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장교단의 집단정신과 장군의 인격

김종대 2015. 0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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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에서 장군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필자에게는 이것이 가장 궁금했다. 민간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는 한국군 장교단의 사고와 행동, 문화는 한국 문화의 중요한 구성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연이은 방산비리로 4성 장군 출신들이 구속되는가 하면 음주 추태, 여군 성추행 등으로 군은 몸살을 앓고 있다. 왜 이렇게 된걸까? 장교단의 인식과 행동, 군인이라는 직업적 가치에 대한 인식의 본질적인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닐까?


우수하다, 유능하다, 훌륭하다는 의미


 한국의 장교들은 어떤 사람이며, 장군들은 어떻게 사는가? 필자는 이런 물음에 대해 실제 사례를 수집하여 ‘장군들의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2014년에 <시사저널>에 연재를 했다. 이들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해 많은 전․현직 장교들을 만났다. 그 중에서 국방부에서 군비통제관을 역임한 김국헌 예비역 소장은 장교에 대한 자신의 독특한 시각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장교를 평가하는데 있어 기준은 세 가지이다. 먼저 위관급 장교에 대해서는 ‘우수하다’는 기준으로 평가한다. 우수하다는 건 장교에게 부과되는 고급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잠재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영관급 장교에 대해서는 ‘유능하다’는 기준으로 평가한다. 유능하다는 건 고급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그 능력이 검증되었다는 뜻이다. 반면 장군에 대해서는 ‘훌륭하다’는 기준으로 평가한다. 더 이상 장군에게는 능력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건 이미 영관급 시절에 검증이 끝났기 때문이다. 장군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바로 능력 위에 건설된 훌륭한 인격이다. 수 없이 많은 부하들이 지휘관을 인생의 선배로서, 자신이 본받아야 할 표상으로서 바라본다. 그런 장군은 부하를 지도하는 인격적 요건이 구비되어야 하고, 정치권력을 상대로 군사적 임무를 조언하고 설득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도 발휘해야 한다. 이는 ‘훌륭하다’는 인격적 평가를 전제로 가능한 것이다. 
 한국전쟁과 냉전을 거치면서 한국군은 많은 ‘훌륭한’ 장군을 배출했다. 많은 전․현직 장교들은 장군의 귀감으로서 김석원, 백선엽, 김홍일, 한신, 채명신, 손원일, 장지량, 공정식, 이재전, 유병현 등을 꼽는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옛날 사람들이다. 최근으로 올수록 “한국군에 과연 훌륭한 장군이 누구인가”에 대해 논하다보면 갑자기 평가가 인색해진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필자는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과거와 같이 지휘관 한 사람에 의존하는 군사문화가 아니라 시스템에 작동되는 현대의 군사 문화는 훌륭한 장군의 역할을 주목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과도한 진급 경쟁에 내몰리는 한국군의 인사구조에서는 장군이 입신양명과 출세의 방편으로 전락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오랫동안 전쟁을 치루지 않은 한국군이 그 능력을 검증받을 기회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이유들은 그럴듯함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다. 그보다는 장군이라는 존재에 대해 여전히 군 안팎에서는 ‘훌륭하다’는 인격적 기준보다 영관급 장교에게나 통할 ‘유능하다’는 능력의 기준이 통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경기고등학교를 나와 육사를 졸업하고 재임 기간 중에 서울대학교에서 교육 받은 최고의 엘리트 장교 출신의 국방장관이 있었다. 그는 장교로 재직할 당시에도 군내에서 똑똑하다는 좋은 평판을 들었고 고급 장교로서의 임무도 훌륭히 수행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자신이 경기고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지나친 나머지 서울고등학교 출신은 항상 자신보다 못한 사람으로 깔보았다. 그래서 유난히 서울고 출신들에게 핀잔을 주거나 근무평정을 낮게 주었다. 이런 차별의식은 육군의 보병병과 작전 직능이 아닌 군수, 인사 출신 고급장교들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수준으로 나아갔다. 그가 국방장관이 되자 이런 차별의식을 거침없이 표출하자 군 내부에서도 상당한 그의 적들이 생겨났다. 그 국방장관은 항상 능력과 전문성을 고려한 장교 인사를 추진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차별로 받아들이고 신뢰하지도 않았다. 결국 그도 장관직에서 오래 있지 못하고 물러났지만 이후에도 그는 “똑똑하고 영민하며 우수한 인물”로 평가받은 데 반해 “훌륭하다”고 말하는 후배는 별로 없다.


