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전투기 하늘전쟁, 쥐도 새도 모르게 “꽝”

2011.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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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인항공기의 명과 암] <상>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컴퓨터 조작만으로 적진 유린
 시속 480㎞, 미사일 장착하고도 14시간 작전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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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퍼 무인기

 

지난 10월 1일, 예멘의 북부 지역 사막지대 상공에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띄운 여러 대의 무인 항공기(UAV)가 날고 있었다. 미국 CIA와 특수전 사령부가 합동작전을 펴 미국 시민이자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의 지도자인 안와르 알 올라키(40)를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트럭을 타고 사막 위로 난 길을 달리던 알-올라키를 발견한 UAV는 곧 그의 모습을 촬영하여 실시간으로 미국 본토 CIA 본부로 전송했다.

이 사진을 전송받은 CIA는 예멘 전통 복장과 두건을 한 그의 얼굴을 확인하였다. 알-올라키가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트럭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은 생생하게 촬영되었다. 얼굴 사진 대조 후 진짜 알-올라키임을 확신한 CIA는 곧 UAV에게 신속하게 사살명령을 내렸다. 이 숨죽이는 순간, 명령을 받은 UAV는 알-올라키가 탄 트럭을 향해 헬파이어 미사일을 날렸다. 알 올라키는 그 자리에서 그의 수행원들과 폭사하였다. 이로써 미국은 빈 라덴 이후 최고 고위층 알카에다 간부인 알-올라키를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지상군 1명당 연간 100만 달러 유지비용 비해 경제적

 

이 작전으로 화제가 된 것은 단연 CIA가 주도하는 ‘UAV 전쟁’이었다. 그동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은 UAV를 동원한 작전에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전을 수행하게 해주었고 무인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아군의 인명 피해 없이 간단하게 게릴라전에 대응하는 새로운 전술의 시대를 열었다. 이번 알- 올라키 사살작전을 통해 보여준 것도 전쟁터가 아니더라도 미국은 이제 전 세계 어디서나 UAV를 이용하여 요인 암살 작전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예멘은 거의 지구 반대편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본토에서 컴퓨터 조작만으로 군사작전을 가능하게 된 것이다.
 
UAV를 동원한 표적 살해는 저비용과 적은 정치적 리스크로 미국 군사 작전의 총아로 떠올랐다. 지난 5월 파키스탄에서 벌어진 오사마 빈 라덴 피살 작전도 소수 정예의 소규모 특공작전과 함께 이 UAV의 활약이 컸다. 이제 UAV는 미국이 원하면 지구 어느 곳에서도 나라와 국경을 가리지 않고 전쟁을 더욱 손쉽게 할 수 있는 막강한 군사적 수단이 되었다. UAV는 무인 항공기라는 말 그대로 사람이 타지 않고 로봇이 대신 날아가 어렵고 힘든 군사 작전을 사람 대신 훌륭하게 수행한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취임 이후 UAV가 각광을 받게 된 것은 무엇보다 비용 대비 고효율 작전이라는 매력 때문이다. 전체 UAV 프로그램 운영에 50억 달러 정도가 소요되는데 전쟁에 파견된 지상군 1명당 연간 100만 달러의 유지비용이 소요되는 것에 비하면 경제적이다. 작전 중에 파손이 되더라도 고치면 된다. 병사가 다치면 후방으로 후송되어 치료받고 회복하는 시간과 비용에 비하면 간단하다. 설사 적의 공격을 받고 추락하더라도 다시 회수하는, 위험하고 비용이 드는 작전을 할 필요가 없다. 병사라면 주검 회수를 위해 대규모 병력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비하면 획기적이다.
 
