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기술품질평가원의 슈퍼 갑질 등 제도·관행 과감히 털어내야

2015. 02.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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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항공(KAI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은 2014년 필리핀 한국형공격기(FA-50) 12대를 수출하는 등 보츠와나, UAE, 타이, 페루 등으로 T-50 계열 항공기 추가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방산수출이 36억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위사업청 집계결과 2014년 국산무기의 해외 수출액 36억1000만 달러는 방위사업청 출범 첫해인 지난 2006년 2억5000만 달러의 14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런 실적은 지난해 함정, 항공기, 자주포 등 고부가 무기 수출이 크게 늘어난데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방사청은 지난해 말레이시아에 3억 달러 규모의 초계함 6척, 필리핀에 4억 달러 규모의 FA-50 12대, 폴란드에 3억 달러 규모의 K-9 자주포 120문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 지난해 우리 방산수출 상위 5개국은 미국이 11억 달러로 1위를 차지했으며 필리핀 4억 달러, 폴란드 3억 달러, 인도네시아 6000만 달러, 사우디아라비아 4400만 달러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우리의 방산 사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평가원(기품원)의 방위산업체에 대한 제도와 관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엉망인데다 이들 대부분의 방산업체들이 수출 보다는 아직도 정부의 국방예산 수요에 의존하는 구조로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품목 다변화 올해 40억 달러 수출 기대


 물론 방사청은 기존의 탄약·부품류 위주의 수출에서 벗어나 항공기, 잠수함, 함정 등 첨단 무기로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40억 달러 이상의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방사청은 수출 증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방산수출을 담당하는 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올해 북미와 중동, 중남미 지역을 담당할 신규인력 4명을 채용하고 수출확대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기존에 수출국과 협력을 담당하는 인력은 10명에 불과해 인력부족을 겪어왔다.  앞으로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 지역 등을 담당할 인원도 확충할 계획이다. 방산 수출국가가 지난 2006년 47개국에서 지난해 80개국으로 늘어나면서 국가별 맞춤식 수출전략이 필요한 데 따른 대응차원이다.
   국방부도 방산수출을 지원키 위해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키로 했다.
  국방부는 우선 방산물자 수출 허가기관을 방사청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일부 품목을 제외한 물자는 모두 방사청이 허가토록 관련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기존에는 비군사물자와 일반 방산물자에 대한 허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고 군사 및 주요 방산물자는 방사청이 허가를 담당해 수출업체에 혼선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국방부는 또 수출 방산물자에도 ‘부품 국산화 품질 인증제도’를 적용키로 했다. 이는 방산업체가 국산화에 성공한 부품에 대해 국방기술품질원이 품질인증을 해주는 제도다. 기존에는 군이 사용하는 품목만 대상으로 인증을 해줬다. 새로운 제도가 적용되면 수출기업의 공신력이 높아져 수출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군복 및 군용장구 제조업 허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기계설비 및 시설 기준도 완화된다.건물 연면적 기준을 없애고 기계설비도 군복, 군용장구 제조에 필요한 것만 갖추도록 했다. 또 군복 및 군용장구 제조·판매업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령 등 위반행위에 따른 행정처분시 가중처분 조항을 삭제키로 했다. 제조·판매 장부 보존 의무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했다. 이밖에 민간이 국방정보기술 연구를 위해 군 시설 또는 장비를 이용하고자 할 경우 준비해야 할 서류도 대폭 간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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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DX KOREA에 참석한 외국군 무관들 사진.문형철 디펜스 21+ 기자

 


 국방부, 방산 수출 초점 규제 완화 나서


  이처럼 방사청 개청 이래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을 기록했으나 아직 우리 방산 수출은 방산 선진국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도 많다. 방산분야 전문가들은 기술발전에 따른 경쟁 체제 도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다수 방산기업이 정부수요에 안주, 글로벌 경쟁력을 깎아먹고 있다고 일침을 놓고 있다.
  국내 방산규모는 10조원대로 알려져 있다. 이 중 방위력 개선비와 전력운영비 중 인건비를 제외한 금액을 국내 방산 기업이 나눠 갖는 구조다. 이처럼 방산기업이 정부수요에 안주할 경우 기술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우리 방산업계가 글로벌 경쟁 우위를 확보키 위해서는 슈퍼 갑질을 방불케 하는 정부의 무리한 요구와 불합리한  제도 등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감사원이 2015년 1월 5일 내놓은 ‘방산제도 운용 및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보면 그 실태와 함께 제도개선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알 수 있다.
  감사원은 우선 지난 1973년부터 40여 년간 운용돼 온 방산업체 지정 제도가 오히려 업체를 과도하게 보호함으로써 경쟁력 저하와 잦은 비리 발생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방산물자·업체 지정 제도는 단기간에 방산 육성을 통한 방산 기반 구축과 전시 및 평시 안정적인 국내 조달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군수품을 방산물자로 지정하고 해당 물자의 생산업체를 방산업체로 지정하는 제도다.
  방산물자와 방산업체는 지난 1980년대 말 각각 371개 품목, 75개 업체가 지정됐던 것이 지난해 4월 말 현재 1317개 품목, 97개 업체로 늘어났다. 방산업체로 지정되면 방산물자의 독점 납품권 보장과 실 발생비용 보전 방식인 방산원가 적용,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감사원은 이 같은 제도를 운용하며 방산물자에 대한 중복투자 방지와 안정적인 내수 수요를 유지하며 단기간에 방산기반을 구축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국내 방위산업과 기술수준이 40년 전에 비해 크게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이 기술개발 및 원가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보다는 정부수요에 의존 또는 안주함으로써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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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 방산업체 지정 제도가 경쟁력 발목


