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암살설’, 정치가 안보 저격했다

김종대 2011. 0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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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그머니 ‘기밀유출’, 일주일 간 떠들썩
 ‘합참의장 총선 차출’ 거듭 거듭 압박도

 

 

사진1.김관진.jpg

 

국방이 국내정치에 악용되는 우려할 만한 시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두 가지 사례가 있다.  그 첫 번째는 북한이 연평도 해상에 포격을 가한 지난 8월 10일에 일어났다. <중앙일보>는 특종으로 「북한 ‘김관진 암살조’ 국내 잠입」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다음은 그 중 일부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암살하려는 북한의 특수임무조가 국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9일 전했다… 익명의 관계자는 김 장관에 대한 북한 암살조가 암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과 미국의 군ㆍ정보 당국이 파악하고 암살조 색출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정보에 관한 사항은 기밀로 관리하기 마련이고 언론에도 보도 자제를 요청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정보를 언론에 제공한 이유가 김 장관의 안전을 걱정해서일까? 이어지는 기사의 내용을 보자.

“여권 관계자는 ‘한ㆍ미, 군ㆍ정보 당국이 공조해 김 장관 암살조의 규모와 형태를 파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김 장관 보호 조치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장관의 외부 이동 때 수 명의 무장 헌병이 사복차림으로 경호를 벌이고 있으며 외부 식사 때도 식당과 주변을 사전에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신변이 위험했다면 떠들썩한 ‘기밀 유출’이 안전에 도움 됐을까

 

 사진3. 김관진 트위터.JPG

이 기사가 나오자 언론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김 장관이 관사보다는 국방부 영내 간부숙소(BOQ)에서 주로 잠을 잔다는 점, 관사에서 출퇴근할 경우에도 이동경로를 수시로 바꾼다는 점, 사복차림의 헌병은 정확히 4명이라는 점, 차량의 방탄유리를 보완했으며 경호 차량까지 두 대로 움직인다는 등 기삿거리가 매일 쏟아져 나오다시피 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에 대한 사항이 다 드러났다. 첩보영화같이 묘사하기 위해 기밀을 ‘섹시’하게 공개하여 흥미위주로 간 것이다.

반면 김 장관 암살조가 북의 어느 부서 소속이고, 누가 지령했는지, 그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모른다”로 일관한다. 무슨 근거로 암살조가 들어왔다는 것인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색출 중”이란다. 이 때문에 수많은 탈북자가 감시대상이 될 것은 뻔한 일. 탈북자에 대한 인권유린도 걱정이지만 이 같은 방식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다. 게다가 언론이 친절하게 알려주니 암살조가 잠입하더라도 잡힐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언론에 ‘기삿거리’를 대주기 위한 국방부 공보 라인의 노력은 한 술 더 뜬다. 회의 시간에 김 장관이 “나와 같이 다니면 죽을지도 몰라”라고 농담하는 장면, 김 장관이 트위터에 “저와 관련된 언론 보도 때문에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많군요. 저는 건재하고 임무수행에 전념하고 있습니다”라고 글을 올린 일까지 모두가 기사거리다. 암살 위협에 맞선 비장함보다는 장난기까지 엿보인다.

김 장관의 맞수라 할 수 있는 북한군 김격식 총참모장은 해주의 4군단에서 직접 군을 지휘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 삼각지 한복판에서 이중, 삼중의 경호를 받고 있는 김 장관의 신변이 그토록 위험했을까?

정작 신변이 위험했다면 그 많은 언론보도가 김 장관의 안전에 도움이 되는가? 그럼에도 이런 보도에 국민들 관심을 이끌어내 재미를 본 정부는 “사실은 김 장관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주요 인사들 경호도 강화했다”며 또 기밀을 언론에 뿌려 댔다.
 
‘용산참사’ 대응 위해 ‘연쇄살인범 검거’를 더 적극적으로 홍보?
 
기자는 이와 같은 정부의 홍보방식을 보면서 한 가지 사건이 떠올랐다. 2009년 2월 12일에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의 한 행정관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보낸 이메일 사건이다. 당시 용산참사로 인해 정권에 대한 민심이 흉흉하던 시기에 때마침 군포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검거되어 온통 떠들썩하던 시기다. 다음은 청와대 행정관이 보낸 이메일 전문이다.

