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무기 도입에 밀려 추락하는 보병 전투력

2011. 0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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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무기만 있으면 ‘전투형 군대’ 완성?

병력 유지에만 급급한 ‘관리형 군대’, 보병 전투력 향상은 외면

대한민국 육군의 전투력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52만에 이르는 병력과 대규모 기동전력, 포병전력의 규모는 육군 전투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첨단 장비 위주의 전력 증강으로 인해 소부대 무기체계와 개인장비는 10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도 있다. 갈수록 줄어드는 병력자원으로 인해 보병의 전투력은 외려 과거로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동규 <D&D Focus> 기자 ppankku@naver.com

후퇴하는 육군 보병 전투력

육군은 그동안 첨단 무기 도입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에이타킴스, 천마, 비호, 다연장로켓포(MLRS), K-9 자주포, K-2 전차 등 육군 전력의 눈부신 성장은 지상군 전투력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중대, 소대 단위의 전투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무기체계는 불량 문제로 도입이 지연되고 있는 K-11 복합소총을 제외하면 투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오랫동안 소요제기에 관련해 온 한 예비역은 “병력 가용자원이 부족해 병력은 갈수록 줄어만 가는데 보병 전투 장비의 발전은 전무하다. 결국 보병 부대의 전투력은 후퇴하고 있는 셈”이라며 현 상황을 꼬집었다. 이 예비역은 “구형 재래식 무기들로 무장한 전방 소부대의 화력은 탄이 수명연한을 경과하면서 그 성능이 현저하게 저하됐다”며 대표적인 예로 4.2인치 박격포를 들었다.

 

비축탄에 묶인 4.2인치 박격포

2차 대전 당시 미군이 개발한 M30 4.2인치 박격포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의 지원으로 한국군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M30을 본 따 만든 KM30 박격포는 1980년 이후부터 각 부대에 배치됐다. 4.2인치 박격포는 현재 육군과 해병대 등의 보병 연대 전투지원중대에서 지원화기로 사용 중이지만 이미 90년대부터 시대에 뒤떨어진 무기체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었다.

먼저 오래된 무기체계인 탓에 부품수급이 어려워 고장이 나면 정비가 힘든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강원도 양구 육군 2사단 OO연대에서 4.2인치 박격포병으로 근무했던 한 예비역의 증언이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4.2인치 박격포병으로 근무했지만 단 한 번도 고폭탄 사격을 해보지 못했다. 포가 2년 내내 망가져있기 때문이다. 완충기가 망가져 몇 차례 수리요청을 했지만 전역할 때까지 감감무소식이었다.”

이 예비역의 증언에 따르면 중대에서 운용하는 12문의 4.2인치 박격포 중 절반인 6문이  작동불능 상태였다고 한다. 수리를 맡긴 지 1년이 지나도록 포가 오지 않거나 수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만약 실전이 벌어지면 중대원들은 고장이 난 포를 방열하고 쏘는 시늉만 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4.2인치 박격포.jpg 

▲ 미군이 사용했던 M30 4.2인치 박격포 

대대지원화기인 81mm 박격포보다 뒤떨어지는 사정거리도 지적받고 있다. 대대급 화기중대에서 사용하는 KM187 81mm 박격포는 최대사정거리가 6,350m에 이른다. 4.2인치는 이에 못 미치는 5,650m다. 신형 포탄을 이용해 최대 사거리를 6,850m까지 연장했지만 비축탄약 대부분이 구형탄약임을 감안하면 연대지원화기가 대대지원화기보다 사정거리가 떨어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4.2인치 박격포를 대신할 120mm 박격포를 도입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120mm 박격포는 2009년 7월 국내 모 방산업체에서 개발을 완료했다는 소식만 있었을 뿐 도입 여부는 전해진 바 없다. 전방 사단에서 포병 연대장으로 근무했던 예비역 대령은 4.2인치 박격포를 도태시킬 수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박격포탄 재고가 너무 많기 때문에 4.2 인치 박격포를 교체할 수 없다. 미군이 한국군에 떠넘긴 전시대비탄약(WRSA, War Reserve Stocks For Allies) 중 4.2인치 탄약이 꽤 많이 있었는데 생산 연도가 60년대인 것도 있다. 이 탄약을 폐기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든다.”

