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한국에 방위비 청구서 내미는 미 국방장관

2012. 0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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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에 미국의 외교잡지 포린 폴리시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의 미래는 아시아태평양의 미래와 가장 우선적으로 연결된다”는 요지의 기고문이 발표되었다. 논문에서 힐러리는 “미국의 태평양에서 역할의 중요성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다”며 앞으로 미국의 외교와 안보는 아시아 국가들에 집중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 핵심 이유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중국의 부상, 그리고 아시아의 경제적 활력이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의 ‘아시아 중시 - 중국 견제’ 행보도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런데 힐러리의 기고문이 발표된 직후인 11월 9일에 포린 팔리시에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시론이 게재되었다. 저스틴 로건이라는 필명의 칼럼니스트는 ‘아시아의 무임 승차국’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의 안전을 공약하면 할수록 그들은 국방비를 적게 지출하면서 미국이 다 해 줄 것이라는 인식으로 갈 것”이라며 “이는 과거 미국이 유럽의 나토국들에 대한 안보지원을 해 준 결과 유럽 국가들이 군비를 더 적게 지출하는 결과를 빚은 것이 재현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로건의 입장은 명쾌하다. 냉전시대 유럽 국가들은 자신의 안보가 위험에 처했을 때 엉클 샘이 달려와 줄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국방비 증액을 기피했다. 냉전이 끝나고도 미국을 제외한 나토 27개국 중 단 네 나라만 방위비로 GDP 2% 이상을 지출했다. 미국의 납세자와 채권자들이 유럽 안보를 다 부담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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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안보 무임승차국?

로건에 따르면 과거 유럽에서 미국의 실수가 최근 아시에서 재현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가장 시달리는 한국과 대만의 국방비가 GDP 3% 미만이고 일본은 1%밖에 안 된다. 그런데 재정적자 1조5천억 달러와 무역적자 5천억 달러, 총 2조 달러의 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은 국방비로 GDP의 5%를 지출하고 있다. 그는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 국가들과 외교적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결국 이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에 의존하면서 국방비를 증가시키는 것은 회피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더 나아가 그는 “거꾸로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안보 공약에 회의적인 태도가 되어야 그들이 중국의 팽창에 대비한 재정 부담을 지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위험한 주장(?)’을 서슴없이 펴고 있다.


이런 여론을 의식했는지 11월 18일에 할리팩스(Halifax) 국제안보포럼에서 리언 파네타 미 국방장관은 “재정적자가 안보공약을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경제위기에도 상황에서도 미국의 동맹 파트너들은 방위비 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며칠 후에 미국의 슈퍼위원회는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를 합의하는데 실패하였다. 이 때문에 향후 10년 간 4500억 달러의 국방비를 삭감해야 하는 미 정부는 국방비를 더 삭감해야 하는데 그 규모가 1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한 이러한 국방비 감축은 그런대로 국방비가 버틸 만 한 수준에서 삭감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돈이 말라버린 상황에서 더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미 국방부는 유럽과 아시아의 미국에 대한 공짜 심리에 취해있는 ‘안보 무임 승차국’들에게 국방비를 늘리라는 고강도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조짐은 패네타가 지난 10월 28일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도 드러났다. 표면적으로는 패네타 장관이 미국 정부의 재정악화에 따른 대규모 국방 예산의 삭감이 불가피하지만 한반도 위기 시에는 범세계적으로 가용 미군을 한반도에 증원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파네타가 회의에서 “미국이 예산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주한미군은 여전히 (현수준) 유지와 함께 한반도에 주둔할 것이며, 아시아와 기타 지역에서도 활동을 계속할 것을 다짐하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달콤한 언사 외에 파네타의 본심이 담긴 회의 내용들은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온통 돈 얘기만 나온 SCM


국방부 관계자는 “마지막에 장관 회담이 2시간 30분 정도 진행되었는데, 이 중 1시간 30분은 온통 돈 얘기였다”며 “한국의 국방비 증액에 파네타 장관은 지대한 관심을 쏟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한다. 이 관계자가 말한 돈 얘기란 한국의 국방비를 증액하고 미군 지원을 늘리는 문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이 무임승차국이라는 표현은 파네타 장관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에 8월에 이상희 장관이 청와대에 보낸 ‘항명성 편지’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그 대목을 소개한다.

“2006년에 美 럼스펠드 장관은 미국은 GDP의 4%선을 국방비에 투자하는데 비해 현실적인 안보위협이 있는 한국은 2.7%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표시하였고, 지난해(2008년) 美 게이츠 국방장관도 한국의 낮은 국방비 투자를 지목하면서 한국이 한·미동맹관계에 무임승차(free-ride)하려 한다며 간접적인 불만을 표출한 바 있습니다.”

이 편지대로라면 미국은 매년 한국에 무임승차를 비판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올해 SCM의 경우는 그 정도가 매우 심했던 것으로 보여 진다.


미국의 여론주도층이 한국의 국방비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는 여러 차례 한국으로 전달된 바 있다. 미 랜드 연구소의 부르스 베넷 박사 역시 기자와 인터뷰 당시에 “한국의 국방비보다 많은 돈을 미국이 왜 한국을 위해 부담해야 하느냐는 시각이 워싱턴에 팽배했다”고 말한 바 있다. 더 놀라운 증언도 있다. 지난 12월 9일 세계일보가 주최한 동북아 안보 심포지엄에서 문국진 세계일보 부회장 역시 매우 의미 있는 말을 했다. 그 대목을 소개한다.


