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하늘의 소리>

이동훈 2015. 0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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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세기 과학의 놀랄 만한 진보를 본 인류는 무한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찬란한 과학 문명도 어떤 원인으로 인해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할지 모른다. 설령 인류가 멸종을 면하고 살아남는다고 해도 그 앞에는 어떤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시련을 당하고 쓰러진 인류에게 재기의 기회는 과연 존재할 것인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하늘의 소리>를 감상하면서 그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내려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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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소리> 포스터


영화정보
원제: ソ・ラ・ノ・ヲ・ト(2010년작)
감독: 칸베 마모루
원작: 파라도레스(Paradores)
출연: 카네모토 히사코(소라미 카나타 이등병 역)
     코바야시 유우(카즈미야 리오 상사 역)
     엔도 아야(필리시아 하이데만 소위 역)
     키타무라 에리(스미노야 쿠레하 이등병 역)
     유우키 아오이(칸나기 노엘 하사 역)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 Apocalypse). 현 인류 문명의 멸망과 그 이후의 사건들을 다룬 SF의 주요 하위 장르다. 널리 알려진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로는 <매드맥스>, <매트릭스>, <터미네이터> 등이 있다. 문명이 사라진 이후의 거칠고 암울한 배경,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격한 투쟁을 벌이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전면에 강조하는 것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의 클리셰에 가깝다.
  반면 애니메이션 <하늘의 소리>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뻔한 상징들을 적어도 ‘대놓고’ 쓰지는 않는다. 얼핏 보면 귀여운 소녀들의 평화로운 일상물로만 보일 수도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화두들이 숨어 있다.


  문명이 사라진 후


  번영을 구가하던 현대 과학문명이 한 순간 사라지고, 그 후 대체 얼마만한 시간이 흘렀을지 짐작도 안 가는 아득한 먼 미래.
  해양 생태계는 완전히 파괴되어 바다에는 생물이 남아있지 않고, 유라시아 대륙의 상당부분은 사막화가 진행되어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노맨스 랜드(무인지대)>가 되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19세기 말~20세기 초 수준으로 문명을 재건했지만, 여전히 인류는 전쟁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오늘날의 일본에 위치한 국가 헬베티아와 로마 역시 얼마 남지 않은 생활공간과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오랫동안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그러나 힘을 소진한 양국이 전투를 중지한 후 휴전협정에 돌입하고, 헬베티아가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던 시점, 헬베티아 육군에는 ‘소라미 카나타’라는 소녀가 군대에 지원 입대했다. 그녀는 어렸을 적에 부모를 잃어버리고 울다가, 헬베티아 군대의 여군 나팔수가 부는 곡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듣고 감동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 감동을 잊지 못하고, 음악을 배우기 위해 군대에 입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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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소라미 카나타 이등병. 어릴 적 자신을 감동시킨 음악을 배우기 위해 군대에 지원 입대했다.


