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 등 불량 ‘배상’, 2년새 1380억으로 10배 폭증

이순혁 2012. 01. 11
조회수 12042 추천수 0
국산무기 ‘납기지연 부과금’ 논란…국과연 개발주도 무기서 다수 발생
“역량있는 민간서 주도해야” 지적…업체 ‘지연 부과금 한도없어’ 불만

한진중공업에 대한 ‘부당 탕감’을 계기로 불거진 지체상금 문제는, 사실 지난해부터 군 안팎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국산 기술로 개발됐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케이(K) 계열 무기들의 잇단 부실로 지난해 부과된 지체상금이 예년의 10배 이상으로 폭증했기 때문이다. ‘관 주도 무기개발’에 따른 폐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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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체상금 10배 이상 폭증 방위사업청은 2009년 한해 동안 194억원(1858건)의 지체상금을 부과했다가 업체들의 이의신청을 거쳐 119억원(22건)을 면제해주고 75억원을 최종 부과했다. 2010년에는 147억원(2622)이 부과됐다가 139억원(19건)이 면제돼 최종 부과액은 8억7000만원에 그쳤다. 그런데 지난해는 2371억원(1982건)이 1차로 부과됐다가 991억원(20건)이 면제되고 1380억원이 최종 부과됐다. 부과액이 10배 이상 폭증하고 면제비율도 절반 이하로 낮아진 셈이다.

여기에는 지난해 5월 해상초계기(P-3CK) 사업과 관련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1865억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지체상금이 부과된 게 큰 영향을 끼쳤다. 사업비가 4900억원에 이르는 P-3CK 사업은 노후화된 미국의 항공기 동체를 들여와 기존 해상초계기 성능을 개량하는 프로젝트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보조계약자인 미국 업체가 납품과 기술이전을 미룬 탓이라며 면제원을 냈고 방사청 군수조달분과위원회는 986억원을 면제해주고 879억원을 최종 부과했다. P-3CK 사업 이외에도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등 각종 무기 등에 500억원이 넘는 지체상금이 최종 부과됐다. 이는 예년의 7~8배 수준이다.

문제는 이런 대형 건수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7월 시험운행 도중 침수 사고가 발생한 K-21 수륙양용 보병전투차량이 대표적이다. 전력화가 1년가량 미뤄지면서 700억원이 넘는 지체상금이 발생했다. 엔진과 변속기가 뒤섞인 파워팩 결함으로 전력화 시기가 2012~2013년에서 2013~2014년으로 연기된 K-2 전차, 송탄 불량과 열 영상화질 저하 등이 확인된 K-11 복합형소총에도 각각 수십억원씩 지체상금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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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체상금 둘러싼 두 목소리 거액 지체상금 건수들이 늘어나면서 다툼은 법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체상금 제도 자체를 둘러싼 논란도 많다. 지체상금은 부과기준은 간단한데 상대적으로 면제 사유는 많고 복잡하다.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과거엔 면제율이 90%를 웃돌기도 했다. 한 군 관계자는 “민간끼리의 계약이라면 문제가 발생해 납품 기일을 못 맞추고도 대부분이 이런저런 이유로 책임을 모면하는 일이 가능하겠느냐?”며 “방산업체들이 기술개발보다 지체상금 면제를 위한 작업이나 로비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업체들 사이에는 ‘무조건 부과’에 따른 하소연도 적지 않다. 외국업체는 계약(사업) 금액의 10%가 지체상금 상한이지만, 국내 업체는 한도가 없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 “관 주도 개발이 문제” 지적도 근본적으로는 무기개발 절차와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대규모 지체상금이 부과되거나 발생한 K-2 전차, K-9 자주포, K-10 탄약운반장갑차, K-21 장갑차, K-11 복합소총 등은 모두 방사청 통제 아래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을 주도했다. 이들 무기 개발 뒤 방사청과 국과연은 “명품 국산무기”라며 자화자찬했는데, 결과적으로 망신을 자초한 셈이 됐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시대 상황에 걸맞게 무기 개발도 민간주도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 4월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 주재로 열린 ‘국방산업 2020 추진전략 후속회의’에서는 일반 전력 분야 민간이관 방침이 확정돼 국과연 주관 13개 사업 가운데 11개를 민간 주도로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차기 군단급 무인항공기 사업 민간이관 계획이 백지화되는 등 ‘과거회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군 관계자는 “국과연은 자체 연구역량이 모자라 사업을 맡아도 분야별로 쪼개 민간에 용역을 줬다가 이를 모으고 종합하는 정도 구실밖에 하지 못한다”며 “사실 기득권 문제 때문에 쉽게 정리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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