 


발신 :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 행정관

수신 : 경찰청 홍보담당관
용산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의 수사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바랍니다.
특히 홈페이지, 블로그 등 온라인을 통한 홍보는 즉각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으므로 온라인 홍보팀에 적극적인 콘텐츠 생산과 타 부처와의 공조를 부탁드립니다.
예를 들면 ▲연쇄살인 사건 담당 형사 인터뷰 ▲증거물 사진 등 추가정보 공개 ▲드라마 CSI와 경찰청 과학수사팀의 비교 ▲사건 해결에 동원된 경찰관, 전경 등의 연인원 ▲수사와 수색에 동원된 전의경의 수기
용산 참사로 빚어진 경찰의 부정적 프레임을 연쇄살인사건 해결이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언론이 경찰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니 계속 기삿거리를 제공해 촛불을 차단하는 데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이메일이 야당에 의해 공개되자 정국은 발칵 뒤집혔다. 실제로 청와대 행정관이 주문한대로 경찰의 공보는 매우 적극적으로 이루어졌고, 또한 성공했다. 그런데 기자가 유심히 보는 것은 당시 이메일을 보낸 청와대 행정관의 사고방식과 최근 국방부가 암살설과 관련하여 기삿거리를 언론에 제공하는 모양이 아주 흡사하다는 점이다.

설령 국방장관 경호에 관한 내용이 기밀이더라도 상관없다. 7월의 해병2사단 총기사건으로 굳어진 군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을 ‘암살 위협 앞에 꿋꿋한 김관진 장관’이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국방부 공보관의 입만 바라보는 실정이니 계속 기삿거리를 제공하여 부정적 여론을 차단하는데 만전을 기할 수 있었던 것.
 
뒤늦게 장관이 직접 “사실이 아니다” 공식 확인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이해한다 치자. 문제는 그 다음. 김 장관이 더 이상 이런 여론의 장난에 이용당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비춰지는 반전이 일어났다. 8월 18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김 장관은 북 암살조가 국내에 잠입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추측성 보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한 뒤 “정보기관이 잠입조 색출 작업 중이라는 것도 추측성 보도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보통 대북 첩보에 대한 사항은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질문이 있더라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하는 것이 정답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정보에 관한 사항은 확인해주지 않는 것이 공직자의 표준 답안이다. 그런데 김 장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확인했다. 그는 “평시부터 국방장관은 경호대상이고 2개월여 전에 김정일ㆍ김정은 초상을 표적지에 사용하는 사건으로 북한에서 성토가 있어 경호조치를 강화한 바 있을 뿐”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별도의 암살조 잠입과 같은 사실에 대한 첩보가 없었다고 부인하는 답변이다. 

왜 이런 반전이 일어났을까?

기자는 암살조 잠입에 대한 중앙일보 최초 보도의 취재원으로 유력시되는 여권의 유력인사에게 김 장관의 국회 답변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그는 “분명히 국방부로부터 암살조 잠입 첩보가 있다는 보고를 들었다”며, “이 때문에 나는 김 장관 암살조 잠입이 사실이라고 믿는데, 장관의 돌연한 부인에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그는 국방부가 여권에 말한 내용을 스스로 부정하는 데 대한 섭섭한 심경까지 덧붙였다.

이에 기자는 “김관진 암설설의 근거가 무엇이었는지”를 질문하였으나 이 여권 관계자는 답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장관 본인의 말과 국방부 주변의 소식들을 종합하면 크게 두 가지 근거가 나온다. 첫 번째는 지난 6월 초 군의 김정일ㆍ김정은 부자 사격 표적지 사용에 ‘최고지도부의 존엄성 훼손 행위를 용서할 수 없다’고 한 김정은 북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보복 시사 발언이 첩보 형식으로 입수됐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전방에서 앞의 김정은 발언과 유사한 내용이 감청을 통해 입수되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근거 외에 암살조를 투입했다는 정황이나 근거는 아직 없다.
 
“발파 작업”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 반박 않고 전통문도 접수
 
그런데 김 장관의 이 답변이 있기 전인 8월 10일 자정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매우 의미 있는 보도를 내보냈다. 방송은 남북 군사실무회담 북측 단장과 기자의 문답을 통해 크게 세 가지를 밝혔는데 ▲ 10일의 포사격 소동은 황해남도 일대의 건설공사 중 발파작업을 남측이 포격으로 오인한 것이다 ▲ 남한 내 각종 간첩단 사건, 보안법 위반 사건은 조작이다 ▲ (김 장관) 암살음모 사건도 (남측이)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튿날인 11일 아침 8시 40분에도 전날 방송 내용과 같은 ‘발파 작업’ 주장이 실린 남북군사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전통문이 우리 측에 왔다.

이에 우리 국방부는 북의 주장에 별도의 반박을 하지 않았으며 전통문을 접수하는 것으로만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특히 한 일간신문에는 익명의 정부 고위당국자가 “아직 사실관계는 좀 더 알아봐야겠지만, 일과성으로 지나가는 사건으로 보인다”면서 “북측의 의도가 그렇다면 서로 간에 잘 몰라서 그런 건데 특별히 (연평도 포격사건을) 도발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한다”고 말한 내용까지 보도되었다.

