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들 보듬은 부부 이야기

김보근 2011. 01. 17
조회수 9910 추천수 0

 
여기가 당신의 피난처입니다


00378888901_20101204.JPG‘낮은 곳으로.’ 국내 최초의 난민 지원단체인 ‘피난처’를 운영하는 남편 이호택씨와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부인 조명숙씨가 걸어온 지난 20년을 한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여기가 당신의 피난처입니다>는 이렇게 약한 이들에게 다가섰던 이들 부부의 활동기이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약한 이’라고 할 수 있는 탈북난민들의 현황을 보여주는 책이다.

 

사법시험을 통해 법관을 꿈꿨던 이씨와 가난한 달동네 선생님을 꿈꾸었던 조씨는 1990년대 초반 각기 다른 경로로 외국인 노동자 지원활동에 나섰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지원이 지극히 드믈었던 당시 이들은 곧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부부가 된다.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이후 탈북자와 국내 난민 지원사업으로 활동의 중심을 바꿔갔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외국인 노동자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탈북자 지원으로, 다시 탈북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1999년부터 ‘무관심 속에 놓여 있는 난민’에게 다가선 것이다. 하지만 이씨 부부가 언제 난민 곁을 떠나 ‘더 낮은 곳’을 향할지는 알 수가 없다. 난민 신청자가 모두 3000명에 이르지만 사회적 관심은 지극히 낮고, 심지어 이들을 외국인 노동자와 구분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자발적으로 한국에 왔으며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들인 데 반해, 난민은 박해를 피해 왔으며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부부가 외국인 노동자와 탈북자 지원 사업에서 보여줬듯이, 이런 무관심을 뚫고 우리나라 전체를 ‘난민들을 위한 큰 피난처’로 만들 날이 기다려진다. /창비·1만3800원.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김보근
한겨레신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북한문제 및 한반도 주변정세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1997년 시사주간지 한겨레21에 ‘배고파요 오마니!’ ‘연변의 쉰들러’ 등 북한 식량난 문제를 표지이야기로 쓰는 등 북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 왔습니다. 박사논문으로 <북한 천리마 노동과정 연구>(2006년)을 썼으며, 엮은 책으로 <봉인된 천안함의 진실>(2010년), 공저로는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2008), <남북연합 형성ㆍ운영의 거버넌스>(2008) 등이 있습니다.
이메일 : tree21@hani.co.kr      
블로그 : http://plug.hani.co.kr/peacekorea

김보근 기자의 최신글




  • “중국 인민해방군, 북한 급변사태 때 대동강 이북 점령”“중국 인민해방군, 북한 급변사태 때 대동강 이북 점령”

    김종대 | 2011. 05. 25

     미국이 북한 급변사태를 가정한 ‘작전계획 5027’을 발전시키고 있는데 대응하여 중국정부 역시 이와 유사한 비상계획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정부의 비밀계획은 일명 ‘병아리(小鷄 : 샤우치우아이) 계획’으로 마치 암탉이 병아리를 품듯이...

  • 서북해역, 천안함 뒤 ‘사자-호랑이’ 동시에 풀어놓은 상황서북해역, 천안함 뒤 ‘사자-호랑이’ 동시에 풀어놓은 상황

    2011. 03. 25

    천안함 1주년①-위기 대비능력 저하된 채 남북 무기·전력 ‘집중’막후협상 통로 마련 못하면 2012년에 ‘결정적 위기’ 맞을 수도천안함 사건이 발생한지 3월26일로 1주년이 됐다. 천안함 사건은 아직까지 사건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지...

  • ‘이등병의 편지’ 부르며 군대 가는 북 청년들‘이등병의 편지’ 부르며 군대 가는 북 청년들

    김보근 | 2011. 01. 25

    제가 2009년 8월 이라는 남북관계 전문 월간지에 기고한 글입니다.남한 청년들이 군대에 가면서 즐겨부르는 를 북한 청년들도 군 입대를 앞둔 환송식에서 즐겨부른다는 내용입니다. 이 노래도 북한에 들어간 많은 남한 가요들처럼 이름은 바뀌었습니...

  • 흡착물 재조사 없이는 정부 천안함 조사 국제법정서 패소흡착물 재조사 없이는 정부 천안함 조사 국제법정서 패소

    김종대 | 2011. 03. 26

    천안함 1주년②…재미 과학자 김광섭 박사 특별기고 합조단의 흡착물 관련 주장은 어뢰설을 스스로 부정 필자는 지난해 7월, 지에 천안함에서 수거된 흡착물에 대한 합조단과 반합조단의 과학자들 간의 논쟁에 대하여 글을 올렸습니다. 에 글을 실은 이...

  • 중앙정보부도 북파공작원 운영했다중앙정보부도 북파공작원 운영했다

    2011. 02. 22

    하태준 HID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ㆍ유족동지회 회장 인터뷰HID. 흔히 북파공작원을 말한다. 정부는 수십 년 동안 이들의 존재를 감추는 데에만 급급했다. 가족에게조차도 이들의 존재감은 없었다. 목숨을 내놓았지만 밝히지 못하는 ‘존재’이자 ...

기획 특집|전망과 분석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