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중 정상회담을 보는 착잡한 심정

2011. 0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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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03048744_20060224.JPG19일부터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 지구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의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국제질서의 미래를 가늠할 중대 분수령으로 간주된다.


우리의 관심사는 단연 ‘한반도 문제가 어떻게 논의될 것인가’에 모아진다. 양국은 큰 틀에서의 한반도 문제의 구조적 성격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성은 한반도를 비껴가지 않는다. 양국 정부도 한반도 문제가 최대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은 한반도 정세의 극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일단 두 정상은 한반도 위기관리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를 위한 역할 분담에 나설 공산도 있다. 미국은 남한을 상대로, 중국은 북한을 상대로 남북대화 등 관계 개선에 나서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전환적 계기는 될 수 있지만 결정적 역할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양국 정상이 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 합의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이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기 때문이다.

 

미-중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심정이 착잡한 연유는 여기에서 나온다. 오랜 시간 남북관계는 미-중 관계의 종속변수이자 하위변수로 간주됐다. 특히 한국은 미국의 압도적인 영향력과 개입으로 인해 한반도 문제의 자율적인 행위자로 행동하기 어려웠다. 오늘날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남북관계는 한반도 문제의 핵심적 독립변수가 됐다. 오바마의 대북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켜보고 따라하는 것’(wait and follow)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의 대북정책 자율성과 주도력도 크게 강화됐다.

 

안타깝게도 남북한은 자주적 문제 해결의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강화된 입지를 남북한의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사용하기보다는 흡수통일이라는 망상에 소진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중 양국을 비롯한 ‘주변 4강’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에 영향력을 행사해주기를 바라는 ‘사대주의적 발상’까지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에 합의한 상태이다. 미국과 일본도 북한과 대화를 마냥 거부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눈치이다. 오바마-후진타오가 6자회담의 재개 필요성에 합의하고 이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상대적으로 북한보다는 남한이 남북대화 및 6자회담에 강경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중 양국의 외교적 노력은 이명박 정부에 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조성되면 이명박 정부도 마지못해 남북대화 및 6자회담에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울며 겨자 먹기’ 식의 대화는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않다. 사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를 풀고자 하는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는, 즉 ‘진정성이 없는’ 대화는 말싸움만 하다가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진정성을 요구하는 것 못지않게 스스로도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다.

 

결론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는 힘은 남북한 당국, 특히 이명박 정부한테 있다. ‘주변 4강’이 한목소리로 남북대화와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것도 대단히 이례적이다. 또 남북관계 악화가 미-중 간의 대결 및 동북아 갈등의 최대 요인이라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은 동북아에 떠도는 냉전의 망령을 물리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외교전략이 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미-중 정상회담이 자신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초조감을 버리고, 자발적이고 선제적으로 대북정책 등 대외정책의 전환을 시도해야 할 까닭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운명적 순간에 역사적 역할을 해야 할 분단국 지도자에게 주어진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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