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참석 편의’ 위한 합동임관식, 그날은 ‘전쟁’

박수찬 2012. 0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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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군·3사·간호사관학교·학군단…계룡대 북새통
숙박 식사 교통 지옥…식장 입장만 몇 시간씩

 

8000873013_20120217.JPG » 2011년 3월 4일 창군 이래 첫 장교 합동 임관식.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충남 계룡대 연병장에서 열렸다. 육해공 사관학교 및 간호사관, ROTC, 3사관학교 임관 장교들 5309명이 참석했다.



사관학교 생도들에게 있어 가장 뜻 깊은 날을 꼽으라면 단연 졸업식과 임관식이 주를 이룬다. 눈물과 땀방울을 흘리며 열심히 군사학을 공부한 끝에 장교로서 첫발을 내딛는 졸업식과 임관식은 그만큼 생도들에게 있어 소중한 행사이고, 그런 자녀들의 늠름한 모습을 보는 부모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각 사관학교에 열리던 임관식이 3군 합동임관식으로 전환되면서 임관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60여 년 이어온 사관학교 전통, 하루 아침에 파괴”
 
지난해부터 육·해·공군사관학교와 3사관학교, 간호 사관학교, 학군단(ROTC)의 임관식을 함께 치르게 되면서 생도 가족들과 사관학교 출신 예비역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창군 이래 각 사관학교는 학교별로 임관식을 졸업식과 한날에 치러왔다. 그러던 것이 작년부터 임관식을 졸업식과 분리해 임관식은 계룡대에서 합동으로 거행하고 대통령이 여기에 참석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대통령이 각 학교 임관식에 참석해 소위 계급장을 단 신임 장교들을 격려하는 게 관례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모든 학교 임관식에 갈지를 고민하다가 순번제 원칙을 정해 그해 육사와 ROTC, 2009년 해사, 2010년 공사와 3사관학교 임관식에 참석했다.
 
군 당국은 대통령이 모든 임관식에 참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다 군 수뇌부가 성격이 같은 행사에 중복 참석하는 것에 대한 지휘 공백 우려, 합동 임관식을 통한 합동성 강화 등으로 고려하여 합동임관식을 거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사관학교 출신 예비역들은 “사관학교의 전통을 경시하고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동기들과 동고동락하며 정들었던 교정에서 선후배들과 가족친지들의 축하를 받으며 졸업과 임관을 하는 것은 60여 년을 이어 내려온 전통인데, 이를 하루아침에 합동임관식으로 바꿔버린 것은 ‘전통 파괴 행위’라는 것이다.

합동임관식의 명분으로 내건 합동성 강화에 대해서도 예비역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육사 출신 예비역의 말이다.
 
“생도들이 4년간 동고동락했던 교정에서 해오던 임관식을 다른 곳에서 별도로 함으로써 무슨 이점이 그렇게 큰지 난 이해 할 수 없다. 합동성 강화? 합동성을 강화하려면 영관급 장교를 대상으로 해야지, 갓 소위 계급장 단 초임장교 합동임관식이 합동성 강화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2~3일밖에 여유 없어 집에 들르지도 못하고 바로 교육 입과”
 
해사 출신 예비역 역시 “합동성은 교육과 훈련으로 증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진국에서도 군의 합동성 강화가 필요했던 때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합동임관식을 했다는 말은 들어본 일이 없다. 선진국들은 각 군의 합동성은 교육과 훈련으로 강화했지 이벤트를 통해 합동성을 증진하진 않았다”
 
대통령이 사관학교 임관식에 모두 참여하기 어렵다는 군 당국의 설명에도 예비역들은 “대통령이 격년차로 참석하거나 순번을 정해 참석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 참석할 수 없는 경우라면 국방장관 주재로 하면 된다”고 반론한다.
 
“군 수뇌부의 시간은 중요하고 초임장교의 시간은 중요치 않은 것이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보통 졸업과 임관이 동시에 이루어지면 가정으로 돌아가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각 군에서 실시하는 초급장교 소양교육에 입과를 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였다. 그런데 작년부터 졸업식과 임관식을 따로 치르게 되면서 임관하는 생도들은 그만큼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작년의 합동임관식은 3월 초에 열리는 바람에 졸업생들에게는 2~3일의 여유밖에 주어지지 않아 집이 먼 졸업생들은 집에도 들르지 못한 채 바로 교육 입과를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관식을 각각의 사관학교와 떨어진 곳에서 함으로서 생기는 문제는 또 있다. 육·해·공군사관학교와 3사관학교, 간호 사관학교, 학군단 생도들이 한꺼번에 계룡대로 몰리면 이들에 대한 숙식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행정 소요와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대개 자녀가 학교를 졸업한다고 할 때 부모는 자녀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과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자녀의 밝은 미래를 축복해준다. 하지만 소위 임관을 앞둔 사관학교 졸업생 부모들에게 합동식은 기쁘고 자랑스러운 행사가 아닌 ‘고역’일 뿐이었다.
 
