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바이칼 여행기 2_바로 거기, 그 곳!

2016. 03.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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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봐야 겨우 100여년의 목숨을 이어가는 인간이란 종(種)은)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아주 오랜 태고의 세월을 살아온 바이칼 신령이 거기 그곳에 살고 있었다.
바이칼의 신을 만나는
길다면 긴 여정
그 길에 낯설고도 새롭고 경이로운 만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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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베리아로 가는 횡단열차 잠시 멈추어 선다. 
얼어붙은 동토의 땅에 아주 잠깐 발을 딛고 내려 러시아인을 만나고 눈을 만지고 찰칵이며 흔적을 남기는 순간들을 되풀이 한다. 
낮밤 없이 달리고 또 달린다. 
어둠을 품고 밝음을 안고
75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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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 제한된 시공 안에서 펼쳐지는 따뜻한 이야기들, 웃음, 기웃거림, 엉긴 머리털.
새벽에 홀로 일어나 열차 복도에서 침묵과 마주하는 시간
한없이 이어지는 자작나무 겨울 가로수
덜컹대는 열차 식당에서 받아든 감자, 빵, 그리고 오이, 토마토, 파프리카 샐러드...
홍차와 커피, 사색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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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침내 숨막힐듯 거대한 自然, 스스로 그렇게 거기 있었던 신의 형상을 마주한다
그 앞에 선 나. 
삶의 모든 생채기와 번뇌는 아우성도 없이, 발작도 없이 그냥 그렇게 소멸된다.
장엄하고 위대한 모습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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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래도록 이어지는 자작나무 가로수.
딸지 박물관의 자작나무 숲.     
백석의 자작나무를 되뇌인다. 
그리고 자작나무를 사랑하여 자작마루 아래 한줌 재로 뿌려진 한 사람을 오래도록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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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白樺) / 백석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모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메밀국수가 몹시 먹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 한 밤 잔 다음날 점심으로 메밀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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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저항과 혁명의 붉은 피!
내 뜨거운 심장.
고려인이든, 조선족이든, 러시아인이든 그것이 무에 문제랴
인종, 국가, 계급, 신분, 성별, 나이따위는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목숨을 지닌 모든 것들은 존엄하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위엄을 지키려했던 항쟁의 흔적들.
현재를 살아가는 나를
다시 흔들어놓기에 충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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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
저마다 다른 향기를 품고 있었다.
다른 형상, 다른 빛깔, 다른 결을 지닌...
스치듯한 만남, 조금 들여다 본 만남, 그 속으로 깊이 들어간 만남....
각자 제 몫의 만남을 갖게 되었다.
 
2016년 2월 6일부터 2월 14일이라는 지구 날짜에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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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주순영 강원도교육청 부대변인 

 사진:강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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