자살한 해군 출신 국방장관


그러나 이와 반대되는 경우도 있다. 육군 출신으로부터는 거의 하등 동물 취급을 받는 한 해군 출신 국방장관은 능력 면에서 볼 때 앞에서 말한 육사 출신 국방장관에 비해 결코 낳을 것이 없었다. 그는 재임 기간 중에도 육사 엘리트 장교 출신들로 꽉 채워진 국방부와 합참을 관리하는 데 보통 애를 먹은 것이 아니다. 심지어 그의 모군이라고 할 수 있는 해군으로부터도 군 인사에 대한 원성과 불만의 대상이었다. 이런 경우는 해군장관 출신의 미군의 초대 국방장관인 제임스 포레스털과 매우 흡사하다. 2차 대전 직후에 부임한 포레스털은 재임 기간 중 군의 자원 배분 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나머지 퇴임 후 정신병원에 입원을 했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우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비주류인 해군 출신으로 국방장관에 재임하는 내내 그는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아예 입에 달고 다녔다. 필자가 그런 그를 위로하러 국방부로 쫓아간 일도 여러 번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국방부 장관실에서 20년 이상 의전을 담당한 공무원이나 가까이서 장관을 지켜볼 수 있는 통역장교, 국방부 직원들에게 “역대 장관 중 누가 가장 훌륭했냐”고 질문하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 해군 출신 장관을 꼽는다. 그 이유를 물으면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리고 이해관계가 상이한 여러 세력을 통합하는데 자신을 희생했기 때문이다. 능력에 대해서는 평가가 인색하지만 인격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보면 장교의 능력을 평가하기는 쉽지만 인격을 평가하기는 곤란하다는 문제점이 기다린다. 능력은 객관적인 기준이고 인격은 주관적인 기준이다. 필자가 앞에서 말한 두 명의 장관에 대해서도 필자와 다른 의견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례를 한 번 보자. 지금 한민구 국방장관은 육사 31기로 육군 참모총장과 합참의장을 거쳐 국방장관이 된 인물이다. 그런데 그는 전방에서 사단장과 군단장을 역임하지 않았고 후방근무만 했다. 게다가 정책기획 장교 출신으로서 현행 작전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라고 할 수도 없다. 이게 바로 육사 최고 엘리트 장교로서는 못마땅한 대목이다. 같은 동기생 중에 작전 직능 출신으로 4성 장군 진급도 못해보고 군복을 벗은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어떻게 선두 그룹이 아닌 인사가 군의 최고 요직을 다 거쳐 장관이 될 수 있겠냐는 거다. 그런 생각을 가질 만한 육사 동기생이 바로 새누리당의 한기호 의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2014년 6월에 한민구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청문회에서 한기호 의원은 “김장수, 김관진 전직 국방장관들이 장관으로 발표될 때는 북한이 비난을 퍼부었는데 왜 한민구 후보자에 대해서는 북한에서 비방을 하지 않는가?”라는 이상한 질문을 했다. 집에서 누워서 TV로 청문회를 지켜보던 필자는 이 말을 듣는 순간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 동기생에게 저런 모욕적인 말을 할까? 그런데 그 다음 순간에 한민구 후보자의 대답이 더 걸작이었다. “북한에서 비방이 나오도록 유의하겠습니다”라는 대답이다. 허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이후로도 한기호 의원은 국방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한민구 장관에게 어쩐지 까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것은 필자만의 느낌이 아니라 국방부 장교들의 의견이 대체로 동의하는 정서였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한가? 그것은 국방장관이라는 직책에 대한 인격적인 요구보다 능력으로만 사람을 판단하려는 세간의 시선이 강하다는 걸 보여 준다. 그러나 국방부 내부에서는 이러한 시각을 몹시 부담스러워 한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지금의 국방부는 한민구 장관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


