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어는 등돌리고…적자만 쌓인다”

2011. 0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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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장기화’ 개성공단 기업들의 한숨
공장건설 중단 조치에 수십억 투자 포기 상태
거래처 끊겨 사실상 휴업, 직원들은 이직 속출
“정부가 지원 못할망정 불안 조장…고사직전”


“개성공단 기업들을 말려 죽이려는가.” 정부의 대북 제재가 장기화하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입주기업 대표 8명이 최근 <한겨레>와 연쇄 인터뷰를 했다. 이들은 정부의 신규 투자 금지 조처로 공장 건설이 중단돼 수억원을 날리는 등 상황이 더 암담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이들은 남북 양쪽 당국에 밉보일까봐 공식적으로는 불평 한마디도 못 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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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설투자비 이자만 쌓인다 정부는 지난해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응해 북한과 교역 및 교류 중단을 선언(5·24 대북 조처)했다. 개성공단은 기존 설비만 가동하고 상주인력을 절반(500명)으로 줄이며 추가 설비 반입은 금지했다. 이 때문에 새로 공장을 짓던 업체 16곳이 직격탄을 맞았다.

봉제공장을 짓느라 남북경협 지원자금 50억원을 투자한 의류업체인 ㄱ사는 공사를 90%가량 진행하다가 중단했다. 수출입은행에서 대출의 90%만 보증을 서줘 당장 수억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ㄱ사가 떠안아야 한다. 정부에서 보상금이 나올 때까지는 수출입은행 보증대출에 대한 연 이자 1600만원도 회사가 내야 한다. ㄱ사 대표는 “남북경협사업하라고 돈 빌려줬다가 교류를 중단해서 손실만 끼치고, 정부가 국민 상대로 ‘이자놀이’하는 거냐”고 따져물었다. 지금까지 개성공단에 투입된 자금은 총 1조2583억원이고, 이 가운데 입주기업이 낸 설비투자비가 7300억원으로 가장 많다.

 

■ 직원들이 떠난다 의류업체인 ㄴ사는 원래 남쪽 직원 7명이 북쪽 노동자 330명과 일했다. 그러나 정부가 상주인원을 절반으로 감축하라고 지시해 이제 남쪽 상주 직원은 3명만 남아 있다. 2명은 회사를 떠났다. ㄴ사 대표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퇴사한 직원은 10년 넘게 함께 일한 40대 가장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70~80㎞를 출퇴근하는 것이 힘들고, ‘신변보호한다’는 말로 정부가 되레 불안감을 부추기니까 가족들이 공단 출근을 말렸다.”

사람을 다시 뽑을 수도 없다. 면접을 보고 출근 날짜까지 정해놨는데, 두달여 전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진 뒤로 신입 사원들이 발길을 돌렸다. 본사가 서울에 있는 ㄴ사는 나은 편이다. 출퇴근이 불가능한 대구, 광주, 부산 업체의 직원들은 경기도 문산에서 모텔을 전전한다. ㄷ사 대표는 “개성공단에 멀쩡한 기숙사를 비워놓고 몇달째 직원들이 시간낭비, 돈낭비, 체력낭비하고 있다”며 “이직률이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ㄹ사 대표는 남쪽 직원의 신변을 보호하려면 정부가 상주인원을 더 늘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변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면 한명도 개성공단에 남기면 안 되지, 500명은 되고 1000명은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나?”

 

■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불안감에 거래처도 끊겼다. 의류업체인 ㅁ사는 생산물량의 70%를 구매해주던 바이어가 지난 연말 떠났다. “대북 제재 조처로 원자재 반입이 어려워지니까 걱정하더니 ‘정부가 개성공단을 버린 것 같다’며 결국 거래를 중단했다. 일감이 없어 휴업해도 노동자 임금은 줘야 하니까 적자가 날마다 쌓여간다”고 ㅁ사 대표는 털어놨다. 남쪽 출입자가 줄면서 공단 내 상업시설인 ‘송악프라자’의 마트와 호프집, 노래방 등 업소 6곳도 문을 닫았다.

ㅂ사 대표는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한 개성공단지원법을 보면, 대한민국 어느 지역에서나 기업활동을 하는 것처럼 자유롭게 사업을 하도록 정부가 지원·보장하도록 돼 있다”며 “법률도 아니고 장관의 명령으로 재산권과 기업활동을 제한하는 행정편의적 발상 탓에 고사 직전이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지만 이들은 ‘개성공단 폐쇄’에는 단호히 반대한다. 그 이유를 ㅅ사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문화적, 이념적 차이로 삐걱거렸지만, 지금은 북쪽 노동자가 기업을 이해한다. 납기일을 왜 지켜야 하는지, 품질을 왜 높여야 하는지, 왜 많이 만들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는다. 남북 동질성을 회복해 통일 비용을 줄이는 구실을 개성공단이 하고 있다.” ㅇ사 대표도 “전쟁 가능성도 공단에 있는 남북한 노동자 때문에 억제되고 있다”며 “평화와 상생을 위해 남북이 소통할 수 있는 평화의 경제특구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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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10곳 중 6곳 “공장가동 50%미만 될판”

 

개성공단 입주기업 10곳 중 6곳은 잇단 거래 주문 취소로 공장 가동률을 50% 미만으로 낮춰야 할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개성공업지구기업책임(대표)자회의가 지난해 12월15일 임시총회에서 입주기업 대표 64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비공개 설문조사를 <한겨레>가 입수해보니, 84%가 연평도 포격 이후 공장 가동률을 낮췄다고 밝혔다. 50~70%로 낮췄다는 응답이 33%로 가장 많았고, 70~80%(27%), 80~90%(16%), 50%(10%) 등이 뒤따랐다. 특히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응답 기업의 65%가 공장 가동률을 50% 미만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겪은 가장 큰 어려움(복수응답)으로는 74%가 ‘바이어 불안감’을 꼽았다. 남쪽 상주인원이 줄면서 납기일을 맞추기 어렵고(61%), 직원의 불안감이 커지고(30%), 품질이 나빠지는 것(20%)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연평도 사건 이후에도 북쪽 노동자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거나(59%) 되레 더 협조적이 됐다(34%)고 말했다. 그래서 기업인 10명 중 9명은 개성공단을 ‘온전히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북 제재가 지속될 경우 ‘조건부 또는 무조건 철수한다’는 의견(60%)과 ‘계속 운영한다’는 의견(40%)이 맞섰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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