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술핵 재배치’ 명분은 북한, 본심은 중국

디펜스21 2012. 0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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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전진 배치로 ‘동아시아 패권경쟁 가속화’

아시아에 전략기지 확보…다자간 군사동맹 구축

‘공해전 부대’ 신설 등 부상하는 중국 견제 의도

  

 hegemony1.jpg » 미 항모 로널드 레이건에서 발진하는 미 해군 F/A-18 전투기

 

최근 동북아 정세를 말할 때는 ‘평화공존’이라는 단어가 아예 실종된 것 같다. 이명박-오바마 정부 4년 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은 한 번도 열린 적이 없고, 덩달아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공동선언, 6.15공동선언, 10.4공동선언과 같은 지난 20년 동안의 남북관계 성과물도 완전히 실종되었다. 여기에다가 최근 남북관계와 동북아 정세는 20년 전보다 더 이전의 냉전시대로 회귀하려는 조짐이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5월 11일, 미국 의회는 최근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강행과 3차 핵실험 가능성 등에 대응해 한국 등 서태평양지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국방부에 요구했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지난 9일에 하원 군사위원회는 `2013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처리하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이 예고된 데 대해 미국의 핵무기를 전진배치하고 동맹국과 협력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수정안을 발의한 트렌트 프랭크스(공화ㆍ애리조나) 하원의원은 "최근 수년간 우리는 중국에 대북협상을 도와달라고 요청했으나 중국은 핵 부품을 북한에 팔았다"면서 "이제는 북한의 위협과 도발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체적인 억지력을 확보하고, 동맹과 협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마이클 터너(공화ㆍ오하이오) 의원은 최근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중국이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관련 부품을 수출한 것과 관련한 조사를 요구했다.

 

북한과 중국을 싸잡아 견제하기 위해 핵무기 전진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국내에서도 이미 나온 바 있다.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는 지난 5월 10일 서울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에 전술 핵무기의 재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빠뜨리는 한 가지 주장이 있다. 바로 1991년 12월에 남북 간에 체결된 ‘비핵화 공동선언’에 대한 폐기선언 문제이다. 미국이 한국에서 전술핵을 철수한 것은 바로 선언에 근거한 것인데, 전술핵을 새로 배치한다면 이 선언이 무효화 된 것으로 보아야 하느냐는 문제다. 북한이 현재 핵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무효로 볼 개연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이전까지는 국제법상 아직도 조약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 정부는 한 번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폐기되었다고 말한 적이 없다.

 

‘북 미사일 위협’ 명분으로 중국 군사봉쇄 목적

 

또한 전술 핵무기 배치가 북한 핵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볼 수 있느냐의 문제도 제기된다. 미국이 91년 비핵화공동선언 이후 한국에서 전술 핵무기를 철수시킨 배경에는 전 세계에 전진 배치된 전술핵무기에 대한 효용성에 대한 재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1991년 걸프전쟁을 거치면서 첨단 재래식 전력 만으로도 충분히 세계 경찰을 수행할 수 있는 미국이 굳이 전술 핵무기를 전진배치해서 정치적 부담과 유지비용까지 부담할 필요가 있냐는 ‘전술 핵 무용론’이 강력히 제기되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전술 핵무기는 한국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도 거의 동시에 철수되었던 것이고, 이후 미국은 영토 밖에서 핵무기를 배치한 사례가 없다. 굳이 해외에서 핵무기 사용의 옵션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해외 타국의 영토에 배치하지 않고 유사시에는 폭격기와 잠수함을 통한 핵 투발수단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할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월터 샤프 전 한미연합군사령관도 퇴임 직전의 작년 6월 육군협회 고별 강연에서 "전술 핵무기가 다시 한반도에 배치될 필요는 없다"고 단언했다.

