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이스라엘은 왜 닮았을까?

2015.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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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승찬 연대 정외과 박사는 북한과 이스라엘의 생존전략 비교를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로 삼았다. 그에 따르면  북한과 이스라엘은 주변국에 포위돼 있다는 불안과, 동맹국을 믿지 못하는 불신에서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이러한 국가의 심성이 생존전략에서의 유사성으로도 구체화된다는 것이다. 부 박사가 직접 자신의 논문을 요약해 보내온 글을 재정리해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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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하고 있는 이스라엘 군

                                                

버림받고 포위된 국가, 북한과 이스라엘


  북한과 이스라엘은 '따돌림을 당해 고립돼 있는 국가들(pariah states)'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의 생존전략이 자주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 국가는 ‘자주성’을 생존전략 수립과 집행의 ‘신조(credo)’로 여긴다. 동맹이나 집단안보체제 등 대외적 수단에 의존하기 보다는 자체 군사력의 강화를 통해 생존을 보장받고자 하며, 국제사회의 압력과 제재에도 핵무기 개발을 단행했다. 군사전략에 있어서도 공세적인 성향을 보인다. 생존전략만 놓고 보면, 이들은 결코 약소국이 아니다. 오히려 강대국에 가깝다.
  두 국가의 이러한 자주적 생존전략은 '포위 심성(siege mentality)'에서 비롯된 결과다. 포위 심성은 자신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도와 행태가 항상 부정적이라고 인식하는 집단적 심리상태를 의미한다. 포위 심성에 사로잡힌 국가들은 항상 자신들이 국제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생존의 위협에 직면해서도 외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으며, 기대해서도 안 된다고 인식한다. 포위 심성은 부정적인 정서(emotion)인 불신(distrust)과 두려움(fear)으로 구성돼 있다. 북한은 한국전쟁과 8월 종파사건을 경험하면서,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와 독립전쟁을 경험하면서 후견국이나 국제사회에 대한 불신과 적대국의 위협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됐다. 적대국의 위협에 대한 두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생존을 보장해 줄 것이라 믿었던 존재에 대한 불신마저 생긴다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들의 생존을 보장받는 자주적 생존전략이 이들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수밖에 없다. 
  두 국가는 자신들이 국제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생존전략을 군사우위, 자기의존, 그리고 행동자유의 원칙에 따라 규율(프레이밍) 한다. 첫 번째 원칙인 군사우위의 원칙은 국가안보를 군사안보와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하고, 자신들이 직면한 위협도 군사 사상에 따라 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적대적인 세계에 둘러싸여 있다고 항상 느껴 왔던 북한과 이스라엘 사회에서 군사담론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으며, 국가 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군이 국가안보의 역사·사회·정치적 토대로 여겨지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전 사회적으로 포위심성이 하나의 집단적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군은 상시적 위협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전문적이고 신뢰할 만한 행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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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군정치를 내세우기도 하고 군사력 과시를 위해 열병식 등 군사 퍼레이드를 벌이는 북한군



동맹을 맺지 않는 자기의존 국가


  두 번째 원칙인 자기의존의 원칙은 글자 그대로 ‘자신의 생존은 스스로 지킨다’는 의미다. 아무리 군사담론이 사회 제 분야를 지배한다고 할지라도 위협에 직면해 이를 격퇴하거나 억제할 수 있는 힘이 없으면, 결국 국가 생존은 또 다시 외부세계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는 김일성이 생전에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던 데서도 확인된다. 이 논리를 따를 경우 자기의존의 원칙은 자연스럽게 자주적 국방력 건설로 귀결된다. 국가 붕괴나 존립의 위기상황을 경험하면서 두 국가는 어느 국가도 자신들의 생존을 담보해주지 못했으며, 오히려 적대적이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했다고 인식한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고려할 때, 두 국가의 생존전략이 자기의존의 원칙에 입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원칙인 행동자유의 원칙은 동맹정책과 관련돼 있다. 약소국과 강대국 간의 동맹은 구조적으로 '안보 제공과 자율성의 교환'이라는 비대칭적 성격을 지닌다. 강대국의 안보 제공을 담보로 약소국이 자신들의 국가자율성 일부를 내주는 것이다. 하지만 두 국가는 국제사회나 강대국들에게 자신들의 안보를 의존하는 것은 국가의 자율성을 약화시키고, 국가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인식한다. 따라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강대국일지라도 이들과의 동맹을 꺼리고, 동맹 관계를 맺더라도 형식적인 관계에 머물려고 하며, 외국 군대의 주둔이나 연합훈련 등과 같은 실질적인 군사적 동맹행위도 국가 위기상황에서 행동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북한과 이스라엘이 자신들이 적대적으로 인식하는 국가들에 대한 공세적 군사행위를 감행하는 것이나,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서도 명확히 나타난다. 이와 관련 김일성 주석과 이스라엘 베긴사다트 전략문제연구소(BESA Center) 소장인 이프레임 인바(Efraim Inbar) 교수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 바 있다.