박격포탄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낡은 무기체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육군 30사단에서 탄약관리병으로 근무했던 예비역에게 사실여부를 확인한 결과 이 예비역은 “로트번호를 보면 생산연도를 알 수 있는데 4.2인치 박격포 탄약은 70년대 생산품까지 봤다”고 밝혔다.

4.2인치 박격포를 대체하기 위해 105mm 곡사포를 자주화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아직 포신이 멀쩡한 포들이 많고 탄약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120mm 박격포 도입 보다는 105mm 곡사포를 자주화하여 연대지원화력으로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4.2인치 박격포를 대체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탄약 재고가 워낙 많은 탓에 교체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그때까지 연대의 지원화력은 군의 작전개념을 충족시킬 수 없는 취약한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미해병대방탄복.jpg

▲미 해병대가 채택해 사용 중인 MTV(Modular Tactical Vest) 방탄복. 방탄복 무게만 13.6kg에 달한다. 과도한 무게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방탄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방탄복 구경도 못해본 전방 사단 장병들

4.2인치 박격포 같은 공격 수단의 문제뿐만 아니라 보호 장비의 문제도 심각하다. 육군 전방 사단 출신 예비역들을 상대로 방탄복 지급여부에 대해 취재해 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방탄복을 구경도 못해본 예비역이 상당수였던 것이다. 육군 1사단에서 근무한 예비역에 따르면 GP는 전 장병이 방탄복을 개인지급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GP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방인 GOP에서 근무했던 예비역들은 방탄복을 군생활 내내 지급받지 못했다고 한다. 7사단, 21사단, 25사단에서 GOP 근무를 들어간 경험이 있는 예비역들을 상대로 취재해 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GOP까지 방탄복을 지급해야 할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합참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예비역 육군 대령의 설명이다.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생하면 화력전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수 천 문의 포병전력이 불을 뿜고 전투기들이 날아다니기 시작하면 보병전투는 끼어들 틈이 없다. 그래서 보병의 개인장비도 중요하지만 화력전을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와 달리 한 민간 군사전문가는 대규모 화력전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방탄복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전 당시 격렬한 포격전 속에서도 방탄복 덕분에 목숨을 건진 미군 병사가 많았다. 대규모 화력전 상황에서 파편을 방호할 수 있는 보호장비는 각개 병사에게 반드시 지급돼야 한다. 그리고 산악지형이 대부분인 동부전선에서는 보병전이 주를 이룰 가능성이 많다. 때문에 GOP병사들에게도 방탄복이 반드시 지급돼야 한다.”

미군은 이라크에서 첨단 정밀 타격 무기들을 이용해 핵심 시설을 모두 마비시킨 후 보병을 투입했다. 개전 초기에는 전쟁이 쉽게 끝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보병이 투입되기 시작한 이후부터 미군의 악몽은 시작된다. 전술단위에서 변변한 무기도 없었고 특수부대가 아닌 이상 보병 장비에 현재 수준의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라크에서 온갖 치열한 전투를 겪으며 병사들의 피로 얻은 교훈이 바로 현재 미군의 보병장비다. 이에 대한 한 민간군사전문가의 말이다.

“미군이 보병에게 방탄 플레이트 같은 값비싼 보호 장비를 지급하는 이유는 그들의 생명가치를 소중히 하기 때문이다. 미군의 보호 장비는 지금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진화하고 있다. 첨단 무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군이 보병 단위의 전투력 향상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데는 이라크전의 교훈이 크다. 첨단 무기를 이용해 전쟁을 치른다 해도 결국 전쟁은 보병투입으로 끝난다는 교훈이다.”

  

북한의 총탄에 관통되는 방탄복

방탄복 지급 문제와는 별개로 방탄복의 품질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997년 제정된 방탄복 국방규격은 '구경 7.62mm의 북한 AK-47소총을 3m거리에서 초속 730m 이상의 속도로 3발씩 쏴서 관통되지 않으면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북한군 전연사단의 주력 소총은 7.62mm AK-47소총이 아니라 초속 900m로 날아가는5.45mm 88식 보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군이 사용하는 5.45mm 탄환은 일반 납탄보다 살상력이 향상된 연철심탄이다. 수치만 놓고 분석해볼 때 한국군의 방탄복은 북한의 주력 소총탄을 막을 수 없다는 결과가 나온다.