 어렸을 적 봤던 군인과 같은 나팔수가 된 그녀의 첫 자대는 국경 도시인 세이즈 시의 <시간을 알리는 성채>에 주둔한 제1121소대. 전원이 여군으로만 이루어진 부대였다. 그녀가 자대배치를 받은 날, 마침 세이즈 시에서는 전통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이 마을에는 세계가 지금처럼 되기 전, 소녀들이 악마로부터 도시를 구하고 산화했다는 이른바 <불꽃의 소녀> 전설이 전해져 왔다. 축제는 그 때 죽은 소녀들의 영혼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카나타는 자대에서 그야말로 ‘소통과 배려가 넘치는’ 즐거운 병영생활을 했다. 그녀는 막내 이등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대 내에서는 소대장인 필리시아 하이데만 소위까지도 관등성명 대신 ‘선배’라는 호칭으로 부를 수 있었다. 청소와 취사, 빨래 등 부대의 잡무는 계급에 상관없이 모든 대원들이 돌아가면서 하고, 내무 부조리는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활 속에서 카나타는 자신이 사는 세계가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를 마치 퍼즐조각을 맞춰나가듯이 서서히 깨닫게 된다. 정부의 힘이 바닥나 군대에 충분한 물자와 급여를 줄 수 없기 때문에, 부대원들은 밀주(密酒)를 만들어 팔아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고 있었다. 신병의 통과의례로 진행되는 완전군장 행군에서, 카나타는 ‘세계의 끝’인 <노맨스 랜드>의 황폐한 모습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마을의 전쟁고아는 카나타를 비롯한 군인들에게 ‘살인자!’라며 욕을 퍼붓고, 과거 어느 전투에서 혼자만 살아남은 하이데만 소위는 전사한 동료들을 잊지 못하고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괴로워한다. 카나타는 어릴 적 자신이 보았던 여군 나팔수가 헬베티아의 국가 원수인 아르카디아 대공의 딸 이리야 공녀인 것도 알게 된다. 이리야 공녀는 로마와의 평화를 위해 로마 황제와의 결혼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어 이는 유야무야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카즈미야 리오 상사는 “누구도 불행하게 하고 싶지 않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말만을 남기고 성채를 떠난다.
  헬베티아와 로마 간의 휴전협정은 난항으로 치닫고 있었다. 결국 로마는 다시금 헬베티아에 대한 대규모 공세를 준비했다. 로마 여군 병사 아이샤가 공세를 준비하기 위해 헬베티아 영내를 정찰하러 왔다가 조난을 당해 정신을 잃고, 제1121소대의 포로가 된다. 하이데만 소위는 그녀를 치료하고 신문했다. 그러나 하이데만 소위는 포로 획득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헬베티아는 고문 등 무척이나 가혹한 포로 처우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역 주민의 제보로 이 사실이 탄로나자, 헬베티아 제1근위기병사단 제9독립기동부대의 지휘관이자 전쟁광인 홉킨스 대령이 부하들을 이끌고 <시간을 알리는 성채>에 왔다. 칸나기 노엘 하사와 함께 숨어 있던 아이샤는, 노엘의 이름을 알자 당신이 바로 그 악명 높은 <보이지 않는 사신>이었냐며 경악스러워 했다. 과학영재였던 노엘은 자신의 재능으로 구 문명의 세균병기를 부활시켜 로마의 여러 마을을 전멸시켰던 것이다. 노엘이 그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패닉을 일으켜 소리를 지르자 모든 것이 탄로 났다. 아이샤는 도망치다가 성채를 수색하던 홉킨스 대령 휘하 병사의 총에 피격당해 부상을 입었다. 그러자 하이데만 소위는 홉킨스 대령을 인질로 잡고 농성을 벌였다. 이 와중에 카나타의 귀에 정전을 알리는 나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홉킨스 대령은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로마를 군사력으로 괴멸시키려는 의지에 충만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성채를 탈출해 부하들에게 공격 준비를 명령했다. 로마 역시 다음날 아침에 헬베티아를 침공할 예정이었다.
제1121소대는 노엘이 수리를 완료한 구 문명의 유물, <타케미카츠치> 다족보행전차를 기동시켜 소대원 전원과 아이샤를 태우고 홉킨스 대령의 포위망을 뚫고 달아난다. 이들은 진격하는 로마군과 헬베티아 군 사이의 무인지대로 갔다. 거기서 카나타는 자신이 들은 정전 나팔 신호를 연주하지만 누구도 듣지 않았다. 그러자 카나타는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한다. 로마와 헬베티아 두 나라에서 모두 좋아하는 그 곡을 들은 양군의 장병들은 순간 진격을 멈춘다.
  그 때 헬베티아 군의 새로운 전차부대가 전장에 나타난다. 그 전차부대에는 성채를 떠났던 리오가 있었다. 그녀의 입을 통해 그녀의 진짜 신분이 드러난다. 그녀는 아르카디아 대공의 딸, 그리고 이리야 공녀의 배다른 여동생이었다. 헬베티아와 로마 양국은 이미 정전에 합의했으며, 리오는 죽은 언니 대신 로마 황제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로서 주인공들은 양국 간의 무력충돌 재발을 막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세계는 착실히 멸망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로마 북부도 계속 사막화가 진행 중이었다. 성채에 돌아온 리오는, 구 문명의 비행기를 다시 만들어 세상의 끝 어딘가에 있다는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카나타에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 첫걸음으로 열기구를 만들어 띄우는 데 성공한다. 카나타는 리오의 꿈을 따르겠다고 다짐했다. 리오가 다음 번 <불꽃의 소녀> 축제 준비를 하는 소대원들을 보며 독백을 하는 것으로 총 14화의 시리즈는 끝이 난다.
“가자. 꿈의 저편으로. 언젠가 세상이 멸망한다 해도... 그 순간까지는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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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군을 마친 목적지에서 본 노맨스 랜드. ‘구 문명’의 묘비다


