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끝내 ‘천안함-연평도 문턱’ 못넘어

2011. 0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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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회담 성과없이 끝나...북, 적극태도 하루만에 강경 입장으로 선회

남쪽은 고위급 군사회담의 의제를 사실상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문제로 한정했다. 반면에 북쪽은 “천안호 사건, 연평도 포격전, 쌍방 군부 사이 상호 도발로 간주될 수 있는 군사행동”을 의제로 제시했다. 겉보기론 북쪽이 제기한 ‘상호 도발로 간주될 수 있는 군사행동’을 의제에 포함하느냐 마느냐가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론 ‘천안함·연평도’ 문제의 성격 규정, 논의의 우선순위를 두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린 게 실무회담 일단 결렬의 원인이라는 게 중평이다. 

김봉규 북한 사진.jpg
▲ 김정일 생일 축하 준비 경기도 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임진강 건너 바라보이는 황해북도 개풍군 림한소학교 운동장에서
9일 오후 북한 주민들이 붉은 깃발을 곳곳에 세워둔 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전망대 관계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2월16일)을 앞두고 북쪽 주민들이 경축행사 준비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주/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이와 관련해 국방부 당국자는 “천안함과 연평도만을 떼어내 먼저 논의하지 않으면 북방한계선(NLL), 대북 심리전 문제 등과 뒤엉켜 가장 중요한 문제인 천안함과 연평도가 회담에서 소홀하게 취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쪽이 의제로 제기한 “쌍방 군부 사이의 상호 도발로 간주될 수 있는 군사적 행동을 중지할 데 대하여”를, 남쪽은 서해 북방한계선, 한-미 군사훈련, 남쪽 군당국이 지난해 5월부터 재개한 대북 심리전 등을 의제로 다뤄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물타기’하려는 북쪽의 노림수로 받아들였다. 


남쪽도 고위급 회담의제 양보않고 버티기

애초 북쪽은 8일 실무회담 첫날 “밤을 새워서라도 계속 논의하자” “다음주에 본회담(고위급 군사회담)을 열자”며 적극적인 태도로 나왔다. 특유의 ‘정치선전식 발언’도 없었다. 

하지만 9일 실무회담은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이날 회담은 오전 10시에 열렸다가 50분 만에 정회됐다. 남북 모두 8일에 이어 이날도 본회담 의제에서 양보할 뜻을 내비치지 않았다. 북쪽 회담 대표단은 정회 동안에 평양의 새 훈령을 받은 듯 오후 회담이 시작되자, 천안함 사건에 대해선 북쪽과 무관한 ‘특대형 모략극’이라고, 연평도 포격에 대해선 ‘남쪽이 연평도를 도발의 근원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고는 속개 10여분 만에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 남쪽 수석대표인 문상균 대령은 “도발이 아니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북쪽은 기존 입장에서 전혀 변화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1차 탐색전’ 끝내 언제든 다시 만날수도

이번 회담이 합의 없이 끝남으로써, 남북 당국간 고위급 대화 재개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하지만 최종 결렬로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추가 실무회담을 먼저 제안할 생각은 없지만, 완전 결렬이라기보다는 ‘1차 탐색전 끝’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우리의 단호한 입장을 확인한 북쪽이 나름의 고민을 할 테니 좀더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북쪽이 ‘다시 만나자’고 먼저 제안해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남북관계가 워낙 꼬여 있어 군사부문부터 문제를 풀기는 애초부터 어려웠다”며 “북쪽은 어쨌든 당분간은 다양한 대화 제안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제훈 권혁철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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