한국군 방탄복에 5.45mm 탄을 직접 쏴 관통력을 실험한 사례도 있다. 전술장비 리뷰 사이트 ‘택티컬 포럼(www.tacticalforum.co.kr)’은 한국군이 현재 사용 중인 방탄복의 방탄판에 5.45mm 실탄을 직접 사격해 방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직접 실험했다. 실험 결과 초탄은 방탄판을 그대로 관통하며 방탄판 모서리를 벌어지게 만들었다. 단 한 발만에 방탄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이 실험을 진행했던 종군기자 태상호 씨는 실험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첨언했다.

“이번 실험은 미 법무성 산하 국립사법연구소(NIJ)가 보유한 최첨단 측정 장치가 없었고 여러 장의 방탄판을 이용하지도 못했으므로 100% 객관적이고 정확하다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한국군의 방탄판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회원들을 위해 실험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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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5mm 탄환에 관통된 한국군 구형 방탄판. 오른쪽에서 세 번째 구멍이 초탄이 관통한 자리다. ⓒ 택티컬 포럼

 

그는 또 구형 방탄판으로 실험을 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대부분의 부대가 사용하고 있는 방탄판을 기준으로 해야 의미있는 것”이라며 “신형이 입수되면 다시 실험을 해 보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한국군에 보급된 방탄복의 방탄판은 대부분 구형이며 신형 방탄판도 그 성능이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다. 

주적으로 분류되는 국가의 총탄조차 막을 수 없는 방탄복은 전투원의 생명이 얼마나 경시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한 예비역 육군 대령의 말이다.

“육군은 병력 숫자를 유지하는데 집착하느라 실제 전투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투자를 소홀히 했다. 무기를 현대화하더라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하다. 보호 장비에 투자가 미미한 이유는 전투원의 생명 가치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호 장비의 부족은 사망률을 증가시키고 이는 곧 전투력을 저하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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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육군 101공정사단 병사들. 이들이 착용한 개인장비는 '멋'이 아니라 동료들의 피로 얻은 '교훈'이다.

 

야전 전투력 저하는 ‘관리형 군대’가 만든 결과물

4.2인치 박격포 문제와 방탄복 문제는 일각에 불과하다. 대대지원화기 90mm 무반동총, 연대지원화기 106mm 무반동총도 현대전에 어울리지 않는 성능으로 수차례 문제가 제기됐지만 교체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병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투 장비의 발전이 전무하다보니 전투력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육군의 야전 전투력이 이렇게까지 저하된 이유는 관리에만 급급한 지휘관들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육군에서 소요제기 분야에 근무했던 예비역의 설명이다.

“사단장, 연대장급 장교들은 안정된 부대관리가 최고의 목표다. 무기체계보다는 임기 동안 부대관리를 잘해서 진급하는 게 그들의 관심사다. 그러다보니 무기체계 발전보다는 기존의 장비를 파손되지 않게 관리하는 데 더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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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동훈련 중인 한국 해병대와 미 해병대. 한국 해병대는 방탄복도 없이 훈련을 받고 있다. 무거운 방탄복은 평소에 적응해둬야 실전에서도 체력 부담이 없다.

 

참여정부 당시 국방정책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육군에 보여주기식 전력 증강이 많다고 지적했다.

“육군의 무기도입은 전형적인 ‘과시형 도입’이다. 소부대 무기체계에 대해선 관심이 없으면서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전략 무기의 도입에만 치중하고 있다. 보병의 전투력 약화는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결과다. 늦기 전에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소요제기에 반영해 장비를 개선해야 한다. 미군처럼 병사들의 피를 통해 깨달으면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 이유를 탑 다운(Top-down)으로 이뤄지는 소요제기 방식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야전 지휘관들이 보텀 업(Bottom-up) 방식으로 적극적인 소요제기를 해야 한다. 야전 지휘관들이 침묵하면 보병의 전투력은 날이 갈수록 뒤처질 수밖에 없다.

네트워크 중심전(NCW), 효과중심전(EBO) 등의 미래전 이론에 따라 첨단 무기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육군 전력의 기본은 보병이다. 보병 전투력을 관리하지 않으면 전시에 이라크의 미군이 겪은 악몽을 그대로 되풀이할지도 모른다. 세계 최강 미군이 이라크의 미로에서 헤맨 시간이 9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택티컬포럼은 <한겨레>,<D&D Focus>와 무관한 전술장비 리뷰 전문 커뮤니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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