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도 몰랐던 ‘젠-20’ 시험비행
게이츠와 회담 때 보고받아
군 강경파 독자행동 가능성
“시진핑 부주석 작품” 주장도
11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몇시간 전 실시된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 젠-20 시험비행이 자신의 방중에 맞춘 것이냐고 질문했다.
질문을 받은 후 주석은 젠-20의 시험비행에 대해 아직 보고받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고, 배석했던 미국 국방부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월스트리트 저널>과 <아사히신문> 등이 12일 보도했다. 미국의 국방부 관리는 “게이츠 장관이 질문했을 때 회담장에 있던 (군 인사 외의) 문민지도부 누구도 시험비행에 대해 몰랐던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회담 도중 시험비행에 대해 보고를 받고 게이츠 장관에게 “시험비행이 실시됐고, 미리 계획된 것이며 게이츠 장관의 방문과는 관계가 없다”고 확인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총사령관이자 중앙군사위 주석인 후 주석이 젠-20의 첫 시험비행에 대해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인 데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중국 지도부가 후 주석의 18일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중 화해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군부가 후 주석에게 보고하지 않고 시험비행을 강행했다면 군부 내 강경파들과 문민지도부 사이의 갈등을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군부 강경파들이 외교 정책에 점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남중국해,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분쟁 등에서 군부는 앞장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중국은 젠-20의 시험비행을 의도적으로 언론을 통해 공개했으며, 이런 ‘미디어 전략’은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겸하고 있는 시진핑 국가 부주석이 주도했다는 분석이 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12일 보도했다.
캐나다의 군사전문 월간 <칸와아주방무>의 안드레이 창 편집장은 “시 부주석이 이 드라마를 철저하게 기획·제작했다”며 “드라마는 젠-20 시험비행이 성공함으로써 절정에 달했다”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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