 

게다가 이번 미 하원의 수정안이 파네타 국방장관과 힐러리 국무장관에게 전술 핵 배치를 주문한 것이라면 그 대상에도 문제가 있다. 적어도 미국에서 핵 준비태세에 대한 중요 사안은 장관 수준에서 이러쿵저러쿵 입장을 밝히거나 정책을 수립할 문제가 아니다. 핵 태세에 관한 문제는 미국의 대통령이 직접 관장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핵에 관한 미국은 대통령의 권한을 가장 강력하게 규정하고 있는 규범체계에서 움직인다. 국방장관이 자신의 재량과 서명으로 새로운 핵 준비태세 변환의 보고서를 작성할 권한 자체가 의문시 된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핵 없는 세상’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에 핵을 재배치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샤프 사령관과 비슷하게 로버트 젠센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지난해 초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듯 핵에 대한 전진배치가 의사가 없는 대신 미국은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핵무기에 의한 선제공격의 옵션은 아직 인정하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이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핵우산을 통한 억제를 비롯해 모든 수단에 의한 한국에 대한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소위 ’확장억제력(extended deterrence)'이 성립되는 논리적 근거가 된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미 의회가 굳이 무리한 요구사항을 수정안에 포함시킨 것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 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방조했거나 지원했다는 프랭크스 의원의 발언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근거가 확실치 않다. 파네타 국방장관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한 직후 의회에서 중국의 기술지원 의혹에 대해 아무런 근거를 제시한 바 없고, 미 의회도 역시 구체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hegemony2.jpg » 경제위기 속에서도 미국의 특수전 전력은 증강되고 있다.

 

2012년 미 국방지침에 “동아시아 재균형 추구할 것”

 

이 보다 수정안에 담긴 본심은 아시아 패권을 중국에게 넘겨줄 수 있다는 조바심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 들어 미국의 가장 큰 전략적 숙제는 ‘부상하는 중국’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에 있어왔다. 이와 관련해 올해 1월에 발표된 오바마의 <2012 국방전략지침>에서는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재균형(rebalance)을 추구할 것”이라고 명시했는데, 이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 동맹․우방국들과 함께 대중국 군사 봉쇄를 강화하겠다는 의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군비 삭감에도 불구하고, 해공군력, 미사일방어체제(MD), 스텔스 전투기, 사이버 및 우주 전력 강화 등을 꾀하는 한편, 양자동맹을 다자 군사 네트워크로 전환해 중국에 대한 견제와 봉쇄 수위를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한미일의 군사협력이 강화되는 조짐도 그 핵심 변수는 바로 중국이다. 미국은 이미 11년 전인 2010년에 4주기국방태세검토(QDR)를 통해 공해전 개념을 내놓았다. 이것은 주로 중국의 접근거부/에어리어 거부(Anti-Access/Area Denial, A2/AD)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신(新)군사전략은 A2/AD환경에서 효과적인 운영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와 평시의 이분법적인 구분을 거부하고 평소의 정보수집·감시·경계활동에서부터 출발하여 유사시의 대처에 이르기까지 연속적인 군사 활동의 흐름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역시 2010년 12월에 책정된 「방위계획의 대강」에서 ‘동적 방위력’ 개념을 선보였다. ‘동적 방위력’ 개념은 일본이 그 동안 방위력 건설의 기본 구상으로 삼아 왔던 ‘기반적 방위력’ 개념에서 탈피하여 평시부터 전개되는 보다 지속적인 군사 활동의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자위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보다 안정적안 안전보장환경의 구축을 자신의 임무로 명확히 했다. 일본이 평시에 일본 주변지역, 즉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군사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파네타 국방장관 역시 미국은 “전략적 전환점에 서 있다”며, “우리는 미 군사력을 더 작고 경량화하면서도 치명적이고 유연하며 준비를 잘 갖춘 기술적 선진군대로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10년간의 전쟁과 재정 적자, 그리고 중국의 부상 등 새로운 도전을 만나면서 미국의 전략적 환경과 군사 전략도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미 육군참모총장인 레이몬드 오디어노(Raymond T. Odierno) 역시 2012년 5월에 <포린 어페어즈>에서 오늘날 미군은 “줄어드는 예산, 아시아-태평양으로의 중심축 이동, 테러리즘부터 전쟁 발발 예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임무” 등 세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군사전략에 따라 해군력의 60%를 이 지역에 집중시키고 한미․미일․미국-호주 동맹 재편 및 동남아 국가들과의 군사 협력 강화, 그리고 인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추구했다. 노무현-부시 시기에 한미 갈등의 핵심적 요인이었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도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전략은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군사안보전략으로 아시아 지역에 추가적인 기지를 확보해 해군력 운용을 보다 원활하게 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부챗살처럼 연결된 양자 관계를 다자․지역 동맹으로 전환해 대중국 견제․포위망을 강화해나가겠다는 것이다. 클린턴 국무장관이 미국 동아시아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는 인도양에서 태평양을 관통하는 작전 환경과 해양수송로 확보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아시아-태평양에서 더 광범위하고 골고루 군사력을 배치하는 것은 (미국에게) 중대한 이점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전자의 의도를 잘 보여준다. 또한 최근 미국이 한-미-일 3각 동맹이나 여기에 호주와 인도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더한 동아시아 군사 네트워크 구축 필요성을 공공연히 말하고 있는 것은 후자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미 공군․해군․해병대 결합한 전략 부대 신설