  방사청에서 자의적으로 방산물자를 지정 관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방산물자는 ‘방위사업법’에 따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군수조달분과위 심의를 거쳐 지정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방사청 개청 이후 지난해 4월까지 지정된 449개 방산물자 중 407개가 방산진흥국장 전결로 지정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유사 품목 간 경쟁가능성에 대한 시장 분석 없이 국방과학연구원과 국방기술품질원이 참여한 가운데 내부 의견수렴을 통해 방산물자를 지정한 것이 드러났다.
  또 정비용역은 방산물자 지정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적근거나 적절한 심의 없이 임의로 방산물자로 지정하거나 미지정해 예산을 낭비하거나 업체에 동등한 기회를 주지 않은 점도 나타났다. 방사청은 기술발전에 따라 방산물자 중 경쟁이 가능한 물자의 지정을 취소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방위사업법에 따르면 방사청은 수시 또는 3년마다 방산물자 지정의 존속과 취소여부를 검토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지난 2007년부터 지정 취소는 13건에 불과했다. 자동차부품연구원과 기품원 등이 검토한 바에 따르면 경쟁 가능한 품목은 237개에 이르는 것으로 판명됐다.


 자의적 방산물자 지정 관행 여전


  국방규격 및 품질보증 분야에서도 개선해야 할 점은 많이 있다.감사원에 따르면 군수품을 상용 전환키로 결정하고도 이행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지난 2012년 2월 국방규격품인 차량용 축전지(PT)와 상용품인 AGM축전지 및 MF축전지를 병행 사용키로 의결했다. 개당 1만2000원인 MF축전지는 전해액 보충이 불필요하지만 전해액을 포함해 개당가격이 12만2000원 정도인 PT축전지는 전해액을 보충해야 해 경제성과 편의성에서 MF축전지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육군 군수사령부는 국방부의 의결에도 불구하고 AGM축전지와 MF축전지가 성능 및 사용수명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여전히 PT축전지만 사용하는 실정이다.
  기품원이 시험 성적서를 무분별하게 요구함으로써 업체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 사례도 있었다. 본래 기품원이 품질보증활동의 일환으로 시험성적서를 요구할 경우에는 무기성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근거로 합리적인 시험성적서 제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 시험성적서 발행비용도 원가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기품원은 시험성적서 제출기준 마련 및 시험 성적서 발행비용을 원가에 반영하는 등의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각 부품의 로트별 시험성적서를 과도하게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다. 실제로 감사 결과 지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기품원의 품질보증 대상 품목은 3만7305개에서 4만8622개로 30% 증가했으나 그에 반해 시험성적서 요구건수는 2550건에서 2만5421건으로 무려 896% 나 증가했다.


 무분별한 시험성적서 요구로 업계 부담 가중


  감사원이 기품원에서 검찰에 고발조치한 위변조 시험성적서를 분석한 결과 계약금액 대비 시험성적서 발행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경우는 112건이었다. 무엇보다 계약금액보다 시험성적서 발행비용이 많은 경우도 25건이나 있었다. 과다한 시험성적서 요구와 그 발행비용이 결과적으로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그 뿐만이 아니다. 기품원은 국방규격이 낡아서 실제 납품되고 있는 부품과 일치하지 않거나 국방규격이 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규격에 부합하는 시험성적서를 요구한 경우도 다수 밝혀졌다. 784개의 국방규격은 지난 1970∼80년대에 역설계한 도면이나 해외 카피본 등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었다. 따라서 현품과 규격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낡아빠진 국방규격에 맞는 시험성적서를 요구한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1975년 제정된 봉합재의 경우 국방규격은 지난 2005년 폐지됐다. 그럼에도 이런 규격을 요구하자 K-9 자주포 체계 업체는 봉합체 제조업체에 국방규격에 부합하는 시험성적서를 요구하는 형태로 부담을 전가 했다.
  기품원의 이런 행태는 거의 슈퍼갑 수준이며, 방산기업은 을의 입장에서 이런 엉터리 기준에 맞추느라 때로는 위변조의 범법을 저지르기까지 하면서 고통을 감내한 셈이었다.

   그에 반해 방산원가 제도분야에선 잘못된 특혜를 준 경우도 있었다. 방산설비에 투자된 자기자본을 과다하게 보상하거나 불합리한 경영노력 보상기준을 적용해 그 이윤을 방산 대기업에만 편중 보상한 것이다.
  방사청은 방산업체의 설비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방산업체가 방산설비에 투자한 자기자본의 비용을 원가에 반영해 보상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이자율이 지난 1997년 13.39%에서 지난 2013년 3.19%로 하락했으나 방사청은 자기자본 보상률을 지난 1997년 12%로 책정하다 지난 2006년에 13%로 인상한 후 지난해까지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그 결과 방사청은 전체 방산업체에 2175억 원을 과다 보상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방산 대기업에만 지원 편중되는 현상

 

  방사청의 경영노력 보상 제도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방사청은 국방품질경영시스템과 생산성 경영을 인증 받고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을 구축하기만 하면 각 항목별로 1%씩 최대 3%의 이윤을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방산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방산업체는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감사 결과 중소업체 68개 중 43개 업체는 경영노력 보상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방사청에 대해 방산물자 지정시 방위사업추진위의 심의를 거치고 경쟁 가능 여부 등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 지정 여부를 결정토록 통보하는 한편 방산물자의 존속과 취소 여부 등을 검토하는 방안을 강구토록 했다.기품원에 대해서는 국방규격 정비 업무에 철저를 기하고 시험성적서 제출 기준 마련과 시험성적서 발행비용의 원가반영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수출 36억 달러 달성은 분명 축하할 일이지만 글로벌 방산시장의 시각에서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와 방산기업은 지난 40년간 고착돼 있던 제도와 관행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경쟁체제를 도입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며 방산업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장윤석 디펜스21+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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