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회 파리 에어쇼

2015. 07.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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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에어쇼는 거대한 민항기가 제트기처럼 날고, 제트기들은 댄서처럼 나는 곳이다” 
  세계 최대의 유도무기 개발업체인 레이시온(Raytheon)은 자사 누리집에 실은 뉴스에서 파리 에어쇼(Salon international de l'aéronautique et de l'espace, Paris-Le Bourget)를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6월15일부터 21일까지 열린 파리 에어쇼는 거대한 민항기들이 수많은 관중 앞에서 급선회를 하고 최신 전투기들은 2013년 Su-35가 그 유명한 곡예비행을 폈던 것처럼 온갖 기교를 부리는 장이다. 또 항공 후발주자인 터키, 브라질 등도 자국 비행기와 항공기술을 한번쯤 뽐내러 온다.            
그런데 정작 미국, 러시아 등의 전통적인 항공 강국은 이번에 몸을 사리는 모양새를 보였다. 2013년 연방정부 자동예산삭감(시퀘스터) 때문에 파리 에어쇼에 사실상 불참했던 미국은 이번 에어쇼에 F-35를 비롯한 최신 전투기는 선보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 이후 유럽 미국과 불편한 관계가 된 러시아도 파리 에어쇼 참가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2013년 Su-35는 창공에서 선회, 감속, 하강, 상승을 자유자재로 하는 이른바 ‘코브라 기동’을 선보이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던 러시아 역시 이번에는 완제기로는 헬리콥터 정도만 선보일 뿐이다.
파리 에어쇼는 파리 동북쪽 외곽에 위치한 르부르제 공항(Paris-Le Bourget Airport)에서 열린다. 예년보다 볼거리는 좀 덜하지만 여전히 파리 에어쇼에는 크고 작은 뉴스와 볼거리가 넘친다. 이번 호에서는 51회 파리 에어쇼를 개괄적으로 짚어보고 다음호인 8월호에서 보다 분석적이고 구체적으로 조망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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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어쇼 전경                                                      


파리 에어쇼의 기본적인 정보들
                                                      
  파리 에어쇼는 올해로 51회를 맞았다. 1909년 처음 열린 파리 에어쇼는 1, 2차 대전으로 최대 7년간 열리지 않는 파란을 겪기도 했다. 2차 대전 당시 파리가 아예 독일에 점령당했기 때문에, 파리 에어쇼는 점령 기간이 지나고 프랑스가 해방된 뒤에 매년 홀수 해에 열리는 것으로 정착이 됐다. 1951년부터는 파리 북동쪽의 르부르제 공항에서 처음 열렸고 이번 에어쇼도 르부르제 공항에서 열린다. 파리 에어쇼와 더불어 세계 양대 에어쇼로 불리는 영국의 판버러(Farnborough) 에어쇼는 1920년 열리며 매년 짝수해에 열린다.
  파리 에어쇼는 런던의 판보로 에어쇼, 베를린 에어쇼와 함께 세계 3대 에어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싱가폴 에어쇼, 모스크바 에어쇼(MAKS)를 더해 세계 5대 에어쇼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중국의 주하이 에어쇼를 5대 에어쇼 중 하나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중 파리 에어쇼는 최고(古), 최대의 에어쇼라는 명성에 걸 맞는 규모와 내용을 자랑한다.
  파리 에어쇼의 규모는 관련 숫자를 한번 훑어보면 실감할 수 있다. 전시공간은 실내외를 합쳐 약 10만평 규모다. 이는 국제규격 축구장 50개를 합쳐놓은 크기다. 이 공간에 약 120대의 항공기가 지상 전시되고, 매일 20대 정도가 시연 비행을 펼친다. 방문인원은 가장 최근에 열렸던 2013년 파리 에어쇼와 대동소이하다. 2013년 에어쇼에는 비즈니스 고객 14만 여명, 일반관람객 약 17만 6천여 명이 다녀갔으며 언론인은 3,100여명이 다녀갔다. 총 32만명 정도다.
  이번엔 미국과 러시아의 최신 전투기가 시연 비행을 펼치지는 않지만 유럽의 라팔, 미라쥬 등은 시연비행을 펼쳤다. 항공기 뿐 아니라 88개국 205개 업체에서 항공 관련부품, 미사일 관련, 공수장비 및 미사일, 항공통제. 항해 설비, 공항설비, 연구개발장비 등 11개 분야의 전시물이 선보인다. 파리 에어쇼에 첫 선을 보이는 항공기도 더러 있다. 카자흐스탄의 JF-17 선더 파이터, 우크라이나의 AN-178, 미국 텍스트론사의 스콜피온 경공격기 ISR-LIGHT STRIKE 등이다. 일부는 다른 행사에서 선을 보였으나 국제행사로는 파리 에어쇼에 처음 선을 보인 것들도 있다.
  개최국인 프랑스는 파리 에어쇼에 가장 많은 업체를 참여시켰다. 두 번째로 참여 규모가 큰 국가는 미국이다. <디펜스 뉴스(Defense News)>에 따르면 에메릭 달시몰(Emeric d'Arcimoles) 파리 에어쇼 위원장은 지난 5월21일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250여 개 업체 중에 미국이 프랑스에 이어 둘째로 많은 업체들의 참가를 예약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대표단과 항공기는 오지만 비행은 하지 않을 것이며, 이 결정은 몇 달 전에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버스가 야심차게 내놓은 차세대 수송기 A-400M도 지상전시만 하고 비행은 하지 않는다. 에어버스 A-400M은 유럽이 개발 중인 차세대 대형 수송기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미국 C-130와 동급인 최대이륙중량 51톤의 C-160을 개발해 사용해 왔다. 록히드 마틴의 C-130이 적재량 20톤급이며 보잉의 C-17이 40톤급인데 에어버스의 A-400M은 32톤급으로 C-130과 같은 비용으로 1.5배 적재수송능력을 갖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설계변경으로 실제 적재량은 30톤에 약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A-400M은 지난해 스페인 세비야에서 시험비행 중 추락해 승무원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를 일으켰다. 이 수송기는 개발기간 10년, 개발비용 200억유로(25조2400억원) 짜리 초대형 프로젝트다. 우리 공군의 대형수송기 도입사업에도 에어버스의 A-400M은 록히드마틴의 C-130의 경쟁자로 참가중이지만 한정된 예산, 지연되는 개발일정으로 인해 장래가 밝지만은 않다. 이 사안에 대해 마르완 라후드(Marwan Lahoud) 에어버스 수석 전략 및 마케팅 담당자는 “스페인에서 발생한 A-400M의 추락사고 때문에 항공기 인도에 대한 우려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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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0 선더볼트 II