 멸망 이후의 세계의 모습
 
이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었을 때, 군 필 남성 시청자들은 “뭐 저딴 군대가 다 있냐”고 야유를 퍼붓기 급급했다. 자신들이 경험했던 한국 군대의 생활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애당초 그런 것으로 비판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우선 한국 군대의 내무생활과 훈련모습이 전 세계 군대의 표준일 리가 만무한 데다, 어차피 이 작품은 (비록 작품 속 문명수준이 21세기에 비해 뒤처져 있다고는 하나) 엄연히 머나먼 미래를 다룬 SF물이다.            
  오히려 ‘한참 군기 빠져 보이는’ 작중 주인공들의 생활 모습이야말로 기존의 문명이 완파된 후에 생긴 새로운 문명 속 군대의 전형적 모습일 수도 있다. 게다가 작중 국가인 헬베티아의 정부는 “군인 봉급도 밀릴 정도고, 주더라도 군표로 지급할” 정도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세 봉건제보다 조금 더 발전된 정도의 수준인 것이다. 그렇다면 작중의 모습도 나름 이해는 간다.
구 문명이 망한 지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작중에서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어와 중국어가 사라지고 소수 종교인들에 의해 그 문자만 <이데아 문자>라는 이름으로 전승되고 있는 점, 그리고 구 문명의 역사가 언급되지 않으며 그들의 멸망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는 <불꽃의 소녀> 이야기조차 역사기록물이 아닌 구전설화로 정착된 점, 노맨스 랜드에 남은 구 문명 건축물들의 상태까지 감안한다면, 구 문명이 완전히 파괴되고 그 전통이 단절된 지 500년 이상 지났다고 봐야 한다. 매력적인 미소녀 캐릭터들을 내세운 이 작품의 이면에는, 영원히 발전할 듯 위세를 떨치던 현대 문명이 이처럼 ‘유언’도 남기지 못하고 순식간에 송두리째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무서운 메시지가 숨어 있는 것이다. 실제로도 인류의 문명사에는 이 정도까지 철저하지는 않더라도 멸망해서 사라져 버린 문명과 민족들이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이 작품이 주는 무서운 메시지는 또 있다. 우선 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구 문명이 왜 망했는지를 짚어보자. 1화에서 카나타는 <불꽃의 소녀> 전설 속 악마의 것임이 거의 확실한 머리 없고 날개 달린 거대한 해골을 목격했다. 그리고 7화에서도 구 문명의 멸망 장면에서 날개 달린 ‘뭔가’에 맞서 싸우는 전차들이 나온다. 전사한 자위대 병사의 유령 역시 하이데만 소위에게 “인류는 ‘그것들’과 싸우다 패해서 망했다”고 말한다. ‘그것’의 정체에 대해서는 팬들 사이에 이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은유적 표현이라는 설도 있고, 누군가가 첨단 생물학 기술로 만들어낸 생물학 병기, 또는 전투용 돌연변이 생물이라고 하는 설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인류는 병기의 싸움, 즉 전쟁으로 망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게다가 자연환경마저 사람이 살기 어려울 만큼 파괴되었다. 그러나 작중에서 나타나다시피 인류는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의 전쟁을 결코 버리지 않았다!

  

  인류는 과연 진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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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 높이 날아가는 열기구. 리오의 꿈, 아니 작중 모든 이들의 꿈이 실려 있다.


