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군을 위한 변명, 전쟁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

2011. 0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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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50년간 전쟁, 약자가 이기는 비율이 55%
 최첨단 해·공군력 앞세운 ‘결정적 작전’의 한계

 

현대화된 군에 대해 재래식 지상군을 축소하고 해ㆍ공군을 강화하는 것이 제일인 것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너절너절한 지상전 병력을 대폭 감축하고 공중과 해상에서의 핵심적 투사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마치 국방개혁인양 인식되기에 이른 것이다.

‘방패의 두꺼움보다 창끝의 예리함을 지향’하는 국방개혁은 미국의 경우 럼스펠드 장관 시절에 두드러졌고, 중국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등 군사강국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었다. 양을 줄이고 질을 높인다는 관점에서 해ㆍ공력의 증강,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거대 자본과 첨단기술이 융합되어 나타난 전쟁에 대한 현대적 관점이다.

 

어떤 이유나 목적으로 기술만능주의에 빠질까


또한 전쟁에 대한 인식론에 있어서도 고전적인 피아살상 효과나 전선 개념을 초월한 포스트모더니즘이 나타나고 있다. 지상군 감축은 인명 살상을 터부시하는 인본주의 발달에 따라 인력을 장비로 대체하라는 정치적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국방개혁도 바로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육군에 대해 누적되어 온 해ㆍ공군의 피해의식까지 폭발하면서 ‘3군의 균형발전’에 대한 국민적 여론과 지지가 형성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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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잠깐. 그러한 생각을 잠시 멈추어보자고 제안한다. 우리는 어떤 이유로, 무슨 목적으로 이러한 기술만능주의 사고에 경도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이런 추세는 한 때의 유행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도 든다. 게다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에서 기술 맹신주의가 처참히 무너지고 있음을 볼 때 국방개혁 논의에도 ‘위험한 사고’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솟아난다.


두 전쟁에서 1조 달러가 넘는 전비와 5천 명에 육박하는 전사자가 발생하고도 여전히 전쟁은 진행 중이다. 앤드류 맥(Andrew Mack)이라는 학자는 지난 200년 간(1800~1998) 발생한 전쟁 자료를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200년 동안 전력이 강한 강자가 승리한 경우는 70.8%, 약자가 승리한 경우는 29.2%이다. 그런데 최근 50년의 경우로 대상기간을 좁혀보면 약자의 승리 비율이 55%로 강자의 승리비율 45%를 능가한다.  


결국 현대로 올수록 전쟁 승리의 관건은 ‘인간의 의지’라는 고전적 전쟁요인이라는 점이 더 두드러진다. ‘전쟁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경구로 회귀하는 것이다. 현대적 무기체계가 동원되는 ‘4세대 전쟁’이라고 하지만 약소국이 슈퍼파워인 미국을 물리치는 게 가능해졌다. 적어도 인간의 의지는 미래의 전쟁양상이 어떻게 되든 불변의 요인이라는 것이다.

 

’육군은 가진 자, 해ㆍ공군은 못 가진 자‘라는 이분법


더 중요한 것은 미래의 전쟁양상이 과연 무엇이냐는 의문의 정답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ㆍ공군력으로 전쟁 초기에 ‘결정적 작전(Decisive Operation)’에서 승리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호해진다. 아마도 미래전에 대비하기 위해선 결정적인 승리보다 장기적이지만 궁극적인 승리(long and ultimate win)를 모색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를 위해 병력의 임무교대를 위한 충분한 자원 확보, 장비의 유지와 보수, 보급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한반도의 경우 산악(북한의 경우 국토의 80%)과 시가지에서의 장기작전과 기상급변(연간 120~150일) 시의 작전에도 대비하는 전천후 전력이 지상군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방개혁 논의에서 ’육군은 가진 자, 해ㆍ공군은 못 가진 자‘라는 이분법이 더욱 강화되면서 육군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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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국방개혁이 육군 개혁에 집중돼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장기적인 인구감소에 대비하면서 국방을 슬림화하려면 덩치가 큰 육군이 그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육군 자체를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육군을 감축한 여력으로 해ㆍ공군을 강화한다는 논리는 아무래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아랫돌을 뽑아 윗돌을 괴는’ 식으로 나아가다간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새로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북해역 방어가 중요하다고 하니 전방 군단의 포병전력을 빼서 연평도에 배치하는 식의 임기응변이 나왔다. 어느 한쪽의 전력증강이 다른 쪽의 약화를 초래하는 소위 민간에서 말하는 ‘풍선 효과’의 전형이다.