  전통 항공 강국들은 잠잠하네
                                 
  미국 국방부는 이번 파리 에어쇼에 대규모 대표단을 보냈다. 하지만 <디펜스 뉴스>에 따르면 미국의 존재감은 ‘정적’(static)이다. 전투기 F-16, F/A-18 호넷이 참여했지만 미국은 이번 파리 에어쇼에서 자국의 어떤 항공기도 비행할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에메릭 달시몰 파리 에어쇼 위원장은 “F-35가 파리에서 첫 국제전시를 갖길 바랬다”라며 F-35 불참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왜 미국에서 F-35가 르부르제 공항에 올 수 없나?” 라고 다소 흥분한 상태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반문했다고 한다. F-35는 2014년 판스브로 에어쇼에 참가하려 했으나 엔진 화제로 결국 불참한 바 있다.    
  따라서 F-35의 국제 데뷔는 2016년 판스브로 에어쇼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F-35가 파리 에어쇼에 참가하지 않고 판스브로 에어쇼에 데뷔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를 영국이 F-35 제작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라는 견해도 있다. 영국은 F-35 제작에 25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는데 이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돈을 투자한 것이다.
  미국은 F-35 등 최신 전투기 대신 다양한 종류의 항공기를 전시한다. 미국은 이번 에어쇼에 F-15E, F-16 파이팅 팔콘, WC-130J 허리케인헌터, P-8 포세이돈, UH-72 라코타, CH-47 치누크 등을 선보였다. 지상공격기 A-10 선더볼트 II를 선보인 것도 관심을 끈다. 미군이 40년 넘게 운용한 A-10 선더볼트 II는 걸프전 당시 상당한 수의 탱크와 차량을 격파해 '탱크 킬러'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해 초 A-10 선더볼트 II 퇴역 방침을 둘러싸고 미국 의회내에서 갈등이 고조된 바 있다.    
  에어쇼 운영진은 2014년 판스브로 에어쇼에는 참가했던 노스럽그루먼사가 이번 에어쇼에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킬스 푸르니에 파리 에어쇼 이사는 “노스럽그루먼사의 회장은 3년 전에 이미 일반적인 에어쇼를 건너뛰기로 결정했고 두바이 에어쇼, 싱가폴 에어쇼와 같은 지역 에어쇼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BAE systems도 이번 에어쇼에 불참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에어쇼에서는 개최국인 프랑스와 최근 서방과의 관계가 냉랭해진 러시아 사이의 미묘한 기류도 감지됐다. 프랑스는 러시아로부터 미스트랄급 전함 2 대를 인수하려했으나 이를 보류하고 있다. 이 구매계획은 러시아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와 맺은 가장 큰 규모의 무기 구입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말레이시아 여객기 MH17 격추된 후 프랑스는 이를 보류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민스크 협정’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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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의 차세대 수송기 A-400M


 그런 배경이 있음에도 러시아는 이번 파리 에어쇼에는 참가했다. 하지만 프랑스와 러시아 사이에 긴밀한 소통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에메릭 달시몰 파리 에어쇼 위원장은 5월에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는 러시아에서 어떤 항공기가 오는지 모른다”라고 기자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리 에어쇼 참가자들에게는 아쉬운 대목이다. 2013년 파리 에어쇼에서 가장 주목받은 항공기를 꼽으라면 단연 러시아의 Su-35였다. 미국의 전투기가 불참한 가운데 Su-35는 ‘코브라 기동’을 선보이며 관중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우크라이나 안토노프의 단거리 중형 수송기 An-178은 개발 중임에도 에어쇼에 선보일 계획을 세웠다. An-178의 첫 기체는 지난 4월에 제작되어 5월 첫 시범비행을 마쳤다. An-178은 18톤 이상을 실을 수 있으며 비포장 활주로에서 이륙할 수 있어 활용성이 매우 뛰어나다. 
이번 파리 에어쇼는 미국의 조심스러운 복귀, 러시아의 자제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최고의 에어쇼라고 말하기는 어렵게 됐다. 그러나 미국은 다양한 종류의 항공기를 선보였고 에어버스는 차세대 수송기 A-400M을 선보였다. 파키스탄 등 후발주자도 자국의 항공기술을 뽐냈다. 뿐만 아니라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는 A-10 선더볼트 II까지 망라했다. 파리 에어쇼의 명성은 여전하다.


 이규정 디펜스21+ 기자  okeygun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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