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도서 대포병 레이더는 허수아비였나

김동규 2011. 0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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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16년 된 ‘고물’…신형 아서도 툭하면 고장
북 해안포에 침묵…육군 자격 갖춘 정비병 1명


지난 8월 10일 북한이 연평도 방향 북방한계선을 향해 또 해안포를 사격했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생긴 지 두 달이 지난 상황에서도 군 지휘부는 여전히 우왕좌왕하며 포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북한의 해안포에 대응하기 위해 배치된 대포병 레이더들도 포탄의 궤적을 추적하지 못한 채 침묵했다. 북한이 해안포를 사격할 때마다 대포병 레이더 먹통 문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언론을 통해 수차례 문제가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디앤디포커스는 올해 1월호에 작년 11월 연평도 포격 당시 대포병 레이더 AN/TPQ-37이 먹통이 된 원인을 분석한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2011년 1월호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대포병레이더’ 참조) 기사가 보도된 후 AN/TPQ-37의 도입 관련 업무를 맡은 적이 있다는 한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관계자는 AN/TPQ-37의 문제점이 장비 자체의 문제인지 운용군의 관리 문제인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한국군의 대포병 레이더 관리 실태를 지적했다. 그는 운용군인 육군이 대포병 레이더 관리에 소홀했다고 주장했다. 


도입 15년 넘은 공군의 레이더는 정비 잘해 아직도 잘 작동

연평도 피격 당시 서북도서에 배치됐던 AN/TPQ-37은 도입된 지 16년이 지난 상태였다. 레이더 장비는 16년이 지나면 그동안의 관리 상태에 따라 아예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레이더에 사용되는 부품은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통상 5년이 지나면 한 세대가 지난 것으로 본다. AN/TPQ-37의 수명 연한을 따져보면 내부의 부품들은 이미 3세대가 지나 노후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3세대가 지난 부품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정비, 성능개량, 부품 교체가 제때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AN/TPQ-37은 수명 연한에 맞는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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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도서의 해병대원들

AN/TPQ-37의 관리문제는 국회 국방위원회 송영선 의원이 꾸준히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다. 송 의원에 따르면 2004년 12월까지 한국의 TPQ 계열 대포병 레이더는 창정비를 단 한 번도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과거 AN/TPQ-37의 도입에 관여했다는 관계자는 “육군의 어떤 학교에도 AN/TPQ-36과 37의 정비과정이 개설된 곳이 없다”며 AN/TPQ-37이 창정비를 받지 못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자격을 갖춘 정비사가 전 육군에서 단 한 명밖에 없고 그동안 성능개량도 하지 않았으니 레이더가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고 주장했다. 

한 공군 예비역은 공군의 레이더 관리를 예로 들며 대포병 레이더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레이더가 없으면 장님이 돼 버리는 공군은 레이더 정비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도입된 지 10년에서 15년이 넘은 공군의 장거리 레이더를 보라. 지금도 아무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육군은 레이더가 다른 장비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해ㆍ공군만큼의 역량을 투입하지 않는다. 그런 맥락에서 대포병 레이더도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크기변환_사진3. 연평도포격.JPG 
북의포격에 파괴된 연평도의 민가 

2010년 송영선 의원이 지적한 AN/TPQ-37의 고장사례를 보면 2009년 2월에는 육군 A군단에서 운영 중이던 레이더의 자기테이프가 14년이 넘게 사용되는 바람에 아예 정비 자체가 불가능한 고장을 일으켰다. 이 레이더는 결국 2010년 성능개량을 위해 입고된 뒤 같은 해 11월 30일 출고됐다. 

육군 B군단에서 운용하던 레이더도 2009년 2월 아예 빔 방사가 불가능한 고장을 일으켜 뜯어보니 송풍기 모터의 수리가 필요한 상태였고 분해 후 베어링 세척과 주유로 해결됐다. B군단에서는 한 달 뒤인 3월에도 진행파관의 장기사용으로 레이더가 고장을 일으켜 관련부품을 교체했다.  

백령도와 연평도에 배치한 AN/TPQ-37에서도 배치 전인 2009년에 3번의 고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3번의 고장 모두 관련부품을 교체해 정상 작동했지만 고장을 일으킬 때만 부품을 교체하는 안이한 모습은 육군의 레이더 관리 실태를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포격 때마다 먹통이 된 점, 도입된 지 16년이 지난 지금도 정비와 성능개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과연 이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인지 의문도 생긴다. 