풍선효과란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 나오는 것처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또 다른 문제가 새로 생겨나는 현상을 말한다. 아무리 특정지역의 안보가 중요하다고 해도 임기응변식으로 대응책을 마련한다면 풍선 효과가 안보 전체를 교란시킬 수 있다. 북한은 이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양한 위협을 통해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더욱 교란할 것이다.

 

군인아파트 보며 “너도 공부 못하면 저런 데서 살게 된다”


현 국방개혁에서는 육군의 기갑과 포병 전력을 대폭 삭감하는 방향으로 전력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비록 그 방향이 옳을지라도 정부에서 물량을 다 정해놓고 업체가 생산시설과 인력까지 이미 투자해 놓은 상황에서의 갑작스런 전력조정 피해는 육군뿐만 아니라 민간까지 파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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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육군이 가진 자’라는 인식 자체도 사실과 다르다. 전방 전투원들의 복무여건과 간부의 복지실태는 육군이 가장 열악하다. 30~54년이 경과한 M계열 전차, 25년 이상 경과한 노후 견인포, 12년 수명연한을 초과한 차량 등 구형장비와 노후화된 통신장비는 세간의 육군에 대한 인식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침상형 내무반에서 칼잠을 자는 소대원들과 낡고 비좁은 간부숙소는 전투원들의 사기와 긍지를 크게 갉아먹고 있다.


육군의 1인당 경상비 규모도 해ㆍ공군의 1/2~1/3의 수준이다. 육군 주둔지의 50%가 산악과 오지이며, 노후화되고 협소한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해ㆍ공군에 비해 오지에서 고생하는 육군이 마치 가장 배부른 군대인 것처럼 인식되는 시선에 상대적 박탈감은 배가 된다. 30년을 복무한 간부의 평균 이사 횟수가 30회에 육박하고 초등학교 자녀 평균 전학횟수가 5~6회 정도면 자녀교육에서의 불이익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례가 있다. 전방 지역의 주민들이 군인 아파트 부근을 지나가다가 자녀에게 “너도 공부 못하면 저런 아파트에 살게 된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군인아파트가 자녀 교육용 자료가 되고 있다. 18평 이하의 좁은 아파트에 5명의 가족이 살고, 뱀이 나오는 숙소도 있다. 사실 이런 현실을 방치한 국가의 책임이 막중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의 지상군에 대한 인식마저 부정적으로 간다면 군대 자체가 혐오시설이 되고 기피 대상이 된다.
이런 상황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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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원들의 생명가치가 총체적으로 경시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기는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라크 전쟁 당시로 되돌아가 보자. 미군의 첨단 무인정찰기, 스텔스 전투기가 즐비하게 동원된 상황에서도 지상군의 교전장비와 보호 장구는 초라했다. 럼스펠드 장관이 이라크 전장을 방문하여 미군 장병들 앞에서 연설을 하던 도중 야유를 받기도 했다. 보급과 복지 실태가 형편없다는 항의였다.


아르빌에 주둔하던 자이툰 부대는 동맹국 군대 중 최고 수준의 복지를 자랑했다고 한다. 화장실에 비데가 있고 헬스 시설이 갖춰진 막사를 방문한 미군의 부러운 눈초리는 아르빌을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적인 광경이었다. 여기에서 이미 미군은 패배를 직감하고 있었던 것 같다. 반면 저항군은 30미터 밖에서 미군의 보호 장구 틈을 정확히 조준해 사격했다. 미군 장병들이 낙엽같이 쓰러졌다. 그러다 보니 미군이 자유롭게 기동할 수도 없었고, 안정화 작전은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만일 우리 지상군이 이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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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군 간 밥그릇 싸움 위험…육군도 지상군 만능주의 버려야


해ㆍ공군으로부터 지원받고 싶어도 지원받을 지상군이 없다. 지상군이 싸우는 군대가 아니라 총알받이가 되고 만다.

지상군을 바로 세우는 특별한 조치가 있고 나서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승리가 보장된다. 물론 대규모 지상군 작전으로 승리를 거두는 것 보다 외교적인 노력을 통해 평화를 정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지상군을 희생시켜 치명적인 투사력을 갖추고, 북한에 대한 결정적 작전으로 한반도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는 논리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 입장을 갖게 된다. 최근 논쟁 중인 국방개혁이 바로 그러한 삼군 간의 밥그릇 싸움이라면 위험하다.


육군 간부들도 인식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 현재의 어려움에만 시야가 갇혀 해ㆍ공군을 설득하지 못하는 원인을 통찰하라는 것이다. 지상군 만능주의, 또는 우월주의를 기본 전제로 하여 논리를 전개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현대의 주력이 점차 해ㆍ공군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 자체는 언젠가 통일 이후까지 바라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주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D&D포커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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