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조치에 따른 손실보상법안 국회입법 절박하다

2015. 0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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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사태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취해진 5.24조치로 인해 입은 손실을 국가가 보상해달라는 기업의 요구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 6월 24일 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소송이 제기된 시점은 2011년 10월이니 햇수로는 4년만에 나온 판결이다.해당 기업은 개성공단의 토지를 분양받고, 제반 설계와 건축인허가를 다 취득한 상태에서 5.24조치로 인해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재산권 및 영업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취지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의 5.24 조처 손실 보상 최종판결


  그러나 1, 2심 재판부는 5.24조치는 적법하며, 기업이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이를 특별한 희생으로 볼 수 없고, 특별한 희생이라 하더라도 보상을 규정한 법률이 없어 보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판결 역시 핵심은 5.24조치로 인한 손실이 특별한 희생이라 하더라도 보상에 관한 근거법률이 없는 이상 헌법 제23조 제3항에 의하여 직접 손실보상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3조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며, 공공의 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보상법률이 없기 때문에 피해가 있어도 구제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법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 법은 누가 만드는가. 국회나 정부가 만든다. 그러나 국회는 물론 정부도 이에 관련된 어떤 법도 만들지 않고 있다.


  팔짱 낀 국회 앵무새 사법부 


 이미 오래전에 관련기업들과 남북관계 전문가, 법률가들은 자발적으로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 또는 5.24조치로 인한 남북경제협력사업 손실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을 입안해 입법을 요구했다. 동 법안은 2012년 9월 정기국회에서 정의화 현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의원 59명이 발의했지만 3년째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이번 정기국회마저 넘기면 법안은 자동폐기될 것이다.

 국회가 팔짱을 끼고 있는 동안 사법부는 앵무새마냥 법이 없어서 보상을 못해준다는 판결만 1, 2, 3심 되뇌이고, 정부는 입법은 자기들 영역이 아니라고 피해구제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정부는 5.24조치를 취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충분히 예상했어야 하고, 이를 대비한 보상 등의 조치를 함께 취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그때는 물론 지금까지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당연 5.24조치에 대한 경협기업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한때 통일의 전령사로 불리우며 남과 북을 오가며 경제협력 사업에 매진했던 수천 개의 기업이 문을 닫거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금강산 관광의 길목이었던 고성군은 군 전체 경제가 흔들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새로운 꿈을 일구던 젊은 부부들의 야반도주가 속출했다. 재난지역에 준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개성공단도 신규투자가 중단됨으로써 1단계 100만평도 가동 중인 일부기업을 제외하고는 공터에 잡초만 무성하다. 내륙지역으로 투자한 기업들은 자신이 투자한 공장에 가보지도 못하고 있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이런 설비는 다 중국인들 손에 넘어갔다고도 한다. 그러나 우리 기업인들은 실상을 알 수가 없다. 
 

 남북경협사업자들은 대한민국이 버린 사람들 


  5.24조치가 취해진지 5년이 흘렀다. 5.24조치에 대한 관련 연구소들과 전문가들의 정책적 판단은 대다수가 대북제재 효과는 미미하며, 남북경협의 중단에 따른 우리 기업과 경제의 피해만 막대하다는 데 대해 입을 모은다. 유독히 지독한 올 가뭄에 논바닥과 농심도 타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경협기업들의 가슴은 다 타버린 숯덩어리이다. 경협사업자들은 대한민국이 버린 사람들인가. 

국회는 하루라도 빨리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당연 제재 효과도 없고, 기준도 멋대로인 5.24조치도 이제는 거두어야 한다. 


정범진(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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