 

이와 관련하여 ‘공해전(空海戰, AirSea Battle) 개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신냉전 전쟁 계획‘으로 일컬어지는 공해전 개념은 미 공군, 해군, 해병대가 합동 전력을 구축해 중국의 거부 전략을 무력화하고자 고안된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2011년 11월 초순 해공군과 해병대로 구성된 ‘공해전 부대’를 신설했다고 발표했다. 우선 해공군과 해병대가 참여하고, 육군도 차후에 결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한 합동 전력을 구축하게 된다.

 

펜타곤은 이 부대의 창설을 공식 확인하면서 “공해전 개념은 선진 무기 기술과 거부 능력의 확산에 대응해 미국의 지속적인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각 부대가 합동 작전을 펼치는 데 지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전지구적으로, 특히 아태 지역에서 “접근의 자유(freedom of access)”를 유지․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군비 증강의 핵심적인 의도가 ‘거부 전략(denial strategy)’에 있다고 본다. 거부 전략이란 명시적, 잠재적 적대국이 자신의 세력권에 들어오는 것을 저지하려는 군사적 능력과 전술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중국은 잠수함과 대함 미사일 전력을 비약적으로 증강해왔고, 최근에는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탄도미사일(DF-21D)과 최초의 항공모함 ‘바라크호’를 선보이기도 했다. 중국 거부 전략의 핵심적인 대상은 역시 미국이고 지역은 대만해협을 비롯해 남중국해-동중국해-서해를 잇는 동아시아 해양이다.

 

한-미-일 3각 동맹의 가시화는 동북아의 신냉전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물론 한-미-일 3국이 공식적인 안보조약을 통해 3각 동맹을 구축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 전개를 방치할 경우,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과 일본이 하위 파트너로 참여하는 ‘사실상(de facto)’의 3각 동맹체제가 출현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대북 강경기조의 한-미-일 공조체계, 한반도 유사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유기적 연결 고리,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MD 구축, 합동군사훈련의 실시, 미국의 ‘중국위협론’과 한미 양국의 ‘중국경계론’ 및 대미 편승의 관성, 그리고 한일 군사협력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hegemony3.jpg » 중국의 시아급 전략원잠. 중국의 군사력은 아직 미국에 크게 못 미친다.

