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경제 병진노선’을 향해 -경남대 극동연 김동엽 교수 인터뷰

2014.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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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제1비서가 ‘40일의 칩거를 깨고 지난 1014일 노동신문 1면을 장식했다. 뉴스, 보도프로그램,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생산되고 널리 퍼진 김정은 실각설과 관련된 온갖 루머가 무색해진 순간이었다. 그런데 김정은이 공식석상에 등장했을 뿐이지 북한 권련내부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른바 북한실세 3인방(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깜짝 방남의 대표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역할, 김정은 체제의 변화와 총정치국의 관계 등 차분히 분석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김정은 제1비서가 40일 만에 등장한 1014일 오전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연구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북한의 ·경제 병진노선을 중심으로 북한 체제의 성격을 규명하는 관점을 보여왔다. 그에 따르면 ·경제 병진노선은 총정치국의 역할과 군부 달래기가 핵심인 김정은 특유의 통치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김 교수는 깜짝 방남으로 화제를 모은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실무형 총정치국장으로 규정했다. 최룡해 전임 총정치국장이 능력과 항일빨치산 후예라는 혈통 면에서 총정치국장에 적절한 인물이긴 했지만 그는 올해 초 한 달 여 요양할 정도로 건강문제로 인한 활동성이 떨어져 적절한 후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후임인 황 총정치국장은 북한노동당의 핵심 조직인 조직지도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총정치국은 김정은 시대의 ·경제 병진노선에 따라 김정일 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군부를 달래고 얼르는 실무적 역할을 한다. 김 교수는 ·경제 병진노선이라고는 하나 경제에 방점이 찍혀있는 노선이라며 노련하고 건강한 황병서에게 군의 반발심을 누그러뜨릴 역할을 부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김동엽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2.jpg  왼쪽부터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황병서 북한 총정치국장,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


황병서는 실무형 총정치국장


황병서는 누구인가?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확실한 건 황병서가 ‘군 일꾼이라기보다 당 일꾼이라는 점이다.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을 달고부터 연달아 민간인이 총정치국장을 맡은 셈이다. 명확히 확인된 건 아니지만 황병서는 총정치국에서 오래 군 생활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에 와서는 조직지도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인 건 확실하다.

조직지도부 경험이 중요한게 조직지도부가 북한 노동당의 핵심 조직이기 때문이다. 노동당의 핵심기능은 행정지도, 생활지도 두 가지다. 행정지도는 통상적인 행정을 말한다. 생활지도가 특별한데 당 조직생활을 관할하며 당원 사상지도를 하는 걸 의미한다. 당의 핵심기능이다.

황병서는 조직지도부 군사부문에서 조직지도부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20143월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됐고 426일 총정치국장이 됐다. 결국 925일 최고인민회의 제132차 회의에서는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자리까지 맡았다.

김정은 제1비서가 총정치국장을 황병서로 교체한 배경에는 ·경제 병진노선이 있다. 김정일 시대 총정치국장의 역할은 일종의 명예직이었다. 김정은은 이것을 일종의 실무형으로 변환시키려고 한다. 김정은은 역량이 김일성, 김정일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총정치국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때 숙청설이 돌기도 했던 최룡해가 건재한 모습으로 한국에 왔다. 황병서가 정말 2인자 맞나?

=서열로 황병서가 2인자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 왔을 때도 황병서가 수장, 나머지 둘은 보필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실제로 면면을 보면 오히려 최룡해가 실권자라는 징후가 보인다.

우선 최룡해가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최현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황병서는 이른바 성골이 아니다. 북한의 권력구조는 철저하게 위계적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백두혈통을 제외한 사람들 중 빨치산 출신 자제들만이 성골이다.

구조적으로 북한은 건국 후 권력자 그룹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생존해온 나라다. 권력의 핵심은 통치자금이다. 북한은 최소화된 지배집단을 먹여 살리고 그들의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식으로 시스템을 유지해온 것이다.

70년 동안 이러한 구조로 운영된 국가라 유의미한 파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은 남로당계, 연안파, 소련파 숙청을 시작으로 1966년도 말에 숙청을 완료해 현재 체제를 완성했다.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였던 최현의 아들이 최룡해는 이 지배그룹의 핵심인물이다.

그렇다면 결국 교체 이유는 건강이라고 봐야 한다. 그는 올해 초 백두산 인근 별장에서 한 달 여 요양할 정도로 지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김정은과 가깝기로는 최룡해만한 인물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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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6월16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제167군부대를 방문해 직접 잠수함에 올라 훈련을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현지시찰과 핵·경제 병진노선

 

좀 큰 차원에서 황병서와 총정치국을 바라볼 필요성도 있는 것 같다. 북한이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핵·병진노선과 총정치국의 역할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좀 뜬금없는 얘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이렇게 얘기를 풀어 보겠다. 김정은의 현지시찰, 특히 군대 시찰에 대한 노동신문의 보도에서 그 상관관계를 엿볼 수 있다.

김정은의 군대 시찰 보도 패턴은 3단계다. 첫째, 군사훈련이면 포를 쐈다든지 그 내용이 기본적으로 나온다. 둘째, 그 다음은 현장의 병사들과 어울리면서 식당 같은 생활공간에 간다. 식당에서 김정은이 병사들 먹을 거 잘 챙겨주라는 이야기를 한다. 마지막은 꼭 사상교육 얘기다.

