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산업 선진화’ 꼼수만 판친다

2011.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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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방사청-국과연 얽히고 설켜 서로 총질
연구개발 민간주도로 바꾸려하자 ‘하극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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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15일 구미 LIG넥스원을 방문한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 뉴시스
 
 4월 1일에 영종도의 인천공항공사 인재개발원.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주재한 국방산업 발전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미래기획위원회와 자문위원,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6개 방산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총출동하여 국방산업 발전방향에 대한 끝장 토론을 하는 자리였다. 이 날 가장 쟁점이 되는 주제는 우리나라 국방 연구개발을 정부주도에서 민간으로 전환하는 문제였다. 이 난상토론은 노대래 방위사업청장과 박창규 국방과학연구소장의 설전으로 엉망이 되었다. 노 청장이 외교안보수석과 업체가 다 보는 앞에서 내뱉은 말이 화근이었다.
 
 “업체는 부패, 군은 무능”vs“저런 사람하고 토론 못해”
 
 “업체는 부패한 집단이고 군은 무능한 집단이다. 뭘 전환하란 말이냐?”
 
 국방 연구개발 사업을 그간 정부 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전환하자는 미래기획위원회의 국방산업 재편 전략에 반기를 드는 발언이었다. 미래위는 작년 10월 19일에 대통령 주관으로 국방 산업관련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서 “국과연은 전략·비익무기 개발과 미래·기초핵심 기술개발을, 업체는 일반 전략무기체계 개발과 성능개량사업 담당”하는 ‘국방산업 선진화 전략’을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적극 추진하라”며 개혁을 독려했다. 미래위 개혁안에 적극 부응해 온 박창규 소장은 노 청장의 말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나는 저런 사람하고 토론 못한다.”
 
 ‘말 안 통하는’ 방사청과 토론의 한계를 느낀 박 소장은 더 이상의 워크숍에 참석하다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돌아가 버렸다. 그리고 한 달여 지난 5월 6일, 정부는 박창규 소장을 경질하고 백홍렬 현 국과연 소장을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한 방사청 관계자는 “박 소장을 내보내는데 우리(방사청)의 역할이 있었다”며 박 소장이 제거된데 대해 매우 흡족해 했다. 최근에 방사청과 국과연은 민간으로 전환하기로 한 연구개발 사업을 다시 정부 주도로 슬금슬금 전환하는 중이다. 
 
 정부 기관 내에서의 갈등과 반목은 매우 치열했다. 한편으로는 미래위와 국과연 소장이 주축이 된 ‘개혁파’와 다른 한편으로는 방사청과 국과연 일부 직원이 합심한 ‘보수파’가 죽기 살기로 싸우는 모양이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 논의를 선점하고 있던 개혁파를 지원했다.
 
 청와대가 직접 전면에 나선 때는 올해 4월 15일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방산업2020 추진전략 후속회의였다. 이 자리에서 국과연 주관사업 13개 중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 개발 사업을 제외한 11개를 업체 주도 전환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즉시 민간 주도로 전환하는 사업은 신형 화생방정찰차, 차기 소부대무전기, 신경작용제 예방패치, 공중통제기 표적측정장비, 전자광학위성감시체계, 능동전자파 기만기, 차기군단용 UAV, 차기 군위성통신체계, 차기 대포병탐지레이더 9개 사업이고, 체계개발 시에 전환하는 사업은 한국형공격헬기, 한국형전투기(보라매사업) 2개다.
 
 청와대 결정 따르지 않겠다는 의중 공공연히 내비쳐
 
 그러나 이러한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국과연 모 본부장은 “민간업체가 (보라매사업) 체계개발 주관업체라 착각하지 말라, 국과연이 핵심 분야에 깊숙이 관여, 리드할 것이다”라며 청와대 결정에 따르지 않겠다는 의중을 공공연히 말했다. 여기에 전임 본부장까지 가세하여 “국과연이 어떤 기관인가, (대통령 주관 미래위 보고)회의 결과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며 비아냥거렸다. 사실상의 국과연의 조직적 항명에 가까웠다. 이런 논란을 지켜본 국방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국과연이 무슨 (항공기) 개발능력을 갖고 있나? 하지만 조직의 생존 차원에서 보라매사업에 참여하려고 달려들 것”이라며 개탄을 금치 못한다.
 
 민간 주도 연구개발로의 전환을 반대하는 측의 논리는 ▲ 민간 업체는 부패했다 ▲ 민간 업체는 기술 능력이 부족하다 ▲ 민간에 맡기면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점을 내세워 민간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미카엘 천사가 악마와 성전을 벌이는 것처럼 정부와 민간을 선과 악으로 뚜렷이 구분하는 태도다.
 