한 때는 북의 포격도발에 몇 배 응징을 외치던 이전의 국방부 태도와는 판이하게 다른 신중 모드다. 김 장관의 국회 답변은 “암살음모 사건은 조작되었다”는 북한의 주장이 “맞다”고 긍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 언론보도에 아무리 반론권이 없는 북한이라지만 너무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보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암살음모가 기삿거리로 연일 언론에 제공된 것은 군포연쇄살인사건을 정국 반전의 기회로 노린 청와대 행정관의 의도와 매우 흡사하다. 그나마 김 장관이 국회에서 뒤늦게나마 소신 있게 답변한 것이 안보문제를 국내정치에 악용하려는 불순한 시도를 나름대로 견제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북한 정세 중요한 분기점에 장수를 흔들 수 있나

 

 

사진2. 한민구.jpg

 

두 번째 이야기는 최근 여권 내부에서 급속히 확산되는 한민구 합참의장의 내년도 국회의원 총선 출마설이다. 한 합참의장이 참석한 당정협조 자리에서 여권 수뇌부는 노골적으로 한 의장을 여당으로 영입할 뜻을 내비쳤다. 이 자리에서 한 의장은 매우 당혹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로도 여권 수뇌부는 내년 4월의 국회의원 총선에서 한 의장을 청주로 출마시키고 싶다는 희망을 반복적으로 전달했다.

한편 8월 초에 정권 핵심 관계자가 합참의장을 만나 여권과 청와대가 합참의장의 정치권 영입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전달했다. 이에 한 의장이 “의장직은 국군통수권자가 결심만 하면 언제든 용퇴할 수 있지만 정치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완곡하게 사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사실을 전한 정부 관계자는 “정치권이 러브콜을 보내는 데 대해 당사자인 의장은 몹시 곤혹스러워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최근 북한의 서해 포격 등 연이은 안보상황에서 합참의장이 본연의 임무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사실상 의장 흔들기일 수도 있다.

만약 올 10월의 군 정기인사에서 한 의장이 용퇴한다면 현 정부에서만 김태영, 이상의, 한민구에 이어 4번째 합참의장이 나온다는 말이 된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여 임명된 합참의장이 평균 임기 1년을 못 채우며 매년 교체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군심이 흐트러지는 것은 다음 문제라 치더라도, 잦은 대장 인사가 안보상황 때문이 아니라 정치논리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진4. 한민구_뮬렌.jpg


지금껏 정부는 2012년 초가 북한의 강성대국 완결의 시점이라며 ‘결정적 시기’가 될지 모르는 내년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다. 특히 내년 3월 말의 핵안보정상회의에 이어 4월에 국회의원 총선이 실시되는 시점은 북한의 김일성 탄생 100주년에 3대 세습을 완결하는 절체절명의 중요한 분기점이 형성된다. 이러한 때에 합참의장을 총선에 출마시키기 위해 대장 인사를 미리 단행한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여권이 합참의장을 군사지도자가 아니라 정치권력의 시녀로 인식한다는 것 아니고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여권의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에 국방이 악용되는 것이다.
 
눈엣가시같은 의원 상임위 바꾸거나 특사로 해외 내보내
 
한편 한나라당은 최근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을 8월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석연치 않은 조치를 취하고 있어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방부 개혁안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혀온 한기호 의원은 아예 국방위에서 다른 상임위로 내보냈고, 김장수 의원의 경우는 ‘대통령 특사’ 임무가 있다며 8월 말까지 해외에 나가도록 조치했다. 흥미로운 것은 대통령 특사 통보를 받은 김 의원조차 자신이 어느 나라 특사로 가게 되는지 전혀 몰랐다는 사실이다. 사실상 해외 추방이다.

눈엣가시 같은 두 의원을 배제시키고 수적 우위를 앞세워 국방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일련의 정치권력의 행태는 설득과 소통이라는 국정의 가치와 부합되지도 않을뿐더러 국방개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할 위험까지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정작 걱정하는 것은 내년도 안보상황이 아니라 총선과 대선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러한 여권 수뇌부의 행태에 대해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관진 암살음모’로 안보위기를 부풀리면서 정작 ‘한민구 출마설’로 안보를 뒤흔드는 이중적 태도에 대한 우려다. 또한 한나라당 국방위에서 가장 전문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두 명의 장성 출신 의원을 배제시키는 ‘방법의 치졸함’까지 더해진다면 현 정부의 안보관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이런 소동의 진원이 전부 한나라당 내부였고, 이로 인해 군은 몹시 흔들리고 있다.  

 김종대 <D&D포커스> 편집장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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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일했습니다. 또 국무총리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국방부 정책보좌관 등으로 일하며 군 문제에 관여해 왔습니다.
이메일 : jdkim2010@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nd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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