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한-미 동맹

2012. 05.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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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불편한 진실 ④ 한-미 동맹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에 힘쓰면서

공고한 한-미 동맹을 바탕에 두고

중국과 ‘전략적 협력’을 추구해야



133042519639_20120229.JPG » 오태규 논설위원 @ohtak5 나라를 지키는 방법엔 크게 자주와 동맹 두 길이 있다. 스스로 지키는 게 버거울수록 동맹에 힘쓰는 건 당연하다. 과거엔 동맹이 안보를 중심으로 군사 차원에서 이뤄졌으나, 요즘은 공동의 가치를 지키는 것으로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일하게 동맹을 맺고 있다. 일부에선 한국-미국-일본의 3각 동맹이란 말도 한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한-미, 미-일은 동맹관계지만, 한-일은 미국을 매개로 한 ‘점선의 가상동맹’일 뿐이다.


자주와 동맹은 과연 부딪칠 수밖에 없는 개념일까? 이론적으론 자주의 최대한이 동맹의 파기, 동맹의 최대한이 자주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자주와 동맹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순도 100%의 자주나 동맹은 찾기 힘들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진보진영이 자주를, 보수진영이 동맹을 중시한다. 이런 연유로 진보와 보수 두 진영은 한-미 동맹과 미국의 존재를 놓고 사사건건 충돌한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노무현 정권 때만큼 정권의 핵심부에서까지 자주와 동맹의 갈등이 심하게 불거졌던 적은 없었다. 노 정권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군사평론가 김종대씨의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라는 책에는 청와대 안의 동맹파와 자주파가 전시작전권 회수와 이라크 파병, 용산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벌였던 치열한 논쟁과 다툼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청와대 안의 자주파라고 해봐야 바깥의 기준으론 기껏 범동맹파 안의 분파에 불과한데도 싸움판에 선혈이 낭자하다. 이런 치열한 논쟁을 통해 결국 노 정권이 선택한 것은 두 파 간의 균형이었다.


계승범 교수가 쓴 <조선시대의 해외파병과 한중관계>란 책을 보면, 한-미 동맹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 광해군이 명의 파병 요청을 거부하자, 신하들이 벌떼같이 들고일어나 광해군을 공격한다. ‘재조지은’을 내세우며 200여명의 신하 중 7명을 뺀 전원이 왕의 방침에 반기를 든다. 왕보다 명나라 천자 뜻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신하도 있다. 지금도 이런 세력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진보진영의 자주론 또한 한쪽의 극단에 서 있다. 아니 그런 인상을 준다. 열강의 각축 속에서 미국의 존재가 우리를 지키는 울타리 노릇을 해주고 있는 걸 과소평가한다. 북이 미사일과 핵을 억지력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남은 한-미 동맹으로 억지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경시한다. 북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한 정상회담에서 동북아 세력균형의 추로서 미군 주둔의 역할을 인정한 바 있는데, 마치 당장 미군을 철수해야 자주인 것처럼 말한다. 지금의 동북아 구도에서 대안 없이 자주만 추구하다간 또다른 종속을 불러오기 십상이란 점을 무시한다.


보수진영도 시대의 변화를 담아내지 않고서는 동맹도 발전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보수든 진보든 가장 중시해야 할 것은 동맹이 없어도 우리 스스로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주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당장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공고한 한-미 동맹을 바탕에 두고 중국과도 진정한 ‘전략적 협력’을 추구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 주한미군의 성격과 운용 방식도 변화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의 번영이라는 더 큰 목적에 맞도록 조정하는 게 시급하다.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화법을 빌려 표현하자면, 지금의 한반도 상황엔 ‘자주 없는 동맹은 맹목이고, 동맹 없는 자주는 공허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오태규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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