  우리는 이미 다른 나라들과의 조약체결 당시에 이것을 명백히 천명하였던 것입니다. 우리의 정권은 인민의 총의에 의하여 자유롭게 수립된 자주적인 인민의 정권입니다. 우리는 그 어느 때에도 외세에 의존한 일이 없으며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완전한 독립을 이룩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대내외 정책은 어떠한 외국의 간섭도 허용하지 않는 완전히 자주적인 정책입니다(김일성 저작집 19, 1982).

 이스라엘은 방위조약을 미국과 체결한 적이 없습니다. 종이는 무용지물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수많은 공식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오로지 종이 한 장만 믿으라는 조언은 하지 않겠습니다. 미국이 대만과도 방위 조약이라는 문서 조약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은 대만이 우리의 이해관계가 아니라고 천명했습니다. 이것이 생생한 국제정치이고 국제관계입니다. 국제정치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결혼이 아닙니다...(중략) 이스라엘은 안보 우산보다는 행동의 자유를 선택했습니다(세종연구소 초빙 특강, 2014년 7월).

 

 행동의 자유 - 핵개발


  이처럼 두 국가는 생존전략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군사우위, 자기의존, 그리고 행동자유의 원칙에 입각한 자주적 생존전략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유사성을 보인다. 하지만 행태적 측면에서는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북한의 경우, 위협 엄포(bluffing)를 실제 군사적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점을 상대방에게 전달함으로써 억지의 신뢰성을 극대화하는 ‘억지적 자주전략’을 표방한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은 임박한 위협이든 미래의 잠재적 위협이든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고 판단되면, 위협 엄포를 실제 군사적 행동으로 옮기는 ‘능동적 자주전략’을 추구한다. 행태적 측면에서의 이러한 차이는 두 국가의 대외적 안보환경과 국내정치체제의 특성에서 비롯된 결과다. 
  우선 두 국가의 대외적 안보환경에 대해 살펴보면, 북한은 전략종심이 짧아 적의 공격 시에 효과적인 기동 공간 확보, 방어, 그리고 반격 등 작전준비에 필요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전략종심이 짧다는 것은 북한이 상시 위협으로 간주하는 미국의 침략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취약성으로 작용한다. 이스라엘의 경우는 북한에 비해 더욱 심각하다. 이스라엘의 영토는 북한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전략종심이 짧은 것을 넘어 아예 부재하다. 두 국가 모두 적의 침략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존재하지 않는 지리적 취약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외적 안보환경에 있어서 상이성도 존재한다. 국력 면에서 북한은 주변국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인 반면, 이스라엘은 역으로 주변국들보다 절대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주변국의 적대적 인식 차원에서도 상이성이 존재한다. 북한의 주변국들 모두 북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북쪽에 위치한 러시아와 중국의 경우, 북한이 불신하기는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우호적인 몇 안 되는 강대국들이다. 게다가 중국은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북한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의 주변국 모두는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적대국들이며, 현재까지도 이들 국가와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두 국가의 대외적 안보환경의 상이성은 두 국가로 하여금 서로 다른 행태의 생존전략을 추구하도록 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최대 위협국은 세계 패권국인 미국이다. 이러한 미국을 상대로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선제공격이든 예방공격이든 마다하지 않는 능동적인 자주전략을 추구할 경우 자칫 체제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체제 생존을 위해 억지에 기반한 자주적 생존전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경우는 다르다.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국들과의 모든 전쟁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건설 중인 원자로에 대한 예방공격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게다가 국력의 절대적 기준에서 주변 아랍국들은 이스라엘에 열세를 면치 못하는 상대적 약소국들이다. 이러한 대외적 안보환경이 이스라엘이 억지적 자주전략보다 위협으로 판단되면 즉각적으로 실제 공격으로 옮기는 능동적 자주전략을 추구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행태적인 측면에서 생존전략이 상이성을 보이는 또 하나의 요인은 국내정치체제의 특성이다. 북한은 근본적으로 최고 지도자 중심의 유일지배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권위주의적 독재국가로 모든 정책결정이 최고 지도자 1인 혹은 소수 지배 엘리트들에 의해 비밀리에 이뤄지기 때문에 의회나 대중이 정책결정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 최고 지도자 중심의 유일적 지배체제에서의 국가 생존은 최고 지도자의 생존과 직결된다. 자칫 무모한 군사행동은 정권 수립 이후 약 70년간 유지해온 체제를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생존전략은 외부 위협을 사전에 제거하는 선제공격이나 예방공격 등을 감행하는 능동적인 공격전략 보다는 군사력 사용의 위협을 통해 상대방이 군사력의 선제 사용을 거부하도록 하는 억지적 자주전략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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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중 유대교 의식을 치르는 이스라엘 군. 이스라엘은 이슬람 국가 사이에서 자기 고유의 종교인 유대교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체제가 다른 국가의 대외정책 유사성


