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감염 땐 괴물 변신, 무차별 학살

2011.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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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인항공기의 명과 암] <하>
초지능 로봇무기의 진화, 터미네이터가 현실로
무게 2kg의 ‘가미가제’, 오폭 땐 대도시 초토화

현대전에서 UAV의 시대가 온 것은 확실하다. 이 식지 않은 인기를 증명하듯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36개 이상의 국가가 무인 비행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란도 UAV를 보유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레바논 히즈볼라도 UAV 편대를 운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UAV는 만병통치약인가? 이런 의문이 들게 해준 것이 바로 최근 발생한 UAV 바이러스 감염 사건이다. 미국의 한 IT 전문 인터넷 매체가 크리치 공군기지 컴퓨터 시스템에 바이러스가 침입해 작전에 커다란 장애를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네바다주 크리치 공군기지는 아프가니스탄 등에 파견된 프레데터와 리퍼 등 UAV를 원격 조종하는 시설을 운용하고 있다. UAV는 컴퓨터로 조종이 되는 로봇이나 마찬가지이다. 만약 이 로봇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통제 불능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정상적인 UAV는 이 공군 기지에서 UAV 원격 조종사가 조종을 하고 UAV는 그 명령에 따라 아프간 상공을 날아가 목표물이 포착되면 미사일을 발사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이 되면 원격 조종사의 명령이 아닌 바이러스의 명령으로 아프간의 무고한 사람들에게 미사일을 퍼부을 수도 있다. 순식간에 수만 명을 죽일 수도 있는 위험한 무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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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Q-7 Shadow200


재미로 보던 SF영화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오싹함

보도가 나간 후 공군은 무인공격기 운용 컴퓨터 시스템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아무런 피해 없이 복구됐다고 곧바로 발표했다. 또 이 바이러스는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UAV를 원격 조종하는 모든 지시를 가로채는 치명적인 종류가 아니라 흔히 발견되는 보안 체계에 대한 공격이었다고 해명했다. 따라서 작전을 수행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고 데이터가 유출되거나 손상되는 피해도 전혀 없었으며 치료가 완료됐다고 공군은 말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UAV가 얼마든지 바이러스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의 의도대로 조종이 되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예상치 못한 대량 인명 살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로봇들이 스카이 넷에 반기를 들고 인간들을 공격하기로 한 것을 연상시킨다. 재미로 보던 SF영화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오싹함을 느낄 수 있던 사건이었다.
 
날로 발전하는 로봇 병기들로 인해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최근 인간 표적을 향해 급강하해 타격하는 무인 항공기의 등장은 더욱 강해진 무인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명 ‘가미가제’라 불리는 이 UAV는 에어로 바이런먼트가 제작한 ‘스위치블레이드’라는 이름의 무인 항공기이다. 무게가 겨우 2kg밖에 되지 않아 배낭에 넣어 다니다 발사관으로 날리면 날개가 펴지면서 하늘로 날아가 목표물을 공격하는 가미가제처럼 터진다. 물론 살인명령이 하달됐다고 하더라도 마지막 순간에 인간이 취소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전형적인 살인 로봇이다. 이것이 만약 바이러스에 걸려서 잘못된 명령이 인식된다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대도시를 초토화 시킬 수 있다. 아무리 작아도 UAV에 장착된 미사일들은 헬파이어 미사일이고 이 자살폭탄 UAV의 파괴력도 가공할만하다. 날로 진화하는 UAV의 성능이 세질수록 위험부담 또한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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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Q-11 Raven 무인기를 손으로 날리고 있는 미군


민간인 사망 나와도 ‘부수적 손실’로 취급하는 미국

그래서 UAV는 결국 인간이 감당할 범위를 뛰어넘으리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9년 2월 캘리포니아 몬트레이 베이에서 비공개로 열린 아실로마 토론회에 참여한 인공지능 및 로봇 연구자들은 중앙 집중된 초지능의 로봇 출현에 대해 우려했다. 이렇게 과학자들조차 걱정할 정도로 현재 개발 중이거나 시판된 로봇들의 성능을 인간이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을 그린 영화 `터미네이터‘가 허구의 세계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로봇 무기의 발전을 보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이야기했다.   

