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의 국방개혁, ‘독재군대’를 추구하는가

2011. 0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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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에는 일방적 설명회가 아닌 토론이 필요”

이선희 전 방위사업청장(공군 예비역 준장) 특별기고


대한민국의 국가체제를 결정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한민국 국가체제를 지키는 국가안보의 근간이 되는 틀에 해당하는 상부지휘구조 개혁안에 대해서 국민은 여러 갈래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권리가 있다. 국방부가 추진하는 국방개혁 중 군 상부지휘구조 개혁안을 두고 시끄럽다. 본인은 이 안을 찬성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이나 모두 국가안보를 위한 충정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이 안의 찬반을 두고 육군과 해․공군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자군 이기주의’, ‘연고주의’로 매도하는 일부 언론보도와 정치세력에 대해서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다양한 의견을 소아적 갈등으로 폄하하는 것은 민주적 공동체의 공론과 토론을 압살하는 매우 권위적이며 전문성이 결여된 태도다. 게다가 이런 왜곡된 주장은 사실과도 다르다. 상부구조 개혁안을 반대하는 사람 중에는 육군 출신 장관, 합참의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군사령관 등 다수의 육군 출신 조직 전문가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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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6일 오전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예비역장성 초청 국방정책 설명회 및 의견수렴에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국방부는 지금 20여 년 전 노태우 대통령 시절 검토되었다가 민간정치인 여당과 야당 모두가 반대하여 무산되었던 ‘통합군 제도’를 다시 끄집어내어 강화된 합동군 제도라고 포장한 후 법제화를 시도하면서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통합군제도와 합동군제도의 차이는 군 조직에 낯 설은 국민은 물론이고 군사전문가에게도 매우 어려운 문제다. 국가안보의 근간을 바꾸려는 일은 쉽지도 간단하지도 않다. 현재의 찬반 갈등구조를 우려하는 시각도 많으나 발전을 위한 논쟁과 토론은 필요하며 특히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보문제는 일방적 설명회가 아니라 심층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사실상 통합군 제도 지향


상부지휘구조는 국가별로 국가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군제를 취하고는 있으나 20여 년 전에 쟁점이 되었던 것은 각 군 총장을 합참의장의 지휘권 안에 귀속시키느냐의 문제였다. 그 당시 각 군 총장을 합참의장의 지휘계선에서 배제시킨 것은 1인의 현역군인에게 군권을 집중시키는 위험을 경계하면서 각 군의 전문성 침해를 막기 위함이었다.


국방부는 상부지휘구조 변경의 필요성을 최초에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폭격의 교훈으로 인한 합동성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다가 최근에는 2015년에 해체되는 한미연합사 기능을 흡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논리를 바꾸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유지하고 있는 상부지휘구조는 이미 한국이 향후 행사해야하는 전시 전작권 인수까지 염두에 둔 지휘구조다. 한국의 합참의장은 미국 합참의장의 권한과 기능에 더해서 전시 한반도 전구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는 한미 연합사령관의 권한과 기능을 행사할 수 있다. 합참의 인력 편성이 연합사 인력의 2배 이상을 상회하는 것을 보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현 합참의 내부조직을 보강함으로써 충분히 연합사 기능을 수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금 가장 큰 쟁점은 20여 년 전의 쟁점이나 똑 같다. ‘참모총장을 합참의장의 지휘계선에 넣을 것인가’ 와 ‘합참의장에게 군정권을 부여 할 것 인가’이다. 국방부는 20여 년 동안 합참을 운영한 결과를 교훈으로 첫째는 각 군의 최고 작전운영의 전문성을 지닌 참모총장을 지휘계선에 넣어야 작전운영의 질을 높일 수가 있고, 둘째는 군정과 군령의 획일적 구분으로 합참의장의 업무수행에 지장이 많기 때문에 합참의장의 지휘권으로 일원화 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사실상 20 년 전의 통합군 제도 추진 논리다.


