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태 때 대포병레이더가 침묵한 진짜 이유

김동규 2011. 06.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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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병 레이더 AN/TPQ-37 졸속도입으로 무용지물돼

국방부, 아서 레이더 도입 때에도 똑같은 실수 반복해


지난해 연평도 사태 때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을 샀던 대포병 레이더 ‘AN/TPQ-37’을 ‘ARTHUR’로 교체한다고 연평도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까?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사태 때 국방부가 자랑하던 첨단 무기였던  대포병 레이더 ‘AN/TPQ-37’가 제기능을 못해 비판의 표적이 됐다. 이에 국방부는 지난해 11월23일 북한 장사정포를 감시하던 ‘아서’(ARTHUR) 대포병레이더를 연평도에 긴급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국방부는 아서 대포병레이더를 생산하는 스웨던의 방산업체 사브에 아서에 대한 추가 주문을 냈다. 이와 관련해 사브는 지난 1월31일 보도자료를 내 한국으로부터 아서 대포병 레이더를 추가로 주문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살펴보자. 아서는 과연 만일 제2의 연평도 사태가 발생했을 때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답은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서 대포병레이더를 도입하는 과정이 무용지물인 ‘AN/TPQ-37’를 도입하는 과정과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사진1.ANTPQ-37(아래).jpg

미군이 운용중인 대포병 레이더 AN/TPQ-37.


우선 ‘AN/TPQ-37’가 왜 무용지물이 됐는지 살펴보자. 사실 미국 레이시온(Raytheon)사가 제작한 대포병 레이더 AN/TPQ-37은 현재 미군이 실전에서 아무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는 장비다. 미군은 AN/TPQ-37의 지속적인 개량을 통해 앞으로도 실전에서 계속 운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실전에서 검증받은 대포병 레이더가 왜 연평도에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AN/TPQ-37이 실전에서 먹통이 된 이유는 1994년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 이후 졸속으로 진행된 도입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남북은 1993년 10월부터 판문점에서 남북특사교환을 위한 실무대표접촉을 벌였다. 하지만 이날 북측 박영수 단장의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인해 8차 접촉을 끝으로 회담은 결렬됐고 남북특사교환 또한 무산됐다.


국방부는 불바다 발언 직후 중기국방계획(5년간 한국군 전력운영 방안을 제시하는 바탕이 되는 계획)을 변경해 율곡예산을 전용, 3,300억 원어치의 무기를 긴급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1994년 전반기에 1,800억 원어치의 무기가 도입됐고 연말까지 나머지 1,500억 원어치의 무기가 도입될 예정이었다.


중기국방계획의 변경은 1994년 3월27일부터 31일 사이 해ㆍ공군은 배제한 채 육군 위주로 이뤄졌다. 또한 변경안은 4월6일 합참을 거친 뒤 4월12일에 대통령의 결재를 얻는 등 매우 급박한 과정을 거쳐 통과됐다.


대통령 결재를 얻은 5일 뒤인 4월17일에는 페리 미 국방장관이 방한했다. 페리 장관은 방한 전인 3월25일 워싱턴에서 있었던 특별기자회견에서 “한국군의 대화력전 능력 강화를 위해 대응포격 시스템과 대포병 레이더, 각종 포탄 등을 보유하도록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며 무기 구매압력을 노골적으로 시사했다.


율곡예산을 전용해 도입된 무기들은 155mm 사거리 연장탄 등 탄약 8종과 대포병 레이더(AN/TPQ-37), 적외선 방해 장비(IRCM), 코브라 헬기용 야간사격통제장비(C-NITE) 등이다. 당시 임복진 민주당 의원은 “이 무기들은 페리 장관이 거론했던 무기들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도저히 구매할 수 없는 재고무기”


대포병 레이더 AN/TPQ-37의 구매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995년 9월22일 강창성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의 군 출신 의원들은 국방부가 미 정부의 구매압력 때문에 재고무기인 대포병레이더(AN/TPQ-37)를 도입하기로 결정해 약 7백억 원에 달하는 예산낭비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국방부가 제출한 국감자료와 방산업체 관계자 등의 보고내용을 인용해 “국방부가 지난 6월 대당 125억 원씩 모두 725억 원을 들여 도입키로 확정한 AN/TPQ-37은 성능시험결과 도저히 구매할 수 없는 재고무기”라고 폭로했다.