졸업식 땐 학교로 임관식 땐 계룡대로,부모들도 고역 

 
실제로 작년에 열렸던 합동임관식에 참석한 부모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합동임관식이 말 그대로 ‘전쟁’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느 생도의 부모는 참석인원이 3명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손자의 임관식을 보고 싶어 하는 조부모를 위해 부모가 함께 참석하지 못하고 조부모와 어머니만 참석한 경우도 있었다. 강원도에서 온 어느 학부모는 팔순의 노모를 모시고 왔다가 낭패를 봤다. 식장에 입장할 때 몇 시간씩 걸려 입장했는데 퇴장할 때도 팔순 노모가 30~40분을 걸어 행사장을 빠져 나왔다고 했다. 길이 너무 혼잡해 평소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3~4시간 걸려서 겨우 계룡시내로 나왔지만 식당마다 발디딜 틈이 없었고, 간식조차 구할 수 없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겨우 요기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합동임관식이 끝나고 학부모와 신임장교가 서로를 찾아 헤매는 광경도 심심찮게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리 행사장 어디로 오라고 약속을 하긴 했어도 부모들과 신임장교들에게는 계룡대 지역이 생소한데다 신임장교들은 휴대폰도 없어 1시간 넘게 서로를 찾아 헤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추운 겨울 날씨도 학부모들과 신임장교들을 힘들게 했다. 추운 날씨 속에서 장시간 행사에 참석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신임장교들은 기념사진 한 장 찍을 여유도 없이 꽁꽁 언 몸을 잠시라도 녹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학부모들 역시 “너무 추웠다”며 입을 모았다.
 
합동임관식이 끝나고 교통체증을 우려해 서둘러 행사장을 빠져나가다 보니 기념사진조차 찍지 못한 학부모와 신임장교들이 부지기수였고, 학부모들은 신임장교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임관식을 지켜보는 바람에 “자녀 얼굴도 못봤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졸업식과 임관식이 분리되다 보니 학부모들이 행사에 두 번 참석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문제로 지적된다.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졸업식도 중요하고 임관식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신임장교의 부모들은 한 번은 사관학교로 또 한 번은 계룡대로 가야한다. 사관학교가 위치한 지역에 사는 부모들은 불편을 조금 참으면 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부모들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부모들은 자녀인 신임장교들에게 차마 말을 못하고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3~4시간 걸려 겨우 시내로 나왔지만 식당마다 바늘 틈”
 
이러한 문제점을 작년 합동임관식에서 체험한 부모들은 “합동임관식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합동임관식에 참석했던 한 학부모는 “임관식장에서 불상사가 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다음과 같이 설명을 했다.
 
“요즘은 2월 말도 꽤 추운 날씨가 이어진다. 그런데 합동임관식 행사장은 연병장이기 때문에 행사에 참석하는 신임장교나 가족들은 강추위에 장시간 노출된다. 신임장교들은 군인정신으로 인내한다고 해도 가족들 중에는 연로하신 분이나 몸이 불편한 분들도 참석하는데, 그 분들이 장시간 추운 날씨를 견디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런 상황에서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나면 얼마나 불행한 일이겠는가? 그렇게 되면 대통령께서 임석하시어 신임장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효과보다 행사와 관련되어 발생하는 반감이 더 클 수 있다.  소수의 국민이지만 국민들의 불편과 부작용이 예상되는 행사라면 예년처럼 각 사관학교별로 졸업 및 임관식 행사를 거행하는게 좋을 것 같다”
 
대통령이 직접 사관학교 졸업식과 임관식에 참석해 신임장교들을 치하하는 것은 군의 사기 증진차원에서 볼 때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관학교 졸업식과 임관식에 참석하는 어렵기 때문에 임관대상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치하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작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사관학교의 졸업 및 임관식은 각 사관학교별로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고 나름대로의 의식을 존중하는 행사로 거행되어 왔다.
 
그것이 하루아침에 합동임관식이라는 행사로 바뀌다보니 사관생도, 부모, 예비역들도 예전처럼 졸업 및 임관식이 동시에 각 사관학교별로 거행되기를 원하는 것이라 해석된다.
 
임관식의 주인공들이 모두 힘들어하고 탐탁치 않아하는 합동임관식. 당장 폐지하기 어렵다면, 신임장교들과 학부모들의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운영의 묘’가 절실한 시점이다.
 
박수찬 <디펜스21플러스> 기자 fas1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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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
디펜스21+ 기자
윤동주의 시를 읽으며 시인이 되기를 꿈꿨던 문학소년, NGO에 참여하며 현실세계의 개혁을 꿈꿨던 대학생, 험난한 국방 분야에 겁 없이 뛰어든 이유를 지금도 모르는 기자. 여러분 앞에 안보의 상상마당을 펼쳐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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