김정은이 426일 포병부대 사격훈련을 지도하러 갔을 때도 비슷했다. 우선 김정은이 병사들에게는 수고했다고 격려를 한다. 그 다음에는 훈련준비를 소홀히 했다며 정치군관들을 질책한다. 병사들과 간부를 구분해 병사는 격려하고 간부, 특히 정치 군관은 질책하는 것이다.

 이게 패턴으로 굳어져 버렸다. 이게 핵·병진노선 때문에 생기는 패턴이라고 본다. 북한이 재래식 무기에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 같다. 말씀드렸듯이 경제, 즉 인민생활 쪽에 그동안 국방에 몰아주었던 예산을 투여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력을 보유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북한은 국방비를 줄이고 그렇게 남는 예산은 경공업으로 돌려 인민생활향상을 위해 쓴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그렇게 제한적 자원의 효율적 재분배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군부 입장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은 일종의 예산삭감이다. 이를테면 그동안 100을 받았다면 80밖에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나타나 80으로 예산은 줄었지만 제대로 하라고 군 간부를 다그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다.

콩고물은 적게 주고 통제력은 강화하는 통치술이다. 이를 실무적으로 담당하는 게 총정치국이다. 반복적으로 얘기하지만 실무형 총정치국장이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군부의 소외감이 매우 클 것 같다. 이 부분은 김정은이 어떻게 관리하고 있다고 보는가?

  

=김정은의 통치술이 상당히 효율적이다. 김정은은 군심과 민심을 함께 챙기고 있다. 북한군이 120만 명이다. 한 집 건너 하나는 군인이고 웬만하면 사촌이나 조카들이 군대에 가있다는 얘기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부모 마음은 똑같다. 북한 부모들 역시 군대 간 자식 걱정한다. 지금 4~50대 북한 주민들이 군대에 자식을 보낸 사람들인데 그들은 여전히 남·북 대치상황을 크게 우려한다. 그들은 젊었을 때 한국이 팀스피릿 훈련을 하면 한 달 씩 지하벙커 들어가서 생활한 사람들이다. 그 공포가 아직 남아있다. 북한 부모들은 군대 보낸 자식들 걱정, 미국의 공습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하는 셈이다.

김정은은 군부대를 시찰하면서 이를 동시에 해소하고 있는 것 같다. 김정일, 김일성의 시찰과 달리 김정은의 군부대 시찰은 거의 무조건 공개한다. 그것도 김정은이 직접 전투기에 오르고, 잠수함에 올라타는 모습을 연출한다. 이런 연출은 절대로 무기를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랬으면 녹 슨 부분이 훤히 보이는 잠수함에 올랐겠나?

북한이 스스로 이런 모습을 공개하는 건 오히려 한국이나 미국에는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자백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북한 주민들 보라는 의도라고 봐야할 것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이 병사들 복지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미국의 공습에 대비하는 데 애쓰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정은은 민심과 군심을 이렇게 잡고 있다.

 김정은 시대 와서 총정치국장은 한 번 바뀌었다. 인민무력부장, 총참모장은 그 짧은 기간에 4번이나 갈았다. 그 밑에 군단장 급이 2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40명 정도로 봐야한다. 군단장과 함께 군단장급 정치위원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시대 들어 대부분의 군단장과 정치위원이 갈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김정은이 군부를 장악하지 못해서 인사가 파도를 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사실 김정은이 군부를 철저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인사권을 이렇게 휘두를 수 있다고 봐야 타당하다. 이를 실무적으로 처리할 주체가 바로 황병서 총정치국장일 것이고 총정치국일 것이다. 김정은은 장성택을 처형한 ‘피의 숙청에 이어 이제는 피 없는 숙청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실세 3인방의 방남이 남긴 것

 

실세 3인방(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깜짝 방남의 목적은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별 대단한 목적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이번에 확인된 게 하나 있다는 걸 지적하고 싶다. 바로 북한 국방위의 문제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번 방남에 대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총정치국장인 황병서라고 보도했다. 다시 말하면 황병서는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한국에 온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맞으면서 이 정리가 된 측면이 있다. 국방위원회는 국방부와 같은 급이라기보다 청와대 안보실과 비슷한 급이라고 보면 된다. 그 구성이나 업무가 유사했는데 이번에 대내외적으로 정리가 됐다.

애초에 남·북 관계개선은 이번 방남의 목적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방남을 계기로 대화 자리가 마련됐으니 남측에서 기회를 더 넓혀갈 수는 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군복을 입고 온 이유에 대한 분석도 다양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역시 미소외교차원이라고 본다. 북한군 최고위층이 군복을 입고 미소를 보이면 악마화 되고 희화화된 이미지를 좀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보지 않았나 싶다. 사실 북한 악마화는 일종의 삐뚤어진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본다. 동양을 사악하고 잔인한 모습으로 그리는 오리엔탈리즘의 일환이다. 그러니까 북측에서는 군복 입은 사람도 부드러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게 아닐까. 방남을 계기로 북한군이 악마나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 ‘깜짝 방남과 김정은의 공백을 계기로 한국에서 수많은 루머가 생성되고 널리 퍼졌다. 결국에는 쿠데타 설이다.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북한 체제에서 쿠데타가 가능한가?

=성립이 불가능한 얘기라고 본다. 지난 수 십 년 인민들이 수령에 대한 믿음이랄까, 이런 게 절대적이다. 백두혈통이 아니고서는 북한을 통치할 수 없다. 물론 누군가가 김정은을 암살할 수는 있겠으나 쿠데타가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도리어 쿠데타 세력은 통치그룹에 곧장 당할 공산이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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