. 1995년 헌법재판소는 교도소의 서신검열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에서 “과거에는 특별권력관계의 속성을 중시하여 수용자의 기본권을 소홀히 하고 수용자를 교정행정의 객체로 파악하는 경향이 짙었으나 오늘날은 수용자도 일반국민과 같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한 주체로 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송기춘 교수는 군인도 이 판례를 적용할 수 있다며 “더 이상 군의 특수성을 근거로 인권을 배제하거나 현실을 정당화 할 목적으로 특별권력관계론을 주장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일한만큼 돈을 받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다. 안보를 이유로 범죄자만도 못한 월급을 주며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군대의 특수성을 반영한 현실’이 아니라 기본권을 짓밟는 착취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2012년 국방예산안에서도 60만 대군의 80%를 차지하는 병사 인건비는 전체 인건비의 겨우 5.7%를 차지하고 있다. 창군 이래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청춘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국가에 공짜로 바쳐가며 안보를 지탱해 왔다. 때로는 목숨을 걸면서, 때로는 영영 불구가 되면서 말이다. GDP 1조 달러가 넘는 나라, 국방예산이 30조 원이 넘는 나라의 청년들이 월급 10만 원을 받으며 안보를 수호하는 건 과연 어쩔 수 없는 현실일까?
 김동규 디펜스21플러스 기자 ppankk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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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디펜스21+ 기자
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경상도의 모 대도시에서 20년을 보냈다.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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