 이에 반해 이스라엘은 민주주의 국가로 정책결정과정에서 의회나 국민의 영향력이 상당하며, 정기적인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정부 정책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어 국가의 생존전략은 국민적 지지 없이는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특히 내각제라는 정부형태의 특성 상 정책결정자들은 의회보다는 국민 여론이라는 국내 정치적 요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선제공격이나 예방공격, 그리고 전쟁 등과 같이 위험부담이 큰 공세적이고 능동적인 자주전략을 추구하는 경우, 정책결정자들이 위협(공약)을 실천하지 않음으로써 부담해야 할 국내 청중비용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부담해야할 비용이 상당히 높은 관계로 국민적 지지가 동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독단적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꿔 말하자면, 이스라엘이 국가건설 이후 현재까지 능동적 자주전략을 추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가 뒷받침돼 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포위 심성의 인식체계가 적대국의 위협에 대한 두려움과 국제사회 혹은 후견국에 대한 불신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북한과 이스라엘의 자주적 생존전략은 두 국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결론은 분단이후 70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군사적 도발, 미사일 시험발사, 그리고 핵 개발 등의 북한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 현안 위주의 특정 목표(가령 북핵문제, 북한인권 해결 등)를 설정하고, 보수나 진보 정권에 따라 이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압박 vs 협력)을 달리 하는 접근방법을 취해왔다. 이러한 정책의 한계는 그동안의 대립과 반목으로 점철된 남북관계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듯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포위심성이 북한의 자주적 생존전략을 결정하는 근원적인 원인이라면, 북한문제도 포위심성을 점차적으로 완화시키거나 제거해나가는 방식을 통해 해결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포위심성은 미국의 위협에 대한 두려움과 후견국에 대한 불신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포위심성이 북한으로 하여금 내적균형을 강화하게 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도록 유인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군사적 도발을 자행하도록 하고 있다. 북한에 내재된 포위심성을 단계적으로 완화시키고, 종국적으로는 이를 없애야만 70년 간 대립과 반목으로 점철된 남북관계가 해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에게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두려움의 정도가 후견국에 대한 불신 정도보다 더욱 심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후자를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공고한 한미동맹 하에서 단기적으로는 후견국인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압박하도록 하는 '우회 압박전략'보다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협력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우회 관여전략'의 추진을 통해 북한이 후견국에 대한 불신 정도를 낮추도록 유도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미국의 위협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시키기 위한 초보적 수준으로 한국이 북일수교를 포함한 북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한미일 3각 관계가 북한을 위협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북한에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북미수교를 통해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켜야만 북한이 내재된 포위심성도 완전히 제거될 수 있으며, 종국적으로는 남북관계도 대립과 반목에서 벗어나 평화공존의 시대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디펜스21+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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