  뛰어난 군사력이나 전쟁에서 혁혁한 무공을 보여준 민족이나 부족에 대해 흔히 ‘전투종족’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찬찬이 들여다보면, 특정 민족이나 부족을 따질 필요 없이 인류 전체가 진정한 전투종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도 전투를 한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적과 싸운다거나, 다른 동물을 공격해 잡아먹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인간만큼 동류와 대규모의 살상 전을 벌이고, 게다가 죽인 적을 먹지도 않는 동물은 보기 드물다. 게다가 인간의 전투에는 인체 자체의 체력 뿐 아니라, 인간의 이성을 사용해 전투만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인 병기까지 사용되지 않는가.
여러 증거들로 볼 때 인류는 선사시대 때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자기들끼리 전투를 벌였다. 그리고 인간은 새로이 얻은 과학기술을 거의 무조건 전쟁에 먼저 투자해 가며 전투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증진시켜 왔다. 그것은 인간이 제3의 불, 즉 원자력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했는지만 살펴봐도 답이 나온다. 원자력 또한 평화적 이용보다는 군사적 이용이 앞섰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그 파괴적인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말았다.
핵무장국들은 지구 인류를 여러 번 몰살시킬 수 있을 만큼 많은 핵무기를 만들어냈다. 역설적이게도, 강대국의 핵무장 덕택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강대국 간의 대규모 전쟁이 억제된 효과도 분명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핵이 무기화된 지 벌써 70년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 핵을 무기화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그리고 그 기술을 사용하는 데도 과거에 비해서는 그리 큰 돈이 들지 않는다. 다른 곳도 아닌 극심한 빈곤과 고립 상태에 허덕이는 우리의 동족, 북한이 핵무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모든 것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렇게 핵무장이 확산된다면, 다른 아무 것도 내세울 게 없는 국가의 지도자까지 핵무기의 발사 스위치, 즉 아마겟돈의 방아쇠를 갖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엄청난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인류 자체가 멸종되지 않는 한, 그 피 속에 흐르는 투쟁본능마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제3차 세계대전의 무기는 무엇이 될지 몰라도, 제4차 세계대전의 무기는 돌과 몽둥이가 될 것이다” 라는 아인슈타인의 발언에 함축되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이 본 작품의 중심 사상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사라졌는데도 인간들은 자원, 종교 등을 핑계 삼아 서로를 죽이려 하지 않는가.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는 너무나 느리게 진행된 데 반해, 기술적 진보는 너무 빨리 이루어졌고, 그 결과 인간의 ‘홍적세 수준의 촌스러운’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첨단 기술이 남용되고 있다는 점도 걱정을 더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희망을 버릴 필요는 없다. 인간에게는 투쟁 본능도 있지만 평화를 원하는 본능도 있기 때문이다. 작중에서 양국의 군인들의 가슴을 울리는 하나의 노래,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모두가 인간이기에 가지고 있는 공감대이자 화합의 단초를 상징한다.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도 쿠바 미사일 위기를 해결하고 나서 말하지 않았는가. 우리 모두는 지구라는 작은 별에서 함께 살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아이들의 미래를 소중히 여기는 똑같은 인간이라고.       
   칼 세이건 박사는 그의 명저 <코스모스>에서, 현대 인류 문명의 발전 수준을 ‘사춘기’라고 정의했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것이다. 이런 시기에 나타나는 여러 갈등을 해결한 후, 화합하고 더욱 크게 성장해 우주로까지 생활권을 넓히느냐, 또는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자멸하느냐는 인간들의 선택에 달렸다. 그리고 그는 인류 문명이 자기 파괴적 본능을 억누르고 성장할 수 있는 해법으로 <인류 전체에 대한 충성>을 제시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나타난 국제기구인 UN과 EU를 보면, 인류는 느리게나마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기에 인류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한편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이 작품은 매일을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 개개인들에게도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오늘날의 한국 사회가 작중 헬베티아와 로마에 오버랩되어 보이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한국 사회로부터 희망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힘있는 자들의 ‘수퍼 갑질’이 판을 치고, 계층 상승은커녕 유지도 어려워지고, 꿈을 실현하기에는 너무나 기회가 적은 이 나라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행복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무엇이건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생존과 발전을 원하는 인간의 본능은 너무나도 강하다. 그것 역시 역사 속 수많은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많은 이들에게 상황을 타개할 힘을 주지 않았던가. 본 작이 희망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살아야 할 이유’, 즉 ‘나만의 꿈’을 찾게 해 주기를 바란다.


* <SF 전쟁영화로 보는 현대 사회>는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종료합니다. 4월호부터는 한동안 연재되다 중단된 <밀리터리 인물열전>의 이어질 예정입니다.


글: 이동훈 디펜스21 플러스 객원기자(enitel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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