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 정상회담, 구경꾼으로 전락한 한국 외교

2011. 0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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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8~21일 미국을 국빈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이번 회담은 1979년 1월 덩샤오핑이 미국을 방문해 국교를 정상화한 이래 가장 주목받는 양국관계 일정이다. 무엇보다 세계 양대 강국으로 우뚝 성장한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재정립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북한·이란·대만 문제, 기후변화나 테러리즘, 위안화 절상과 무역 불균형 등 여러 현안들을 두 정상이 어떻게 논의하느냐에 따라 세계 정세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는 특히 한반도 위기관리와 북핵 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떠올라 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을 거치면서 한반도가 미-중 세력대결의 최전선처럼 되어버린 까닭이다. 실제로 두 나라는 지난해 서해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 항공모함의 기동범위 확대 등을 둘러싸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최근 두 나라는 동북아시아에서 군사적 대립을 완화할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한 듯하다. 하지만 6자회담 재개, 북한의 우라늄 농축 문제, 탄도미사일 문제 등 각론에 들어가면 시각차가 여전해 보인다.

 

문제는 미·중 두 나라가 한반도 안보에 관련된 핵심 쟁점들을 논의하는 가운데, 정작 당사자인 남북한은 무대 바깥에서 구경이나 하게 됐다는 점이다. 전임 정부 때까지 한국은 북핵 문제를 비롯한 현안에 대해 해법을 마련해 관련국들한테 제시하는 등 나름의 외교 역량을 발휘했다. 이는 남북대화를 토대로 관련국들이 두루 이해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난 몇년 동안 남북대화가 송두리째 끊긴 가운데 남쪽은 미국에, 북쪽은 중국에 의존하면서 세력 대결을 펼쳤다. 그 결과 남북한은 자신의 운명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서도 발언권을 잃고, 관련 강국들의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딱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미·중이 정상회담을 거쳐 조만간 6자회담 재개 쪽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예상해볼 수 있다. 미국이 ‘남북 직접대화’를 언급하는 등 미묘한 변화 기류가 있고, 일본도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을 거론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 남북대화에 부정적인 자세를 고집하다가는 미·일과 엇박자를 낼 수도 있다. 북쪽도 잇달아 대화를 제의하고 있으나 진정성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양쪽 모두 기존 발상의 한계를 성찰할 때다.

2011년 1월17일자 사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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