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35 미 제조사 “산업협력 하려거든 5000억원 내놔라”

김종대 2012. 0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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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를 생산하는 미국의 록히드마틴사는 한국이 차기전투기사업(FX)에서 자사와 “항공 산업 협력을 하기 위해서는 총4억6000만불을 먼저 투자하라”고 우리 방위사업청에 요구해 왔다. 기존의 전투기사업의 경우 전투기를 사 주면 도입비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한국 항공업체의 대응구매 및 산업협력을 보장해주던 절충교역(off-set) 방식을 적용했던 데 반해, 이번의 록히드마틴의 요구는 전투기 사업비와 별도로 한국의 선투자를 요구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7월 30일에 방위사업청이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의뢰하여 전 방산업체 발송한 ‘F-X사업 산업협력(IP) 참여 희망업체 파악’이라는 공문을 통해 밝혀졌다. 공문에 따르면 록히드는 한국이 도입하기로 한 차기전투기 60대 분에 대하여 “F-35를 선정할 경우 ▲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인프라 ▲ 주익 및 동체 조립체 ▲ 수평 및 수직 미익 조립체 분야에서 한국 방산업체가 산업협력(IP : Industry Partnership)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럴 경우 한국이 F-X 사업과 별도로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 금액은 앞의 세 분야가 각기 6천570만불, 2억6470만불, 1억2710만불로 총 4억5750만불에 달한다. 방위사업청은 공문에서 “특정업체의 산업협력을 위해 한국정부가 투자하는 것은 특혜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부적절”하므로 “국내업체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업체에 공문을 발송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내용을 소개한 3장짜리의 간략한 공문만으로 록히드의 의도를 짐작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공문을 접수한 업체 관계자들은 “한마디로 참여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황당한 제안”이라는 반응이다. 우선 록히드가 말하는 산업협력(IP)이라는 방식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작년부터 록히드는 F-35를 통해 한국과 산업협력을 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으나, 그 내용은 F-35 프로그램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미국이 공동 투자국 9개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에 3000대의 F-35를 판매하고 나면, 그 이후에 발생하는 판매물량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시장성이 분명치 않다. 설령 3000대 이외에 추가 판매물량이 있다고 해도 이미 F-35를 생산하는 기존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강하게 기득권을 요구할 경우 우리의 참여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산업협력을 한다 하더라도 그 범위가 한국이 구입하는 60대 분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우리 돈으로 5000억원 이상을 요구하는 선행투자가 업체 차원에서 이루어지려면 최소한 그 10배에 해당되는 5조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되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그러나 8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현재 F-X사업은 F-35의 경우 전자장비와 특수복합소재 등 전투기 원가의 상당부분이 록히드 몫이고, 이걸 제외한 우리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조립 및 엔진구성품은 불과 1~2조원 밖에 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공문에서는 그 예상 사업 범위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체 관계자는 “이런 공문으로 5000억원 투자를 하라는 것은 분명 횡포에 가깝다”며 “투자를 결정하는 이사회에 상정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추가적인 제안이 없는 한 록히드 측의 산업협력 제안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복수 업체가 산업협력 입찰에 응하지 않으면 경쟁의 취지도 무색해진다. 방위사업청은 산업협력 업체 의향서를 이번 달 20일까지 제출받고, 예비입찰 공고 후 9월 4일까지 접수를 마감할 예정이다. 항공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입찰이 불과 한 달여 만에 결정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부 간 거래(FMS) 방식으로 판매되는 F-35는 절충교역(off-set)을 할 수 없도록 발목이 잡혀있기 때문에 반드시 절충교역을 하도록 되어 있는 한국 무기시장에 변칙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현재 F-15SE를 공급하는 미국의 보잉사와 유로파이터를 공급하는 유럽의 EADS사는 이미 한국 업체에 상당한 물량이전을 절충교역 제안서에 포함시켜 놓은 상태다. 특히 이 두 회사가 제안한 물량이전은 아예 전투기 또는 민항기 분야에서 특정 사업권을 한국 기업에 제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고, 한국 기업에게 선행투자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회사의 매출 성장을 위해 이번 절충교역이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되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데 반해 록히드 측의 산업협력 방식은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한국기업에게 먼저 돈을 내놓으라는 식이다.


차기전투기 평가점수의 18.4%를 차지하는 경제적, 기술적 편익에 대해 록히드 측이 물량이전이 아닌 산업협력 방식을 고집할 경우 F-35에는 상당한 감점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관계자는 “록히드의 산업협력 제안은 감점이 아닌 득점 요인”이라고 말을 하고 있어 여러 관계자들로부터 어리둥절한 반응을 얻고 있다. 방사청 해명대로라면 우리 업체들의 참여 분위기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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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일했습니다. 또 국무총리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국방부 정책보좌관 등으로 일하며 군 문제에 관여해 왔습니다.
이메일 :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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