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해역사령부, 배가 산으로 갈라

2011. 0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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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방 전문 웹진 ‘디펜스21’ 오픈 특집 - ‘연평도 피격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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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정희영, 사진 뉴시스

 

 

서해는 이미 ‘사령부 천국’
가뜩이나 복잡한 지휘체계에
혼선만 부채질할 판

 

성격과 임무 가닥 안 잡혀
창설 모체 부대 선정부터 이견
“즉흥적 발상” 비판

 

서해5도 요새화 방안도 문제
어업기지 기능 잃어, 주민 떠나면
남북 군사충돌 우려 커져

 

 

지난해 11월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논의돼온 서북해역사령부(가칭)가 시작은 창대했으나, 막상 논의에 들어가자 곳곳에서 암초에 걸려 표류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지난달 29일 업무 보고를 통해 북방한계선(NLL) 수호와 서해 5개 섬 방어를 위해 2011년 중에 육·해·공군 합동전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서북해역사령부(가칭)를 창설하고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 도서를 조기에 요새화하겠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위기관리 능력 부실이 핵심


그런데 요즘 합동참모본부(합참) 당국자들은 서북해역사령부 창설 방안을 놓고 고민이 많습니다. 서해는 이미 ‘사령부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각종 사령부가 얽혀 있어 올 하반기에 새로 창설할 서북해역사령부의 임무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서해에는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인방사)와 경기 평택의 해군 2함대사령부가 있습니다. 인방사는 인천 항만과 인천국제공항, 강화도에서 태안반도에 이르는 특정해역 방어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2함대사령부는 전체 서해 방어를 책임집니다. 서해 5도에 주둔한 해병대는 해병대사령부의 통제를 받습니다.


 

해병대사령부, 2함대사령부, 인방사가 관여하는 서해 방어에 서북해역사령부까지 가세할 경우 가뜩이나 복잡한 지휘체계에 혼선만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서는 “연평도 사태 때 합참의 허술한 초기 대처와 청와대의 부실한 위기관리능력이 문제가 됐다”며 “서북해역사령부 창설은 이런 문제에 쏠린 여론의 질책을 돌리기 위한 즉흥적 발상”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한번 구체적으로 살펴보죠.


 

우선 서북해역사령부의 성격과 임무가 가닥이 잡히지 않자, 창설 모체 부대 선정을 놓고 군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작전 구역 설정 얽히고 설켜

 

군 당국자는 “서북해역사령부에게 임무를 부여하려면 작전 구역을 특정해야 한다”며 “작전 구역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해군 2함대, 인천해역방어사령부(인방사), 해병대 중 하나를 모체로 창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병대 쪽은 서북해역사령부가 서해 5도뿐만 아니라 김포반도까지 연결되는 서북 해역의 모든 섬과 해역·수로를 방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백령도(해병 6여단) 등 서해5도 해역에서 해병 2사단이 지키는 김포반도까지 포함해야, 서북해역 방어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라면 해병대가 서북해역사령관을 맡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해병대 전력만으로는 서해 5개 섬 방어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찮습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긴 서해안을 따라 해안포와 마사일 등을 배치하고 우리는 좁은 섬인 백령도·연평도 등에 전력을 배치하고 있어 서해 5개 섬 전력만 놓고 보면 북한이 월등히 유리하다”며 “서해 5개 섬의 전력열세를 주변에 해군 함정과 공군 전투기 등 지원전력을 배치해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자니…, 저러자니…


서해 5도 방어를 뒷받침하는 해군 함정들은 해군 2함대 소속입니다. 해병대 장군이 서북해역사령관을 맡을 경우 유사시 2함대 해군 전력 등을 효율적으로 지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해군 제독이 서북해역사령관을 맡는 방안이 나오지만, 이 경우라면 서북해역사령부가 현재 2함대 사령부 기능과 큰 차이가 없게 됩니다. 공군, 해군, 해병대가  알아서 전력을 운용하면 합동작전을 효율적으로 펼치기 위해 서북해역사령부를 만들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에 국방부는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개 섬을 2015년까지 요새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북 5개섬 요새화 계획의 뼈대는 주민과 군 병력의 생존성 향상, 북한군 상륙 저지능력 강화, 대공 방어능력 제고, 북한 도발시 타격능력 강화 등 입니다. 군 당국은 지은 지 수십 년 된 낡은 주민 대피소를 보강해 긴급 구호장비와 비상식량, 비상전력 등을 갖출 계획입니다. 


 

국방부 당국자는 “일부에서는 서해 5개 섬 요새화의 본보기로 대만의 금문도를 거론하지만,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비한 부분적인 요새화가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너무 좁고 천문학적 비용

 

서해 5도를 금문도식 요새로 만들기엔 섬이 너무 좁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해 5개 섬이 부분적이지만 요새가 되면 현재의 어업전진기지와 관광 기능이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군 소식통은 “서해 5도가 어업기지 기능을 상실하고 군사 요새로 변하면 주민들이 섬을 떠날 것”이라며 “서해 5개 섬에 군인들만 남게 되면 되레 남북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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