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말기 ‘8조짜리 차기 전투기’ 단 4주 평가하고 결정?

하어영 2012. 0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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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기종 18일 ‘접수마감’

F-35A·F-15SE·유로F 경쟁…5세대형 60대 “10월말에 선정”
F-35A는 탑승해보지도 않고 촉박한 시한 못박고 추진 부담


창군 이래 최대 단일무기 구입 사업인 차기 전투기(FX)사업 기종 결정을 위한 업체별 사업 제안서 제출이 18일 마감된다. 기종 결정 주무부처인 방위사업청(방사청)은 군 안팎의 전문가로 평가팀을 구성해 제안서를 평가하고 자료와 실물에 의한 시험평가, 협상 등을 거쳐 10월에 기종결정을 할 계획이다. 전투기 60대가 도입되는 시점은 2016년부터다.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는 미국 록히드 마틴(F-35A), 보잉(F-15SE),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유로파이터) 등 세 곳이다.


구입비만 8조3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차기 전투기 사업 추진은 북한뿐만이 아니라 이웃인 중국·일본과의 전력균형을 고려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1월 자체 개발한 스텔스기 J-20을 공개했다. 일본도 지난해 12월 F-35A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는 이미 스텔스 기능을 보유한 수호이T50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듯 주변국이 5세대로 분류되는 최신형 전투기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공군의 전력확충이 군사력 유지에 필수요소가 된 것이다. 현재 우리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투기 수는 460여대로 이 가운데 F-4, F-5 등 구형전투기 100여대가 전투기 사용 가능 연한인 30년을 넘어 퇴역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공군 관계자는 “이번에 기종 선정이 되지 않으면 전례에 비춰 최소 2년 이상 연기가 불가피하다”며 “구형 전투기들이 도태되는 시점을 고려하면 기종 도입은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차기 전투기 도입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특정업체 특혜의혹, 도입 시기 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F-35A를 실물이 아닌 시뮬레이터(모의 실험장치)로 평가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실물 비행시험이 가능한 단계까지 평가시점을 미루거나, 일단 실물평가가 가능한 기종부터 들여오는 것을 고려할 수 있는데도 굳이 시뮬레이터 평가를 도입한 것은 특혜 아니냐는 지적이다.

 ▲ 록히드 마틴의 F-35. 개발중인 이 전투기는 숱한 논란에 휩싸여 있다. ⓒ 록히드 마틴


더구나 노대래 방사청장은 “일본·이스라엘도 시뮬레이터로 평가를 했다”고 해명했다가 두 국가 모두 시뮬레이터 평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곤욕을 치렀다. 더구나 일본은 전투기를 공동생산하고, 이스라엘은 사실상 원조받는 점에서 우리와는 상황이 판이하다. 상당수 전문가는 해당 시뮬레이터가 F-35A의 실제 성능이 아닌 개발 단계의 가상 성능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올바른 평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10월까지 평가를 끝마치기에는 일정이 촉박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F-35, F-15SE, 유로파이터 등 3개 기종 시험평가는 단 4주, 운용적합성 평가 과정에서 업체 현장방문은 단 4일에 마친다는 계획은 무기 구입의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지나치게 짧다는 것이다. 또 올해 10월로 결정 시점을 미리 못박고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가격이나 기술 이전 등을 둘러싼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이 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구매자가 갑의 자리에서 가격 협상 등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데 결정 시기가 촉박하게 잡혀 있어 이런 이점을 살릴 수 없다는 얘기다.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은 “단 한 번도 탑승해보지 않은 전투기를 이렇게 짧은 기간의 검토를 거쳐 정권 말기에 사겠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며 “충분한 검토를 위해 기종결정을 보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연말 우리와 미국의 대선을 의식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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