“연평도가 공격 당한지 얼마 안 되어 도널드 프러그가 CNN의 피어스 모건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미국의 문제는 한국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미국이 아무런 대가 없이 한국의 방위를 위해 항공모함을 보낸 점’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지, 미국이 한국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지켜주었는지 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결론은 미국이 한국에 지속적으로 기여한 대가로 유일하게 남은 것은 미국의 일자리를 한국에 빼앗긴 것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과거에는 미국의 민주당원들이 자주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도널드 프러그는 공화당원입니다. 그것이 미국이 오늘날 달라진 점입니다.”


경제위기에도 한미동맹은 이상 없다고 발표되는 정부의 말과 달리 미국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 입에는 심심치 않게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그 위기론의 핵심은 한국이 국방비를 대폭 늘리지 않으면 한미동맹도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이 오랫동안 미국에 의존해오면서 공짜 심리에 익숙해 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예산 문제로 한미동맹에는 여러 이상한 기류가 감지된다.


피골이 상접한 주한미군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군사정보 분야를 보자. 과거에 한반도의 핵심표적을 분석하던 펜타곤의 정보 분석관들은 이미 2006년부터 이라크․아프간 전장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떠난 그들은 절대 돌아오지 않았고 한국에서는 미군의 U-2정찰기가 철수하고 있다. 북한의 핵심표적이 관리되지 않는 ‘정보공백’이 발생하자 우리 측 합참의장은 최근까지 미 합참의장에게 두 번이나 서신을 보내 대책을 촉구했다. 재작년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한미 양국은 북한의 어디서 포탄이 날라 오는지 전혀 위치를 탐지하지 못했다. 주지하다시피 정보자산은 고가의 운영유지비를 필요로 한다. 과거에 미국이 제공하던 정보자산이 다시 제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정보자산이 가동되더라도 이를 분석할 인력 기반이 없다면 이 또한 문제다.

가장 미국에 많이 의존하는 탄약지원 분야를 보면 더 충격적이다. 미국이 한국에 저장된 전시비축탄(WRSA)을 폐지하고 난 이후 특수탄, 정밀유도탄은 전시대비는 고사하고 평시 운용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 문제로 4년째 미국에 도움을 청하자 “한국이 자체 개발하던지 구매하던지 알아서 하라”는 답변만 되풀이 하고 있다. 우리 측 군사 관계자가 미국을 방문하여 “유사시 미국의 전시 FMS 탄약지원 절차를 마련하자”고 제안하였으나 미 측은 “전시 FMS 절차란 존재하지 않는다”며 더 이상의 논의를 회피했다.

최근 국방부는 국방개혁을 추진하면서 “이제는 미 지상군이 전쟁 초기에 지원되지 않고 해․공군 신속억제전력만 지원된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드러내놓는 실정이다. 미군의 대규모 지원이 없으니 2015년부터 전시작전권을 행사하는 우리가 전쟁을 할 수 있는 ‘전투형 군대’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논리다. 이것이 현재 국방부가 국방개혁을 추진하는 핵심 이유다. 대규모 국방예산 감축으로 자기 코가 석자인 미군은 “돈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러나 아직도 국내 보수층은 전시에 미 증원군 69만 명, 항공기 3000대가 오는 줄로 알고 있다.

8년 전인 2003년 6월에 월포위츠 미 국방차관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주한미군 현대화를 위해 미 정부가 먼저 1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며 “한국도 국방예산을 증액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미국은 110억 달러를 주한미군에 투자한 적이 없었고 지금도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 ‘공수표 110억 달러’는 한국정부의 국방예산 증액의 미끼였던 셈이다. 이후 주한미군의 1개 여단이 이라크로 빠져나갔고 뒤이어 아파치 헬기 대대도 철수했으며 미군 정찰기도 다 나갈 예정이다. 반면 8년 전에 17조 4000억원이던 한국의 국방예산은 2012년도에 33조 1500억원으로 거의 2배나 뛰었다. 한국이 무임승차 한다고 하지만 사실 국방비 증액은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배고픈 미국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현재 2.6%수준인 GDP대비 국방예산을 최소한 4% 수준으로 요구하는 중이다.  

재정압박은 주한미군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2010년에도 월터 샤프가 미 국방예산서를 받아보고 “이러면 주한미군은 유지 못한다”며 긴급 대책회의를 한 바 있다. 전임 연합사령관이 야심적으로 추진했던 ‘주한미군 주둔 안정화(tour normalization)' 사업 역시 실현이 불가능해 진 것으로 기자의 취재결과 확인되었다. 주둔 안정화란 주한미군 장병이 가족과 함께 3년 간 한국에 주둔할 수 있도록 제반 주거시설을 확충하는 것을 말하는데 파네타 장관 부임 이후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주한미군 관계자는 “최근 미군의 주요 직위자를 선발하는 각 부서마다 기혼자가 아닌 총각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가족과 함께 안정적으로 주둔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나오는 풍경들이다.

이러한 전력의 철수와 공백을 대신하는 것은 오로지 미국의 ‘말’이다. ‘확장억제력 제공’과 같은 추상적인 표현이 그것이다. 그 이면에는 재정 위기 시대의 미국은 한국에 매우 강하게 국방비 증액 압력을 행사하되, 이에 만일 한국이 응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구상할 가능성이 높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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