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 한국배치라는 '유령논쟁'
지난 2013년 3월 30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이 긴급 작전회의를 주재하는 장면 가운데 집무실 책상에서 서류에 사인하는 모습과 함께 뒷배경으로 노출된 ‘전략군 미 본토 타격계획.
사드(THAAD) 한국배치, 가능한가?
사드 체계(THAAD : Terminal of high altitude area defense System)는 일반적으로 단거리 미사일 외에도 사정거리 3,000km 이상의 중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대응이 모두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의 미사일이 발사 및 상승단계(boost phase), 중간단계(mid-course phase)를 거쳐 대기권에 진입하는 종말단계(terminal phase)에 진입할 때 요격(intercepts)하는 무기체계이다. 기존의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이 40km 이하의 저고도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개념이라면 사드는 40~150km 상공의 고고도에서 요격하며 사거리도 200km에 달한다. 이 때문에 대응시간이 40초에 불과한 패트리어트보다 적 미사일이 종말단계에 진입하는 130초 정도로 늘어난다. 패트리어트가 특정시설과 같은 거점(Spot)을 방어한다면 사드는 비행장이나 기지와 같은 지역(Area)을 방어한다. 일반 대공 미사일이 적 미사일 등에 가까이 접근해 탄두가 폭발하는 방식으로 파괴하는데 비해 사드는 적 미사일과 직접 충돌하는 이른바 '힛 투 킬(hit-to-kill)'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여 지상에서는 패트리어트와 혼합하여 운용하는 지상배치 요격체계(GBI: Ground-Based Interceptor)를 구축하고 해상에서는 이지스 구축함의 스탠다드미사일(SM-3), 공군의 조기경보 부대와 합동작전을 하게 된다. 이럴 경우 미사일방어(MD)의 핵심인 다층방어시스템이 구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는다. 사드는 미국이 텍사스 2개, 미국령 괌에 1개 포대(battery units)를 배치해 놓은 것 이외에 현재 추가생산이나 배치계획이 없다. 미국의 국방 예산이 삭감되었기 때문이다. 1개 포대는 6기의 발사대(launchers)로 구성되는데 1기당 8발의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따라서 1개 포대는 총 48발의 미사일로 구성되며, 그 배치비용은 2조원에 육박한다. 2013년에 북한 핵 위기가 발생한 후인 4월에 미국이 괌에 1개 포대를 신속 배치하여 “한국에도 사드 체계는 곧 배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14년 1월 2일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제2방어선(Second Line of Defense)’에 실린 기사에 의하면 작년에 괌(Guam)의 앤더슨공군기지에 배치된 사드기동군(THAAD Task Force)은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Fort Bliss)육군기지에서 차출된 사드대대 알파4(Alpha 4), 하와이주 힉컴(Hickam)공군기지에서 차출된 2개의 이동식 통신부대(communications unit), 알래스카주 포트 웨인롸잇(Fort Wainwright)육군기지에서 차출된 제42헌병중대(military police squadron)로 편성되었다. 이 기동군이 북핵 위기가 고조된 3월에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 결정에 따라 불과 1개월 만에 괌에 배치될 수 있었던 것은 중동에 배치하려고 준비가 끝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당시 벌어진 북핵 위기로 중동에 배치하려던 계획을 긴급히 수정했을 뿐이다. 만일 여분의 사드 포대가 있다면 중동과 괌에 모두 배치했을 것이지만 미국은 그럴 여유가 없다. 1990년부터 24년째 개발 중인 사드 체계는 14번의 시험평가 중 공중에서 발사된 미사일만 요격했고 지상발사 미사일은 시험된 적 없다.
