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행의 시대> 저자 장조원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이규정 2015. 08. 10
조회수 7244 추천수 0

 "비행기를 발명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비행기를 만드는 것은 뭔가를 한 것이다. 그러나 비행하는 것은 모든 것이다."(오토 릴리엔탈)

  잠시만 기본으로 돌아가자. 올해 KF-X 우선협상업체가 18년만에 정해졌고, 공군의 차기 공중급유기가 정해졌다는 얘기 말고 순수하게 비행 그 자체에 집중해보자. 사람들은 왜 그토록 하늘에 매료되었을까? 더 빠르고, 더 멀리 날기 위해 인류는 뭘 해왔는가? 비행기는 어떻게 나는가?장조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가 쓴 <비행의 시대>는 이 수많은 질문들에 대응할 수 있는 책이다.
  비행의 역사를 수놓은 인물, 사건, 비행기, 물리법칙, 비행현상 등 그 방대한 지식이 한 권의 책에 오밀조밀하게 담겨있다. “비행에 꽂혀 항공 분야에 뛰어들려고 하지만 뭘 어떻게 할지 막연한 후학들을 생각하며 책을 썼다” 장 교수가 책을 쓴 동기다.
그런 면에서 단순히 교양서로만 볼 책은 아니다. 장교수는 항공우주과학의 기본이 되는 물리법칙까지도 소개했는데 이 부분은 이해하기에 만만치 않다. 물론 거기까지 정복한다면 비행은 구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장 교수를 만나 얘기를 들었다.

장조원.jpg

  -전투기 스펙을 따지고, 무기도입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를 들춰보는 일을 주로 하다가 <비행의 시대>를 읽었다. 순수해지는 느낌이었다. 잊고 있었던 ‘비행의 로망’을 다시금 느꼈다. 어떤 계기로 이 책을 쓰게 됐나?

  =어렸을 때부터 비행기를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전투 조종사가 되기 위해 공군사관학교에 들어갔고 여러 전공 중에서도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학과 성적이 아주 좋은 편이어서(웃음) 생도 3학년 때 교수님들로부터 공부를 계속해서 교수가 되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언을 들었다. 그래도 전투조종사가 되기 위해 생도 4학년 때 6개월 정도 비행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조종을 잘 못했는지(?) 그때도 비행교관님들이 교수 되는 것을 추천했다.
  처음부터 학자의 길을 가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비행기’ 자체를 공부할 수 있다면 좋다 싶어 학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항공우주공학을 공부하게 된 건 제 인생에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항공우주분야 교수가 되었다. 되고 보니 후배들이 볼만한 본격적인 항공우주 가이드북이 없더라. 나와 있는 항공분야 책들이 있긴 하지만 초등학생들이 보는 책 아니면 두꺼운 전공 책이다. 그래서 한번 항공우주과학 분야를 포괄적으로 다룬 책을 쓰면 어떨까 생각했다. 비행, 항공에 관심과 열정이 있는데 관련 정보가 부족한 후배들을 위해 책을 썼다. 실제로 이 책을 항공운항학과 2학년들이 수강하는 수업 ‘비행의 해석’ 교재로 쓰고 있기도 하다.


  -<비행의 시대>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비행기 11대를 꼽았다. 이 중에 가장 발전된 항공기 개발능력을 보여주는 항공기는 어떤 것인가?

  =21세기 항공기 설계 및 개발 능력을 대변해 주는 전형적인 항공기는 단연 사이테이션 X플러스다. 요즘 비행기 형상은 더 연구할 게 없을 정도로 거의 완벽하다. 사이테이션 X 플러스는 그 중에서도 최첨단 항공기로 우리도 앞으로 개발해야할 비즈니스 제트기다.
사이테이션 X 플러스는 2012년 세스나에서 제작한 항공기로 빠르고 높게 그리고 멀리 가는 중형 비즈니스 제트기다. 또 날개, 꼬리날개, 기어 등 여러 면에서 종전의 사이테이션 X와 완전히 다르다. 외관을 보면 전투기 못지않게 날렵하다는 느낌을 준다. 날개, 꼬리날개가 일반 민항기보다 더 뒤로 꺾여있다. 에어포일, 우리말로 하면 ‘날개골’인데 이 형태도 다르다. 사이테이션 X 플러스의 최대 시속은 1,154km로 이는 마하수 M=0.935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순항속도 M=0.85 이하의 항공기에서는 비대칭형 에어포일을 사용하고, 초음속 가까이 비행하는 고속항공기에는 초임계 에어포일을 사용한다. 윗면이 평평하고 아랫면의 끝부분이 위로 굽어진 단면인데 이 형태가 날개 윗면에서 강한 충격파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 초음속 가까이에서 양력발생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비행기 형상 개발이 거의 완벽한 수준이라고 했는데 여객기 개발을 봐도 그렇다. 1910년 비행기를 처음으로 우편수송에 쓴 이후 제조업체는 더 높게, 더 빨리 갈 수 있는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 경쟁해왔다. 현재는 그 경쟁이 소강상태에 머문 듯한 감이 있다. 여객기에 있어서 최고속도를 겨루는 경쟁은 사실상 끝이 났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는 얼마나 경제적이며 환경 친화적인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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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의 역사에는 도전의식이 남다른 인물이 유독 많다. 처음으로 동력비행에 성공한 라이트 형제 이야기부터 고도 39km에서 맨몸으로 뛰어내려 초음속을 돌파한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트너 등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1804년 조지 케일리는 처음으로 고정식 날개를 갖는 글라이더를 만든다. 그동안은 새처럼 날개를 위아래로 퍼덕여야 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만연했던 걸 생각하면 획기적인 시도다. 독일의 항공학자 오토 릴리엔탈은 새의 날개와 꼬리 모양을 본떠 글라이더를 만들었다. 그는 1896년 자신이 만든 글라이더로 비행하다 추락해 사망했다. 이 소식을 들은 라이트 형제는 본격적으로 비행기 개발에 뛰어든다. 그러다가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처음으로 동력으로 비행기를 띄우는 데 성공한다.
  바움가르트너의 도전의식도 보통이 아니다. 그가 상공 39km에서 뛰어내려 기록한 최고 시속은 1342.8km다. 이 지점을 돌파하자마자 그는 플랫 스핀(flat spin)에 돌입한다. 좌우균형이 맞지 않으면 분당 120회 가까이 신체가 회전한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의식을 잃기 쉽고 자칫하면 목숨도 잃을 수 있다. 그런데 바움가르트너는 인터뷰에서 죽음에 대한 걱정보다 음속을 돌파하지 못할까봐 더 걱정했다고 말했다.


  장조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대표 항공 우주 공학자 가운데 하나다. 장교수는 공군사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부교수, 캐나다 라이어슨 대학교 겸임 교수 등을 지냈고 현재는 공군사관학교 명예교수, 한국항공우주학회 편집이사, 항공우주정책연구원 이사, 공군발전협회 연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원격 조종 날갯짓 비행체” 등 다수의 특허 및 실용신안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가시화정보학회 우수 논문상, 한국항공대학교 최우수교수상, 교원 업적 종합 부문 최우수상, 현대자동차그룹 우수 논문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연구도 활발히 수행해 경계층 흐름 제어, 생체모방 비행체 등 공기역학분야 논문을 국제 SCI급 저널에 수십 편 게재했다. 또 현장과 강단에서의 경험을 통해 전작 『하늘에 도전하다』(중앙북스, 2012년)에 이은 최신작 『비행의 시대』에서 항공 우주 분야의 모든 것을 더욱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이규정 디펜스21+ 기자 okeygun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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