육군은 잦은 고장과 노후화로 문제가 많은 AN/TPQ-37을 보완하기 위해 차기 대포병 레이더사업을 통해 아서(ARTHUR) 대포병 레이더를 도입했다. 하지만 도입된 지 10년도 되지 않은 레이더에서 지금까지 총 78차례의 고장이 생기는 바람에 장비의 신뢰성이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1.아서(위).jpg
▲ 병 레이더 아서(ARTHUR) 


스웨덴 사브(SAAB)에서 개발한 아서(ARTHUR) 대포병 탐지레이더는 현재 한국군에 모두 6대가 배치돼 있다. 지난해 11월 직도입된 1호기를 제외한 2~6호기는 제작사로부터 부품을 도입해 국내업체 LIG넥스원에서 조립ㆍ생산했다. 국방부는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서북도서가 북의 포격에 노출돼 있다는 판단 아래 수도권 방어를 위해 전선에 배치돼 있던 아서 레이더 두 대를 연평도와 백령도에 각각 한 대씩 이동 배치했다.  


아서는 당초 AN/TPQ-37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레이더였지만 노후한 AN/TPQ-37을 능가하는 고장 발생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보고된 고장 건수만 총 78건으로 최초 전력화된 1,2호기에서 무려 46건의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장의 원인을 살펴보면 쉘터와 안테나에서 34건, 발전기에서 25건, 소프트웨어에서 11건, 기타 8건이 있는데 대부분 운용ㆍ정비 미흡과 부품ㆍ조립불량 탓이었다.  

고장 원인을 살펴보면 발전기 연료필터 등 주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하는 부품들을 제때 교환하지 않거나 불량 경유, 오염된 연료를 사용해 고장이 난 경우도 있었다. 이는 전적으로 운용군의 문제다. 또 연간 운용기준에 1200시간만 운용하도록 돼 있지만 이를 어기고 최대 5배까지 적정운용시간을 어긴 점도 고장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아서는 전력화 이후 월 100시간만 가동해야 하는 적정 기준이 지켜지지 않은 채 평균 400시간 넘게 운용 돼왔다. 전문가들은 민감한 레이더 장비가 적정 운용 시간의 3배가 넘도록 혹사당하면 고장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업체에서 제공한 교범에 따르지 않은 운용상의 문제로 발생한 고장은 A/S조차 불가능하다.

연평도 포격 이후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이 커지면서 대화력전을 전담하는 육군 측에서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대포병 레이더를 장시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아서 레이더의 고장 문제를 지적한 송영선 의원도 이에 대해 “지난해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피격사건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장시간 운용하여 기계에 과부하가 걸린 것은 이해가 된다”고 밝혔다.  

 

AN/TPQ-37과 아서 레이더는 TWT(Traveling-wave tube)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예열 시간이 필요하다. 정확한 예열 시간은 밝혀진 바 없지만 보통 예열에 10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부팅과 하드웨어 예열을 포함하면 20분 이상이 걸린다는 주장도 있다. 육군이 아서 레이더를 적정 시간을 훨씬 초과하면서까지 운용한 데는 이러한 한계가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포를 쏜 뒤 대포병 레이더를 켜면 이미 늦기 때문에 켜둘 수 있는 한 계속 켜뒀다는 말이다. 현재 아서는 두 달에 걸친 제작사의 순회정비와 정비교육 끝에 모두 정상 운용 중에 있다. 



사진2.ANTPQ-37(아래).jpg 
▲ 미군이 운용하는 AN/TPQ-37 대포병레이더 


북한 해안포, 평사포 수준의 낮은 각도로 쏴 포탄 궤도 탐지 역부족


긴 예열 시간도 문제지만 북한이 사용하는 해안포의 특성이 대포병 레이더의 탐지력을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8월 10일 포격은 작년 11월 포격과 달리 포탄의 발사각이 낮고 거리가 짧게 날아왔기 때문에 대포병 레이더가 이를 탐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대포병 레이더는 고각으로 날아오는 포탄의 궤도를 역산해 포격 원점을 탐지한다. 하지만 이번 사격은 평사포 수준의 낮은 각도로 포탄을 발사했기 때문에 AN/TPQ-37이나 아서가 탐지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것. 