또 UAV는 운용하는 입장에서야 너무도 고마운 아이템이지만 당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무인 항공기 공습은 아프간 전쟁에서 혁혁한 성과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민심을 돌아서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도 꼽힌다. 연일 아프간 전역에서 들려오는 무인 항공기의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대량 학살 소식에 아프간 사람들은 분노한다. 로봇들에게 인간들이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죽어나간다. 미군들은 이들이 탈레반이라 공격을 했지만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필자가 UAV 취재를 위해 수년 간 본 것 중 가장 가슴 아픈 것은 미군이 무고한 민간인 사망자가 나오더라도 민간인 희생을 뜻하는 ‘Civilian Casualty(민간인 희생)’ 대신 ‘Collateral Damage(부수적 손실)’이라는 말을 쓴다는 것이다. 아무리 로봇인 UAV가 저지른 일이라도 인간이 명령을 내렸지만 죽은 사람들도 인간인데 죽은 사람들을 부수적 손실이라 부르는 것은 인간 취급을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바로 이런 점이 아프간 사람들로 하여금 미국에 등을 돌리게 한다.
 
아프간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이 알카에다와 탈레반 지도자 제거를 위해 UAV를 보내고 있는 파키스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파키스탄에서도 미군 UAV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많이 생긴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재단의 집계에 따르면 2004년 이후 현재까지 파키스탄에서 무인비행기 공습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은 1470~2339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진짜 무장 세력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1177~1868명이고 민간인 희생자는 353~471명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파키스탄 사람들과 정부의 반미 감정이 하늘을 찔렀고 UAV는 이 반미 감정의 상징으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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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파리에어쇼에 전시된 SCHIBEL사의 Camcopter S-100


파키스탄 민간 희생자 늘어나면서 분노 폭발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파키스탄 내 미군에 의한 무인비행기 공습 횟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04~2007년 9회로 미군이 파키스탄을 의식하며 조심스럽게 UAV 공습을 했다. 아무래도 남의 나라 땅에서 하는 군사작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33회, 2009년 53회, 2010년 118회로 급증하는 등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오바마 대통령의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오히려 더 늘어만 간다.

 

이로 인해 파키스탄과 미국의 외교 관계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이라크 아프간 두 전쟁에서 막대한 전사자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와중에 인명 피해 없이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근거지를 효과적으로 와해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UAV 공습을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파키스탄 정부로서는 미국의 UAV 공격이 매년 증가하고 무고한 파키스탄 사람들이 희생되며 그로 인해 민심이 돌아서기에 미국의 공격을 어떻게 하든지 막아보려고 한다.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이 문제를 공식 거론하며 미국을 비난했다. 그동안 파키스탄은 미국에게 자국 내에서 군사 작전을 하려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UAV 공격을 하기 전에 그 목표물이 무엇인지 알려 달라고 한 파키스탄의 요청을 미국은 사실상 거부했었다. 미국으로서는 목표물 정보가 파키스탄 정부에 의해 적에게 조직적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특히 빈 라덴 사살 작전 이후 파키스탄 내 반미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양국의 불협화음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파키스탄의 잇단 항의에 미국은 들은 척 만 척하였다. 급기야는 양국 정보기관의 대립까지 불러왔다. 지난 5월 6일, 파키스탄 민영방송은 CIA 파키스탄 지부장과 파키스탄 정보국(ISI)의 아메드 수자 파샤 국장이 만난 사실을 보도했다. 문제는 이 방송에서 파키스탄 CIA 지부장 실명이 ‘마크 칼튼’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미국 정보기관의 지부장 이름이 공개되는 것은 결코 흔하지 않다. 미국 관리들은 크게 분노했고 이는 빈 라덴 은신처 급습에 불만을 품은 파키스탄 정보기관 ISI가 CIA에 대한 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건 전에도 파키스탄 정부가 현지에서 활동 중인 CIA 정보원 5명을 체포해 미국을 황당하게 만들기도 했다. 