 보스니아 내전 때 첫 등장…처음엔 천덕꾸러기
 
반면 활약은 매우 뛰어나다. UAV로 미군은 전쟁 지역에서 요인 암살과 정보전, 군사작전을 정확하게 해낼 수 있다. 이제는 미국이 벌이는 전쟁 중에 UAV 없는 군사작전은 생각하기가 힘들다. 미군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지난해까지 대략 80만 시간의 UAV 비행시간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공개된 군사 작전에 한한 것이다. 미군이 벌이는 특수 작전이나 비밀작전은 포함되지 않은 기록이다. 최근 파키스탄과 아프간 국경지대에서 증가하고 있는 미군의 특수 작전까지 감안한다면 수치가 더 늘어날 것이다.
 
가공할 정찰력과 공격력 때문에 이들 UAV는 무장 세력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MQ-1 프레데터는 7.6㎞ 상공에서 시속 130~160㎞로 비행하며 4㎞ 밖의 교통 신호를 읽을 만큼 식별 능력이 뛰어나다. MQ-9 리퍼는 최고 시속 480㎞로 날며 폭탄과 미사일을 장착하고도 14시간 동안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적외선 센서와 레이더로 야간 작전에도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그래서 무장 세력의 야간 이동도 놓치지 않고 공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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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호크


이렇듯 미국에게는 효자 노릇하는 UAV도 처음에는 환영받지 못하던 천덕꾸러기였다. UAV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이었다. 아직 테스트도 끝나지 않았던 UAV인 프레데터를 처음 전장에 투입하여 간단한 정보 수집과 항공 촬영 등 초급 수준의 임무를 맡겼다. 그때만 하더라도 이 UAV가 지금처럼 전쟁의 큰 축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아프간,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면서 UAV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대테러전에 UAV만한 대응책이 없다고 정확하게 예측한 사람은 미국의 전 국방 장관 로버트 게이츠이다. 그는 비싸고 거대한 돈 먹는 하마인 F-22 대신 저렴하고 신속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UAV 도입에 앞장섰다. 이 때문에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공군과 한판 승부를 해야 했다. 미 공군은 세계 최고의 공군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걸맞는 최고의 전투기를 보유하기를 바랐다. F22는 미 공군 입맛에 딱 맞는 폼 나는 전투기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치고 빠지는 현대전, 은신세력 타격에 제격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서 F-22를 조종한다는 것은 최고의 명예였다. F-22가 한 대라도 늘어나는 것은 한 명의 명예로운 F-22 조종사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미 공군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과연 올해는 몇 대의 F-22가 확보되는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래서 미 공군 지휘부도 수년 동안 F-22 확보 계획을 열정적으로 추진했고 미 의회도 당연하게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돈이었다. 경제 위기와 국가 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이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는 F-22 구입은 미 국방부로서 여간 부담 가는 것이 아니다. 그때 게이츠 장관은 공군의 요구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렇게 비싼 전투기 대신 그 돈으로 값싸고 효율적인 UAV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게이츠 장관의 손을 들어주며 F-22기가 한 대라도 추가되는 비용이 포함되면 국방 예산 전체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F-22 추가 확보 계획은 백지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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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옵서버

 

게이츠 장관은 UAV 도입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미 게이츠 장관은 2006년 말 국방부 장관에 취임하자마자 앞으로 UAV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당시 게이츠 장관이 당면한 최대 난관은 혼란의 이라크를 수습하는 것이었다. 그는 취임 후 이라크에서 알카에다 지도자 알-자르카위를 사살하고 알카에다 세력을 제거하는데 UAV를 이용했다. 그의 기대에 맞게 UAV는 이라크에서 매우 뛰어난 활약을 벌였다. 효과가 너무도 좋아 이라크에서 저항세력을 상대하기에 이만한 무기가 없다는, 군 지휘부의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해병대와 특전대를 포함해 모든 미군은 이 UAV와 함께 저격수들의 은신처, 도로변에 설치된 폭탄 등을 찾아 제거하는 데 탁월한 활약을 보였다. 이라크와 아프간 그 어디에도 F-22같은 덩치 큰 전투기가 날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지금의 전쟁은 과거의 나라 대 나라의 전쟁이 아니라 갑자기 나타나 치고 빠지는 게릴라전이기에 산속이나 사막 등에 숨어있는 탈레반이나 저항 세력 몇 명을 위해 엄청난 비용이 드는 전투기를 보낼 필요가 없다. 이를 확신한 게이츠 장관은 한 대라도 더 많은 UAV를 전쟁터로 투입시키려 애썼다.
 
