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전차 파워팩 일문일답] 무엇이 논란인가?

김수빈 2012.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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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K2전차 파워팩에 대해 여러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다. 때로 정보의 과다는 독자들을 피로하게도 만든다. 대체 그 수많은 내용 중에 무엇이 문제이고, 팩트는 무엇일까? 본지는 업계 및 유관기관의 관계자들과 접촉하여 국정감사와 언론 보도를 통해서 불거져 나온 이슈들에 대해 일문일답 형식으로 주요 쟁점들을 정리하였다.

▶ 독일제 파워팩과 국산 파워팩을 다른 조건으로 평가한 이유는?

완제품을 구입하는 것과 자체적으로 개발할 때의 차이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완제품을 구입할 경우, 내부에 구현된 기술이 어찌 되었든 우리는 그 완제품이 보여줄 수 있는 성능만 보고 사면 된다. 어차피 내부 단품들의 형상이나 기술은 우리 소유가 아닌 업체(또는 해외 정부) 소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체 개발을 하게 될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단품 하나 하나, 적용된 기술 하나 하나가 방사청 소유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들어가는 단품부터 설계대로 되었는지 철저한 검증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차이를 무시하고 독일제 파워팩도 분해를 하여 내부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터무니 없는 것이다.

▶ 왜 독일제 파워팩은 새 전차에 탑재해 평가하고, 국산 파워팩은 중고 전차에 넣어서 시험했나?

독일제 파워팩은 이미 2008년에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고 국산 파워팩 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국산 파워팩 시험평가를 위해 이를 탑재할 차체가 필요했으나 당시 K2전차의 차체는 독일제 파워팩 시험용으로 개발한 시제차량 3대 밖에 없었다. 차체의 소유권을 갖고 있던 국과연이 이를 테스트하기 위해 창고에 있던 시제차량을 활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국산에 불리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중고 전차'에 탑재를 시킨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 “현수장치가 자꾸 기울어져서 수평 유지가 안 된다”는 주장도 있던데?

현수장치란 지면의 경사가 차체를 기울어지게 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이다. 가스프링과 유압댐퍼로 구성되어 있는데 험지에서 오는 충격과 진동을 차단하여 승무원과 엔진/변속기를 비롯한 주요장치를 보호한다.

노후 장비에서 현수장치가 기울어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를 두고 파워팩이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기울어질 경우에도 그 기울기는 최대 4% 이내이다. 한편, 전차가 야지 기동전투 장비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으려면 측경사 30%, 종경사 60% 정도는 거침없이 누비고 다닐 수 있어야 한다. 4% 내외의 기울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수입 대상인 독일제 파워팩은 K2전차(56t)보다 훨씬 무거운 63.5t의 터키 전차에서도 무난히 운용되고 있다. 국산 파워팩이 전차 현수장치의 기울어짐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도리어 이것은 그만큼 국산 파워팩이 작전장비로서 제 구실을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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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산 파워팩도 새 전차에 탑재하여 평가하여야 최종 성능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이는 사실이다. 그러나 파워팩과 차체는 서로에게서 오는 충격과 진동으로부터 격리(isolation)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차체의 진동이 엔진실로 들어와 간섭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엔진/변속기와 차체 사이에는 댐퍼라는 완충장치가 부착되어 있다. 그리고 엔진/변속기의 댐퍼는 엔진/변속기 개발업체의 과제이다. 이는 독일제 MTU RENK 파워팩도 마찬가지이다. 파워팩에서 볼트가 빠지고 파손이 되는 주된 이유는 파워팩 스스로가 발생시키는 고주파 진동을 스스로 견디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차체가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이는 미미한 수준이며 그것으로 신뢰도가 8배 이상 떨어지는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 왜 국산 파워팩에만 8시간 연속가동, 100km 연속주행이라는 가혹한 시험 요건을 부여했나?

8시간, 100km 연속주행은 가혹한 시험 요건이 아니다. 작전장비는 전시에 사용할 것을 가정하고 만드는 것이다. 독일제 파워팩을 탑재한 전차는 동계 및 하계 전술훈련에 참가하여 연속가동성능을 입증하였다.