 

이미 중국은 이러한 가능성에 강한 경계심을 표출하고 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 영문판이 2010년 8월 24일 ‘일-한 동맹을 조심하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일한 양국이 중국과 북한을 상대로 손을 잡으려고 하는 움직임은 동북아에 매우 위험한 장애를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 매체는 한일간의 미래 파트너십이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고 위한 성격이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이웃과 친구가 되기 위해 또 다른 적을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열린 다음날인 2011년 1월 11일에 <신화통신>은 일본이 한반도 위기상황을 자위대의 역할확대를 포함한 군사적 역량 강화에 이용하고 있다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중국신문사> 역시 같은 날,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의 2010년 12월 한일 양국 방문을 계기로 한일 군사협력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한일 군사협력 강화가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러한 중국 언론의 보도에는 한일 군사협력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시각이 중국으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성조지>는 2011년 1월 11일자 보도에서 전문가들을 인용해 “한일 군사협정은 진정한 목적은 중국에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동서연구소의 데니 로이는 “한일 군사 협력은 한반도보다 중국에 더 큰 함의를 갖는다”며, 양국간의 군사협력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무화과 나뭇잎(fig leaf)”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일 3각 동맹 가시화…신냉전 망령 부활 조심

 

미국 내에서 중국 견제와 봉쇄에 군사력의 초점을 맞추는 배경은 중국의 부상이 동아시아에서 세력균형을 파괴하여 필연적으로 전쟁으로 간다는 전통적인 현실주의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1871년 독일 통일이 산업혁명보다 더 결정적인 사건이었다고 말한다.

 

1907년 영국 외무성관리 에어 크로우는 통일된 독일의 해군력 증강은 그 의도와 관계없이 영국에게 객관적인 위협이라며 해군력 증강으로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시 독일에는 외교적 협력이 필요한 합리적인 인물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크로우의 메모는 협력보다 견제를 주장하여 영국 외교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견제정책은 독일과의 전쟁을 예방하는 것보다는 충돌의 불가피성에 주안점을 둔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스파르타의 부상이 아테네의 견제로 이어지고 펠레폰네소스 전쟁으로 이어진다.

 

세력균형의 변화는 곧 전쟁의 불가피성과 동일시하는 미국의 보수 세력들에게는 중국의 부상이야말로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할 사안이 된다.

 

헨리 키신저는 지난해 ‘중국 이야기(on china)'를 발간하면서 “워싱턴을 크로우 학파가 점령했다”고 크게 우려하면서 중국과의 협력을 촉구한 바 있다. 문제는 아직도 본격적인 패권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선제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군사적 움직임을 보일 경우 경제적으로 상호의존으로 가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평화공존의 길이 그만큼 멀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세대 문정인 교수는 “미국이 왕도(王道)가 아닌 패도(覇道)로 가고 있다”며 크게 우려한다.

 

우리로서는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에 의존하는 만큼 중국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친구를 중시하느라고 적을 만드는 겪이다. 게다가 중국이 아직 패권주의라는 점도 근거가 없다. 패권이 되려면 경제력과 군사력 외에도 이념을 수출할 수 있는 소프트파워가 요구되는데, 중국은 현재 그런 것이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제껏 미국의 크로우 학파에게서 과외 공부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 세력균형을 연구한 전문가들인 존 미어사이머(시카고 대학), 스테판 월트(하바드 대학), 아론 프리드버그(프린스턴 대학) 등이 꼽힌다. 이 중 존 미어사이머(John J. Mearsheimer) 교수는 작년에 한국을 방문하여 이명박 대통령 면담하면서 "중국은 팽창적 민족주의로 전이될 것“이며, 이는 “한국에 위협이므로 "한국은 새로운 패권국 중국과 미국 중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협박조(?)로 말했다. 이어 외교부 관리들과도 만나 지속적으로 이런 주장을 펼치면서 현 정부는 자연스럽게 이들의 사고에 경도되어 왔다.

 

이러한 메시지는 냉전 이후 동아시아에서 다자안보와 평화공존, 공동번영을 지향해 온 오래된 숙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국제정치에 대한 비관적 전망, 국제사회의 무정부성을 주목하면서 군사적 블록을 강화하게 되면 대륙으로 경제영토를 넓혀 온 우리로서는 생존의 길이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디펜스21+>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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