사드 체계는 요격미사일이 100km 이상의 고고도에 도달하면 본체와 분리된 탄두에서 캡슐이 열리며 64kg 무게의 작은 타격체(kill-vehicle)가 나와 적의 미사일 궤도에 맞춰 초속 10km의 속도로 비행해야 한다. 이렇게 궤도를 포착하려면 최소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지점과 상당한 거리가 확보되어야 하는데 지리적으로 인접한 북한의 미사일을 포착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짧다. 2009년 4월에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이 타격체의 추가 개발·시험을 당분간 중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불확실한 성능과 예산문제 때문이다. 로이터(REUTERS) 통신이 올해 3월 4일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2015년 예산에 85억 달러의 미사일방어 예산을 책정하여 이제껏 시험에 실패한 미사일방어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2017년까지 14개의 지상배치요격시스템을 새로 배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9950만달러의 타격체 개발예산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은 그동안 사드에 탑재된 타격체의 성능이 부실함을 인정하고 새로운 타격체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비용이다. 지난 20년 간 실패를 거듭해 온 타격체의 개발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연장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북한이 지난 2013년 정전협정 6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화성 13호(KN-08)로 불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그러나 이 공개된 미사일은 모형으로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이 가짜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한국을 공격하기 위해 고도가 낮은 단거리 스커드 미사일이나 장사정포로도 충분한데 구태여 고도가 높은 중거리 노동미사일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일본이나 괌으로 가는 북한의 핵미사일은 한국 상공을 통과할 때 이미 고도 700km에 근접하여 사드 미사일로도 요격할 수 없다. 사드가 개발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한국에 배치하는 것은 비효율적인데, 하물며 개발이 완료되지도 않은 불완전한 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면 예산만 낭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똑같은 이유로 한국도 이지스함을 도입하고도 고고도 요격미사일(SM-3)을 탑재하지 않았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여러 차례 “고고도요격시스템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북한을 방어하는 적합하지 않은 무기체계”라며 이를 도입하지 않을 뜻을 명확히 했다. 이 요격시스템을 도입하면 북한 미사일 기지와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오끼나와 남방의 동중국해로 이지스함을 보내야 하는데, 이럴 경우 한국방어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는 한국정부가 왜 사드 도입에 사활을 걸겠는가?
사드 배치의 숨은 정치학
미 본국의 사정이 여의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6월 3일에 주한미군사령관인 커티스 스카파로티(Curtis Scaparrotti) 대장은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주관하는 조찬 포럼에서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의 한국배치를 본국에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한국 내 사드 찬성론자들은 우리가 미국에 적극적으로 요청만하면 미국이 한국에 우선적으로 사드를 배치해 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로버트 워크(Robert Work)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9월 30일 미국외교협회(CFR)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사드 1개 포대를 한국에 배치할 것인가의 여부를 놓고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우리는 부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우리는 사드 배치가 옳은 결정인지를 놓고 한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미국의 사드가 배치가 임박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 날 워크 부장관은 사드를 "전략적 자산(strategic assets)"이라고 일컬으면서 "이걸 이동 배치하는 것은 매우, 매우 중요한 국가적 수준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펜타곤 수준이 아니라 "대통령 수준의 결정이기 때문에 자신은 이 문제를 확인할 수 없다“ 것이다. 그러면서 워크는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 "사드는 전략적 미사일방어체제가 아니라고 중국과 러시아에 강조해오고 있다"며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우려를 달래기 위해 이들 나라와 계속 협의할 것이지만, 이들 나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런 설득과정은 아직 배치하지도 않은 사드 문제로 동북아시아에서 전략 논쟁이 전개되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과의 긴장을 감수하면서 당장 사드를 배치할 가능성을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뒤늦게 한국 정부는 “그 어떤 협의도 한 적 없다”며 일체 이를 부인한다. 10월 초에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는 “사드에 대한 일체 논의가 없었다”고 양국 정부는 밝히고 있다. 다시 사드 배치에 대한 신중론으로 돌아선 양국 정부는 지난 5개월간 전개된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사드 배치 논쟁을 이제 수습하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장 배치할 무기체계도 아닌 것을 한․미간에, 또한 미․중간에 중요한 의제로 부각시킨 국제정치의 배후 논리가 과연 무엇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여기에는 미사일방어에 인색하게 예산을 책정한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군부의 불만이 때마침 증대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편승하여 사드 배치에 대한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로 이어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또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네트워크에서 한국이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한반도의 중국화’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을 절감한 한국 내 일부세력들이 의도적으로 사드 논쟁을 부추겼다는 의심도 나올 만하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가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으로 전환하기로 한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하면서, 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를 정리하지 못하고 미국의 의중을 살피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도 이 논쟁을 증폭시킨 이유 중 하나다. 한국 국민들로 하여금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도록 혼란에 빠뜨리면서 청와대와 국방부, 여당인 새누리당까지 당분간 배치될 가능성도 없는 사드 배치 논쟁에 휘말려드는 상황을 초래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이제 한중관계에 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미 의회는 다른 계산을 했다. 북한 핵 미사일 공포에 떠는 한국을 잘만 활용하면 사드 생산 재개에 소요되는 자금, 더 나아가 150억 달러가 소요되는 괌의 미군 기지를 조성하는 데 한국정부가 돈을 댈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이런 기대는 지난 9월 15일 발간된 미 의회조사국(CRS)의 ‘괌: 미군 군사력 배치’ 보고서에서 여과 없이 표출되어 “한국정부에 괌 기지조성 예산을 대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정부의 지갑을 열게 하도록 이 문제를 활용하면 된다! 이것이 작금의 사드 논쟁을 바라보는 미국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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