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라덴 생포 뒤 재판 받게 했어야” : ‘9․11의 희생양’ 서평

2011. 0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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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의 전쟁을 증오범죄와 국가범죄’의 관점에서 접근


테러리즘의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세상의 회전이 멈춘 듯한 2001년 9월11일, 푸른 하늘을 향해 치솟는 불기둥 속의 검은 연기 속에 무너져 버린 세계무역센터의 처참했던 모습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수 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9․11재앙이 발생한지 10년이 지났다. 미국이 대테러전쟁의 종전을 선언하고도 실질적인 전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9․11 10주년을 계기로 국내외의 국제테러에 대한 새로운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9․11 테러사건은 기원전(BC) 기원후(AD)의 시대구분처럼 9․11사건을 기점으로 테러이전(BT; Before terror)과 테러이후(AT; After terror)란 용어가 나올 정도로 21세기 국제정치사에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한 사건이었다. 심지어 미국의 한 학자는 9․11의 여파가 미국인의 정신적 DNA까지 파괴하여 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테러는 다시 테러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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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빈 라덴 사살 문제를 다룬 '한겨레 그림판'


지난 5월1일 저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TV를 통해서 비장한 표정으로 긴급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외곽에 은신해 있던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 우리의 정의가 구현되었다”라고 말하였다. 이로써 국제테러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이 사라지고 평화의 시절이 오게 되었는가? 한편, 알카에다의 또 다른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당신들은 지금 빈 라덴의 순교에 기뻐하지만 곧 그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며 우리는 성전을 계속할 것입니다”라고 응전의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아니 오히려 국제사회에서의 테러와 폭력이 더욱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다.


한 국가에 대해 가해지는 테러에 대하여 당사국은 반드시 다른 테러로 보복한다. 이때 쌍방은 모두 자신들이 수행한 일련의 테러행위를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하며 동시에 상대를 불법적 야만적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테러는 보복을 낳는 확대재생산의 논리를 갖는다. 이는 본질적으로 테러리즘이 야누스의 양면처럼 합법성과 비합법성의 내재적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많은 중동인, 아랍인 등이 악의 원흉으로 지목돼 피해 입어


본 서는 생생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담아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하에 미국사회에서 발생하는 정치, 문화, 사회적 사건들을 분석하고 있다. <9․11의 희생양> 제하의 본 책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증오범죄와 국가범죄’의 관점에서 접근한 연구로 미국 행정부가 9․11 이후 무고한 인명과 특정지역에 대하여 적대감과 범죄를 부추긴 제 문제점들을 명쾌히 지적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 이후 미국사회는 중동인, 아랍인, 시크교도 등이 공동체에서 축출되어 이방인으로, 악의 원흉으로 지목되어 피해를 받은 희생자들이 되기도 하였었다.


9․11 이후 미국 내에서 시행된 대테러정책들도 합법적 절차를 밟지 못한 졸속정책 이었으며 이로 인해 많은 피해자들이 속출하였다. 특정국가의 이민자들이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간주되어 8만2천여 명의 외국인들이 불법적 수사를 받았고, ‘애국자 법(Patriot Act)’에 의하여 많은 시민운동가들이 체포되고 억압적 통제 속에서 또 다른 9․11의 희생양이 되기도 하였다. 먼저 이론적으로는 9.11 이후 본 사건과 무관한 시민들에게 분풀이식의 ‘ 전위된 공격행동’의 사례를 제시하여 미국사회의 집단적 심리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 유지되어온 폭력창출의 역학을 살피고 있다.


미국인일지라도 전쟁에 동조안하면 ‘애국자 법’으로 인권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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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포럼 ‘테러와의 전쟁과 아시아 민주주의’에 참가한

 아시아 각국의 인권 관계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5.18 기념재단 제공


희생양 만들기의 대표적 유형인 민족폭력, 그 중에서도 중동인들의 문화적, 민족적, 종교적 배경을 근거로 그들에게 자행된 적대감의 표출들을 나열하고 이러한 사례들은 미국 행정부의 편견과 편협함에 의한 정책 속에서 제도화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민족, 종교, 특별등록 프로파일링 프로그램을 등 미국의 사법기구와 그들의 부당한 사법전술을 고발하고 있다.


또한 알카에다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무슬림 또는 중동아시아, 남아시아인들이 겪는 검거, 억류, 추방 등에 대한 부당성과 심지어 미국인일지라도 테러와의 전쟁에 동조하지 않으면 ‘애국자 법’에 근거하여 당하는 인권유린에 대한 문제를 과감히 고발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서 미국정부가 억지로 테러와의 전쟁과 결부시킨 이라크전쟁 개전의 비논리성과 불법성을 논증하고 제네바협약의 위반인 관타나모에서의 무차별한 인권유린 사례들을 생생하게 기술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 미국정부의 허구적 주장임을 밝히고 이 주장에 대한 반박자료 또한 만만치 않다. 미국 행정부의 수많은 실패사례들은 그들이 무고한 이들을 체포함에 매진한 이유가 무엇인가를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폭로되자, 부인(否認)을 통해 사태를 무마하고 은폐하려는 책임자들에 대한 비판이다. 9.11 이후 미국사회에 등장한 ‘부인의 사회학’에 대한 고찰을 통해 자신들을 통해 고통을 인지하고 수많은 사회학적 부인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미국의 사회제도들에 대한 시민들의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빈 라덴 사살 뒤에도 제국의 모험은 계속돼


저자는 ‘대테러전쟁은 미국정부의 정치적 수사이자 전술에 불과하며 결코 국가방위를 위한 전략은 아니다’라고 결론짓고 있다. 말미의 역자가 저자(마이클 웰치)와의 인터뷰 내용 또한 현실적 감각을 더하게 한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세계 제1의 강대국이라 자칭하는 미국이 빈 라덴의 죽음을 사살이 아닌 인권을 향상시키고 법치주의의 토대를 견고히 하기 위해 그가 체포되어 재판을 받도록 해야 했었다며 그러한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은 국가안보보다는 제국의 모험과 관계가 있으며 이번의 빈 라덴 암살이 이를 설명하고 있고 향후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전쟁과 제국의 모험은 지속될 것이고, 미국은 계속해서 아랍지역을 경제적 이유와 석유의 통제라는 관점에 군사적으로 더욱 활용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테러와 폭력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사회학도, 정치학도, 군사학도가 아닌 평범한 한국인의 한 시민으로서도 누구라도 읽어 볼 만 한 책이다. 일독을 권하는 바다. 자국의 이익의 관점이 아닌 비판적 지성의 입장에서 객관적 평가와 미 국민의 자성을 요구하는 책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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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윤 국방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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