국방부는 1994년 8월 미국으로부터 AN/TPQ-37 구매요청을 받고 성능확인을 위해 국내에서 한미 합동으로 시험평가를 실시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쏘아올린 포탄 33발 중 2발 밖에 탐지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은 같은 해 11월 국내 미군기지에서 자체적으로 비공개 2차 성능시험을 실시했지만 결과를 통보하지 않았다


성능 문제 때문에 육군은 AN/TPQ-37의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국방부는 AN/TPQ-37의 성능기준을 10개 표적 동시탐지에서 5개 표적 동시탐지로 낮추는 편법을 동원해 도입을 진행했다. 국민회의 임복진 의원은 “육군이 강력 반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구매를 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군이 사용 중이던 AN/TPQ-37과 당시 국방부가 도입하려 한 AN/TPQ-37은 이름만 같을 뿐 성능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4년 10월 13일 송영선 미래희망연대 의원은 “한국군의 AN/TPQ-37은 비싼 가격 때문에 풀 옵션을 구입하지 못하고 기본형만 도입해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 시 위치확인만 가능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당시 시험평가를 맡은 육군교육사령부와 국방부 간에는 심각한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994년 도입결정 당시 오영우 교육사령관은 국방부가 “AN/TPQ-37이 시험평가 완료된 것으로 보고하라”고 지시하자 “시험평가 실적이 없다”며 거부했다.


교육사령관의 강력한 항의에 부닥쳐


오 사령관은 거듭되는 국방부의 압력에도 “잘못된 장비가 들어오면 나보고 책임지라는 것이냐”며 재차 거부했다. 하지만 거듭된 압력에 결국 AN/TPQ-37은 시험평가에 합격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 같은 사실은 취재기자가 당시 육군교육사령부에서 교리를 담당하던 고위 장성으로부터 직접 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난맥상이 16년 뒤 연평도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연평도 사태가 발생하기 전 AN/TPQ-37은 평소에도 잦은 고장으로 문제가 됐다. 연평도의 대포병 레이더는 지난해 2월 해병대 연평부대가 육군에서 지원받아 운용하기 시작한 이후 세 차례의 고장이 발생해 정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N/TPQ-36 11기와 AN/TPQ-37 5기는 기술력 부족으로 창정비(완전 분해 후 재조립하는 정비)를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이 장비들은 당장 문제가 없더라도 성능 개선 및 결함 최소화를 위해 10년마다 창 정비를 받아야 하는데, 2004년까지 창 정비를 받아야 할 AN/TPQ-36 4기에 대한 정비가 제대로 실시되지 못했다. AN/TPQ-36보다 정비가 어려운 AN/TPQ-37도 1996년에 도입돼 2005년부터는 창 정비를 받아야 하는데 육군은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미군은 AN/TPQ-37을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있는 반면 한국군은 정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한국군과 미군의 AN/TPQ-37은 이름만 같을 뿐 성능은 천양지차로, 비교가 불가능한 상태가 돼 버렸다.


미군의 AN/TPQ-37과 전혀 다른 한국군 AN/TPQ-37


사진1.아서(위).jpg

아서 대포병 레이더.


AN/TPQ-37은 실전에서 먹통이 됐다. 도입만능의 실적주의 때문에 시험평가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결과다. 2007년 아서 레이더를 처음 도입할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요구되는 성능을 제대로 입증하기 어려운 축소된 사정거리에서 사격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졌고, 부족한 부분은 시뮬레이션 검증으로 대체했다. 주파수 중복 문제, 대전자전 능력 제한문제, 기존장비의 창정비 및 성능개량 문제 등 수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조건 충족 최소비용 기법’ 방식을 통해 획득가가 가장 저렴한 장비를 선택했다.


이런 아서 레이더를 연평도에 배치하거나 추가구매를 한다고 서해의 안보를 자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AN/TPQ-37의 문제점은 16년 만에 드러났지만, 저렴하다는 이유로 도입되고 추가도입이 논의되는 아서 레이더는 또 언제 문제점을 드러낼지 모른다. 기본적으로 한 두 개의 무기가 서해의 안전을 지켜줄 수 없다. 지난 6월1일 북한이 남북한간의 비밀접촉 내용을 폭로하면서 남북긴장이 높아진 상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서해의 평화를 지키는 근본적인 방안은 결국 무기가 아니라 남북간 대화일 수밖에 없다.


김동규 <D&D 포커스> 기자 ppankk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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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디펜스21+ 기자
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경상도의 모 대도시에서 20년을 보냈다.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이메일 : ppankk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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