 공군 저항 “마우스나 클릭하며 모형 비행기나 날리라니 자존심 상해”
 
하지만 공군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많은 전투기 조종사들은 멋지고 빠른 전투기로 벌이는 공중전이 진짜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PC방 같은 좁은 방에서 조이스틱 같은 것을 이용해 모형 비행기 같은 UAV를 조종하라고 하는 것은 무척 답답한 일로 보였다. 
 
미 공군 지휘부는 UAV의 이라크 작전 투입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당시 이 때문에 생긴 공군 참모 총장이었던 마이클 모슬리와 게이츠 장관과의 신경전은 펜타곤 안에서도 회자 되고 있다. 미 공군과 게이츠가 이 UAV에 대해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당시 국방부에서 근무했던 한 공군 조종사는 “조종사들은 UAV를 인정할 수 없었다. ‘이 로봇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면 우리는 뭘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 동료도 이 로봇들에게 우리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조종사는 군복 팔 부분에 있는 자신의 부대 마크를 툭툭 치며 “내가 얼마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데, 나보고 마우스나 클릭하며 모형 비행기나 날리라니 자존심이 상했다”고 말했다. 
 
이런 공군 조종사들의 불만에도 게이츠 장관은 일관되게 UAV를 밀고 나갔고 우여곡절 끝에 게이츠의 압승으로 끝났다. 그 후 게이츠 장관의 의도대로 작고 가격이 싼 UAV가 이라크와 아프간 전장에서 맹활약을 하게 된 것이다. 게이츠는 “적대적인 초강대국, 특히 거의 한 세대 전에 내부적으로 붕괴한 적대국과 같은 수준의 공군력을 유지하거나 그보다 앞서려고 최첨단 무기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매하는 일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게이츠 장관은 미 공군이 달라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바꿔야 살아남는다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고 그 중심에 UAV가 있었던 것이다. 

김영미/분쟁지역 전문 PD


김영미 PD는 

kimpd.jpg서른 살이 되던 해, 꽃다운 나이의 동티모르 여대생이 내전으로 희생당한 기사를 읽고 무작정 동티모르로 떠난 것이 계기가 되어 PD가 된 이후 지금껏 10여 년간 세계 분쟁 지역을 취재해 왔으며, 특히 동원호가 해적에게 납치되었을 때는 가방 하나 달랑 메고 혼자 몸으로 독점 취재하기도 했다. 

SBS 특집 다큐멘터리 〈동티모르 푸른 천사〉(2000)를 시작으로 아프가니스탄의 남녀 차별 문제를 다룬 KBS 일요스페셜 〈부르카를 벗은 여인들〉(2002), SBS 특집 다큐 〈일촉즉발, 이라크를 가다〉(2003), MBC 긴급 르포 〈파병, 100일간의 기록, 자이툰 부대〉(2004)와 〈이라크 파병, 그 머나먼 길〉(2004), SBS 〈이슬람의 딸들〉(2005), MBC 〈PD수첩〉에서 방영된 〈조국은 왜 우리를 내버려 두는가?〉(2006), MBC 스페셜 〈불타는 레바논〉(2008), KBS 수요기획 〈미군들의 이라크〉(2008), EBS 〈다큐프라임〉으로 방송된 〈히말라야 커피로드〉(2010) 등을 연출했다. 

 이 밖에도 아프가니스탄과 카슈미르를 다룬 특집 다큐멘터리 20여 편이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 니혼TV에서 방송되었다. 여성인권 디딤돌상, MBC 방송대상 공로상, 일본 NTV 10대 디렉터상, 한국 YWCA 여성 지도자상, 〈여성신문〉 선정 2030 여성 희망리더 20인 등을 수상했으며, 최근에는 〈히말라야 커피로드〉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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