한국군 장교단의 충성문화


  필자는 이런 우리 사회의 군인에 대한 인식이 일반적이라고 본다. 이순신 장군이 유능했다고 하지만 당시 조선에는 육전의 명장들이 많았고 그 중에서 이순신보다 유능했던 인물이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자신을 희생하면서 민과 군을 통합하고 권력자에게 직언을 하는 인격자는 바로 이순신이었다. 우리는 장군들에 대해 이순신이 되기를 요구하지 원균이 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장교단은 과거에는 어떤 생각을 했고,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군대는 충성하는 집단이다. 경례에 충성 구호를 붙이고 충성 회식, 충성 축구, 충성 테니스로 집단의 단결을 과시한다. 술자리에선 지휘관에게 충성주가 바쳐진다. 부하들이 앞을 다투어 충성을 과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건 하급자들이 지휘관의 추천을 잘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군 조직에서는 상급 지휘관에게 한번 찍히기라도 하면 군대 생활에 애로사항이 ‘꽃피게’ 되고 상위 계급으로의 진출도 어려워진다. 지휘관을 즐겁게 하기 위해 술자리에선 지휘관 옆에는 항상 미모의 여군이 자리 잡는 게 보통이었다. 이런 관행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지휘관은 마치 자신이 왕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부하들은 자신의 확장된 육신이자 식민지로 전락한다. 어느 순간 알딸딸한 느낌과 함께 도덕적 감수성이 서서히 마비되는 단계가 온다. 부하의 충성이 마치 자신에 대한 무한복종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여기서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자신감이 해서는 안 되는 행동,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뱉어내기 시작한다. 영민하고 정의롭던 청년 장교가 지휘관이 되고 나서는 갑자기 이상한 일탈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영외 식당이나 공관에서의 비공식적인 회식 자리에 여군을 불러 내 술시중을 들게 하는 일, 부하 부인에게 성추행을 하는 일도 벌어진다.
  문제는 누구도 이것을 제지하거나 말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적인 지배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고 보는 게 그간 군 지휘권에 대한 많은 군 엘리트들의 인식이었다. 군대는 지휘관을 중심으로 전투행동을 조직한다. 전시에 지휘관이 돌격하라면 죽을 줄 알면서도 돌격해야 한다. 여기에 어떤 예외나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 군 조직이라면 지휘관에 대한 절대복종이야말로 전투력의 핵심이라고 본다. 이런 지휘관 중심의 문화가 엄정한 기강으로 포장되고 합리화된다. 그러나 지휘관의 절대적 권위가 적용될 때 공적 영역과 반대의 사적 영역의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임무 수행상의 엄격한 위계질서가 어느새 부하의 사적 영역을 마구 침범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여기서 군 지휘관은 부하를 ‘지휘’하는 수준을 넘어 ‘소유’하려고 한다. 여군을 상대로 한 범죄는 전방에서 지휘관이 외박을 못 나간 사정 때문이 아니라 부하는 ‘내 것’이라는 엘리트 장교단의 인간관에서 그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우리 군의 엘리트 장교들은 스스로에 대한 도덕적 만족감이 매우 높은 집단이다. 필자가 전·현직 예비역 장성들과 대화하다 보면 대다수는 “우리가 일반 국민보다 애국심의 수준이 높은 것은 사실 아니냐”며 도덕적 우월감을 드러낸다. 이들에게 있어 양심과 도덕의 문제는 군의 엘리트 장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미 해결되어 있다. 따라서 성범죄에 연루된 일부 장교들의 일탈은 개인적 문제이고 행실이 나쁜 여군의 꼬임에 넘어간 단순한 실수일 뿐이지 자신들의 문제가 될 수 없다. 이들에게서 가장 많이 나오는 반론은 “일반 사회의 성범죄는 더 심각하지 않으냐”며 “군대만 욕하지 말라”는 것이다. 여기서 그들이 이제껏 이야기해온 신성한 국가안보란 자신들에 대한 도덕적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 자기중심적인 이데올로기로 발전한다. 그들은 전쟁을 수행하는 군사 전문 집단이라는 직업의식을 초월하여 스스로를 특권으로 인식하는 하나의 도그마에 스스로를 감금시켜버렸다. 이렇게 갇힌 의식은 시민들뿐만 아니라 대다수 장병들에게도 경악스러움 그 자체이지만 정작 그 자신들만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굴절된 엘리트 의식이 범죄로


  이 때문에 작년에 윤 일병 사건이 터지고 언론이 군을 일제히 질타하자 예비역 장성들 모임인 성우회의 한 간부는 “군을 와해시키려는 음모가 있다”고 했고, 아예 신문 광고를 내 “군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국민 여러분은 군에 대한 회초리를 거두라”고 적반하장으로 훈계하였다. 한 예비역 중장 출신의 여당 국회의원은 군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에게 “군에 다녀오지도 않은 사람이 군 인권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냐”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육사 출신들이 똘똘 뭉쳐 군에 대한 도덕적 도전을 분쇄하고 육사 공동체의 이익을 수호하겠다는 결연함이 엿보인다. 이런 정서에 영향을 받는 엘리트 장교단이라면 국가안보에 대한 새로운 자세를 가다듬을 수 없다. 오히려 자기혁신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일종의 집단 사고에 빠져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생긴다. 이것은 군 정신을 대표하는 장교단의 직업정신이 붕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도덕과 정의의 표상인 한국군 장교들의 군인다움, 즉 군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집단적인 인격의 붕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독일군 장교단에서 보여 지는 집단적인 혁신의 정신, 이스라엘 장교단에게서 보여 지는 강력한 생존의 의지와 같은 한국군의 집단정신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엘리트 장교단은 답을 내릴 때가 되었다. 대한민국 장교단으로서의 명예와 영광, 그리고 집단의 가치를 바로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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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일했습니다. 또 국무총리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국방부 정책보좌관 등으로 일하며 군 문제에 관여해 왔습니다.
이메일 :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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