동계 및 하계 전술훈련은 육군 기갑부대의 훈련 계획에 따라 실시된다. 그러나 국산 파워팩 개발 사업은 아직까지 부품개발 중이라 시험평가를 위해 군 작전훈련을 조정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군 작전훈련에 맞추어 시험평가를 못할 때를 대비하여 그와 유사한 조건으로 8시간, 100km 연속주행 방안을 수립, 결정했다. 그러나 중간에 엔진시동을 정지시키는 전술훈련 시험과 달리 8시간, 100km 연속주행은 엔진 정지가 없이 지속적으로 가동시킨다는 차이가 있음을 유념할 필요는 있다.

▶ 시험평가가 한창 진행 중에 갑자기 8시간 연속가동 시험을 통보했다는데?

사실과 다르다. 위에서 밝혔다시피 2009년 운용시험평가 계획을 수립하면서 국산 파워팩 개발업체와 국과연, 방사청 IPT 및 분석평가국, 육군 시험평가단 등의 논의를 거쳐 합의한 사항이다. S&T중공업 측에서는 운용시험평가서에 8시간 연속가동 시험이 적시되어 있음은 인정했으나 사전 계획과는 달리 평가일(3월 14일) 당일 공식 요청을 하였다고 밝혔다.

▶ 방사청이 도입하려는 독일제 엔진은 500대 양산된 엔진과 부속이 60%가 다르고, 양산 실적도 없다는데?

이는 사실이나 모든 사실을 전달하고 있지는 않다. 문제의 '500대 양산 엔진'은 과거에 사용하던 PLN(Pump Line Nozzle) 방식의 엔진이고 이번에 도입하려는 엔진은 이를 개량한 CRI(Common Rail Injection) 엔진이다. 디젤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CRDi(Common Rail Direct Injection)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커먼 레일(Common Rail) 시스템의 이름으로, 과거의 디젤 엔진보다 연비와 배기가스 배출 및 출력을 대폭 개선한 것이다. 푸조의 HDi나 폭스바겐의 TDI 등이 모두 이 커먼 레일 시스템이다.


기본적으로 CRI 엔진은 PLN 엔진을 개량한 것으로 그 설계가 90% 이상 동일하다. 부품의 호환성, 다시 말해 그 자체를 바꾸어 쓸 수 있는가는 60% 수준이나 설계는 90% 이상 동일하다. 이를 밝히지 않는 언급은 여론을 호도할 소지가 있다. 이번에 들여올 MTU의 883 엔진은 신형 전차를 개발하고 있는 터키의 알타이(ALTAY) 전차에 장착되었고 터키의 개발사는 지난 11월 초까지 2,300km 이상 주행시험(60% 포장도로, 40% 비포장 및 야지)을 하면서 성능에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본래는 알타이 전차에 국산 파워팩을 수출할 계획이었으나 개발에 차질이 생기면서 K2전차가 도입할 예정이었던 MTU의 883 엔진을 추천받아 성황리에 시험 가동 중이라 한다. 알타이 전차는 이번 11월 15일 첫 시제품 생산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 계획이다. 우리보다 늦게 시작한 터키의 전차는 벌써 시제품까지 생산할 정도로 진척된 것이다.


또한 883 CRI 엔진의 동일 계열로 CRI형 1,000마력 8기통 엔진(국내 수입 예정인 1,500마력 12기통 엔진에서 실린더 수만 줄인 모델)은 터키의 M60 업그레이드 버전에 적용되어 170대 양산 운용 중에 있고, 특별히 개조한 CRI형 2,740마력 엔진은 미국의 차기수륙양용 돌격장갑차(EFV)용으로 개발이 완료되어 50대가 초도소량생산품(LRIP: Low Rate Initial Production)으로 생산된 바 있다(그러나 예산 등의 문제로 EFV 사업이 취소되었다). 그리고 미국의 M1 에이브람스(Abrams) 전차 현대화 사업에서도 엔진을 이 883 계열 엔진이 장착될 예정이다. 이미 CRI 엔진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동일 계열의 엔진이 여러 사업에서 그 성능을 인정받았다.