 물론 기업이 국방 연구개발의 주도권을 움켜쥐면서 한국형 군산복합체를 탄생시키는데 대한 우려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껏 정부가 주도가 되어 개발한 K-21장갑차, K11 복합소총, K2 흑표전차 등에 잇달라 개발실패와 부실이 문제되어 온 마당에 방사청과 국과연이 이처럼 큰소리 칠만한 상황인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전임 장수만 방사청장이 비리로 물러났고, 최근 방사청 전현직 직원이 연루된 비리사건이 발생하고 있음을 볼 때 방사청이 민간보다 깨끗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이에 개혁파들은 ▲방사청과 국과연이야말로 개발이 아닌 관리에 치중하는 옥상옥의 기관들이다 ▲국과연도 기술이 부족하여 어차피 민간에 하청을 준다 ▲정부주도 방식은 비용도 더 들어가지만 개발 시간도 지연시키고 실패한 방식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이를 보다 실증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능 중복되고 층층이 옥상옥…출장비나 쓰는 연구기관?
 
 4월 15일 정부가 발표한 보도 자료에서도 “현재 국과연은 예산의 86.5%를 외부위탁사업에 의존하고 있고 자체 연구비율은 13.5%에 불과하다”고 꼬집고 있다. 같은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경우를 보면 원자력연구원은 96%, KISTI는 97%, KIST는 92%를 자체 연구로 충당하고 있다. 국과연이 자체 연구비로 쓴다는 13.5%의 예산도 일반무기와 핵심무기로 나누어보면 핵심무기가 자체 연구비율이 높다. 따라서 일반무기의 경우 자체연구비율은 더 낮아진다. 즉 일반무기의 경우 국과연이 개발하는 것이 없다. 이렇게 보면 국과연이 연구를 하는 집단이 아니라 외부에 하청이나 용역을 주고 관리나 하는 행정기관에 불과하다. 이럴 경우 방사청과도 기능이 중복되는 옥상옥으로 층층이 구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라매사업의 경우 올해 국회에 제출된 예산 내역을 보면 그러한 심증이 확증으로 바뀐다. 총 289억 원이 편성된 한국형전투기 탐색개발비의 경우 KAI, LIG에 발주하는 시제비로 160억 원, 27개로 잘게 쪼개진 용역비로 82억 원, 즉 242억 원이 업체에 하청을 준다. 국과연 자체가 항공기 개발인력이 없기 때문에 내부 연구 인력이 아닌 외부 계약직을 임시로 고용하는데 12.4억 원을 빼고 나면 실제 국과연이 연구에 소요되는 예산은 조사활동비 24.6억 원이 전부다. 조사활동비란 쉽게 말하면 출장비다. 연구실험실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 출장 다니면서 자료나 수집하는 일이 국과연이 실제 연구 활동을 하는 일의 전부나 다름없는 셈이다.
 
 선진화 전략의 후속계획이 확정된 이후인 올해 6~7월경부터 이상한 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무렵에 방사청은 돌연 기획재정부에 체계개발 단계에서 업체로 전환하기로 한 보라매사업을 계속 국과연 주도로 개발한다는 새로운 방향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탐색개발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업체 주도의 여지를 미리 제거하려고 한 것. 주된 요지는 국방예산 부족에 따라 보라매 사업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국과연 주관으로 체계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달았다. 4월에 보라매 사업을 민간주도로 전환하겠다는 정부 발표를 뒤집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국방예산과 담당자는 국과연 연구인력 인건비는 정부 출연금에서 지출되는 엄연한 정부 예산인 만큼 방사청 제안대로 하더라도 예산이 절감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90년대 이후 5번째 개혁 시도 역시 실패 불보 듯 뻔해
 
 이와 관련하여 미래기획위원회 자문에 응했던 한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방사청의 의도를 진단한다.
 
 “이러한 방사청의 움직임은 국방선진화 전략의 결정 사항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정확한 실상은 이렇다. 만일 국과연이 체계개발을 주관하면 국과연이 업체에 재하청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그러면 국과연 직원 인건비가 추가되기 때문에 오히려 예산이 낭비된다. 방사청은 예산이 낭비되는 구조를 절감되는 논리로 둔갑시켜서 정부기관을 기망하고자 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정부 정책 뒤집기는 보라매사업 만이 아니다. 체계개발 단계부터 민간주도로 전환하기로 한 군 위성통신사업, 차기 군단급 무인정찰기(UAV)사업에서도 방사청과 국과연은 정부도로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꼼수를 부리는 중이다. 이럴 거라면 애초 이명박 대통령과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한 목소리로 국방산업을 선진화하겠다는 발표를 왜 한 것인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방부 산하기관들이 대통령 지침을 뒤집는 일을 하는 것은 벌써 현 정부의 레임덕이 시작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90년대 이후 5번째의 국과연 개혁이 시도되었으나 역시 5번째 실패가 예견되고 있다. 역대 정부는 항상 국과연은 핵심 비밀 무기만 개발하고 나머지는 민간으로 개발 주도권을 이관하겠다고 말해 왔으나 어김없이 실패했다. 현 정부도 예외 없이 그 길을 답습하는 중이다.

김종대 <디엔디포커스> 편집장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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