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김종대 2014. 0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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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김종대.JPG 한 육군 장성은 필자에게 “육군이 예술대학 출신 장병들이 출품하는 국전급 전람회를 추진중”이라며 진중 예술진흥의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이 황당한 발상은 정부 내에서도 거부되었다. 같은 시기에 해군에서는 제2연평해전 영화를 만든다고 난리였다. 대령급 이상 간부들이 영화 기금 마련 바자회에 300만원 이상의 물품을 내놓고 민간기업에서 100억원대 협찬까지 받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영화는 개봉되지 않고 있다. 올해 공군은 국제 에어쇼에 공군이 자랑하는 블랙이글팀을 파견하는 데 목숨을 걸었었다. 100억원대 예산이 투입되고 총장이 직접 현장으로 날아갔다. 지금 육해공군을 보면 “군이 저런 것까지 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이상한 노력을 한다. 각 군의 전투교리는 2년에 한번씩 총장의 재가를 받아 수정된다. 그런데 임기를 못 채우는 총장이 자기 군의 교리를 한 번 읽어보지도 못하고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대신 총장들은 안 해도 되는 일, 엉뚱한 일, 과시하고 폼 잡는 데 목숨을 건다. 군 상부구조에서 벌어지는 이런 현상은 각 군이 자신의 위신을 높이는 홍보에 엄청난 자원이 투입되는 걸 의미한다. 지금 군은 적과 싸우는 전쟁이 아니라 자기 조직의 위신을 높이는 ‘홍보 전쟁’을 수행중이다.

그런데 군은 이미 막강한 이익집단이 된 예비역 조직과 결탁하여 틈만 나면 이상한 사업을 벌인다. 올해 9월24일부터 예비역 조직인 육군협회가 주관이 되어 고양시 킨텍스에서 지상군 무기 전시회(디엑스코리아 DX-Korea)를 개최한다. 지난 5월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무기를 전 시한 민군겸용기술박람회가 열린 지 4개월 만이다. 이 전시회 일주일 뒤인 10월1일에 대전에서 열리는 지상군 페스티벌에는 또 같은 장비가 전시된다. 행사마다 적게는 50억, 많게는 100억씩 소요된다. 이 행사가 아니더라도 한국군 핵심무기는 격년제로 여는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아덱스)에서 이미 다 전시되었던 것들이다. 재탕 삼탕에 불과한 전시회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국방부, 방위사업청, 예비역 조직이 노골적으로 기업에 협찬을 요구한다. 영락없이 ‘삥 뜯는’ 군피아(군대+마피아)들의 행태다. 이것이 아니더라도 예비역 단체는 오래전부터 군을 대상으로 여러 수익사업을 독점함으로써 대다수 장병을 착취하는 거대한 구조를 형성하여 왔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내년 문경의 세계군인체육대회는 애초 538억원이던 행사비용이 최근 1655억원으로 3배나 증액되었다. 반면 예상 수익금은 331억원에 묶여 1000억이 넘는 손실을 정부 예산과 기업의 협찬으로 메워야 한다. 여기에 예비역 육군 4성 장군이 위원장이 된 조직위원회가 군을 동원하여 기업에 손을 벌리며 거액의 기금을 조성할 조짐이다. 대회 흥행을 위해 국방부는 벌써 북한군도 초청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남북 국방장관 회담도 도모한다는 복안이다. 마치 남북한의 군대가 평화협정이라도 체결한 것처럼 움직인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을 주적이라며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외치던 그들의 안보관에 비추어본다면 아주 낯선 풍경이다.

돈과 인력이 흥청망청 낭비되는 동안 과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야전 전투원들은 형편없는 복지와 근무여건에 시달린다. 이것이 전방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이다. 의무 헬기가 없어 과다출혈로 병사가 죽어도, 병사 월급 올려주자고 해도 시정하지 못하는 국방부다. 이렇게 일선 전투원의 생명가치가 총체적으로 경시되는 이 군대는 고위 장성과 군피아들의 잇속을 차리기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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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일했습니다. 또 국무총리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국방부 정책보좌관 등으로 일하며 군 문제에 관여해 왔습니다.
이메일 :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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