▶ 독일제 파워팩에도 결함이 11개 있었다고 하지 않는가?

사실이나 경미한 결함이다. 독일제 파워팩이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시험평가를 위해 총 16,184km를 주행하면서 독일 공장으로 회송하여 정비할 만큼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람으로 치자면 찰과상 정도는 있었으나 개복 수술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 국산 파워팩 성능이 "95점 이상" "99점 이상"이라는 방사청 평가는 뭔가?

개발시험 중 3건의 성능미달이 있기는 했으나 국산 파워팩의 성능이 상당한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신뢰성이다. 신뢰성이 생명인 작전장비의 주요장치를 도입하는 데 국산 제품이 독일제의 11%에 불과한 신뢰성을 보여주는데도 국산을 고집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 왜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파워팩이 중대 결함 아니다"라는 의견이 8:5로 더 많았는데도 불합격 판정을 냈나?

이 또한 언론의 오보이다. 당시 시험평가 도중 발생한 결함에 대해 기술위원(업체 관계자, 대학 교수, 유관 기관 관계자들로 구성된 13인)들이 중대 결함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의를 했으며 "중대 결함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8:5로 더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2012년 2월경의 이야기이고 방추위 결정이 내려진 2012년 4월에는 이런 표결 절차 같은 게 없었다. 마치 방추위에서 표결이 있었던 것처럼 사실관계가 와전되었다.


또한 중대결함 판정 근거에는 기술위원들의 의견 말고도 '09~'10년에 발생한 중요한 문제점이 재발할 경우에도 이를 중대결함으로 본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지난 11월 5일 국방위 회의에서 손인춘 의원이 지적한 바대로 과거에 발생한 변속기 결함(냉각판 구동용 베벨기어 파손)이 10월 26일에 재발한 사례가 있다. 아직까지 이러한 중대결함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 독일제 엔진과 국산 변속기를 결합하는 안도 제시되었으며 시험결과 중대 결함이 없었다는데?

사실과 다르다. 2010년 4월 1일부터 9월 8일에 걸쳐 국과연 창원기동시험장에서 그러한 시험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는 S&T중공업이 자체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공식시험이 아닐 뿐더러 일각의 주장에서처럼 MTU사에서 참석한 바도 없다. S&T중공업은 시험 결과 중대 결함이 없었다고 하였으나, 시험 중 ▲변속장치 클러치소손 ▲냉각팬 속도제어 불균일 ▲조향 링키지 복원 불량 ▲오일분배기 파손 등으로 인한 누유 ▲오일냉각기 크랙 발생 ▲TCU 에러발생의 주요 결함을 비롯한 고장이 66건 발생했고 그중 12건은 공장으로 이송해서 수리를 해야 했다.

▶ 독일제 파워팩이 시험평가(DT/OT)를 다시 받을 수는 없는가?

이미 독일제 파워팩은 체계개발 당시 정당한 시험평가를 거쳐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국과연 소장도 국회 국방위에서 11건의 결함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시험평가를 다시 받을 경우 문제는 시간이다. 다시 시험평가(DT/OT)를 받는다는 것은 내구도 시험과 동/하절기 운용시험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1년 반 이상이 걸린다. 전력화 시기는 또다시 그만큼 늦춰지게 되는 셈이다. 이미 MTU와 RENK와 계약을 체결한 현대로템의 입장도 난처하게 된다. 현재 현대로템은 논란이 된 8시간, 100km 연속주행 시험은 준비만 되면 하루 이틀 안에 간단히 끝낼 수 있으며, 예산 배정 및 사업 추진만 그대로 진행되면 이미 계획된 최초생산품 시험에 추가하여 받을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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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빈
디펜스21+ 기자
우리나라 공군 최초의 패트리어트 작전장교(TCO) 중 하나. 번역서로 <우정의 가치(까만양)>, <실비오 게젤의 경제학의 정신(인카운터)>이 출간 예정이며, 음악과 영성에 대해 다룬 <음악의 숨겨진 차원(김영사)>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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