도서지역 특유의 짙은 해무로 인해 레이더 운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포탄을 추적하지 못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 레이더 전문가는 “전파는 물을 만나면 회절하거나 반사되는 특성이 있다. 전파를 사용하는 레이더는 해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음향탐표적탐지장비(HALO)가 도입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도서 지역 특성상 해무가 자주 끼는 서북도서에서 대포병 레이더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만약 북한이 짙은 해무가 끼는 틈을 타 포격을 감행하면 대화력전 수행이 어려워 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부족한 레이더 수도 문제다. 군은 이번 포격을 제대로 탐지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대포병 레이더의 탐지각을 벗어난 지역에서 포격이 날아온 점을 들었다. 아서는 탐지각이 60~90도 정도로, 한 대가 연평도 전 지역을 담당하는 건 불가능하다. 군 관계자들은 넓은 북한의 해안선을 마주하고 있는 연평도는 대포병 레이더 몇 대를 교차로 배치해 포격에 대비해야 하지만 레이더가 부족해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운용시간의 제한과 예열시간의 문제로 AN/TPQ-37과 아서를 교대로 운용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서북도서에는 더 많은 대포병 레이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크기변환_사진1. 북한의 170mm 곡산(KOKSAN).jpg
▲ 이라크에서 발견된 170mm 곡산포(KOKSAN) 


첫 한국형 대포병 레이더 개발 추진…반도체 써 예열시간 단축


방위사업청은 8월 10일 차기 대포병 탐지레이더 체계 개발사업에 대한 입찰공고를 냈다. 16일에는 사업설명회를 열어 업체들의 제안서 제출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사업은 한국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대포병 레이더 개발로 그동안 해외 장비에만 의존하던 대포병 레이더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기대되고 있다. 

한 레이더 전문가에게 이번 사업에서 중점이 되는 사항이 무엇인지 질문하자 “송수신모듈(Transmit/Receive Module)로 반도체(Solid State)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송수신 모듈은 레이더의 핵심부품으로 전파를 송수신하는 부분을 말한다. 현재 운용 중에 있는 AN/TPQ-37과 아서 레이더는 진공관의 발전된 형태인 진행파관(TWT, traveling-wave tube) 방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고전압을 필요로 하고 예열시간이 길다. 또 전력소모가 많고 부품의 수명이 짧은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개발 될 신형 대포병 레이더는 반도체를 이용해 기존 레이더에 비해 다양한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먼저 적의 포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예열시간이나 부팅 시간이 대폭 줄어드는 것이 장점이다. 

한 레이더 부품업체의 관계자에게 반도체 방식으로 갈 경우 예열시간이 어느 정도로 줄어드는지 질문하자 “아직 사업자 선정도 되지 않은 상태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예열시간이 아예 없는 건 아니고 TV나 컴퓨터를 켤 때처럼 약간의 지연은 있을 것이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될 레이더는 부품의 교체가 쉽고 수명이 긴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국군에 맞는 대포병 레이더가 개발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 한 예비역 포병 장교는 “그동안 대포병 레이더는 해외도입에 의존하다보니 비싼 부품 가격 때문에 즉각 교체가 어렵고 정비지원도 원활히 받기 어려웠다”며 국산 대포병 레이더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또 “해외도입에 비해 저렴한 도입 가격은 물론 부품 및 정비지원을 적절한 시기에 받을 수 있어 대화력전의 수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레이더 사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은 신형 대포병 레이더 개발 사업이 기존에 제기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정비지원이나 부품수급, 예열시간 등 운용상의 문제를 대폭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신형 대포병 레이더의 개발완료시기가 전작권 이후로 돼 있어 그동안의 공백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북한이 서북도서를 향해 해안포를 사격할 때마다 대포병 레이더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대포병 레이더의 획기적인 운용 개선 없이는 서북도서의 평화가 불안하기만 하다. 연평도 주민들은 지난해 11월 포격 이후 북한이 해안포를 사격할 때마다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지쳐가는 연평도 주민들의 피로는 실제 상황에서 믿음직하게 대응하는 군의 모습만이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동규 <D&D포커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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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디펜스21+ 기자
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경상도의 모 대도시에서 20년을 보냈다.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이메일 : ppankk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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