유족들 CIA 상대로 자국과 미국 법원에 집단소송 준비 중


이 두 사건으로 인해 CIA 지부장과 ISI 국장의 회동에서도 상당히 험악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파키스탄 일간지 던(Dawn)의 국제부 기자 아무흐드는 “둘의 싸우는 소리와 욕설이 복도 밖에까지 들릴 정도로 험악했다.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양국의 관계가 이제는 많이 틀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 후 파키스탄 정부는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 인근의 샴시 공군기지에 미국의 비행을 전면 금지했다고 발표했다. 샴시 공군기지는 CIA가 파키스탄 정부의 묵인 아래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공격하는 UAV를 띄우는 기지였다. 

파키스탄은 미국 측이 기지에 있던 인력을 모두 철수시키고 종전에 설치한 시설물도 철거하라고 통보했다. 한때 파키스탄과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동맹이었다. 하지만 UAV로 인해서 양국관계가 급격히 악화 되었다. 미국은 파키스탄 정부에 사전 통보도 하지 않은 채 당당하게 파키스탄 내부로 들어와 군사 작전을 한다. 이것은 명백한 주권 침해이고 양국의 신뢰를 져버렸다며 파키스탄이 반발한 것이다. 

 

최근 미국의 UAV 공습으로 가족을 잃은 파키스탄인들이 CIA를 상대로 자국과 미국 법원에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파키스탄 변호사 미르자 샤자드 아크바르는 파키스탄 내에서 UAV 공습으로 죽거나 다친 이들의 가족 24명이 CIA에 대해 파키스탄과 미국, 영국 법원에 손해배상등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크바르는 “그들(희생된 민간인)은 테러와의 전쟁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UAV 공습 피해 가족들이 점점 더 많이 소송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소송제기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UAV로 인한 잡음이 파키스탄에는 끊이지 않고 있지만 미국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UAV 출격을 계속하고 있다. 현대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탄생한 UAV이지만 아직 인간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 부작용이 크다. 소송을 제기한 파키스탄 사람들은 소장에서 “우리들이 상대해야 하는 것이 로봇들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현실은 예고편에 불과할 것이고 미래에는 UAV 같은 로봇들이 더 많아질 것이며 이 로봇들과 인간들의 갈등도 더 심해질 듯하다. 

 

김영미/분쟁지역 전문 PD


김영미 PD는 

kimpd.jpg서른 살이 되던 해, 꽃다운 나이의 동티모르 여대생이 내전으로 희생당한 기사를 읽고 무작정 동티모르로 떠난 것이 계기가 되어 PD가 된 이후 지금껏 10여 년간 세계 분쟁 지역을 취재해 왔으며, 특히 동원호가 해적에게 납치되었을 때는 가방 하나 달랑 메고 혼자 몸으로 독점 취재하기도 했다. 

SBS 특집 다큐멘터리 〈동티모르 푸른 천사〉(2000)를 시작으로 아프가니스탄의 남녀 차별 문제를 다룬 KBS 일요스페셜 〈부르카를 벗은 여인들〉(2002), SBS 특집 다큐 〈일촉즉발, 이라크를 가다〉(2003), MBC 긴급 르포 〈파병, 100일간의 기록, 자이툰 부대〉(2004)와 〈이라크 파병, 그 머나먼 길〉(2004), SBS 〈이슬람의 딸들〉(2005), MBC 〈PD수첩〉에서 방영된 〈조국은 왜 우리를 내버려 두는가?〉(2006), MBC 스페셜 〈불타는 레바논〉(2008), KBS 수요기획 〈미군들의 이라크〉(2008), EBS 〈다큐프라임〉으로 방송된 〈히말라야 커피로드〉(2010) 등을 연출했다. 

 이 밖에도 아프가니스탄과 카슈미르를 다룬 특집 다큐멘터리 20여 편이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 니혼TV에서 방송되었다. 여성인권 디딤돌상, MBC 방송대상 공로상, 일본 NTV 10대 디렉터상, 한국 YWCA 여성 지도자상, 〈여성신문〉 선정 2030 여성 희망리더 20인 등을 수상했으며, 최근에는 〈히말라야 커피로드〉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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