더 비효율적인 군사제도 만든다


연평도 피폭 시 전투전력 대응이 미흡한 것이 아닌가, 하는 여론이 비등해지자 모든 초점을 군령권에 맞추고 군령권만이 가장 중요하고 참모총장이 책임지고 있는 군정권은 마치 행정적 업무인 것처럼 폄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군인은 한번 써먹기 위해 10년 양병을 한다. 1번 써 먹는 것이 군령에 해당하고 10년 양병하는 것은 군정에 해당한다. 더욱이 군정업무는 10년 양병하는 일에 더하여 전시에는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모든 인력과 물자를 제공해 주는 일을 한다. 전시와 평시를 막론하고 방대하고 복잡한 참모총장 임무의 집중도를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속도전에 걸맞지 않게 군령계선은 더 복잡해지고 길어지며 참모에게 작전지휘를 하게하는 이상한 조직 구조를 만들면서도 국방부는 군령 업무에 참모총장이 참여하기만 하면 전투력의 질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싸우는 임무(군령)에 집중하는 작전사령관과 참모(군정)의 총장인 참모총장은 임무 분야 성격도 다를 뿐만 아니라 필요로 하는 능력 자체도 다르다. 참모업무에 능통하고 야전군 사령관의 경험을 하지 못하였으나 준장에서 이십 명의 소장과 네 명의 중장 선배를 뛰어 넘어 미국 육군 참모 총장으로 발탁된 마셜 원수는 야전사령관으로써 경험은 일천하지만 미국 최고의 육군 참모총장으로 존경 받는다.


패튼장군은 야전 지휘관으로 빼어났지만 참모총장의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참모총장은 참모총장으로서의 역할에 맞는 장군을 발탁하여 임명하는 것이고 작전 사령관은 작전사령관에 적합한 장군을 인선하여 보임한다. 계급이 높기만 하면 모든 면에서 가장 우수 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형적인 권위주의적 사고의 발로는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합참의장과 각 군 총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현 합동참모회의 기능을 보강하면 충분히 각 군 총장의 경륜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손자병법에서 “승리하는 군대는 이겨놓은 후에 싸우고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싸우고 후에 승리를 찾으려고 한다”는 말이 있다. 군정은 이겨놓기 위한 임무(양병, 정병)를 평시에 수행하는 것이며 전시에는 전쟁능력을 제공해 주는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한다. 참모총장은 군령지휘계선에 빠져 있어서 전시에 할 일이 없다고 주장하는 일부 국방부 찬성론자들의 의견에 대해서 참으로 할 말이 없어진다.


국방부는 또한 군정 군령을 반드시 일원화해야 하고 이원화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군정과 군령은 어느 수준에서인가는 반드시 이원화가 되게 되어 있다. 실제로 합참의장 또는 통합군 사령관 수준에서 군정과 군령을 일원화하는 국가는 대부분 공산국가나 독재국가이며 문민통제를 중시하는 서방 선진 민주 국가에서는 대부분 이원화되어 있다.  미국의 어느 전구사령관도, 그리고 걸프전 이라크 전을 승리로 이끈 어느 전구 지휘관도 군정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전구사령관은 육해공 참모총장이 양성한 정예 장병과 제공되는 물자를 가지고 작전을 지휘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문민통제도 위태로워진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공산국가나 국내 정치권력을 군대의 힘으로 유지하려는 독재국가는 군과 정치의 구분이 모호하다. 군 경험이 없는 민간인도 계급을 갖는다. 정치권력을 국민이 선택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군의 최고 사령관이다. 군의 최고 사령관인 대통령은 자기의 대리인인 문민 국방장관을 통하여 군을 통수한다. 이것이 문민 통제의 기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지금 최고사령관인 대통령의 국방에 관한 거의 모든 권한을 현역군인 1인에게 법적으로 부여해 주려는 시도를 하려고 하는 중이다. 첨단 정보통신(IT) 네트워크 시대에 20여 년 전에 시도하다가 무산되었던 통합군 제도를 다시 추진하려고하는 것이다. 국방부는 향후 순수 민간인 출신 장관의 출현에 대비해서도 장관을 더 잘 보좌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더 잘 보좌하기보다는 오히려 군 내부 사정에 어두운 민간 출신 장관을 현역 군인이 무력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더 크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기되어 있는 합참의장과 참모총장의 명칭은 그대로 둔 채 합참의장에게 전군을 지휘하는 통합군사령관직을 총장에게 작전사령관직을 편법으로 부여하여 헌법의 기본정신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명한 우리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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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공사총동창회장(공군 예비역 준장), 행정학 박사, 전 방위사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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